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갑자기 눈을 팟 하고 뜨더니 날 바라본다. 아 미친 존나 놀랐다 진짜. 얘는 자고 일어났는데 애가 얼굴이 하나도 안 부었다. 그에 비해 아마 나는 내 느낌상으로 본다면
"미친 보지 마라!!!!! 보기만 해!!!!!"
분명 얼굴이 퉁퉁 부었을 것이다. 어제 술을 그렇게 퍼 마셨는데, 얼굴이 멀쩡할 리가 없지.. 아마 현 세상에서 제일 못 생긴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손을 들면 될 정도일 것이다. 내 반응에 깬 이동혁이 뭐하냐고. 하면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보려 한다.
나는 퉁퉁 부었을 내 얼굴을 못 보게 하려 두 손을 있는대로 펼쳐서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고, 이동혁은 그런 내 옆에 앉아서 왜 그러냐며 내 손을 치우려 한다. 미친 안 돼 이거 보면 정 떨어져서 안 돼..
계속해서 이불 속으로 파고드니, 이동혁이 포기한 듯 일어난다. 그리고는 푸스스 하고 웃으며 내게 몇 마디를 툭 던지고는 문을 열고 나간다.
"내가 지금까지 네 맨얼굴 못 봤을까봐? 늦었다. 점심 먹자. 일단 씻고 와."
".."
"씻고 나오면 얼굴 가리지 말고."
".."
"못 봐서 보고 싶었는데 왜 자꾸 가려."
*
차가운 물로 좀 씻으니 얼굴이 진정된 것 같았다. 면경을 들여다 보니, 그래. 그렇게 심하게 티 날 정도는 아니다 싶어 머쓱함에 코를 훌쩍이며 나왔다. 이동혁과 밥을 먹고, 나란히 마루에 앉아 이를 닦고 있다. 나중에 남자친구랑 욕실에서 같이 이 닦는게 소원이었는데. 처마 밑 마루에서 이를 닦고 있을 지 누가 알았을까. 혼자 괜히 웃으니, 이동혁이 왜 웃냐며 묻는다.
아니라며 혼자 고개짓을 하고 웃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이동혁, 나 어제 여기 어쩌다 왔어? 설마 너 나 데리러 왔어?!"
"아니 너 어제.."
이동혁이 입을 열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갑자기 걸어들어 왔다고. 그 덕에 이동혁은 거의 날이 샐 때까지 뜬눈으로 지키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잤다고.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 어제 새벽에 아버지 급하게 나가셔서 오늘부터 나밖에 없는 거 알고 온 거냐고. 들켰으면 어쩔 뻔 했냐며 나를 나무란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나 아무것도 안 건드렸어."
"..응?"
"그니까 심각하게 물어보지 마.."
나..나는 그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어제 어떻게 들어왔나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에게는 내가 심각하게 물어본 것처럼 들렸나 보다. 이동혁의 결백한 눈이 또 웃겼다. 입에 칫솔을 물고 우물우물 거리면서 말하는데, 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런 존재인가 보다. 그냥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사람.
양치를 마치고 방에 앉아있던 내 뒤에 이동혁이 앉는다. 그리고는 덜 말라서 길게 풀고 밥을 먹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린다.
"뭐 해?"
"내가 묶어줄래."
그러더니 내 머리를 열심히 그의 손에 담기 시작한다.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묶나 보자. 이동혁의 손이 내 머리를 땋으려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나 싶더니만, 곧장 잘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 지금 이 시대에 핸드폰이 있었다면 나는 현재 이동혁의 모습을 찍었을 거라고.
면경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귀여웠다. 집중을 하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인상을 팍 쓰고는 조용히 머리를 만지고 있다.
"끝."
꽤 오랜 시간 내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가 손을 뗐다. "끝."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대충 봐도 잘했다. 분명 잘 했다. 어찌 보면 내 머리를 몇 년 땋아온 어영이가 땋아줬다 해도 의심 안 할 정도로.
"진짜 잘했다."
"알아. 풀지 마. 계속 이러고 있어."
"여자 머리 많이 땋아 봤나봐?"
내 말에 이동혁은 어? 하며 당황하더니 한 번도 안 해본 것이라 한다. 어, 미끼 물었다. 그렇게 성이름이의 장난의 서막이 열렸다.
"와 거짓말 하네? 너 여자 엄청 많았잖아~"
"아니라니까?"
"근데 머리를 왜 이렇게 잘 땋아? 우리 동혁이 누구 머리 땋아 줬어?"
"아 성이름 진짜..."
이동혁이 어이없어서 억울함을 호소할 때 쯤 그만두었다. 진짜인 걸 아는데도 괜히 그를 놀리고 싶어서 계속된 장난이었다. 그리고 나는 얼떨결에 나온 그의 고백에
"아 옛날부터 너 좋아했는데 누굴 만나"
마음이 간지럽다.
*
"그래서 거기서 딱 나왔는데, 여기였어."
내일은 예비 수업 날이다. 내일 궁에 들어가면, 언제 나올 지 모른다. 이동혁을 언제 볼 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추억을 만들어야 했다.
어차피 나보다 궁에 관심이 깊은 아빠와, 엄마는.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까 살짝 가서 귀띔해 두었다. 어영이에게. 새 친구가 생겼으니 거기서 자고 올 거라고. 잘 둘러대 달라고. 어영이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지고 달이 뜬 밤에, 이동혁과 나란히 천장을 보고 누웠다. 마치 몇 년을 알고 만난 사람들처럼. 편했다. 이동혁이. 물론 그는 나를 몇 년씩이나 더 깊이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내 얘기를 해 주기로 했다. 나는 저쪽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다 샅샅히 얘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신났던 이동혁이, 말없이 듣기 시작했다.
"무튼 그래서 이곳에 왔어."
"고생했네."
내 이야기를 다 마치자, 그가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형광들도 없는 이 곳에 방 구석마다 켜놓은 촛불이 환하게 이동혁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래서."
"응?"
"어제 술은 누구랑 마셨어?"
어, 뭔가 말문이 막힌다.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잘 해왔는데, 그의 저 말에 입이 턱 막혔다.
계속해서 말을 하다가 멈춰버린 내 반응에, 이동혁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어, 대답 못 하는 것 봐."
기가 찬다는 듯 웃는 그를 보고 히히. 하며 웃어보였다. 아 방금은 내가 봐도 좀 아니었는데. 이동혁이 혹여나 정색을 할까 무서워 이동혁을 봤는데, 귀부터 목까지 빨개진 채로 하나도 안 귀엽다고 한다. 뭐야, 그럼 빨개지지나 말든지..
괜히 무안해서 뭐 뭐!!!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나도.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이동혁이 내게 말한다. 너는 저쪽으로 가고 싶지 않냐고.
"엄마가 좀 보고 싶긴 한데, 아직까진 괜찮아."
가족이 안 보고 싶다면 거짓말이다. 이곳에서의 조용하고 나와 소통을 많이 하지 않는 엄마 말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원래 우리 엄마가 더 좋다. 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곳에서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너. 너 때문에."
이동혁이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어졌다. 시선은 아래로 내리깐 채. 고요하고도 적막한 이곳에, 이동혁과 나. 그리고 우리의 소리를 엿듣는 바람과 살짝 열린 창틈으로 엿보는 달빛 뿐이었다.
"나는 진짜 이게 내 욕심인데."
가깝다. 가까워. 현재 우리 사이가 가깝다. 적막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우리 사이는 꽤 가깝다. 서로의 숨결이 충분히 들릴 정도로.
"나는 네가 혹여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없어져 있을까봐 자기 전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자려 노력해."
적막을 깨뜨린 건 바로 그였다. 약간 젖은 목소리로 나를 보며 입을 연다.
"가지마. 성이름."
잠깐의 틈. 그 사이에 다시 적막이 생겼다. 침묵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
그가 이미 가까운 내게 더 다가왔다.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기분이 묘했다.
푸르지 말라던 그의 손에 의해 묶여진 머리가,
다시 그의 손에 의해 풀러졌다.
! 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 오늘 뭔가 막 제가 부끄럽네요.. 네.. 혹시나 이정도도 안 되나 싶어서 관리자님께 쪽지도 보냈습니다! 된다는 답도 받았어요! (신고 먹을까봐 두려워서 물어본 니퍼,,( ・ᴗ・̥̥̥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현재는 암호닉 신청을 받지 않고 있어요! 2차 암호닉 신청 때 봬요 (๑•̀ㅂ•́)و✧ ♥ 오늘도 아직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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