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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슬픔은 조용히 찾아온다. 그래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슬픔이 요란하게 찾아온다고 그 슬픔을 피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고민도, 슬픔이 휩쓸고 간 뒤에 생각나는 것을.

수잔은 달빛을 맞으며 폐허를 둘러보았다. 건물의 잔해들과 서로를 부여 잡고 잠을 청하는 가족들. 혼자 멍하니 있는 아이까지.

수잔은 이전까지만 해도 달빛은 행복한 순간만을 비추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보니 달빛은 무자비한 관찰자에 불과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이 나라의 왕자인데도.'

그저 평범한 한낮이었다. 한겨울인데도 유난히 따뜻한. 그러다 갑자기 땅 속에서 거대한 공이 구르는 소리가 났다. 거대한 공은 곧장 거대한 카로 변해 땅을 찌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어머니로서 사람들을 보듬어 주었던 땅은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했다. 땅이 갈라지고, 산마저 무너졌다.

그렇게 한낮은 이렇게 차가운 달빛 가득한 밤으로 변했다. 그렇게 수잔의 나라는 이렇게 지진으로 페허가 되었다. 왕궁마저 무너져 버렸다. 지금의 왕인 수잔의 형은 넋이

나간 채 연거푸 술잔만 들이키고 있었다. 결국 코가 삐뚤어져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가뜩이나 비대한 몸이 더욱 둔하게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대충 깃발을 외투 삼아

찬 공기 속으로 나왔다. 하얗게 입김이 보인다.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 사라졌다.

'나도 이 입김과 같구나. 나는 무력하다.'

수잔은 왕자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다섯째 아들이자 막내였으며, 무엇보다 후궁의 소생이었다.

찬바람이 불었다.

눈이 올 것 같았다.

***

하늘에서 눈송이가 쏟아졌다. 하늘을 올려보다가 그만 눈송이가 눈에 들어가고 말았다. 여왕이 눈을 깜빡거리자 제임스가 다가왔다.

"눈에 뭔가 들어간 모양이시군요.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빨리 숙소로 들어가시는 게 좋으실 듯합니다."

"괜찮아요, 제임스. 난 됐으니까 사람들이 짐 내리는 걸 도와줘요. 그리고 항해로 많이 지쳤을 텐데 따라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여왕이 제임스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여왕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그리곤 성큼성큼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그런 제임스의 모습을 여왕이 미안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불과 몇 달 전에 항해에서 돌아온 제임스는 기꺼이 여왕을 위해 다시 여정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동안 여왕을 오랫동안 못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렸을 때 둘러본 왕국이 완전히 무너진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후퍼 대공은 정말 지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다니엘이 어느새 여왕의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내가 많이 그리웠나봐요. 질투 나요?"

"완전히 아니라곤 할 수 없겠군요."

둘은 마주보며 조금 웃었다.

"그나저나, 구호 물품이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갑자기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줄 몰랐는데."

"이 지방은 원래 눈이 많이 온다고들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이 올 줄은 저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여왕은 얼마 전 옆 왕국의 지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왕국의 모든 것을 앗아간 천재 지변은 말로만 들어도 참혹했다. 안타까움과 나라의 회복의 정도를 알리기 위함이 더해져

여왕은 옆 왕국에 여러 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왕국에서 거절했다. 외지인을 함부로 들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여왕은 직접 물품을 들고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호 물품을 절대 전달할 수 없을 터였다. 이 왕국은 오래전부터 상층부가 와해되어 나라가 제 구실을 못하기로 유명했다.

"그럼 저도 후퍼 대공을 도와 구호 물품 나르는 걸 돕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요."

"여왕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다니엘이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자리를 떴다. 다니엘이 떠난 후 여왕은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새하얀 눈에 가려졌지만 페허가 끔찍하게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발견했다. 온 세상이 하얀 눈에 덮어 있는데 그는 빨간 천을 두르고 있었다. 천이 작아 상반신을 겨우 가릴 정도였다. 겨울 바람이 그의 몸을 숭덩숭덩

지나가고 있었다. 눈동자가 너무도 검고 선명해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도 여왕을 쳐다보았다. 여왕도 그와 마찬가지로 붉은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상반신은 보랏빛이

나는 붉은 색이고 아래를 눈처럼 하얀색이었다. 그도 여왕에게서 눈을 쉽게 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폐허와 너무도 이질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다 그는 뭔가가 생각난 듯 부리나케 저 멀리로 사라졌다. 남자는 어느새 빨간 점이 되었다. 여왕은 빨간 점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서서

바라보았다.

***

단상도, 왕좌도 없었다. 그저 크고 작은 바윗덩이만 왕궁터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말문이 막히기에 충분했으나, 왕의 모습 때문에 더욱더 기가 막혔다.

왕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술 냄새가 진동했고,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어, 엄..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하오."

느릿느릿, 말을 더듬는 게 아직까지 술이 덜 깬 것이 확실했다.

"환영해 주셔서 고맙군요."

"그래서 물건은?"

"....잘 도착했습니다."

"시작은 언제?"

"가능한 빨리 시작하면 좋겠지요."

"그럼, 그럼, 물론이오... 여왕께서 이렇게 찾아와주시다니, 어디서 얘기라도.....?"

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니엘과 제임스가 살벌한 눈빛으로 쏘아보았기에, 왕은 제대로 말을 마치지도 못했다.

"....아닙니다, 저는 직접 현장에 나가 보도록 하지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는 게 좋겠군요. 벌써 짐을 다 옮겼거든요."

여왕이 홱 돌아 발길을 옮기려 할 때, 옆에서 불쑥 누군가 나타났다. 아까 눈 속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남자였다.

"수잔! 넌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온 거냐!"

"잠시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형님. 왕궁이 다 무너져 버려...."

"시끄럽다! 괘씸한 놈, 얼굴 보기 싫으니 썩 꺼져라!"

수잔은 잠자코 몸을 돌려 다시 사라졌다.

'수잔? 이름이 수잔이구나.'

여왕은 다시 수잔의 뒷모습을 조금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사람들을 벌벌 떨리는 손으로 죽을 받아먹었다. 혹한에 천재지변을 당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은 모처럼 그들의 얼굴에 웃음을 피어나게 했다. 개중엔 고아도 있어

여왕은 눈물을 글썽였다. 고아들이 옹기종이 모여 죽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여왕님께선 참 눈물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여전히 붉은 깃발을 두른 수잔이 여왕 뒤로 다시 불쑥 나타났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얇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왕자님이시로군요. 아까는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인사가 늦었을 뿐이지요. 인사 올립니다, 왕국의 제5왕자인 수잔 샤키야입니다.”

수잔이 고개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하자 여왕도 미소로 화답했다.

내 이름은 알 테니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한겨울에 이런 일을 당하게 돼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요.”

이리 걱정해 주시다니, 저희 왕국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몸에 두르고 있는 게 담요인가요? 담요라기엔 좀 작아 보이는데.”

, 이건 담요가 아닙니다. 저희 왕국을 상징하는 깃발이지요. 저희 왕국의 전설입니다. 언젠가 세상이 처음 시작됐을 때, 하늘은 붉고 해와 달의 구분이 없어 달은 금색으로

빛났다고 말입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깃발에 금색 실로 보름달이 크게 수놓아져 있었다.

굉장히 재미있군요. 달과 해는 어쩌다 분리됐죠?”

달과 해의 신은 본래 사이가 좋았으나, 북풍의 신이 그들의 사이를 시기해 이간질하였습니다. 결국 따로 떨어지기로 결정한 것이죠. 빛이 두 개로 나뉘어 세상은 조금 더 어두워져

밤이 생기고, 하늘도 북풍의 차가운 기운을 받아 저렇게 푸른색이 된 겁니다.”

결국 모두 북풍의 탓이군요.”

그렇지요. 그래서 저희 왕국은 겨울을 불길한 시기로 봅니다. 분열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그렇지 않습니까.”

수잔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물품을 더 많이 챙겨왔어야 하는데...”

물론 땅도 그렇지만, 진짜 원인은 아마 저희 왕족에게 있겠지요. 몇 년 전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신 계절도 한 겨울이었습니다. 왕의 가족이 서로 분열되고 멀어지는데, 북풍의 신이 땅을 가만 둘리 없지 않습니까.”

수잔의 검은 눈이 깊이 침잠했다. 참 이상하게도 여왕은 그런 수잔의 눈에서 쉽게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추워 보이는데, 이 담요 하나 가져가도록 해요.”

여왕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수잔이 두 손으로 담요를 받더니 깃발을 곱게 접어 여왕에게 내밀었다.

이건 왜?”

왕국에는 더 이상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낡고 누추한 깃발이나 선물로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형님께서 무례한 언사를 하신 데 대한 사과이기도 하니 받아주시길.”

여왕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수잔은 담요를 여미고 발걸음을 옮겼다.

, 잠시만.”

왜 그러시는지?”

저녁에 다시 만날 수 있나요? 얘기가 더 듣고 싶어서요.”

여왕은 스스로도 왜 수잔을 붙잡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수잔의 목소리와 눈동자를 더 보고 싶었다.

물론입니다, 여왕님.”

수잔이 웃으며 말했다. 꼭 막 움을 틔운 새싹처럼 싱그러운 미소였다.

***

그래서, 수잔 왕자가 오기로 했단 말입니까?”

제임스는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가 생각 없이 부른 건 알아요. 그 점에 대해선 사과할게요.”

제 생각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수잔 왕자는 이 왕국에서 입지가 별로 단단하지 못한 인물이니까요. 게다가 왕국이 이 지경이 됐으니, 그 존재도 극히 미미합니다.”

다니엘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임스는 모험가였지, 정치가는 아니었다. 게다가 여왕과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싶어 따라온 그로서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선 아무 문제없겠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 부른 게 아닌데...”

살짝 말끝을 흐리는 여왕의 모습에 다니엘과 제임스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수잔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엉망이 된 나라를 마주하고 있는 힘없는 왕족, 분명 그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제가 좋지 않은 때에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 사람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깨에 눈이 소복이 쌓인 수잔이 있었다.

***

그래서 부모님은 어떻게 만나셨죠?”

어마마마께선 본래 사원의 무희셨습니다. 그러니까 출신이 비천하셨죠. 제사를 올리는 날 맨 앞에서 춤을 추시다가 아바마마의 눈에 들게 되신 겁니다.”

그렇군요. , 그리고 깃발은 잘 보관해 두었어요.”

그리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런 질문해도 되나 싶지만, 왕자님께선 다른 가족 분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던데....?”

사실입니다. 이미 낮에 보셨지 않습니까?”

수잔은 오히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생전에 아바마마께서 저를 유독 아끼셨기에, 형님들께서 불안해 하셨지요. 물론 아바마마께선 저에게 왕좌를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으셨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왜 화내지 않나요?”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지요.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후, 지금의 왕이신 형님께서 어마마마를 처형하셨습니다. 저에게 본보기를 보이신

것이지요. 어머니는 처형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절대 눈에 띄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그림자 속에서 살아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서 살아가라고. 그리고 살아만 달라고. 그래서 어마마마를 따라 죽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저의 일부는 그 때 죽은 것이지요. 그 후로 이 세상일에 조금 초연해졌으니 말입니다.”

“....나와는 다른 선택을 했네요. 나는 왕자님처럼 살지 않았어요.”

어떤 면에서 저는 도망자지요. 여왕님께선 도망치지 않으셨을 뿐.”

도망치지 못했던 거죠.”

여왕이 쏟아지는 눈을 보며 낮게 읊조렸다.

이젠 도망칠 수도 없어요.”

수잔이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떠한 말도, 시선도 나누지 않았지만 손을 맞잡는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에게 큰 위로였다. 수잔은 말없이 기도했다.

지금 내 손을 맞잡은 이에게 평화가 깃들었으면. 이 사람에게 새벽빛이 찾아오듯 조용히, 그러나 멈춤 없이 평화가 찾아오길.’

그리고 또 수잔은 생각했다.

어머니, 저에게 이 사람을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며칠이 지나고 여왕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피해를 모두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백성들에게 따뜻한 희망이 된 며칠이었다. 여왕은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

깨진 성벽을 의자 삼아 앉았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수잔이 걸어 나왔다. 여전히 담요를 걸친 채였다.

수잔 왕자님.”

여왕님.”

오랫동안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매우 반가웠다. 두 사람은 시원스레 서로 웃어 주었다.

작별 인사를 하러 오셨나요?”

글쎄요.”

그게 무슨?”

친구를 만든 건 아주 오랜만의 일입니다. 아니, 제 평생 처음 있는 일인지도 모르죠. 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리 찾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제외한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올린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여왕님을 시작으로 타인의 평화를 빈다면, 언젠가 제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을 위해서, 저 자신을 위해서도 평화를 빌 수 있겠지요.”

“.....수잔 왕자님, 저를 따라가게 되면 지금보다 더 생활이 고달파져요. 그곳에서 왕자님은, 이방인이 되어요.”

이곳에서도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답답함과 무력감에서도 벗어나고 싶고요. 제가 없어도 이 왕국은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죠?”

저는 사람들을 믿습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자기가 부족하고 힘이 드는 데도, 서로 돕고 낯선 이방인들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저는 전혀 걱정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믿으니까요.”

그렇게 여왕은 사람들의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수잔이 말한 그대로였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저 눈동자들, 저 살아있음, 저 미소들. 그리고 아이들.....

이제 제 뜻을 아시겠습니까?”

여왕이 수잔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친구를.... 만든 지.... 나도 너무 오래되었어요.”

***

그 이후로, 여왕의 나라에는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 매일 새벽,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때에 이나바우어 사원에 누군가 찾아온다고.

까만 머리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이국적인 외모의 한 사람이 찾아와서 기도를 드리고 금세 사라져 버린다고 말이다. 사제들도 그를 목격한 사람을 많지 않았다.

다만, 누구라도 그가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했다.

저렇게도 간절히, 누군가의 평화를 위해 기도할 수도 있구나, 해서.

저렇게 결국 자신을 놓아 주기 위해 치열하게 기도할 수도 있구나, 해서.

 

 

꽃이 되어 바라보면

온 세상이 꽃이고요

송곳이 되어 바라보면

온 세상이 송곳 같이 되지요

 

제 생긴대로

그림자를 드리우니까요

저는요

제 속마음이 성스럽기를 바라지요

저는요

제 목소리가

맑기를 바라지요

저는요 미물 하나라도

제 발에 밟히는 걸 싫어하지요

 

아름다운 눈이어야

아름다운 세계가 열리겠지요

 

칠흑같은 밤이라도 저에게는 보게 해 주세요

달을요

메마른 잎 하나라도

저에게는 듣게 해주세요

생명을 일구는 소리를요

 

해맑은 마음이어야

해맑은 세계가 열리겠지요

-두르가 랄 '꽃이 되어 바라보면'

 

 

+) #prayfor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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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까님 기다렸어요:)
이번에도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여왕이 멋지네요 :) 수잔네 집엔 대체 무슨일로 분열을한걸까요?ㅜ 좋게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

7년 전
난슬
이번에도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잔의 왕가의 분열은 단순합니다. 두 왕비 간의 기싸움, 그에 따른 승계 문제.... 뭐 그런 거지요. 뻔합니다! 다음편엔 로빈이 나와요!
7년 전
독자2
으아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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