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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ㅁ..후."
이 말을 꺼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아직도 모르겠다. 강녕전 안에서, 혼자가 되고 나서야 입 밖으로 조심스레 꺼낸 말이었다. 사모한다고. 당신을.
중전이 되어, 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살아야만 했다.
장난스레 당신의 현명함과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모하는 이유라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 다짐한다.
다음번에는, 장난으로 덮어서 말고, 진심을 담아서 얘기해주겠다고.
*
"이동혁, 만났네."
"..어떻게 알았어?"
잠깐 청나라에 가기 전 들렀다는 이민형과 이태용은, 정말 곧 가야 한다는 듯 짐을 풀지 않았다. 이태용은 여느 떄와 같이 내게 맛있는 걸 먹이고는 흡족해 한다. 그러던 중, 방을 둘러보던 이민형이 내게 한 말이었다. 이동혁. 만났네.
"저번 밤에 꽃 사가는 거 봤어."
"..아."
다시한 번 이곳은 참 좁다고 생각한다. 이동혁과 이민형, 국왕이 아는 사이라는 것부터 지금 이 상황까지 다. 그런 이민형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이름아?"
"없어 괜찮아!"
"그러지 말고 빨리 말 해. 우리 이제 가야 돼."
태용이는 내게 물었고, 괜찮다는 나의 말에 이민형이 되물음을 했다. 갖고싶은 거 없냐고. 빨리 말 하라며. 그 말에 태용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꾸 받기만 하는 기분이라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는 이태용의 눈빛에, 나는 그들을 한 번씩 훑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민형이 차고 있는 팔찌 같은거..?"
그러던 도중, 이민형 손에 있는 팔찌가 눈에 들어왔고, 그냥 그것을 말했다. 딱히 받고싶은 것도, 생각나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내 말이 끝나자, 우리 셋의 눈길은 이민형의 손목으로 갔고, 자세히 보니 이태용의 손목에도 비슷한 팔찌가 차여 있음을 알았다. 청나라 자주 가던데. 기념품인가 싶어서.
이태용은 이민형을 주시했고, 이민형은 잠시 자신의 팔찌를 한 번 보더니 그것을 풀러서 바로 내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걸 본 이태용은 눈이 커져서 이민형을 쳐다볼 뿐이고.
".. 야 너 이거 맨날 차고 있던데, 이거 소중한 거 아니야?"
"아니야. 청나라 가서 또 사면 돼."
"야 그래도 잘 끼고 있던 것 같은ㄷ..!"
"줄 때 받아."
입을 다물었다. 이민형은 그 말을 끝으로, 이제 가야 한다며 손을 흔들었다. 이태용은 그저 그런 이민형의 뒤를 얼떨떨하게 따라갈 뿐이었다. 뒤를 돌아 문을 열고 가는 그들을 향해, 나도 손을 흔들었다. 꽤 긴 여정이 될 것 같다는 그들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이민형과 이태용이 나가고 난 후, 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오른 쪽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쳐다봤다. 빨간 색과, 남 색으로 어우러져 화려하지도, 추하지도 않은 딱 수수한 미가 돋보이는 그런 팔찌였다.
"어영아, 물 좀 가져다 줘."
평소 같았음 내가 바로 나가서 가져다 먹었을 테지만, 뭔가 힘이 쭉 빠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옆에 서 있던 어영이마저 고개를 숙이고 나간 후, 이 교태전에는 정말 나 혼자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노란 국화가 눈에 들어왔다.
실망, 짝사랑.
이동혁은 과연 이 꽃말을 모르고 내게 주었을까. 만약, 알고 준 것이라면.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궁금해졌다. 아니, 사실 밤새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둘 중 하나일 테니까. 네가 내게 하고 싶은 말. 실망, 짝사랑. 조용히 노란 국화를 응시하다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금새 물을 가져온 어영이가 내게 말한다. 밖에서, 국왕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물을 다 마신 뒤 밖으로 나왔다. 항상 국왕은 밖에서 날 기다렸다. 재촉하지도, 교태전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왔음을 알릴 뿐, 더이상의 말은 없었다. 오늘도 그랬다. 문을 열고 밖에 나가니, 그는 지고 있던 뒷짐을 푼 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꼭 무슨 일이 있어야먄 옵니까, 제가."
그는 그 말을 하고 더 환하게 웃어보였다. 매일같이 내리쬐던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햇빛에 비춰진 그가 참 바르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제 날이 좀 춥습니다."
"그걸 아시는 분이 이렇게 입고 나오셨습니까."
"아니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시길ㄹ..!"
대화가 끊기는 게 싫어서, 정말 내일 당장 겨울이 될 것 같은 날씨를 얘기했더니, 그걸 아는 사람이 옷을 이렇게 입고 나왔냐며 나를 꾸중한다. 아니, 기다리고 있다기에 일찍 나왔더니, 이렇게 입고 나왔다고 뭐라고 한다. 그럼 나는 그 말에 심술이 올라서
"그럼 다음부터 엄청 늦게 나올 겁니다. 궐 안에 있는 옷 다 껴입고 와야겠어요."
그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한다. 궐 안에 있는 옷 다 입고 나올 거라고.
그저 웃기만 할 줄 알았던 그가
*
석양이 아름다웠다. 해가 내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잘 있어.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하고, 내일 만나. 괜히 어렸을 때 봤던 뮤지컬이 떠올라 속으로 킥킥대다가, 옆에서 코스모스를 엮어 팔찌를 해 주겠다며 꼼지락대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아니, 언제부터 저러고 있는데 아직까지. 하지만 별 말은 안 하기로 했다. 나는 저런 거 할 줄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항상 장난이 도진다.
"근데, 진짜 백 년 기다릴 수 있어요?"
열심히 코스모스 몇 송이 정도를 엮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진짜 백 년 기다릴 수 있어요? 하고. 그러자 그는 잠시 멈칫 하더니, 아무런 대답 없이 코스모스만을 만지작거렸다.
"백 년이면 좀 긴데? 기다릴 수 있어요?"
두 번 이상으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묻자, 그는 나를 흘겨보았다. 그런 모습에 웃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간심히 참고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던데 백 ㄴ.."
미친. 긴 시간동안 나는 일시정지. 그 상태였다. 아니,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진 것일 수도.
그는 내 이름을 불렀다. 처음에 내게 이름을 물었을 때처럼. 그렇게 내 이름을 불렀다. 심지어 그 때처럼 맞냐고 물어 보지도 않고, 그냥. 이름아. 하며.
"혼나."
혼나. 그가 그 뒤에 뱉은 말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열이 오르는 느낌. 그리고
"부인의 벗께서, 부인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시나 봅니다."
*
아까 국왕과 헤어지고 나서, 교태전 내에서 머물고 있었다. 물론 계속해서 이 팔찌를 바라보면서. 아까 그래서 이태용이 당황했던 거구나. 이거 없으면 청에 들어가기 불편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형은 정신을 놓았던 것 같다. 이 생각 뿐이었다.
옆에 있던 어영이가 밖의 부름에 잠시 나갔다 들어오더니, 내게 귓속말로 이른다.
"도련님께서 오셨어요."
그 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내게 목례를 한 번 한 후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동혁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어영이가 나감과 동시에, 이동혁이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어디 아파?"
"오늘 , 참 의도치 않게 이리 저리 심란한 일들이 많았어."
이동혁이 내게 건넨 첫 마디였다. 어디 아파? 그렇게 아파 보이나. 그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민형이 내게 이 팔찌를 너무 쉽게 건네줌에 대해서, 국왕의 설레는 한 마디에 대해서, 그리고
네가 준 꽃의 꽃말에 대해서.
이동혁은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더 되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프지 마. 하고는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꼼지락대고 있을 뿐.
"동혁아,"
그에게 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궁금해서. 심란해서.
"응?" 하며 나의 부름에 내 손에서 나의 눈동자로 시선을 옮기는 너를 보다, 결국 뱉었다.
"..이거 꽃말.. 알고 준 거야?"
그는 한참을 대답이 없었다. 우릴 감싸는 침묵만이 있을 뿐, 너는 다시 내 손으로 시선을 옮긴 후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아니."
".."
"몰랐어. 모르고 줬어."
너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이 네 말이 거짓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저 그런 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네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미안해서.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근데,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이라서.
네게 너무 미안했다. 내 손만 쳐다보고있는 네게.
"옆으로 가도 돼?"
손만 만지던 이동혁이 내 옆으로 가서 앉아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그 물음에 "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혁은 내 대답에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하였다.
"좀 쉬어."
".."
"오늘 피곤한 하루였잖아."
"응."
"..동혁아."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질끈 감고 있는 내 눈은 그의 손에 의해 떠졌다. 참는다고 참았는데, 어느샌가 볼을 타고 흘러가던 눈물이 이동혁의 손에 가로막혔기 때문에.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무너졌다. 고개를 떨구고 내 얼굴을 감추기 바빴다. 아니, 대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기 바빴다. 지금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이동혁의 표정이 두렵다. 어떤 눈으로 나를 볼까 두려웠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이름아."
".."
"나 봐."
그의 부름에도 고개를 떨군 채 바닥만을 보던 내가, 자신을 보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까 옆에 와서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마주보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내 볼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닦아낸 뒤 내게 재차 물었다.
"뭐가 미안해. 괜찮아. 울지 마. 응?"
그는 울지 말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눈물이 더 쏟아졌다. 그리고,
"그에게 마음을 품었어."
".."
"미안해. 또 미안해."
"..아.."
나를 달래주던 그의 손길이 멈췄다. 그리곤 나와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말 하지 말지 그랬어."
".."
"차라리 말하지 말고, 끝까지 숨기고 가지 그랬어."
아, 아까 무너진 것은, 내가 아니라 이동혁. 그였다.
"이미 국왕의 물건으로 가득찬 교태전을 보고도, 밤 산책 하는 국왕과 네 모습을 보고도,"
"..미ㅇ.."
"네 머리 뒤에 꽂힌 비녀를 보고도 애써 모른 척 하려고 했어."
아, 바닥이다. 지금 상황은 바닥이었다. 밑바닥. 끝을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상처를 준 것은 나였고, 무너져 가는 자신을 애써 비틀거리며 일으켜 세웠는데, 그를 다시 무너뜨린 것도 나였다. 내가 울고 있고, 그가 울음을 참는 목소리로 말하는 게 모순된 상황이었다. 그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벚꽃은, 봄이 지나가서 잠시 진 거야."
".."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나면,"
내 눈물을 닦아주려 올라오는 손이 떨리는 게 보인다.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겁쟁이처럼 다시 눈을 감는다.
"다시 꽃이 필 거야."
이것은 단순히 그가 내게 줬던 벚꽃 모양의 비녀만을 말하는 것임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늦은 봄에 만난 나와 이동혁. 그 봄이 다시 올까. 올 수 있을까.
긴 시간 동안 침묵만이 허공을 메웠다. 마음이 쓰린 것은 아까와 매한가지 였으나, 이제 지쳐 눈물도 흐르지 않아 바닥만 보고 있다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시선을 그에게 두었다.
그는 방을 나가다, 문 앞에 서서 내게 등을 보인 채로 말했다. 그의 볼 또한 젖은 것을, 나는 모른 체 . 못 본체 해야 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이름아, 있잖아."
이동혁은 문 앞에서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네 마지막 그 말은,
! 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애몽 작가 니퍼입니다. ㅠㅠ127 티저 나오는 거 보셨죠 다들.. 헝헝. 진짜 대존엄.. 사실, 이제 컴백 기간이라 다들 애몽 안 봐 주실 것 같아서 불ㅇrㄴ..ㅎH요. T^T 따흐흑. 그리고, ㅠㅠㅠ죄송해요. 댓글 하나하나 다 달아드리지 못 했어요 헝헝. 이번 주에 좀 많이 바빴던 것 같아요 T^T 초심 잃지 않는 작가 되려고 노력 할게요!!!! +)작가의 무료글잡 구독료 장난! ♥ 오늘도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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