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 / 홍빈 ] 원식공주와 홍빈난쟁이 * * * * * 옛날 옛날에 남성스럽기 그지없고 핫바디를 가진 원식공주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를 일찍이 여의고 어머니가 맞아들인 새아버지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받고 아버지가 고용한 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할뻔 했으나 오히려 사냥꾼이 원식공주의 이두박근에 졸려 질식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제야 뒤늦게 정황을 알게 된 어머니가 울며불며 잡는 것을 뒤로하고 반성하겠다는 의미로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일곱 난쟁이의 집을 찾아, 그 뒤로 같이 살며 첫째 난쟁이인 홍빈에게 마음을 준 원식공주. 그러나 어머니가 멋대로 이웃나라 왕자와 결혼을 결정해버리는 바람에 첫째 난쟁이와 헤어지게 되는데…! “나 결혼해.” “아, 응…축하해.” 이름만 난쟁이지, 사실은 180cm에 잘생기고 어떻게 보면 예쁘기까지 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뱉지 않는 홍빈이 밉지만서도 여전히 제 눈엔 예뻐보이는 까닭에 원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스를 꼭 움켜쥔 손등에 울끈불끈 힘줄과 핏줄이 솟아올랐다. 이런 공주라는 신분따위 하나도 좋지 않구나. 너와 마음대로 사랑하지도 못하고. “청첩장 줄거지?” “…하. 넌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나 딴 놈이랑 결혼한다고. 근데 청첩장 줄거냔 말이 겁나 쉽게 나온다?” “그럼 내가 뭘 어째야돼. 난 왕자도 아니고 난쟁이일 뿐인데!!” “네가 씨발 무슨 난쟁이야!! 키도 겁나 큰게!!” “너보단 작아!” “그게 뭔 상관인데?!” “난 너보다 키 조차도 낫지 않으니까 네 결혼 막을 자격이 없어.” 이게 뭔 개소리야. 심각한 표정으로 결혼을 막을 자격이 없다는 홍빈을 보며 원식이 기가 찬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 이제 알았다. 너 사실 나랑 끝까지 갈 생각도 없었지? 그니까 이렇게 말도 안되는 말로 변명하는거 아냐.” “말이 왜 그렇게 돼? 널 잡을 수 없어서 괴로운 내 심정 좀 이해해주면 안돼?” “뭔 씨발 이해가 되게 지껄여야 이해를 해주지.”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원식이 입에서도 거친 욕을 뱉어냈다. 홍빈과 살면서 욕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욕이 절로 나오는 것을 막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제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홍빈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알바 아니었다. 문가에 서서 저희들의 말다툼 소리를 듣고 잔뜩 움츠려있는 여섯 난쟁이들을 보고 길게 한숨을 뽑아낸 원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새 그 큰 눈 가득 눈물이 고여서는 저를 올려다보는 홍빈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좋은 어머니인데 멋대로 결혼을 잡아버려서 홍빈과 이렇게 틀어지게 만든 것 때문에 너무 미웠다. 손을 뻗어 홍빈의 얼굴을 감싸쥐고 쪽쪽쪽 짧게 입을 맞춘 원식이 그의 눈물도 정성스레 손으로 닦아주었다. “울지마.” “원식아아….” “갈게. 안녕.” 홍빈의 우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꾹 참아냈다. 가지 말라는 듯이 제 손에 깍지를 끼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홍빈의 모습에 원식이 끅끅 울음을 참으며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미안해, 콩아. 그래도 이렇게 안 하면 나 속상해서 못 떠날 것 같아. “목당수!!” 제 어머니께 배운 스킬을 홍빈에게 시전하며 원식은 기절하여 품으로 늘어지는 그를 식탁에 잘 뉘여놓고 눈물을 흩뿌리며 성으로 냅다 뛰었다. 바이사요나라 내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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