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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당황한 이민형이 자신의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닦기 시작했다. 이태용은 내 옆에서 배 빠질 듯 입을 막고 웃는다.
"이리 와."
"아 왜!!!! 야 미안!!! 미안!!!"
"내가 이거 너 먹으라고 가져다 줬지 누가 얼굴에 던지라고 가져다 줬.."
"원래 생일 때는 이렇게 해!!!"
"됐고, 이리 와."
이민형이 갑자기 일어섰고, 나도 그가 일어섬에 따라 일어났다. 왜냐고? 그가 쥔 주먹이 무서워서. 아니나 다를까 그는 주먹을 쥔 채 내게 다가왔고, 나는 새로 옮겨진 이 전에서 그를 피해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안 가서 잡혔다. 왜 이렇게 빨라?
"자꾸 까불어라."
"네가 그렇게 격하게 원하니 자주 까불어야지."
이민형이 내 말에 한숨을 쉬며 내 넓은 이마에 딱밤을 놓고 갔다. 아오 아파. 봐주는 거 절대 없다. 잠시 그에게 잡힌 손에서 체온이 느껴졌다. 물론 몇 초 안 돼서 바로 풀린 손이지만. 괜히 이동혁과 손 잡은 날이 나서 울컥할 뻔 했다. 참아야 했다. 태용이 앞에서 이러면 당황할 거야.
"성이름 안 오면 내가 다 먹어야지."
"야 네가 이름이 가져다 주자며!!"
"내가 언제!!!"
전자는 이민형이요, 후자는 이태용. 그리고 마지막은 또 이민형이었다. 이마를 문지르며 멈취 있는 나를 보고 이민형이 내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고, 그 말에 이태용이 발끈한다. 이태용의 말에는 이민형이 당황하고.
그저 자신과 태용이. 둘만 먹어도 될 것을. 나를 챙겨 주려고 이곳까지 들고 온 게 너무 고마워서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수저를 들었다.
웃음의 근원이 달라도, 어떻게든 궁 안에서 웃음은 존재했다.
*
"아 힘들어."
점심 때 온 이민형과 이태용을 보내고 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자주 오겠다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물론 마지막은 이민형에 대한 내 생일빵으로 끝이 났다.
..허전해.
넓은 이 교태전에서 이민형과 이태용마저 사라져 버리니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시끄럽던, 나를 시끄럽게 해 주던 그들이 없으니 괸장히 허전한 느낌이었다. 방 안이 여름 저녁 노을에 의해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 볼까.
최상궁을 불러 밖에 나갈 수 있냐 물었다. 흔쾌히 되신다는 최상궁의 말에 나갈 채비를 했다. 물론 채비라 해 봤자 거울을 한 번 보고 얼굴에 무언가 묻은 게 없다 확인하는 것 뿐이다. 추한 모습으로 나갔다가는 최상궁이 체통을 지키라며 뭐라고 할 게 뻔했다.
여름이라 더울 줄 알았는데 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간다.
넓은 궁은 저녁이 돼도 바쁘다. 사람이 많다. 다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알맞은 일을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내 위치에 맞는 일을 하려면,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언제까지나 이렇게 놀면서 무능력하게 있을 수는 없다. 대비마마는 저번에 간택을 취소해 달라고 한 후 무서워서 갈 수가 없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나도 이 자리에서 하는 일을 했다고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뒤에 궁녀들을 거느리고 걸었다. 간택 때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내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은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최상궁 한 사람만으로도 불편했는데, 내 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서 있다. 내가 오른 쪽으로 가면 오른 쪽으로 오고, 왼 쪽으로 가면 왼 쪽으로 나를 졸졸 따라 온다.
"마마 이제 저녁 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배가 불러서요."
이건 진심이다. 아까 이태용이 가져온 케이크를 쉬면서 계속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하다. 식사는 됐다고 하고, 계속해서 걸었다. 근데, 좀 미안해 지는 느낌.
"어..먼저 들어가서 식사 하세요!"
"그래도.."
"저 진짜 배불러서 그래요! 혼자 걷고 싶어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들도 여럿이 있는데, 나 때문에 저녁을 못 먹고 있다는 것에서는 미안했다. 가서 식사를 하라고 하니 머뭇거리길래, 혼자 걷겠다고 하니 결국 모든 궁녀들이 한 번 인사를 하고는 내 뒤에서 사라졌다.
"으 좀 춥다."
혼자 걷는 궐은 생각보다 더 쓸쓸했다. 불편했던 사람들이 편하진 않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건지, 아무도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결국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정자 앞이었다. 그 곳에 가서, 토끼풀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풀을 두 개쯤 꺾어서 손목 위에 가져다 대 보았다. 허무했다. 이제는 이렇게 묶어 줄 이동혁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또 참았다. 이곳에서는 누가 어디서 나타날 지 몰라서. 그리고 느낀다.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이거는."
"..?"
쭈그려 앉아서 손목에 얹어진 토끼풀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누군가는
국왕이었고.
"전하!!"
내 옆에 쭈그려 앉은 국왕의 모습에, 신하들이 놀라며 소리를 질렀고, 그는 잠깐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검지를 입 위에 댄 뒤 다시 내 손목에 시선을 두었다.
그는 토끼풀 팔찌를 묶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꽤 쌀쌀하다고 생각해 결국 차가워진 내 손목 위에 토끼풀 두 개를 엮어 묶는 듯한 따듯한 그의 손이 잠시 스치듯 지나갔다.
"..감사합니다."
팔찌가 내 손에 채워지자 마자 나는 벌떡 일어섰고, 그도 일어서서 내 앞에 서 있다. 시선은 나를 향한 채로.
"저녁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요. 배가 불러서."
"하세요."
딱딱한 말투였지만 강압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어투를 보면 충분히 다정한 말투였다. 허나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기 싫었다.
국왕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내게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이렇게 입고 나오시면"
".."
"추워요."
그리고 그는 내게 담요 같은 것을 내민다. 굉장히 호화스럽고 고급져 보이는 담요를. 나는 그것을 안 받을 수가 없어, 받고는 인사를 했다. 오늘 대화는 이만 하자는 식으로.
토끼풀에 담요까지. 이동혁이 자꾸만 떠올라서.
"감사합니다. 이만 들어가 볼게요."
"좋은 꿈 꾸세요."
"..네."
국왕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후 고개를 숙이고 뒤를 돌았다. 국왕은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꿈을 꾸지 못 한다는 것을.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 꿈을 꾸지 못 해서.
그래서, 꿈에서도 이동혁을 볼 수가 없다.
어느 정도 꽤 많이 걸어왔다 생각해서 뒤를 돌았는데.
국왕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놀라서 뛰듯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리고 교태전 안에 들어와 앉았다.
손목에 차여진 토끼풀을 끊었다. 이동혁과의 추억에 국왕을 끼고싶지 않아서. 온전한 내 못된 마음이자 욕심이었다. 손에 들려져 있던 담요도 내려놓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하나, 심적으로는 빈곤한 느낌이었다.
마음 속으로만 꿈꾸는 절대 안 될, 내가 숨겨야만 하는 큰 욕심은,
국왕의 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것은 이동혁이었음 한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도. 나였으면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온전히 서로였으면 좋겠다.
그게 내 이루어 질 수 없는 큰 바람이다.
! 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니퍼입니다. 일주일만에 왔네요. 늦었죠..T^T. 아마 연재 주기가 길어질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계속해서 올 거구요! 최대한 빨리 오려고 노력 하고 있어요! '_'..킁킁. 근데 오늘 글 뭔가 되게 짧아 보이지 않아요..? ㅠㅠ..일주일 만에 온건데 미안해여.. 막 집중이 막!!!되지가 않았어요 ㅠㅠ 재미 없으시다 하면 어쩌짓.. 오타 지적은 항상 달게 받고 있으니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암호닉 신청은 현재 받지 않고 있어요! 곧 2차 암호닉 신청 받을 겁니다. 말씀 드렸어요! 곧 받는다구!! 방식은 1차 암호닉 신청 때와 동일할 것 같아요. 앗, 그리고 저번 화는 신알신이 안 갔더라구요 ㅠㅠ 아마 인티 글잡담에 있는 전체 글이 그랬던 것 같아요..! 여러분 즐주말 보내세요. ♥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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