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야.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도 이쁘고 성격까지 좋아서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후배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너징을 좋아해.
사실 징어가 성격이 좋은 건 아니고 워낙 여우라서 착한 척을 하고 다니는 거야. 대단한 포커 페이스를 지닌 덕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저 완벽한 여학생으로 보일 뿐이지.
너징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너징이 찜 해둔 남자가 몇 명이 있어. 다들 잘생기고 매력도 넘치는 아이들이지. 너징은 이 남자들이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밀당도 한껏 하고 얻을 것도 얻으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중이야.
공략대상 두 명인 박찬열이랑 변백현은 같은 반이야. 백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소꿉친구라서 사이가 깊은 편이야.
애교도 많고 다정다감한 데다가 노래도 잘 부르는 백현이는 밴드부인데, 나중에 가수가 되겠다고 해.
찬열이는 축구부인데 그렇게 축구를 잘 하진 않아. 키 빨로 뽑힌 게 있는 것 같아. 시끌시끌하고 활발한 아이인데, 2학년 올라와서 첫 짝이 되면서 급 친해진 케이스야.
너징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지만 겉과 속이 다른 면 때문에 진짜 친구는 잘 만들지 않아. 그래서 여자아이들과 몰려다니는 건 잘 안해.
급식실에 갈 때도 찬열이, 백현이와 셋이서 붙어다니거든. 이쯤되면 여자아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다굴을 당하는 게 정석이지 않느냐고? 전혀.
오히려 여자애들은 너징에게 연애상담을 하러 줄을 서고 찬열이와 백현이에게 러브레터를 전해달라며 부탁하기가 일쑤야.
덕분에 여자애들과 비밀도 잔뜩 공유하고(일방적이긴 하지만) 신뢰감을 얻게 돼.
'백현아, 이거 전해달래.'
'응? 편지야?'
'ㅇㅇ'
한참을 유심히 읽어내려가는 백현이야. 편지에는 선배 좋아해요, 축제 때 노래부르시는 거 보고 반했어요, 등등의 이야기가 써져 있어.
'이번에는 그 고백....받아줄꺼야?'
백현이의 앞자리에 마주 앉아서 걱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로 백현이를 쳐다봐. 백현이는 아 얘가 나한테 마음이 있어서 고백을 안 받길 바라나보다 하고 생각하지.
'받았으면 좋겠어, 안 받았으면 좋겠어?'
'너 좋다면 받는 거지 왜 나한테 물어봐.....'
이 때 약간 시무룩하게 서운한 표정을 지어.
'난 니가 제일 좋으니까 안 받을래'
해맑게 웃어보이며 너징의 볼을 두 손으로 부벼대는 백현이야. 그러면 너징은 안심했다는 듯이 백현이에게 슬쩍 웃어 보여. 이럴 때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는 너징이야.
하지만 적정선에서 끊어내는 것도 잊지 않지.
'나는~ 찬열이랑 너랑 셋이서~ 평생 <친구>로 남고 싶어! 여자 친구 생기면 우리한테 소홀해 질거잖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백현이지만 그래도 위기감을 어느정도 심어주는데엔 성공이야.
너징이 공부도 쫌 하다 보니까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학생회에도 들어가게 됐어. 큰 역할은 아니고 선도부 부장이야.
학생회장도 너징의 공략 대상인데, 이름은 김준면이야. 자상하고 세심한 면이 있어서 후배들한테 인기가 많아.
준면선배랑은 학생회 회의 때 처음 만났는데, 너징이 학생회 일도 성실히 하고 싹싹해서 선배 마음에 들었나봐.
시험 끝날 때마다 학생회 부장들이랑 회장 부회장 등등이 열명 정도 모여서 뒤풀이를 가는데 항상 징어를 특별히 더 챙겨.
'징어야 앉을 데 없어? 일루와 나랑 앉자, 징어야 이거 더먹어, 징어야 노래 부르기 싫음 안 불러도 돼ㅋㅋ'
밥 먹을 때도 너징 구경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않아. 준면 선배가 너징을 좋아하는 건 학생회 간부라면 다 알지만 징어가 징씨눈인 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 얘는 순진해서 눈치 못 채는구나 하고 너징과 선배 사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학생회 모임에 모든 부서의 부장이 끼는데 유일하게 안 끼는 사람이 있어. 그게 도경수야.
경수는 도서부 부장인데 수업도 잘 안 듣고 매일 도서관에만 쳐박혀 있어. 많은 아이들이 경수의 존재조차 모를 때가 많아.
경수는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에 식당에도 안 가고 시끄러운 곳도 싫어해서 교실에도 안 있거든. 경수는 너징의 옆반이야.
너징도 경수랑 같은 반도 아닌 데다가 도서관에 가 본 적도 없어서 학생회에 들어오기 전 까지 경수를 몰랐었어.
너징의 학교는 자습용 독서실이 따로 있고 도서관은 순수하게 책을 읽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작은 공간이라서 학생이 거의 안 와.
위치도 맨 꼭대기 층이라서 다니기도 불편하거든. 암튼 너징은 경수를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어. 귀엽게 생긴데다가 엄청난 철벽남인데 가끔 이쁜 짓을 하더라고.
경수를 공략하기 위해 너징은 한 달 동안 경수를 관찰해. 일본 소설을 읽는 구나,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구나, 도서관에만 있는구나 등등.
나머지 두 명의 소개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