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마지막 이야기 바론 "그래,전정국 목소리." 나는 갑작스런 남자의 목소리에 테이블에 박고 있던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헝클어져 얼굴을 가린 나의 머리칼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남성의 모습.설마 진짜 전정국일까,내가 단단히 취한게 분명하다. "선생님,저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요.저는 헛것에 환청까지 들리는게 아무래도 얼른 집에-" 술에 과하게 취했는지 나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운 선생님을 찾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켰다.순간 몸이 약간 휘청했고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헛것 아니고 진짜." "...뭐야." "헛것도 아니고 환청도 아니고 진짜 나." "......." "보고싶었어." "하." "미안해." "정국씨가 뭐가 미안합니까-,잘못은 내가 다 했는데.선생님 오시네,인사 좀 드리고 가.그동안 너 연락 한번 안왔다고 많이 속상해하셨다." "정국아-!" "그럼 나 갈게,끅." "혼자 어딜," "우리 정국이-!" "쌤,안녕히계십시오!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니,잠깐만-" 나는 정국이를 뒤로 하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차디 찬 벽에 기대어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길 기다렸고 몽롱한 정신인 와중에도 그 동안의 생각들이 빠르게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그 동안 혼자 전정국을 그리워하던 순간,순간의 기억들. 떠올려 봤자 괜히 나만 서러워지고 속상하지.나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 말고 비상계단으로 걸음을 옮겼고 계단에 앉아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지는 맨날 기다려 달라구 그래놓고 내가 한번 그랬다고 어떻게 이래!" 계단 벽에 고개를 기댄 채 혼잣말을 늘어 놓았다.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 그저 훌쩍 거리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전정국...?" 큰소리로 울려 대는 전화를 손에 쥐고 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비상계단의 출입구가 거칠게 열렸고 열리는 문 사이로 서서히 전정국이 보이자 나는 자동적으로 얼굴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 내었다. "...여기서 뭐해." "무슨 상관." "집에 간다며." "갈거야!" 나는 괜히 짜증을 부리며 몸을 일으켰고 힐을 신고 한참을 무릎을 가슴 가까이 당긴채 앉아 있었더니 다리에 쥐가 났는지 나는 내딛은 발을 삐끗하며 또 다시 한번 더 휘청했다.문 앞에 서있던 전정국은 눈깜짝 할 사이 기울어가던 나의 몸을 붙잡아 주었고 나의 발목을 살피었다. "아-!" "안되겠다,업혀." "나 갈 수 있어." "업혀." 전정국은 갑자기 패딩을 벗곤 안에 입은 후드티를 벗어 나의 허리에 묶더니 다시 패딩을 걸쳤다.그리곤 나의 다친 발의 구두를 벗겨 들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업혀야 했다. "그러게 이 날씨에 치마에 구두까지 신었어.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내 맘이야.그리고 꼭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여자가 치마 입고 구두 신는 줄 알아?" "미안해." "그 놈의 미안해,미안해.너는 뭐가 그렇게 미안한게 많아.그렇게 매일 미안하다고하면 미안하다는 말이 가벼워지잖아." "아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한거야,무겁게." "...뭐가 미안한데."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거." "......" "사실 이것도 너랑 약속한거 깨고 이렇게 온거야.나 그때 신인상도 하나 못탔고 그 후로 음악 방송 1위도 한번도 못했어." "잘났다." "그러다가 멤버들 문제 생겨서 하나 둘 구설수 오르내리다가 팀 공중 분해 되고." "알아." "꼭 상 타서 멋지게 연락하고 싶었는데.그래도 연말 영화제에서 남자연기자 신인상 받았는데,이거라도 인정해줄래?" "...지랄." 전정국이 갑자기 잘 걷다 말고 한쪽에 위치한 벤치에 나를 내려 놓았다. "잠깐만 있어봐.파스 좀 사올게." "집에 가서 뿌리면 되거든." "있어 봐." 전정국은 갑자기 추위에 꽁꽁 언 두 손을 덥썩 잡았다.여전히 따뜻하고 큰 손.그동안 나의 손은 그대로인데 왜 네 손은 더 크고 따뜻해진 것만 같을까.나는 갑작스런 스킨쉽에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고 벤치에 앉은 내 앞에 다리를 굽히고 앉아 나의 두 눈을 바라 보고 있는 전정국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업고 오는 내내 자꾸 니 손이 닿는데 너무 차가워서 얼굴 어는 줄 알았잖아." "파스 사올거면 얼른 다녀 와!" 손을 붙잡고 있는 전정국을 보며 설렜던 내가 민망해져 괜히 짜증을 냈고 전정국은 내 반응에 재밌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짜증나.나도 전정국도 이 추운 날씨도,모두 다. 전정국은 곧 파스를 사들고 와서 내 발목에 뿌려 주었고 자신의 주머니에 쏙 넣더니 다시 내 앞에 등을 보이며 업히라고 양팔을 뒤로 파닥거렸다. "나 그냥 택시 불러줘." "집이 코 앞인데 왜." "너한테는 20분도 더 걸리는 거리가 코 앞이야?" "어,코 앞이야." "그럼 혼자 잘 걸어 와." "좀 업혀 줘라.나 이렇게 걸어 다니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란 말이야,좀 걷고 싶다." 전정국은 나의 두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두르더니 날 업곤 일어섰다.나는 내려 달라며 아둥바둥 거리다가도 정작 일어서자 전정국의 큰 키 탓에 무서워 다시 꼼짝 없이 등에 내가 찰싹 같이 매달렸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연극도 하고 애들도 가르치면서." "어디서 연극하는데?" "강남에서,작게." "애들은 연기 학원에서 가르치는거야?" "아니,선생님이 중학교로 옮기시면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연극반 운영하시면서 나 초빙교사로 불러 주셔서." "아직 연기 해서 다행이다." 전정국의 목에 손을 감고 등에 얼굴을 기대어 귀를 붙이고 있으니 그 아이가 한마디,한마디를 내 뱉을 때 마다 손으로는 살짝식 목의 움직임이 느껴져왔으며 등에선 목소리의 울림이 들려 왔다.동시에 등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말을 할 때면 손 끝을 스치는 입김에 따뜻했다. "넌 어땠어." "나?" "방송으로 볼 때는 어떤 그 나잇 대의 남자 연기자 보다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나더라,너무 혼자 잘 지내니까." "...잘 지낸 건가." 전정국의 대답이 애매하자 나는 놀래서 등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어 그 아이의 어깨 위로 턱을 얹었다. "뭐,잘 지낸거냐고?" "그냥 잘 지낸게 맞나 싶어서." "그게 잘 못 지낸거면 나는 진작에 몇번이고 죽었다,이 복에 겨운 자식아!" "좀 가만히 있어,힘들다!" 전정국은 내가 몸을 움직이자 힘들다며 뒤로 고개를 틀었고 어깨에 얼굴을 얹고 있던 나의 얼굴과 곧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나쁜 놈." 금방이라도 닿을 듯하여 나는 급히 다시 등에 얼굴을 묻었고 왠지 어색해져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나는 그렇게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어둡고 추운 새벽 거리를 함께 체온을 느끼며 한발 한발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좋았던 것 같다.걸을 수록 따뜻해지는 전정국의 몸에 나는 스르륵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보니 나는 침대 위에 뉘어져 있었다. "...꿈인가.아,머리 아파." 나는 깨질듯한 두통과 말라 오는 목에 눈도 채 못 뜨곤 몸을 일으켜 침대 위를 벗어 나려하자 나의 한쪽 손에서 무거움이 느껴져 왔다. "뭐야..." "..어,일어났어?" 동생인가 싶어 손을 빼려하자 더 강하게 잡아 오는 손에 나는 한쪽 손으로 눈을 비볐고 그 순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 오자 나는 깜짝 놀라 힘겹게 눈을 떠 보았다. "...나 약속 지켰다." "내가 왜 여기에," "약속했었잖아.연기를 못하게 되는 한이 있더래도...네 손 놓지 않겠다고." "...언제?" "노래방에서." 전정국은 나의 손을 붙잡은 채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었고 나와 같이 눈을 비비더니 고개를 들어 보였다. 하-진짜 전정국이네. "앞으로도 절대 안 놓을게." "......" "미안해." "...미안하단 말 하지 말라고." 전정국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 위로 올라 와선 내 옆에 몸을 누이더니 눈을 마주쳐 왔다.나는 깜짝 놀래선 두 눈이 번쩍 뜨인 채 몸이 굳어 버렸고 그 아이는 더욱 가까이 다가 왔다.
"사랑해." ------------------------------------------------------- [후기] 어느새 벌써 마지막화까지 달려와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처음에 계획한 것 처럼 16화를 맞추어 마무리를 짓게 되어 정말 다행이예요 그 동안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조금 예정일 보다 늦게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항상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독자님들! 이번 글은 가을 냄새를 담고 시작해서 겨울냄새로 막을 내렸습니다 보여드리고 싶은 분위기였는데 댓글을 읽으니 독자님들 또한 제가 전해 드리고자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껴주신 것 같아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올해의 봄부터 여름,그리고 가을부터 겨울까지 모두 함께한 것만 같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제 글이 내년 봄이 되면 503병동이 생각나고 내년 가을이 되면 310호가 떠오르는 그러한 계절이 찾아오면 괜히 떠올라 설레이는 그러한 존재가 되었으면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항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짧은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공부를 하면서도 이러한 달달한 이야기를 적고 촬영할 기회는 희박했기에 부족한 글솜씨임에도 이렇게라도 한 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글을 항상 좋아해주시고 글에 대한 부족함이 절실히 느껴질 때도 격려해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글을 쓰는 내내 힘이 되었고 행복했습니다❤️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BGM List] |
00 윤현상-너이고 싶어 01 윤현상,임슬옹-뭔가 될 것 같은 날 02 유승우,우효-선 03 백아연-사랑학개론 04 선우정아,정용화-불꽃놀이 05 권진아,이지형-Duet 06 드린지 오-Finite 07 선우정아,정용화-입김 08 종현,정준영-애월 09 윤현상-잊는다는게 10 계피-스르르 11 서인국-돌아오는 길 12 조형우,장재인-Fine 13 SE O-Happy Day 14 허니지-열대야 15 주윤하-끝인사 16 정승환-목소리 |
[암호닉] |
또비또비 단결 복동 단미 흥탄 잇진 호비 줄라이 핑크돼진 1214 쮸니 도레미 정쿠야 밍구리밍구리 정꾸기냥 부산의바다여 호온쭐난다 뚜뚜이 랜드 쫑냥 천재민윤기 민트 딩가 김다정오빠 카야 장작 굥기윤기 우유 꺙 자몽해 이월십일일 붐바스틱 오잉이옹쿠 뉸뉴냔냐냔 빅닉태 뭉뭉 봉숭아 복숭아꽃 쿠야몬 긍응이 뚜이 무네큥 아이스 꾸꾸 듀크 만듀 ▪️계란말이▪️ 꽃길 소진 긍응이 꾹피치 수저 앤켁 짐뿌 정국오빠애인 낙엽 침침니 정꾹꾹이 정연아 우유 여운 정국이냥 굥기 민이 짐태꾹 지팔 딸기우유 골드빈 두유망개 살사리 데이지 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