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바론 "예쁘다,내 사람." 아무렇지 않게 자리로 돌아가 감정을 잡더니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된 정국이는 정말 여전했다.정말 두사람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을 주는 연기를 하는 사람.작년 보다 훨씬 그 경계가 뚜렷해졌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져 올만큼 정국이의 연기가 늘어 있었다. "고생했어." "우리가 했던 촬영은 촬영도 아니였네." "그래도 앞으로는 계속 같이 촬영하는거잖아,난 너무 좋은데." "그건 나두 좋지요,정국씨." "뭐야,생전 보여준 적 없는 그 말투는?" "...연기쌤한테 배웠어." "그 머리로 그러니까 너무 귀엽잖아!" "아,뭐야-!" "히-.내일 포스터 촬영 있다니까 팩 붙이고 푹 자 오늘은." "알겠습니다-!" "내일 보자,감기 조심하고." "너도." "아,가기 싫다." 우리는 정신 없이 야외 촬영을 마치고 잠시 현장 정리를 위해 대기를 하는 동안 비상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정국이는 그 잠시간의 시간을 자꾸만 붙잡고 놓아 주려 하지 않았고 나는 혹여나 우리를 찾을까,누군가 들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했다. "얼른 가.언제까지 여기 있으려고." "한번만 안아 주면 안 돼?" "어허,얼른 가." "싫어." "전정국!" "내일 보자,미리 잘자." 정국이는 결국 재촉하는 나의 말을 모두 무시하고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포옹을 하곤 부리나케 문을 열고 도망치듯 뛰쳐 나갔다.나는 또 그런 정국이 귀엽다고 한마디 하려다가도 웃어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국이의 잘자란 말 덕분인지 오랜만에 밤새 뒤척임 한번 없이 잠을 청했고 날이 밝아 왔다.이른 아침부터 포스터 촬영을 위해 바로 촬영장으로 향했다. "왔어?" "뭐야,왜 벌써 와 있어!" "왜 그래?" "나 생얼이란 말이야." "나도 생얼인데?" "...너 언제 끝나,메이크업?" "나도 방금 왔는데." "하-." 충분히 일찍 준비해서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정국이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고 나는 그런 정국이를 차마 생얼로 마주할 수 없었다.나는 정국이 가까이도 가지 못한채 모자를 더 깊이 눌러 쓰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멀찍이서 대화를 나누었다. "너 옛날에 화장 안하고 다녔잖아.그 때는 아무렇지 않아하더니." "화장을 안한다는게 아예 안하는게 아니라..." "정국아,여자가 화장을 안한다는 말은 아예 안한다는 말이 아니야." 보다 못한 정국이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던 언니가 입을 열더니 정국이에게 한마디를 했고 정국이는 그래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멀뚱 멀뚱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럼 무슨 말인데요?" "그 때도 나 눈썹은 그렸고 입술도 발랐었단 말이야." "아,그럼 지금은 아니야?" "나 눈썹 없단 말이야..." "정국아,눈썹 그릴게-." 언니는 급히 정국이의 눈썹을 다듬어 그리기 시작했고 정국이는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나는 그 틈을 타 옆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일부러 자는 척을 해준건지 정말 잠에 든건지 정국이는 메이크업과 헤어를 만지는 동안 잠시 잠을 청했기에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정국아,카메라 봐야지!" "아,네!" "자,하나 둘!" 포스터 촬영 내내 정국이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카메라로 향했던 시선도 어느새 나를 향해 있었고 나는 일부러 장난치듯 손으로 정국이 고개를 돌리기도 했고 사진사 또한 정국이에게 여러번 카메라를 보라며 말을 하기도 했다.그럼에도 정국이의 시선은 자꾸만 내게로 돌아와 있었다. "왜 자꾸 촬영 내내 보라는 카메라는 안보고 나만 보고 있어." "너무 이뻐서." "평소엔 안이뻤고?" "이뻤는데 더 이뻐져버렸잖아." "그래도-!"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데 어떡해." "좀!" "내가 뭐-." 교복 촬영을 마치고 의상을 갈아 입으며 쉬어가는 시간 동안 우리 둘은 대기실에서 얘기를 나누었다.촬영장에선 정국이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생각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첫 사진 촬영임에도 편히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얼른 옷이나 갈아 입어,나 나갈게." "응-." "...전정국." "......"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나 너랑 얘기 안할거야." "...알았어,미안해." "이씨." "...안나갈거야?나 옷 벗는다." "나갈거야!" 정국이는 그 새를 못참고 이만 나가 보겠다는 나의 볼에 쪽 입을 맞추어 왔고 하고 나서 내 표정을 보곤 금방 꼬리를 내리곤 풀이 죽었다.속으로는 귀여워서 나도 천번만번 해주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자꾸만 이렇게 가만 두다가는 자연스러워질까 걱정이 되어 그러지 말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이러다 들키는건 시간 문제일테니. 옷을 갈아 입고 이어진 촬영에 나는 평소와 달리 어제,오늘 연달아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하다 보니 슬슬 피곤해져 왔고 사진가님 또한 눈치를 챘는지 촬영을 마무리 지어 주셨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두사람은 대기실에서 메이킹 영상 마무리 멘트 촬영해야 되니까 대기실로 이동할게요!" 나는 생각치도 못한 영상 촬영에 입에서 절로 좀비 소리가 나왔고 정국이는 어깨를 토닥여주며 나의 지친 몸을 이끌어 주며 대기실로 향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네,오케이!" "감사합니다,다음에 봬요." "네,잘가요~" 정국이는 준비한 것 마냥 멘트를 술술 뱉어냈고 나는 옆에서 정국이의 말꼬리만 되풀이하고 맞장구만 쳤다.그렇게 정국이 덕에 한번에 메이킹 촬영을 끝냈고 나는 빠르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 몸을 일으켰고 정국이는 앉은 채로 뒤에서 나의 손을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왜-,나 얼른 갈거야." "힘들어보여서." "이틀 연속 촬영이니까." "기력 보충 해주게." "삼계탕이라도 사주게?" "그것도 천번만번 해주고 싶지만 못해주니까 다음으로 패스." "그럼 뭐." "자-!" 정국이는 안기라는 듯이 나에게 양팔을 최대한으로 벌려 보였다.나는 그런 정국이를 앞에 두고 있자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해,자-!" "안기라고?" "말해 뭐해,이게 최고지." "그럼 오늘 한번만 안겨 보겠습니다!오늘 이후로 당분간은 안 돼." "어허,말이 많다!얼른-." "성격은 또 왜 이렇게 급해서." 나는 다른 생각,고민,걱정을 그 순간만은 모두 내려 놓고 한참을 푹 안고 있었던 것 같다.정국이는 내 어깨 맡에 얼굴을 한참 묻고 있더니 이 느낌이 참 그리웠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몇일 간 이어진 촬영 후,드라마 첫방송이 코 앞으로 다가 왔고 나는 내가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은 존재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럼 이제 기자님들 질문 받겠습니다." "감독님과 전정국씨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전정국씨의 첫 연기임에도 주연 자리를 내어 준 계기가 있으신지요.전정국씨는 그러한 주연 자리에 무게감을 느끼시지 않으셨나요." 사진 촬영과 간단한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다가 왔다.지금까지는 버틸만 했지만 질문 시간이 다가 오자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였다.어느 정도의 예상 질문을 생각하고 답변을 준비하긴 했지만 어떠한 질문을 던질지 모르기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 왔다. 그 와중에도 정국이는 한치의 떨림 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감탄을 했다. "다음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전정국씨가 지난 쇼케이스에서 언급한 뒤 화제가 되었는데요.예능에서 전정국씨가 단순한 친구 사이라고 관계를 밝혔었는데 화제의 중심인 본인의 입장은 어떠하신가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예상을 할 필요 조차 느끼지 못했던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머리는 그대로 멈추어 버렸고 본능적으로 시선이 정국이에게로 향하고 말았다.나와 눈이 마주친 정국이는 여태 단 한번도 흔들린 적 없는 표정에서 흔들림이 느껴졌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나를 보곤 자신이 마이크를 들었다.그 찰나의 정국이의 표정은 처음으로 정국이가 내게 등을 보였던,그 때 단 한번 보았던 그 날의 표정이였다.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닌 부모님 다음으로 소중할 만큼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밝혔습니다.기자님." ------------------------------------------------------ 주말 중은 맞지만 오늘도 어김 없이 제가 올리려던 시간 보다는 지각해버렸네요 그래도 계속해서 글잡담에만 나던 오류가 수정 되어 다행입니다 팬미팅에 다녀오신 분들도 시위에 다녀오신 분들도 모두 안전히 참여하시고 건강히 돌아오셨나요? 날이 많이 추웠는데 감기 안걸리셨길! 빠르면 오늘 오후 중에,늦으면 다음주에 들고 오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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