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탄소와 정국이 있는 반 안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냉랭했다. 평소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두 놈년들이 차라리 잠이라도 청했으면 했으나 둘 모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니 반 아이들은 죽을 맛이었다. 밥 먹고 온 후의 시간은 잠이 쏠려온다는데 이들은 왜 왔던 잠도 달아나 보이는 건지. 정국의 교복에는 차마 다 떨어지지 못한 밥풀이 우스웠다. 어째 선생은 수업에 들어올 기미도 없어 보이고, 적막함 속에서 다른 아이들은 숨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분위기가 저 또한 어색했는지 코 밑을 쓱 닦은 탄소가 헛기침을 하며 앞에 앉은 반장의 어깨를 툭 쳤다.
" 수업 안 하니? "
" …어? 어 그게 보다시피 쌤이 안 들어오셔서. "
" 그럼 나 나가도 되나? "
" ……응? "
" 분위기가 뭣 같아서 조금만 더 앉아있다간 베여 뒤질 것 같거든. 쌤 오면 나 화장실 갔다고 좀. "
" 그, 그래. "
반장의 어깨를 툭툭 친 탄소가 몸을 일으켰다. 손은 어김없이 주머니 안에 있는 담뱃갑을 만지며. 분명 이 분위기를 만든 건 저와 정국일 텐데. 몇 아이들은 속으로 씹어댔다. 탄소는 저와 정국 탓이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저, 정국을 겨냥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 나가려던 탄소는 정국과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저를 지켜보고 있었을지 모를 정도로 진득하게 붙은 시선에 고개를 돌려 피했다. 뒷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도중에도 정국의 시선은 올곧이 탄소를 향했다.
" 지긋지긋하다, 옥상. "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 기지개를 펴며 한 말이었다.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꺼내들어 입에 물려다 한참 담뱃갑을 바라보던 탄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치마 주머니에 넣어두고 마이 주머니 안에 두었던 박하 사탕을 꺼냈다. 요리조리 돌려보더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포장지를 뜯어 입으로 넣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 꿋꿋이 사탕을 먹는 모습을 지민이 봤다면 또 웃어보였겠지. 그 답지 않은 귀여움과 그 답지 않은 사랑스러움에.
금방이라도 뱉을 줄 알았던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며 난간에 기대어 학교 밑을 내려다 봤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며 뛰노는 남자 아이들과 스탠드에 앉아 수다를 떨어대다 자기 팀이 골을 넣으면 소리 질러 환호하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나도 한 때 저 스탠드에 앉은 아이들 중 하나였을 텐데. 운동은 좋아하면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축구하기 싫어 내빼다가도 애써 못 이기는 척 운동장으로 끌려 가 축구를 하는 전정국을 힘껏 응원하던 그 때를 생각했다. 잊을만 하면 떠오르는 그 생각들에 머리가 아팠다. 정국이 던져오는 말들에 왜 자꾸 반응을 하게 되는 건지, 제 자신이 어색했다.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전정국이 나를 버리고 간 거야. 그래. 다, 전정국 잘못이야. 탄소는 오늘도 저가 아닌 남 탓으로 돌렸다. 그래야만 숨통이 트일 것 같아서.
" 어, 전정국 앙숙이네. 하이? "
전정국 앙숙?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입 안에 막대 사탕을 돌리며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탄소가 말했길 싹수 노란 싸가지, 태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를 흘겨보곤 다시 운동장을 내려다 봤다. 뭔 놈의 옥상이 만남의 광장이야, 시발. 탄소는 다음부터 땡땡이 칠 곳을 옥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알아봐야 하나,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탄소 옆으로 다가간 태형은 탄소가 바라보고 있는 운동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 축구 좋아하냐? "
" 뭔 또라이같은 소리야. "
" 보고 있길래 그런 줄 알았지. 또라이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
" 너 나 아냐? 꺼져. "
" 성격 존나 전정국 판박이네. 둘이 혹시 쌍둥이냐? "
" 좆같은 소리 하지 마라. "
" 반응마저 똑같네. "
" 뭐. 그 새끼도 좆 같다고 하디? "
" 지랄 말라고 하던데? "
탄소는 눈치없이 해맑게 웃어보이는 태형을 노려보았다. 교실에서 저와 지민을 노려보던 눈빛과는 정반대였다. 달라서 소름 끼칠 정도랄까. 뭐, 킬미힐미에 나오던 지성과 흡사 달라보이는 게 없어보일 정도로. 난간을 내려다보던 태형이 몸을 돌려 난간에 등을 기대었다. 그리곤 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탄소의 얼굴을 훑었다. 긴 생머리에 흰 피부, 오목조목 모여있는 이목구비가 예뻤다.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빼든 태형이 난간 쪽으로 던졌다. 탄소는 제 앞을 스쳐 옥상 밑으로 한 없이 떨어지는 사탕을 보다 태형을 돌아봤다.
" 나보다 네가 전정국을 더 오래 봤겠지만, 넌 전정국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다 속상하네. "
" 뭐? "
" 전정국 그 새끼는 당최 지 얘기를 안 해. 너도 알 것 같은데, 그건. 난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지 혼자 끙끙 앓아. 좀 말해줄 법도 한데. 지만 알고 있는다고 달라질 거 없는 거 뻔히 알면서도. 뭐, 아까 네가 말했었지? 도망? 어. 그 새끼 제일 잘 하는 거야. 틈만 나면 도망가거든. 붙잡아 줘도 그걸 뿌리쳐. 지가 잘 했든 못 했든 지한테 다가온 그 상황이 무서워서, 부딪혀 볼 생각조차 못 하고 도망 쳐. 찐따같은 새끼. "
" 야. "
" 네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전정국 얘기는 아직도 못 들어봐서 왜 너한테 도망쳤는지는 모르겠다만은. "
" ……. "
" 전정국이 여기 처음 왔을 때, 존나 최악이었거든. "
" ……. "
" 근데 그게 지금보니 네 탓이었던 것 같아서 난 네가 별로야. "
내가 전정국을 좀 많이 아껴. 탄소의 어깨를 두어 번 친 태형이 탄소의 표정을 살피다 슬쩍 웃어보이곤 다시 얼굴을 굳힌 뒤, 자리를 벗어났다. 또 다시 탄소는 아무런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저 말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내 탓? 이젠 피할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전정국을 아프게 했던 것도 도망치게 해버린 것도 내 탓이라는 걸. 뿌옇던 시야, 고였던 눈물은 소리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수 없이 흘리고 싶었지만, 흘리지 못 해 참았던 눈물이 쉴세없이 흘러내렸다.
* * *
진짜 이러시면 저 기뻐서 울어버릴 거예요,.. 파일 이름도 울어버렷! 으로 저장했단 말이에요.... 아 즌짜 너무 감동적이야ㅠㅠㅠ(울컥)
사실 제가 오늘 늦게 올린 이유는 가요대축제 보다가 죽어버렸거든요.... 교실 이데아 미쳐버렸고... 박지민..... 아.... 전정국.....아....ㅠ
진짜 하는 내내 앓고 있었어요ㅠㅠ 글 쓰던 거 이어써야 하는데 자꾸 생각나가지고... 교실 이데아 이미지 넘나 양아치 전정국 같아버려!
더 열심히 쓸게 꾹아!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태형이가 태어난 날을 축복하세요 여러분ㅠㅠ 오늘 태 생일이라 마지막 장식을 태로 했어요..
그리고 제가 금방 여주랑 정국이를 꽁냥꽁냥하게 해줄 것 같져! 아니거든여! 기다리세여! 언젠간! 언.젠.간! 꽁냥꽁냥하게 해드릴게 ㅎㅅㅎ
중간중간 대사나 여백 대사에 똑같은 말이 나오는 건 일부로 그러는 거예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죠...진짜.. (먼 산)
아마 다음 편은 오늘 안에 또 올라올지도 ㅎ.. 그리고 제가 자꾸 암호닉 빼먹는데 ㅠㅠㅠㅠㅠㅠ 저를 매우 치세요 진짜... 금붕어 대갈..ㅠ
제가 빼먹었다면 꼭! 댓글로 알려주세요! 꼬옥! 저는 이제 씻고! 답댓 달러 갑니다 슝슝 =3
♡ 제 마음 훔쳐간 양아치들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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