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정석 :: 02
By. 아리아
새하얀 노트북을 열어 전원 버튼을 누르곤 의자에 푹 기대버렸다.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카라멜 마끼아또가 노트북 옆을 지키고 있었고 제 시선은 자연스레 그 쪽을 향했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도중 로딩을 알리는 맑은 소리에 미완성인 대본 파일을 열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어디서 들어오는 것인진 알 수 없지만 제 손 끝을 감싸오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 눈."
무심코 바라본 창 밖이었다. 새하얀 눈이 세상을 덮어왔고 제 머릿 속은 이석민으로 덮어져갔다.
7년전,
"어, 눈 온다."
"응? 아,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과제 때문이었나.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늑한 카페에 단 둘 뿐이었던 것은 기억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카페와는 이질적인 키보드 소리가 눈을 발견한 그의 말에 의해 멈추어졌다.
비와 섞인 기분 나쁜 눈이 아닌 방울방울 새하얀 눈이 창 밖을 감싸고 있었다.
"누가 눈 올 때 우산을 쓰냐."
"감기 걸릴 수 도 있잖아."
"나한테 옮기면 되지."
"..뭐래."
능글맞은 그의 목소리에 제 얼굴은 붉어져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저에 맞은편에 앉아 웃어보이는 그가 밉지 않아보였던걸 보니 아마 그때의 우리는, 썸이란 단어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서로의 말 한 마디면 확 뒤바뀌어버릴 사이, 그 평행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던 우리였다.
"눈 오는 날엔 맥준데,"
"..치맥 콜?"
"콜."
올 해 첫눈에 살짝 들떠 있던 마음은 둘 다 같았는지 슬쩍 맥주 이야기를 꺼내자 노트북을 닫으며 기지개를 펴는 그였다. 미소를 머금은 채 그의 뒤를 따라 노트북을 닫았다.
**
"많이 마시진 마. 너 술버릇 감당 안된다."
"내 술버릇이 뭐 어때서."
"몰라서 물어?"
장난스레 꾸짖는 듯한 표정을 지은 그에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제 술버릇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한잔, 두잔. 어느새 테이블 위는 꽤 많은 갈색병이 자리를 차지하고있었다. 알딸딸한 기분과 열이 올라 따뜻해진 몸에 나른한 기운이 저를 맴돌았다.
"근데 여기 사람 되게 많다."
"그러게."
"..어, 다 마셨네. 이모 여기 카스 한병이,"
"ㅇ,왜. 더 안 마셔?"
알 수 없는 어색함에 애꿎은 빈병을 딸랑이며 이모를 부르던 찰나였다. 제 팔을 잡아내리고선 눈을 맞추는 그에 시끌벅적하던 호프집이 우릴 제외하곤 흑백으로 변한 듯 했다. 한참을 말없이 서로의 눈에 서로를 담기만 했다.
"술 들어가서 그런가,"
"..."
"왜 이렇게 예뻐보이지."
술 때문인지, 콩닥대는 가슴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 없이 제 볼은 붉어져갔다.
"..나 못생겼는데."
"예뻐."
아이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였다.
"나 살도 엄청 쪘어."
"잘 먹으니까 보기 좋은데."
"그게 좋아?"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하는 그에 피식하며 바람빠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술에 취해 하는 주정이라고 단정지으며 제 잔을 비워내려던 순간이었다.
"그냥 너라서 좋아."
"..."
"좋아해 김ㅇㅇ."
결국 제 잔은 끝내 비워지지 못했다.
첫눈이 오던 날, 우리의 시작은 새하얀 눈처럼 순수했다. 비록 취중진담이었지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맞이 할 수 있었다.
***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대본은 어느새 한 회 분량을 꽉 채워나가고있었다. 검토랍시고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제 머릿속 깊은 부분을 덮어오는 그의 생각에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내가 왜 이걸로 쓴다고 했지, 미쳤어.."
"미쳤어, 김ㅇㅇ.."
머리를 쿵쿵 박아댔다. 아프기만 아플 뿐 제 머릿속을 더욱 헤집어놓는 그의 생각이었다.
"뭐하냐."
"뭐야, 언제왔어."
"방금, 이모가 너 김치 가져다달라셔서."
"놓고 가. 바쁘잖아."
"너가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갑니까-"
언제 온건지 너스레를 떨어오며 제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승철이었다. 밀어낼 힘조차 없는 탓에 그저 덮고 있던 이불을 나눠줄 뿐이었다.
"..."
"뭐가 문젠데."
이걸 말해야되나 말아야되나, 두 생각이 대립을 이루었다.
"이석민?"
"..뭐야, 너 이제 독심술도 하냐?
"대본에 딱 나와 있구만."
그 짧은 시간에 대본은 언제 훑은건지 노트북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승철에 급히 노트북을 닫았다.
"김ㅇㅇ, 나 뭐하나만 물어보자."
"묻지마."
"너 걔한테 아직 미련있어?"
들리지 않았으면 했던 말이 결국 들리고 말았다. 미련, 오늘따라 유독 그 단어가 제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난, 결국 그 말에 답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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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오랜만인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야 어떡해..아주 나이스..죄송해요 방금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보셨습니다 껄껄
저 진짜 자주오고 싶은데ㅠㅠㅠㅠㅠㅠ저 왜 예비 고3ㅠㅠㅠㅠㅠ학원이랑 과외에 묶여 살아요..쥬륵...집오면 새벽 1~2시..시간 나는대로 글 업로드 할테니 기다려주세용!!!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