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뒤에서 걸을 널 생각하니 지금 걷는 내 모습이 이상하진 않을까. 교복은 잘 정리가 되어있나. 치마는 돌아가지는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너를 내 앞으로 보내기 위해 걷는 속도를 낮췄다. 너와 내 사이는 두, 세걸음 밖에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너는 얼마 가지 않아 내 앞에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내가 너의 뒤에서 걷게 되었다. 가로등 밑. 핸드폰 액정으로 발갛던 눈을 들여다 보았다. 혹여나 눈이 퉁퉁 부었을까봐 가슴을 졸였지만 다행이 붙지는 않았고, 눈물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쌍커풀이 진해져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내 주변에서 멀어져 가면서 액정 속 내 모습도 어둠속에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을 내리고 땅을 보니 거기에는 네 신발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건 조금 진한 베이지색 패딩이었다. 네가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볼 때 마다 너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했다. 이렇게 너를 좇은지 어느덧 육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너를 보았을 때는 왜인지 네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친구들이 너를 언급할때 마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을 들킨건가 싶어서 무섭기도 하고, 네가 여러 사람의 눈을 끄는 아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게 다가가기가 더욱 겁이난건지도 모르겠다. 네 모습을 보며 네 생각을 한다. 멍- 하니 너의 동그란 뒤통수를 보다가 손을 뻗어 네 패딩의 끝자락을 잡았다. 앞서가던 네가 고개를 뒤로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너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네 소매를 잡고서 잠시 네 얼굴을 보다가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여름부터 겨울인 지금까지 속에 담아왔던 말을 꺼냈다.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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