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민윤기 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고 기업의 어떤 프로젝트에 협력하게 되서 둘은 처음 만나게 됐어. 윤기가 디자인마케팅 팀장이라 계약기간동안은 너도 그 팀 소속이었지만 니가 재택근무를 좋아하는 파워 집순이인 탓에 사실 초반엔 서로 얼굴 볼 일이 별로 없었어. 처음 회사에 계악하러 갔을때 잠깐 얼굴 본 게 다였거든. 내가 생각했던 팀장님 이미지보다 젊고 훈남이다 그냥 그정도? 아. 알았어. 솔직히 목소리는 좀 내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윤기의 부하직원이 중간에서 실수를 한거야. 나는 나대로 일주일간 머리를 쥐어뜯어 내놓은 결과물이 휴지통행이 되어야한다는 사실에 피가 거꾸로 솟았고 윤기는 당장 보고도 해야하고 클라이언트랑도 곧 미팅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게 빠져버렸으니 도는 상황인거지. 그렇게 두번째 만남은 다크써클 턱까지 내려온 내가 열받아서 팀장실을 박차고 들어간 것으로 시작되었어.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이에 정말 박터지게 싸웠다. 내가 이런 일 하루 이틀하는게 아닌데 이딴 식으로 하는 건 정말 처음봤다. 분명 나한테 요청했던 거랑 사이즈가 다르지 않냐. 이거 수정못한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엎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거 보통 이주에서 최소 열흘은 걸리는 일인데 이렇게 일주일만에 내놓으라 하면 생각이 있는거냐. 나 진짜 일주일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전화로는 지금 무슨 소리냐고 하지. 직원은 본인도 당황해서 횡설수설 말이 안통하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지도 모르겠고. 답답해 돌아가시겠어서 꾸역꾸역 옷 주워입고 택시타고 왔는데 오면서 화가 가라앉는게 아니라 더 올라오는거야. 아니 그쪽에서 잘못해 놓고 오히려 왜 나한테 큰소리야. 그럼 마감일은 어떻게 맞추자는 거지 하면서. 내가 혼자라고 무시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워후. 지금은 오빠랑 웃으면서 그때 얘기하지만 그땐 진짜 훈남이고 뭐고 안들어오고 일주일간 카페인과 씨름하며 낳은 내 새끼들 생각밖에 안났다니까 그렇게 한참을 언쟁을 높이다 보니 점점 서로 이상한 걸 느끼게 됐어. 누가 그만두고 새로 들어와서 팀에 정신이 없었는데 인수인계를 잘못했고 몇다리 건너 나한테 연락이 오니까 착오가 생긴것 같더라고 무슨 소리냐고 ㅇㅇ씨도 미리 말씀해주셨어야지. 혼자 독단적으로 하셔놓고 이러시면 어떡하냐고 하던 민윤기팀장님께서 사실 확인이 되고 나자 한껏 빡치고 난감한 얼굴로 미안하다고 하더라. 또 막상 그 소리 듣고 나니까 나도 좀 제정신이 돌아오기도 하고. 또 그거 알아? 한바탕 싸우고 나면 오히려 좀 가까워지는 거 있잖아. 일단 사태파악되고 나니까 이제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똥부터 꺼야겠고. 그 길로 우리팀 전원 비상걸려가지고 회의하고 퀵으로 내 짐받고 삼일동안 집에도 못가고 열심히 수습해서 겨우 엎어지는 건 막았어. 진짜 다시 생각해도 그걸 어떻게 했나 싶다니까. 내가 좀 아날로그 여자라 일차로 실물로 그리고 이차로 스캔떠서 가공하는 걸 좋아해서 짐도 공간도 많이 필요한데 내 책상이 있긴한데 공간이 안되서 그냥 팀장실 같이썼단 말이야. 그래서 계속 붙어있었음. 고작 사흘이지만 엄청 고생해서 막 몇개월은 동거동락한 것 같은 기분. 드디어 중간 미팅끝나고 둘이 나오면서 얼굴 마주보는데 막 해방감이랑 그래도 이걸 해냈다! 싶으면서 둘이 함박웃음짓고 껴안음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심없이 무의식적으로 신나서 껴안았는데 뭔가 안고 나니까 민망한거야. 그래서 떨어져서 괜히 서로 눈치보다가 내가 먼저 나 원래 그렇게 쉽게 넘어가주는 사람아닌데 너무 바빠서 미뤄두고 있었던거라고 이렇게 고생시켰는데 저 비싼 저녁얻어먹어도 되죠? 했더니 또 웃더라. 쓸데없이 남자가 웃는 건 또 예뻐서 난 또 좀 설램. 핳 근데 나 거의 열흘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잖아. 게다가 긴장도 풀리고 난 원래 엄청난 잠순인데..!! 윽 그래서 밥먹으러 가는 길에 차에서 잠듬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 분명 여섯시에 회사에서 나왔는데 깨니까 열시더라..! 무슨 공원 주차장같은 데 였는데 옆에보니까 팀장님도 곤히 자고있엌ㅋㅋㅋㅋㅋㅋㄱ 그래. 이 사람도 고생했겠다 싶고 내가 계속 팀장실에 붙어있으니까 대충은 일 돌아가는 꼬라지가 보이잖아. 팀원들 뺀질뺀질거리고 잘 모르면서 일 벌여놓고 위에선 쪼고 솔직히 혼내고 화내고 남한테 싫은 소리하는 것도 좋은 사람이 어딨어. 솔직히 나였으면 부담감이랑 열 받아서 진작 때려쳤을것 같음. 그래서 그냥 안 깨우고 쳐다봤어. 아 근데 다 큰 남자가 뭐 이렇게 뽀얗냐. 숨쉴때 가슴이랑 목젖있는데가 쌔근쌔근 들썩들썩하는데 뭔가 자꾸 눈을 못 떼겠는거야. 그러고 보니까 꽉 조인 넥타이가 엄청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좀 느슨하게 해줘야지 하고 손을 데고 살짝 힘을 줬는데 갑자니 내 손을 턱 잡는 거야. 무슨 도둑질하다 걸린 애마냥 심장이 쿵하고 주저앉았어.너무 놀라서. 내 손 잡은 손에 힘 꼭 주면서 눈도 안 뜬 상태로 '이 여자. 큰 일 날 사람이네. 남자 넥타이 함부로 끄르는거 아닙니다.' 이러고 천천히 눈뜨면서 이걸로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알아요? 하는데 윽. 심쿵. 음란마귀 가만히 좀 있어. 그리고 파이널 어택으로 장난스럽게 웃는데. 아. 난 몰라. 그날 넘어갔다. 하핳 내가 벙쪄있으니까 막 웃으면서 "언제 깼어요? 나 깨우지 왜 안깨웠어요. 배 안고파요? 난 고픈데" 이러면서 막 말을 하는 거야. 평소에 말 별로 많지도 않은 사람이. 나는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기억안난닼ㅋㅋㅋㅋㅋㄱ 내가 너무 곤히 자는데 집도 모르겠고 깨워도 안 일어나고 그래서 그냥 차 세워 놓을데 찾아서 들어온거였다고 역시 우리한텐 밥보다 잠이 더 필요했다고 그러는데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 하핳 민망하게. 그래서 우리 둘 다 웃다가 늦어서 더 좋은데 가려고했는데 아쉬워하면서 우동 먹으러 감! 나 년 또 신나가지고 오늘 같은 날 알콜이 없으면 서운하다고 알콜트래쉬주제에 딱 일병만 하자고 나대다가 눈을 떠보니 어 우리집에 언제 왔지? 차라리 내가 필름이 끊기는 편이면 괜찮은데 기억이 생생하게 다 나네? 너 팀장님!!내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알아아??부터 시작해서 우리 칭구해여. 칭구. 팅잠님도 왕따. 나도오 왕따 그롸니까 우리 칭구하면 되겠다!! 하면서 길거리를 뛰어다닌거랑 우리집까지 팀장님이 업어준 것까지 생각나서 진짜 미치겠는거야. 나 막 업혀서 우와아아 팀장님 짱좋다아아!!!남자다!!!최고다!!! 이러고 팀장님은 미치겠네. ㅇㅇ씨 지금 밥 많이 먹어서 무겁거든요. 좀 가만히좀 있어봐요. 이랬던 것도. 아 진짜 돌았나봐. 그리고 폰 확인하니까 문자 와있더라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 어디가서 마시지 맙시다. 왕따끼리 해장이나 하고싶지만 저는 월급의 노예라 출근은 해야해서. 다행히 반응 괜찮아요. 조금만 수정해서 이제 계속 진행하면 될 것같아요. ㅇㅇ씨 수고했어요. 그 문자가 왔다갔다 하면서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고 사실 바쁜 사람이라 텀이 좀 길긴한데 항상 씹히진 않더라고. 그 후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번은 출근하기로 했어. 사실은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좀 거짓말이다.ㅋㅋㅋㄱ 얼굴 도장도 찍고 팀 사람들이랑도 좀 친해지고 그 중에 박대리라고 있는데 전에도 그렇고 나 되게 많이 도와줬거든 원래 자기도 프리로 일하고 싶었는데 취직한거라 그런지 관심도 많고 동갑에다 취향도 나랑 되게 비슷하고 그러다 박대리님이 되게 팬인 작가님이 전에 나랑 작업한 적이 있어서 친분이 좀 있거든 근데 이번 전시회 티켓이 생겨서 엄청 좋아하겠다 하고 출근하자마자 내가 불렀어.예상했던 것처럼 엄청 좋아하더라. 휴게실에서 나 껴안고 방방 뛰면서 "아 역시 ㅇㅇ씨!!좋은 사람이야! 아, 진짜 사랑해요!" 막 이러는데 커피마시러 들어오던 팀장님이랑 눈 마주침. 윽. 그건 예상 못했지. 하하하.....엉엉 근데 쓱 보고 나가는데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 변명하는 것도 웃기고 가만히 있는 것도 좀 찝찝한거야. 그래서 하루종일 신경쓰였다. 회의할 때도 내 쪽은 잘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말 걸어서 얘기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그렇게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되가는데 문자가 띵동오더라고 그 때 못 먹은 비싼 저녁 오늘 먹는 걸로 하죠. 내가 뭐라 했겠어 당근 오케이지. 입에 살살 녹는 초밥으로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박대리랑은 언제부터 열렬한 사랑고백을 받는 사이가 된거죠' 하고 바로 돌직구를 날리는 민팀장 덕분에 나는 사레 걸렸잖아. 내가 계속 기침하니까 물따라서 건네주면서 "왜요. 뭐 찔려요?" 하는데 진짜 이 남자를 그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좀 진정되고 나서 내가 막 열심히 설명하니까 미간 찌푸리면서 듣다가 막 웃더라ㅋㅋㅋㅋ왜 웃는 지도 모르고 그냥 웃으니까 같이 웃었어. 그리고 나서 ㅇㅇ씨 나도 전시회 좋아해요. 이러는데 뭐야 이 남자 지금 나한테 끼부리는 거지? 싶은게 윽. 뭐 물 만난거지...! 난 사실 썸의 그 간질간질한 맛도 되게 좋아해서 별로 급하진 않았는데 민윤기씨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 밀당이고 뭐고 할 시간을 주지 않더랔ㅋㅋㅋㅋㄱㄱ 난 또 재능은 개뿔도 없으면서 의욕은 충만한 알콜트래쉬답게 여기왔으면 사케죠! 사케! 이러는데 "ㅇㅇ씨, 시켜줄테니까 이제 술이랑 사랑고백은 나랑 있을때만 합시다." 하면서 눈 똑마로 마주치는거야. 마치 포식자의 눈빛같았달까. 이걸 거절할수있는 여자는 아마 인간계에 존재하지 않을꺼야. 윽. 또 생각해도 심쿵이다. 엉엉. 그렇게 우리 연애는 시작됨. 나랑 연애하는 민팀장님은 막 말이 많고 애정표현잘하고 달달하고 살갑고 그렇지는 않은데 21세기에 이메일로 띵동하면 보낼 자료를 굳이 우리집앞까지 와서 전해준다던가 일 많은 날은 꼭 오늘은 이래서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준다던지. 가끔 뜬금없이 전화해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해서 나를 설레게 했어. 회사에선 어차피 계약 끝날 때까지 한달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까 말 나오는 것도 싫고 아닌척 하고 있었는데 내가 박대리랑 있는게 좀 거슬리기는 하는지 둘이 붙어있으면 괜히 디자인 트집잡아내 불러서 내가 팀장실 들어가서 "이렇게 권력남용해도 돼요?" 이러면서 놀렸어. 그럼 괜히 쓸데없는 소리하다가 내가 계속 놀리니까 "아, 나는 마음대로 얘기도 잘 못하는데 좀 남용해야겠어요. 그럴려고 죽어라 승진한 거 아니겠어요?" 이러는데 가만보면 좀 능구렁이 같닼ㅋㅋㅋㅋㅋㅋㅋㄱ 그렇게 일 잘마무리하고 공장에 넘기고 나서 나 계약도 끝나고 프로젝트 끝난 겸 나 송별회 겸사겸사로 다같이 회식했는데 맨날 건배사하고 원샷 후 바로 카드 주고 일번으로 집에가는 민윤기 팀장님이 그 날 처음으로 끝까지 남았다고 사람들이 다 신기해했다!ㅋㅋㅋㅋㅋㄱ물론 나때문이었지. 하핳! 난 뭔가 처음 이런 단체생활 소속감도 들고 몇몇 정든 사람들도 있고 일도 끝나니까 시원섭섭해서 그래 마셔요!!이렇게 돼가지고 주는 술 거절 안하고 마셨거든. 막판에 계속 이랬다 저랫다해서 우리 엿먹인 클라이언트 거하게 까면서, 다같이 삼차로 노래방가서 방방뛰고 박대리랑 듀엣부르고 커플댄스추고 그러다 사람들이랑 헤어지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우리 또 보자고 질척거리고ㅋㅋㅋㅋㅋㅋㅋㄱㅋ윽. 진상이야 진상. 정신차려보니 팀장님차 뒷자리에 내가 무릎베개하고 누워있는 거얔ㅋㅋㅋㅋㄱ누워서 보는데도 잘생겼어. 이 남자는.내가 콩깍지가 씌인건지. 근데 또 알콜이 들어가서 말이 필터링이 안되고 다 입밖으로 나오는 거야. 그래서 막 "팀장님. 왜케 잘생겼어여. 내가 밑에서 보는데에 아 나 보지마여. 이거 지금 미용실 머리감을때 각돈데. 나 짱 못생겨 보이겠다." 이러면서 벌떡 일어나 앉고 또 팀장님이 막 한숨쉬고 웃으니까 "어. 왜 한숨쉬어요? 웃지마여 설레니까.아 팀장님 짱 좋아" 이러면서 두 팔 벌려서 앵기니까 고개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또 받아준다.막 웃으면서 "아 진짜 내가 어쩌면 좋지. ㅇㅇ씨 어떻게 하려고 그래?" 이러는데 그냥 기분좋아서 가만히 있었어 목에 얼굴 파묻으면서 좋아여어 이러고 또 잠듬.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떴는데 막 내가 뭘 꽉 붙잡고 있는거야 깨보니까 내 방, 내 침댄데 팀장님 팔을 무슨 동앗줄마냥 꽉 껴안고 있는 거 있지. 깜짝 놀라서 떨어지니까 잠겨서 바닥긁는 목소리로 "깼어요?황금같은 주말이니까 우리 좀 만 더 자요.일어나면 혼날 생각하고있어요." 이러고 손목 잡아당겨서 품에 가두는데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면서도 숙취와 또 마감까지 잠 제대로 못자서 그런가 뜨끈뜨끈한 품에 안기니까 또 잠이 오더라. 내가 포켓몬이였으면 빼박 잠만보였다. 쨋든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뜨고나서야 깼는데 팀장님이 나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잘 잤어여? 팀장님. 왜 그렇게 쳐다봐요." "당신을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중이었어요. 그리고 왜 팀장님이야. 우리 이제 같이 일하는 사이도 아닌데. 계속 그렇게 팀장님이라고 할거야?" "음. 왜요. 팀장맞으면서." "지금 내 말 잘 듣는게 좋을텐데요. 어제 무슨 짓 했는지 생각하면." "아...음...그럼 뭐라고 불러요. 윤기씨?" "아니.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요. 내가 나이도 많은데." "윤기 오빠?" 아. 나 지금 실시간으로 민윤기오빠님 입꼬리 올라가는 거 목격했어. 귀엽게 또 표정관리한닼ㅋㅋㅋㅋㄱ "오빠는 흔하고. 음. 자기야아. 우리 자기이. 이런거??" 아. 이 남자 놀리는 재미가 있네 "달링. 이런 낯간지러운 거 좋아요? 우리 허니. 이런 취향이었구나아. 아이쿠. 내가 그걸 몰랐네." 내가 자꾸 깐족거리니까 가슴팍에 확 껴안아 버리면서 재밌어요? 아 내가 진짜 뭔 말을 못하겠다. 그래도 팀장님보다는 낫네. 이래서 그냥 막 웃었어. 그리고 나서 나 떼어놓고 양손 꼭 잡은 채로 어제 기억나요? 이러는데 눈 슬슬피하니까 나네. 나. 이러면서 한숨을 푹 쉬는 거야. "분명히 나랑 있을때만 술 마시기로 했죠." "어제 같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마신건데?" "말은 또 잘해요. 그래서 잘했어요? ㅇㅇ씨 누구꺼예요?" "내꺼" 쓰읍하고 혀차는 소리와 함께 미간을 찌푸린다.뭐야 ㅇㅇㅇ 2n살 먹고 교육받는 거야? 근데 왜 입꼬리가 내려가질않지? 누구꺼냐니 이 남자. 어른인 척은 혼자 다 하고 다니더니 이렇게 유치하게 굴면 나 진짜 안되는데 여기서 더 푹 빠지면. "다시, ㅇㅇ가 누구꺼야." "민윤기꺼" "근데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눈웃음치면서 스킨쉽하면 돼요, 안돼요?" "안돼요." "내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있는데 다른 남자랑 누가 사랑고백하래요." "아니, 그건 그냥 노래가사ㅈ..." "그래서 그렇게 막 부비부비하고 아주 신났던데. 참 자알한다. 우리 자기. 하고 내가 박수쳐줘야돼?" 그래요.내가 아주 죽을 죄를 지었네요. 소녀 감히 무슨 짓을.. 부디 눈에 힘 좀 풀어줘여. 녹아 버릴 것 같으니까. "아니요오." "난 내 여자 그러는 거 싫어요. 못봐요. 반대로. 생각해봐요. 잘못했죠?" 윽. 다른 여자랑 그런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싫다. 그러길래 왜 그렇게 마셨니. ㅇㅇ야.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자. 그제서야 꼭 잡았던 손을 놓아줬어. 그리고 다시 보니까 이 남자 옷도 못 갈아입고 불편한 정장입고 있더라 안 봐도 아마 내가 안떨어지겠다고 징징거렸겠지. 어제 나 때문에 진짜 고생했겠다 싶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막 그냥 이렇게 말하는 것까지 사랑스럽고 막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미안하고 또 행복해서 돌격! 하고 윤기오빠 목에 팔걸고 매달려서 볼에 뽀뽀를 퍼부었어. 핳 그랬더니 아 못당하겠다. ㅇㅇ씨 가만보면 여우야. 이러면서 그제서야 표정풀고 다시 웃었어. 그러다 고개 돌려서 입술을 들이대는 거야. 그래서 볼 꼭 잡고 쪽쪽쪽하고 나서 눈맞추니까 인상찌푸리더니 어?갑자기 천장이 눈앞에 있네? 음? 남자 입술이 왜 이렇게 말랑말랑해? 어휴. 나 씹어먹겠다. 숨막히니까 천천히 좀 하라고 어깨 두드려도 미동도 없고.윽. "가만히 좀 있어요. 나 어제 진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죠?" 아...나 이거 그만써야겠다.... 어머 팀장님..아니 윤기오빠... 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으...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어머ㅋㅋㅋㅋㄱ안녕하세여.무밉니닼ㅋㅋㅋㅋㅋㅋㅋ엔딩이 너무하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음.네 그렇습니다.저는 인스티즈글잡 수위를 준수하도록 노력했습니다.하핳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윽 처음에 구상할 때 불마크가 사라졌다는 걸 깜빡해서 하핳.내용과 설정이 초반에서 많이 바뀌었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핳! 민윤기 팀장님 그냥 듣기만해도 발리는 두 명사아닙니까!!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 이번에 텀이 좀 길었죠.원래는 호석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건 좀 분위기가 어두워서 ,문체라고 하긴 그런 글이지만, 어쨋든 이런 했어음슴체로 쓰기엔 좀 그렇기도 하고 좀 공들여 풀어내고 싶어서 쓰다보니까 너무 기존 시리즈랑 동떨어진 느낌인거예요.이해를 위해 앞부분 조금만 옮겨보자면
이제 왠지 아시겠죠.그리고 제 깃털같이 가벼운 필력이 더 적나라하게 나부끼는 것 같기도하고 하핳.이러다가 통일성도 없고 기존 취지에서도 벗어나는 것 같고 해서 그만뒀어여.너 누구꺼야 시리즈 다끝나고 나서 중단편으로 풀어낼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근데 가능...하..할까?ㅋㅋㅋㅋㅋㅋㅋ무미가 능력도 없으면서 지르는게 취밉니다.ㅎ핳.어쨋든 그렇게 방향틀어서 윤기로 바꾸고 나서 설정도 이것저것 바뀌느라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걸려서 돌아왔어요.저 기...기다리...린건 아니죠?하핳 (기다렸다고 해라는 눈빛을 보낸다) 어쨋든 오늘도 이렇게 또 만나서 반가워요!우리의 팍팍한 일상에 몇분동안은 기분좋게하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항상.귀여운 댓글 격한 댓글 응원해 주시는 댓글 다 너무 감사히 읽고있어요.거기 중독되서 제가 이렇게 몇시간씩 자판을 붙잡고 있답니다..!ㅆ....ㅅㄹㅎㅇ하핳 고마운 이름들 썰썰,두둠칫,봉봉,문취,황새,분망,@침침@,망개찜,숭아복,모찌,오빠미낭낭,꾸기,삐삐걸즈,몬생긴늉이,파란,윤기자몽,김석진,정꾹꾹이,낙엽,빅닉태,짱좋음,감귤리,라일락,서영,죄를 사해줘,너만볼래♡,방소,0428,玧其,또비또비,자몽해,내마음의전정쿠키 기분좋게 오래 봅시다아!♡ 댓글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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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 나는 밑빠진 독이었다.정치인과 무명여배우의 불륜스캔들의 결과물인 나는 어려서부터 어디서든 부정되었다.내 엄마라는 작자에게 본인의 유일한 무기였던 젊음과 아름다움을 앗아간 나는 항상 원망의 대상이자 견딜수 없는 추악함의 증거였지만 내가 유일한 돈줄이었으므로 나를 놓아주지도 않았고 가끔은 내가 떠나갈까 사랑을 연기했다.그런 내가 사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리가 없다. 어린 나는 언제나 목이 말랐다.쥐톨만한 애정에도 목매어 했다.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이라면 뭐든 지키는 모범생이었으며 친절한 웃음을 위해 내가 가진 무얼이라도 내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핏줄이 맞긴 맞는 것인지 해를 거듭할수록 나는 미인이었던 엄마의 모습을 빼 닮아갔고 그 탓에 내게 호감을 느껴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새 내 곁엔 사람으로 둘러 쌓여있었지만 모두들 내게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었다.그런 애정은 소금물 같아서 마시면 마실 수록 나를 목마르게 했다.분명 내 배는 꽉 차서 생목이 오르는데 나는 목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발버둥쳤다.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실은 더 선명해졌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 찌르도록 놔둔 바늘에 뒤덮여 어느새 날선 고슴도치가 되어 있었다. 머리가 큰 나는 내 부모의 삶이 얼마나 추악한 것이었는가도 잘 알게되었다.그 무렵 고등학생인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 매달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조금이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중심을 잃으면 가차 없이 떨어지고 말 그런 곳에서 바람을 느끼며 손끝까지 저릿하게 하는 쾌감에 중독되었다.내게 내 삶은 딱 그 정도의 값어치였다.그 찰나의 스릴과 견줄 수 있는. 정호석을 처음 만난 건 방과후 옥상에서였다.보통 옥상은 잠겨져있지만 나에게는 학기초 임시 반장신분으로 심부름을 받았을때 잃어버린 척 한 열쇠가 있었다.나는 평소처럼 장애물 하나 없는 옥상지붕으로 기어내려가서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있었다.양팔에 내 체중을 모두 의지한채 흔들리는 교복치마 밑으로 뻗은 허연 다리와 빨간 운동화를 달랑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강한 힘이 내 가방을 잡아채 나는 옥상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지만 내 밑에 깔린 뜨근뜨근한 무언가에 의해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기분을 확 잡친 나는 인상을 쓰며 뭐하는 짓인지 따지려고 했다.그치만 정호석이 한발 빨랐다.내게 절박한 얼굴을 하고 소리치던 모습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을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