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더 나중에. 훨씬 더 나중에 만나자. 바쁜 아침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면서 서로의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으며 그리움에 젖지 않을 때. 더 이상 머리 감고 수건 갖다달라고 말하지 않을 때. 달력을 보고도 별 감흥이 들지 않을 때. 더 이상 슬픈 노래만 듣지 않을 때.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듯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서 잊혀져갈 때. 그때 만나자. 우리의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이 되어 또 다른 생활로 날 이끌겠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던 우린 잠시 그 길이 하나가 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뿐. 그리고 이 길은 언젠간 또 다시 만날거라 믿어. 난 너와 사랑하면서 아프기도 참 많이 아팠지. 그렇지만 너는 내 아픔을 다 감싸안을 그 어깨로 날 보듬어주었어. 너와 만나며 웃고 울던 나날들이 별이 되어 깜깜하던 내 마음은 밤하늘이 되었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함께 만들어준 너에게도 많이 감사해. 자, 이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거야. 이제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야. 그만큼 불안하지만, 그만큼 더 자유롭지. 넌 씩씩하고 듬직한 남자니까 혼자서도 잘 버텨낼거라 믿어. 물론 혼자는 외롭고 가슴 아프지만, 넌 나 대신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늘어날거야. 부족한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아침잠 많은 내게 늘 모닝콜 해줘서 고마웠어. 네 지인들에게 망설임 없이 내가 네 여자친구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어. 싸우면 먼저 용기내서 사과해줘서 고마웠어. 문자하는 걸 잘 못하면서도 좋아하는 날 위해 맞춰주려 노력해줘서 고마웠어. 날 바라보던 네 눈에 사랑이 가득해서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나는 참 행복했다. 언제나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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