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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하늘 전체글ll조회 590l 1

 

▲ 노래랑 함께 읽으시면 감성이입X100

(네가 없는 오후도 햇살은 비친다-316)

 

너와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너를 만나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오늘같이 하늘이 무너질 듯 비를 쏟아내던 날이었다. 수도 없이 떨어지는 빗물은 너를 본 순간부터 온 세상이 멈추었고 마주 서있는 너와 나의 몸을 천천히 젖히며 온몸을 뜨겁게 파고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이 멈추었다.

 


01.

 누굴까….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다. 잠이 오질 않는다. 벌써 창  밖은 밝아지고 시간은 7시를 향해 다가온다. 결국 밤새웠네. 미치겠다. 술을 마신 상태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 남자 얼굴은 똑바로 기억난다. 누굴까. 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나

 

 


“게이도 아니고….”

 


 맞다. 게이도 아니고…. 남자가 남자 번호 물어보는 병신이 어디 있냐. 7시가 되자 폰에선 시끄럽게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끄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는 방문을 연다. 코끝에 깊숙이 들어오는 콩나물국 냄새….

 


“어제 또 술 많이 먹고 들어왔지?”
“어….”
“몇 시에 들어왔어?”
“…늦게 들어왔어”

 


 식탁에는 이미 밥과 국 그리고 반찬들이 올려져 있다. 낮은 목소리로 작게 엄마에게 대꾸하고는 식탁에 앉아 한숨을 쉰다. 뒤이어 방에서 나오는 동생은 식탁에 차려진 반찬을 보며 투덜거린다.

 


“아 또 콩나물국이야?”
“한빈이 어제 술 마시고 들어왔잖아”
“질려 콩나물국….”
“닥치고 그냥 먹어라 김동혁”

 


 짜증스럽게 식탁에 앉고는 밥을 깨작깨작 먹기 시작하는 동혁이. 나는 식탁에 놓여있는 밥그릇을 다 비우고는 일어나 방 옆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가 파란 칫솔을 들어 치약을 가득 짜고는 입안에 넣는다. 무의식중에 자꾸만 아른거리는 얼굴. 너는 누굴까. 술에 취해 빗속을 헤매고 다니던 너는. 온몸이 젖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다.


 술이 덜 깼나.


 의미 없는 칫솔질이 끝나고 물컵에 물을 가득 담아 몇 번 입안을 헹구고는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 뭔가 내 표정이 다르다. 그냥 내가 아닌 듯하다.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는 열어놓은 방 안으로 들어가 잠옷으로 입었던 옷을 벗어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시간은 7시 15분을 가리킨다. 책상에 놓여있는 가방을 메고는 소파로 향한다.

 


“엄마 10만 원만”
“벌써 다 썼어?”
“친구 생일이라서 내가 샀어”

 


 소파 위에 있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5만 원 지폐 두 장을 주머니에 구겨넣고는 신발을 신고 아파트를 빠져나간다. 걸음은 어제 걸어왔던 골목길 앞으로 향했고 골목 입구 구석에 서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 담뱃갑을 꺼내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는 텅 빈 담뱃갑은 바닥에 버린다.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는 깊숙이 빨아드린다, 붉게 타들어가던 담배는 이내 검게 타들어간다. 내뱉은 연기는 어제의 빗물처럼 내 눈앞을 가리며 다시 나에게 다가온다.


 너가 있을까. 너와 마주쳤던 깊은 골목으로 시선이 향했다. 너의 생각이 자꾸만 스친다. 생각이 길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담배를 빨아들이자 이미 반 이상이 불에 타들어가있다. 한숨을 쉬며 신경질적이게 담배 연기를 내뱉고는 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너와 마주쳤던 곳으로 향한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아직도 그 곳 에 있을 것만 같다.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땐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있을 리가 없지.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는 빗물을 가득히 담은 물웅덩이에 던진다. 다시 뒤돌아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을 빠져나간다. 아침까지 내린 거센 비에 바닥은 아직도 눅눅하게 짙은 회색빛을 띄고 있다. 주머니에 넣어놓은 폰에서는 시끄럽게 벨이 울린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자 감정 없이 적혀있는 네글자. '여자친구'. 통화 버튼을 누른다.

 


“왜?”
-“한빈아 어디야?”
“가는 중이야”
-“기분 안 좋아?”
“왜 자꾸 캐물어”
-“나 오늘 생일이잖아…. 섭섭해”
“아…. 미안해…. 나중에 봐.”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넣는다.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출근길과 등굣길에 바빠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도로 위를 급하게 달리고 있는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나는 골목의 바로 왼쪽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에는 한 남자가 뒤돌아 뒤통수만 보인 체 서있었다. 어제 빗속에서 남자를 지나쳐가며 보았던 뒷모습과 닮아있다.


 어?….


 나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끌어당겨 얼굴을 확인해보았다.…그 남자가 아니었다. 괜히 민망함에 욕을 읊조리고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이 감정은 뭘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 그 사람을 찾고 싶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찾고 싶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버스에 올라 비어있는 맨 뒷자리 창문 쪽 자리에 앉아 폰을 확인한다. 생일선물…. 뭘 사줘야 하나


 나는 돈이 많다. 살 수 있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여자도 돈으로 사귀고 친구도 돈으로 사귀고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 사람을 돈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연이 그 사람을 마주치게 된다면 돈으로 그 사람을 살 수 있을까. 참….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 내가 생각해도 참 어리석은 생각이다.


 벌써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 출구 쪽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갑갑하다. 학생들은 급하게 나가느라 어깨를 치며 출구로 향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숨통이 조여온다.

 


“아…. 씨발…. 좀 비켜 제발”

 


 신경질을 내자 몇몇은 뒤돌아보며 길을 비켜주려 했고 답답하게 막혀있는 앞을 억지로 어깨를 밀어 길을 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람이 북적 한 교문으로 들어서고 제일 위 층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한 교실로 향한다. 활짝 열려져 있는 교실 문. 맨 구석자리로 향한다. 이미 학교에 도착해 엎드려 자고있는 준회의 머리를 툭 치자 충열되어 붉은 눈을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제 몇 번 했어?”
“말도 마. 들어가자마자 위에 올라타는데 어후….”
“설마 아침까지 했어?”
“속궁합이 존나 좋아. 번호 땄잖아”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올려 '짱이야' 그러곤 다시 책상 위로 엎어진다. 대단한 놈. 준회의 뒤통수를 보고있다 나도 준회를 따라 책상 위로 엎어진다. 복잡한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잠을 이루지 못해서인지 피곤함을 뛰어넘어 머리가 찢어질 것만 같다.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잠을 이루려 눈을 꼭 감아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너는 누굴까….


 짧게 잠이 들었다. 몸을 일으켜 세워 기지개를 피자 아직도 수업 중이다. 옆을 보니 준회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잠이 들어있었다. 세끼 어제 얼마나 환장했으면…. 온 신경이 예민해진 듯한 기분이다.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도 신경 쓰이고 의자를 빼며 바닥이 긁히는 소리 마져도 신경쓰인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이어폰을 끼우고는 잔잔한 노래를 틀고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잠시 생각을 지워주는 듯하다 다시 파도처럼 수백 가지의 생각들이 들었다. 너에 대한 생각


 너를 찾고 싶다가 아닌 반드시 너를 찾아야 한다. 너에 대한 마음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아무 일 없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며 평범하게 흘러갔다. 7교시가 끝났다. 나와 준회는 가방을 챙겼고 학교를 빠져나가며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 10시에 보자」 문자가 전송이 되었고 난 폰을 닫았다. 학교 건너편으로 건너가 택시를 잡아 목적지를 말하자 1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차가운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아…. 비가 또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준비 끝나고 집에 와”
“지혜 온대?”
“오늘 생일이라네”
“와….좆됬네”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는 거실은 역시 텅 비어있다. 한적한 거실을 지나 배란다 문을 열어 창문을 활짝 열고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지금 시간은 5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폰에는 여자친구의 답이 도착해있었다.

 


「진짜? 오늘 시간 돼? 어디서 볼까?」
「뱅크로 와」

 


 방으로 들어가 갑갑하게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어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하루 종일 잠을 설쳐 피곤한 몸을 이곳저곳 주무르고는 와이셔츠 단추와 벨트를 풀어 교복을 모두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목이 말라 마실 것을 찾으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각종 반찬이 깔끔하게 냉장고에 채워져있다. 두 번째 칸에 있는 초콜릿 우유 하나를 꺼내 뚜껑을 따 마시며 소파로 걸어가 초콜릿 우유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소파 위에 누워 한숨을 쉬었다.


 이름이 뭘까… ….


 잠시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초인종이 알람 마냥 온 집안에 울린다. 방으로 들어가 티셔츠 하나를 입고는 문을 열어보니 역시 준회다. 진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고 검은색 브이넥과 슬랙스를 입고 길게 앞머리를 내린 모습이었다.

 


“뭐냐? 준비 안 하고?”
“몇 시야?”
“9시 30분쯤 됐을걸?”

 


 잠깐 단잠을 잔 듯했는데 4시간이나 잠들었구나. 창밖을 바라보니 벌써 저녁이 되어 어두워졌다. 준회는 제 집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와 소파에 다리를 꼬며 누웠고 나는 다시 문을 닫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티를 벗어 침대 위에 던져놓는다. 옷장 안에 있는 헨리넥 셔츠과 슬랙스 바지를 입고는 거울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진다. 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시켜 포마드 머리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책상 위에 놓여있는 향수를 뿌리고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있는 준회의 앞을 막는다.

 


“가자. 10시 다 됐어”
“뭐야 벌써 준비 다했어?”
“내가 너냐?”

 


 밖으로 나가 택시에 올랐다. 창문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너무 축축하다. 창문에 붙어있는 빗방울이 길게 늘어지며 떨어지는 모습이 더 그랬다. 적막이 흐르는 차 안에는 와이어 소리로 가득하다. 그런데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너를 생각나게 한다. 넌 누굴까

 


“야 어디 갈 거야?”
“….”
“야 김한빈!”
“…….”
“…야!”
“…어?”
“정신을 얻다 팔아먹은 거야. 오늘 어디가냐고”
“오늘 뱅크 가려고….”

 


 오늘은 여자친구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 생일인지 전혀 생각조차 못 했던 나는 생일선물 커녕 축하한다는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그냥 오늘 받은 10만 원을 줄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도 참 우습다. 더 받아왔어야 했나…. 택시 밖에선 촘촘하게 서있는 가게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밖에는 우산을 쓰고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온통 회색빛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 값을 지불하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자 안에선 조용히 들려왔던 빗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때렸다.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골목. 바로 골목 앞에 위치한 노란 간판의 술 집으로 들어갔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는 늘 앉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앉아 안주를 주문시켰다.

 


“야. 나 지혜랑 헤어질까?”
“오늘 생일이라며”
“그렇긴 한데 질려”
“병신”

 


 잠시 뒤 지혜가 도착했다. 작년부터 가짜 민증으로 자주 왔던 술집이라 따로 민증 검사는 하지 않았다.

 


“생일이라며? 축하해”
“구준회 오랜만이다? 설마 선물 없는거 아니지?”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다. 지혜가 온 뒤 그 한마디를 끝으로 우리는 말이 없었다. 서로 말 없이 폰만 만지작거리자 답답한 건지 계속해서 한숨을 쉬던 지혜가 나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한빈아 잠시 얘기 좀 하자”

 


 대꾸도 하지 않고 가계 밖으로 나서는 지혜를 따라나섰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침묵이 이어졌다. 가만히 땅을 보고 있던 지헤에게서 울음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왜 이래? 오늘 나 생일이잖아….”
“필요한 거 있어?”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뭐가 문젠데?”
“나만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너 나 좋아하긴 해?”

 


 한 마디 한 마디가 신경을 거스른다.

 


“돈 필요해?”

 


 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짜증 난다. 짜증스럽게 담배를 입에 물고는 지갑을 꺼내 5만 원 권 지폐 두 장을 꺼내 지혜에게 건넨다. 아래로 떨구고 있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오더니 내 손에 쥐어진 지갑과 5만 원 권을 보고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끝까지 넌 쓰레기구나”
“…쓰레기?”
“애초에 그 소문 들었을 때 널 만나지 말았어야 됐어…. 그만 만나자. 내가 너 까는 거야”

 


 말없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눈물을 그렁거리는 지혜의 표정을 감정없이 바라본다. 그런데 너의 눈물에는 감정 하나하나가 가득하다. 미움과 원망 슬픔 후회…. 복잡하게 섥혀있는듯하다.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있을 때 뺨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지혜가 내 뺨을 후려쳤다.

 


“열받게 하지 마”
“너도 화난다는 감정을 느끼기는 하니?”
“그만해”
“미친 세끼….”

 


 뺨을 후려침과 동시에 내 고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고개를 올려 지혜를 바라보았다. 나를 원망하는 눈빛이다. 지혜는 다시 손을 올려 내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리곤 손에 꽉 쥐어져 구겨진 5만 원권 지폐를 얼굴에 던지고는 멀리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비를 맞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비가 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걸어간다. 잠시 소란을 피워서인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쑥덕거리고 있었다.

 


“아… 씨발…. 뭘 보세요”

 


 하나하나가 다 신경을 거스른다. 쑥덕거리던 사람들은 일제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게 서있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다. 발 밑으로 담배꽁초가 하나둘씩 쌓여간다. 내가 아닌 것 같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뺨을 맞았는데도 아프지가 않다. 그 순간에도 어제 빗속에서 마주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가 너무 지끈거린다….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들었다,


 …또다시 시간이 멈췄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 눈속에 네가 있어….


 내가 진짜 미쳐버린 건가 손으로 머리를 짚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남자 여자가 섞여있는 무리 사이에서 웃고 있는 너를 보았다.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심지어 심장마저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넌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 무리는 내가 앞에 서있던 노란색 간판의 「BANK」 술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가 나를 스쳐 지나갈 땐 심장이 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뛴다. 나도 그 무리를 따라서 준회가 폰을 만지고 있는 테이블로 가 앉아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야…. 설마 지혜한테 헤어지자고 했냐?”
“아니. 지가 헤어지재”
“니가 또 또라이 짓을 했을 거잖아”
“아 몰라…. 필요한 거 없데”
“이번엔 나 커버 못 쳐.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뭐냐 병신아”

 


 술을 마실수록 준회가 하는 말이 꼭 물속에서 잠수를 하고 있는 사람 마냥 귀가 먹먹하게 들려왔다. 내 시선은 자꾸만 그 남자에게로 빼앗겨버렸다. 처음에는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술을 마실수록 밖에서 웃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 보이는 남자. 작은 얼굴 안에 수십 가지의 감정이 담겨있다. 지혜의 눈물 속에서 본 감정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뜨니 그제야 한참 전부터 말을 꺼내고 있던 준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다 실망이다. 지혜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너도 그건 알잖아”
“돈 필요 없다잖아”
“난 니랑 맨날 같이 다녀도 니가 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어떤 얜지도 감이 안 와”
“너 지혜 좋아하냐?”
“아니 병신아 정신 차려. 제발”

 


 시간이 지날수록 소주는 한 병 두 병 늘어갔다.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희미해져만 가고 내 눈 안에 너의 얼굴은 뚜렷해져만 간다. 무리들과 얘기를 나누다 울음을 터트리는 남자…. 어제와 같은 눈빛으로 변해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왜 이럴까 너를 안아주고 싶다…. 너를 안고 싶다…. 그렇게 정신은 희미해져만 간다.

 


“야…. 쟤 번호 딸까?”
“아 미쳤냐. 오늘은 좀 아니다…. 진짜 아니다.”
“쟤가 누굴까 궁금해”
“야. 김한빈 하지 마라. 나 다시는 니 얼굴 안 볼 거야”

 


 준회의 말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가 다시 웃고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오늘따라 급하게 마셔서인지 걸음이 자꾸만 비틀거린다. 남자가 있는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남자는 당황한 듯이 나를 올려다본다.


 가까이서 보니 진짜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너 번호 좀 줘”
“…저요?”
“어…. 너 모자 쓰고 있는 얘”
“아…. 죄송합니다. 친구가 취해서….”

 


 준회가 나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이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확실해졌다. 오늘이 안되면 안 된다. 계속해서 어깨를 끌어당기는 준회의 팔을 치우고는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너 번호 좀 달라고”

 


 내 기억은 여기까지.

 

새벽하늘.

 


▼ (짧음)

한빈이 그렇게 나쁜아이는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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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 작가님 너무 절묘하게 끊으셨어요ㅠㅠㅠㅠ 다음 편 기대할께요!!
7년 전
새벽하늘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201.101
그래...잠깐만 기다려줘(주섬주섬)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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