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VS 소아과 :: 05
By. 아리아
권교수 시점
1이 사라진지 오래인 카톡 창을 띄워놓은지도 몇 분째, 이젠 통화 창이다.
'김ㅇㅇ 밥 한끼도 못 먹은 것 같던데.'
우연히 지나가다 들은 그녀의 동료의 말 한마디에 몇 시간째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해 생각에 잠기기도 잠시. 어느새 내 손은 통화버튼을 향하고 있었다.
어쩌겠는가. 걱정 되는 걸.
"상했을 것 같은데."
"..아, 냉장고에 넣어놔서 괜찮을텐데요."
"아, 그래요?"
"네."
밥 한번 같이 먹자고 말 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아 상했을 것 같다는 말을 던졌다. 그러나, 바로 받아쳐버리는그녀에 소리없이 아무 죄 없는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상했을 것 같은데가 뭐냐, 권순영. 어?
"어차피 회의도 해야 되니까 밥부터 먹고 하죠. 김교수 배고프면 집중 못 하는 것 같던데."
그냥 같이 밥 먹고싶다, 자세히 말하자면 밥 못 먹은 그쪽이 신경 쓰인다. 이 두 마디면 될 걸.
"옷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여나 그 답이 거절일까 하는 두려움에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렸다. 벙찐 김교수의 표정이 휴대폰 건너편으로 그려지는 듯 해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집어 넣으며 옷장 앞으로 향했다.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각 잡힌 셔츠로 가는 손길을 잠시 제재하곤, 구석에서 조용히 식어가던 하얀 니트를 꺼내 들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완 달리 조금 헐렁한 듯한 느낌에 괜히 입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옷장을 열었지만 흘깃 확인한 손목시계에 허겁지겁 1층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이는 그녀의 실루엣에 나도 모르게 비집고 나오는 미소는 주체 되지 않았다. 흔히 커플룩이라고 하나, 꽤나 아니 거의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선 발장난을 치고 있는 그녀가 예뻐보였다. 당장 뛰어가서 안아주고 싶을 만큼.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 내일이 수술인데 회의 아직 덜 끝났잖아요."
"뭐 먹을지도 안 정해놓고 막 갑니까?"
필터링이 되지 않고선 툭 튀어나온 내 말을 듣자마자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비죽이는 그녀였다. 아, 어떡하지. 귀여워서 미치겠다.
붉어진 귀를 한 채로 앞장 서 걷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걷자니 어디 나사 하나가 빠져버려 확 안아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겨우 정신줄을 잡곤 급히 발을 옮겨 그녀의 옆으로 향했다. 쪼끄만게 발은 빨라요.
"안 드세요?"
"먹고 있습니다."
"하나도 안 줄었는데요?"
붉그스름한 볼에 음식을 가득 넣어 햄스터처럼 보이는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겨 제 음식은 제대로 손을 대지도 못했다. 그건 또 언제 본건지 동그란 눈을 하곤 내 눈치를 살살 보는 그녀에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나도 안 줄었어요?"
"네."
"그래서 걱정했어요?"
"네."
"네?"
"아니요! 제가 언제 걱정을 했다고!"
"그럼 뭡니까?"
"ㅇ, 음식 아까워서요."
아무래도 소아과 교수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어린 아이 같다. 어줍잖은 내 말장난에 놀아나 전보다 더욱 동그래진 눈이 날 향하자 그제야 요즘 날 괴롭히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푹 빠졌나보다. 김교수, 아니 김ㅇㅇ에게.
***
김교수 시점
어떻게 수술이 끝났는지도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가 저지른 실수를 권교수가 능숙하게 대처했고 그 뒤론 뭐, 맞춰보았던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던 것 같다. 수술실을 나오자마자 고생하셨다며 축하해주는 동료들, 후배들을 뒤로 한 채 교수실로 향했다.
'괜찮아요. 긴장 풀어,ㅇㅇ야.'
미쳤다.
긴장도 다 풀리고, 조용한 곳에 혼자 있으니 자꾸만 떠오르는 수술실에서의 다정했던 권교수였다. 책이라도 보면 조금 나아질까 해 손에 집히는 책을 피자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삽화에서 권교수의 얼굴이 뿅. 놀라 그 두꺼운 책을 확 덮어버리곤 테이블 쪽으로 눈을 돌리자 제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보다 저를 발견하곤 씩 웃는 권교수가 뿅.
아무래도, 단단히 반했나보다.
"교수님, 오늘 신경외과랑 회식 있대요."
"아, 그ㄹ-, 뭐? 회식?"
"찬아, 나 오늘 할머니 제사라ㄱ,"
"교수님 저번 회식 때도 그 핑계 대셨어요."
"......"
"원장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권교수님이랑 김교수님은 꼭 참석 하시라고 하셨다는데요?"
아, 망했다.
58초, 59초, 8시, 땡-
오지 않았으면 했을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큰 수술을 했다며 제 앞으로 예약 되어 있던 환자들을 자기가 데려가겠다며, 쉬고 있다가 나오라는 교수님들의 쓸데 없는 배려에 그 동안의 머릿 속은 둥둥 떠다니는 권교수로 가득했다.
그 결과, 어느 새 제 손엔 화장품들이 가득했고 달구어져 있던 고데기 또한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거울 속의 봐줄만 하게 꾸며진 저를 가만히 응시하다 또다시 뿅하며 나타나는 권교수의 얼굴에 고개를 내저으며 공지된 회식 장소로 향했다.
"권교수, 김교수 둘 다 너무 수고했어요."
"당분간 오후 진료 스케줄 다 비워둘테니 푹 쉬시고, 자 건배합시다."
원장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회식, 그러니까 술판이 시작됐다.
***
혹시 알쓰라고 아나. 그 단어는 감히 저를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치부할 수 있다. 소주 3잔에도 잔뜩 취해 주정을 부리는데 교수님들이 주시는 잔을 거부할 수 없어 계속 마시다 보니 족히 한병은 넘게 마신 것 같다.
충분히 붉어진 볼과 함께 밀려오는 알딸딸한 기분에 바보처럼 삐져 나오는 웃음을 실실 흘리며 어느새 또 채워져있는 잔을 들어 털어넣으려던 순간, 제 잔을 뺏어가는 손길에 울상을 지으며 큼직한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뭘 봅니까."
"치, 그거 제건데 왜 마셔요오-"
"..김교수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아니, 하나-도 안 취했는데요!"
맞은 편에 턱을 괴고 앉아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그 날 제 기억의 마지막이다.
권교수 시점.
미치겠다. 평소 저만 보면 잔뜩 날을 세우던 김교수는 어디로 가고, 잔뜩 풀린 눈으로 말꼬리를 늘리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는지.
"왜 제 잔 뺏어가고 그래요.."
"그거, 내 건데에."
"김교수 많이 마셨잖습니다. 내일 속 쓰려요."
"아이, 괜찮습니다-"
내 말투를 따라하며 병나발을 불려는 그녀에 놀라 급히 옆자리로 옮겨 간신히 제지해 병을 떼어놓고 보니 둘의 간격도, 자세도 무언가 이상했다. 김교수의 작은 손에서 병을 떼어내 멀리 하려는 나와 병을 잡으려 자꾸만 가까이 붙어오는 김교수에 제게 안긴 꼴이 되어있는게 아닌가.
"김교수ㄴ, 잠시ㅁ,:"
"권교수님."
예민한 부분인 귓가에 뜨거운 바람이 닫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칠 뻔했다. 좀 떨어지는게 나을텐데요, 김교수님.
"아까,"
"..네."
"수술실에서 왜 화 안 냈어요?"
"......"
"어엄청 큰 실수 였는데, 막 괜찮다 그러고 이름 불러주고-"
"아, 저 이름 불러주는 거 짱 좋아하는데!"
어디서 배워온 말투인지 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짱 좋아한다는 해맑은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잠시나마 불순한 생각을 했던 나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짱 좋아해요?"
"네에-, 완전."
"ㅇㅇ씨, ㅇㅇ야?"
"히-, 막 그렇게 부르지 마요오."
"응? 왜요."
"요기가 막, 음, 그ㄹ-"
가슴 부근을 콕콕 찌르다 말을 맺지 못한 채 제 품 속으로 풀석 엎어져버렸다. 품에 안겨 아이처럼 웅얼대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아까 전 저를 향해 예쁘게 웃어보이며 애교를 부려오는 그녀의 모습이 겹쳐보여 바보처럼 실실 웃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뺏었던 김교수의 잔을 제 입으로 털어넣곤 자꾸만 제 품을 파고드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른 남자 앞에서까지 이러면 나 조금 질투날 것 같습니다, 김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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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권교수님 질투하신다네여~~~~~왜 늦게 왔냐고 물어보신다면..작가는 할 말이 없어요 쥬륵 잠깐 현타가 왔었어서 글도 안 써지고ㅠㅠ사실 저 지금 4일 동안 3시간 밖에 못 자서 제정신이 아니에요...아니 이 얘기를 왜 하고 있는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이제 노트북 다시 샀으니 시험 기간 전까진 자주 올게요♥ 그리구 저 요즘 독방에서 글잡 추천에 제 글 있는 거 보면 엄마미소 지으면서 캡쳐한답니다호호호홍 부족한 글 너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암호닉은 이번화에서까지만 받고 당분간은 받지 않겠습니당 정리하고 있는데 많아서 힘들어요..또르르 녀러분 원래 썸탈때가 제일 달달한거 아시죠? 얘네 연애 시작하면...ㅎ..네..앞으로를 기다려주세요!!!!어디 가지마시구!!! 그럼 이만 작가는 삼각함수를 풀러...(총총)
그리고 플디 공식색 지정 좀 빨리(이마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