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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윤 전체글ll조회 250439l 1



(1) 편에서부터 이어집니다.





부동산 가격에 피로감을 느껴 벌러덩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에 누워 올려본 핸드폰에는 3년 반을 사귄 애인 슬이의 장문의 카톡이 있었다. 슬이는 고되고 힘든 서울 생활에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매일 아침 카톡을 하고 매일 밤 페이스 타임을 하다 잠이 든다. 안 그래도 어제 통화를 하다 작은 말다툼이 있었는데 장문의 카톡이 온 게 괜스레 마음에 걸린다.


마음에 걸리는 건 꼭 현실이 된다. 슬이의 문자는 나에 대한 믿음이 깨져 당분간 연락을 하지 말고 지내자는 이야기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나에게 돌아올 마음이 생기면 그때 다시 연락한다고 했다.




슬아.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 수 있겠니.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를 자해하거나 나쁜 시도를 할 수는 없으니 마지못해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삶은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요즘 뭘 그렇게 잘 못했는지 모르겠다.




맡은 일은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싶었고.




열심히 살다 보니 몸은 혹사당했다.




그렇게 살았는데 모은 돈은 적었다.




그 돈을 모두 보증금에 넣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희망인 슬이는.




슬이는 지금 날 떠나갔다.




일상이 무너졌다. 힘이 들었고 남아 있는 힘을 다 써서, 힘에 부쳐 버틸 수 없었다. 자기 계발 유튜버는 이럴 때 샤워를 하라고 했다. 아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겠다. 모든 걸 씻어 내려버려야겠다.










그렇게 일주일을 어깨가 쳐진 채 지냈다. 회사에서는 전전긍긍하며 업무를 보고 손목에는 임시 깁스를 했다. 야근 후 집에 돌아오면 보증금 천만 원이 오를 이 방은 예전보다 더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밥 먹고 씻고 잠에 들면 또 출근이다.










그날 밤은 어깨가 땅까지 꺼질 듯이 축 쳐진 채 집에 돌아왔다. 오자마자 불편한 구두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 그냥 평소같이 힘에 부치는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눈물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방울이 맺혀 흘렀고 끝없이 흘렀다. 펑펑 울었다. 눈물이 흘러 베갯잇을 적셨다. 




지금 누워있는 이 작은 월세방이 없어질까 두려워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내 몸뚱이가 아파서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니 서럽고 아까워서 또 눈물이 가득 차 흘렀다. 이렇게 우는데도 내일 아침 지옥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해 감당하지 못할 일을 해야 하는 게 무서워 눈물이 또 흘렀다. 그리고 내가 대기업 최종면접에만 합격했으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며 기회를 놓쳐버린 나를 자책하면 또 울었다. 슬이가 보고 싶었다. 마음이 저릿하면서 또다시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한동안 그렇게 울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베갯잇의 삼분의 일은 젖어 있었다. 참 많이 울었구나. 속상한 마음에 또 눈물이 났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욕실로 향했다. 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 아주 뜨거운 물로.




실컷 울고 나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 계발 유튜버가 추천한 샤워가 효과가 있었는지 정신이 좀 들었다.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허기지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방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서랍에서 펜과 편지지를 꺼내어 무작정 글을 써내려 갔다.




두서없이 서너 문장을 썼다. 문장들을 훑어보니 그저 내 슬픈 마음을 문장화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무엇을 쓸까 고민했다. 나는 슬픈 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쓰려고 하니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슬픈 마음을 토해내듯 문장으로 만든다 한들 내가 겪고 있는 이 슬픔과 힘듦과 고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펜을 꽉 쥐고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무기력했다.




나는 이내 곧 손으로 쥐고 있던 작은 펜을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녹아내리듯 누워 천장을 보고 잠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 앞으로만 흐르는데 그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고. 




어떨 때 보면 1분이 영원보다 길단 말이야. 




근데 만약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그게 과연 삶일까 싶더라고. 




우리는 시간이 흘러야 사는 거니까. 




사는 건 시간이 흐르는 거니까.










그 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와 다르게 나의 일상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진 건 손목이었다. 서울대를 나온 의사의 병원답게 한 달 동안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니 씻은 듯이 손목 통증이 없어졌다. 불편하던 손목이 나으니 치료에 쓴 150만 원에 가까운 돈이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손목이 돌아온 게 기뻐 의사 선생님께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두 번째도 톱니가 맞춰진 일은 예상밖으로 회사 일이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일이 조금씩 능숙해졌다. 손도 빨라지고 사업에 대한 개념이 생겨서 PM역할에 자신감이 올라갔다. 제일 큰 역할을 해준 건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리드해야 할 것 같았던 협력사 담당자분들이 오히려 프로젝트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다. 물론 실수도 하고 우여곡절도 겪지만 그것도 적응이 된 것같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하던 집주인 할아버지는 급하게 마음이 바꾸셨다. 요즘은 월세를 더 받는 게 트렌드라고 하시며 보증금 대신 월세 5만 원을 인상하셨다. 오히려 나는 마련하기 어려운 목돈이 나가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대신 매일 아침마다 마시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이 되면 월급이 오를 테니 그때까지만 버텨보기로 했다.




나에게서 마음이 떠난 줄 알았던 슬이와의 관계는 어찌어찌 회복되었다. 보고 싶음을 주체할 수 없어 내가 먼저 연락했다. 마음이 돌아오면 먼저 연락하겠다던 슬이는 오히려 나의 연락을 기다린 듯했다. 우리는 특별히 잠시 연락을 끊은 이유와 감정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서로가 필요했음을 짐작했다. 안 그래도 슬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 슬이에게 편지를 쓰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편지지를 꺼냈다.




맨 위에 있는 편지지에 내가 몇 개월 전 생각 없이 써 놓았던 문장들이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고 슬플 때 써 놓은 서너 문장들을 읽었다. 그때는 그 뒤에 무슨 말이 이어져야 할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 것 같았다. 펜을 쥐고 몇 개의 문장을 더 써 내려갔다.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던 내가 배운 삶의 메커니즘을 적었다. 어떻게 보면 허무할 정도로 별 것 없는 삶의 메커니즘이었다.




오늘은 쥐고 있는 펜이 새삼 가볍게 느껴진다. 실패의 꼴은 어쩌면 순간 지나가는 인생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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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윤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 힘들때 위로가 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8일 전
독자1
잘 보고 있습니다.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19시간 전
한도윤
감사합니다. 칭찬이 부끄럽네요 🥰
1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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