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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밤 전체글ll조회 556l 2



 끝이 정해진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련이 남지 않을만큼 뜨겁게 사랑해야 할까

 서로가 없을 때 너무 힘겹지 않도록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만 할까

 
















 밤에는 영하까지 떨어질 것 같다더니 한낮에도 입김이 제법 서릴만큼 추웠다. 이른 봄이었다. 교실 안은 히터가 제 구실을 잘해 꽤 따뜻했다. 수연은 히터의 건조한 공기가 싫어 스탠드 책상 위에 영어 단어장 하나를 얹어 복도로 향했다. 아무도 없어 휑한 복도에 찬 기운이 돌았다. 저마다 닫혀있는 교실 문들 안쪽에서는 몇몇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수업 소리들이 들렸다. 카디건 주머니에서 귀마개를 꺼내 귀에 대충 우겨넣자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 귓속을 채웠다. 단어장을 펴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단어들을 외우려 손가락으로 책상에 몇 번이나 같은 단어를 반복해 그렸는지 모른다. 찬 공기에 손이 시려왔지만 게의치 않았다. 종이 치는대로 교실에 들어가면 된다. 길어야 50분만 지나면 된다. 추운 줄도 모르고 단어외우기에 전념하는 수연의 옆에 그림자가 진다. 고갤 돌린 수연의 앞에는 담요를 손에 들고 영민이 서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서있는 영민을 저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단어장으로 고갤 돌린다. 그러자 수연의 어깨에 담요가 사뿐히 얹어진다. 수연이 놀라 다시 고갤 돌렸을 때 영민은 뒤돌아 교실로 향한다. 수연은 그렇게 한참동안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극야

01.




네 밤





















 영민은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교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벽을 돌자 아무도 없는 복도 끝, 저 멀리 벽만 바라보며 공부에 집중한 수연이 있었다. 새학기 자습에 뭐 할게 있다고 이 날씨에 복도까지 나와있는건지 영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점점 걸을수록 수연은 더 가까워졌고 영민은 수연과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가 되어서야 수연이 교복에 겨우 카디건 하나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연을 지나쳐 들어온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영민을 감싸돌았다. 그 새 밖에 있었다고 저도 모르게 추웠나보다. 제 자리에 앉은 영민의 눈에 앞 자리, 잠시 자리를 비운 다니엘의 담요가 들어오자 복도에서 본 수연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거라도 줄까. 영민은 잠시 고민하며 시계를 본다. 종이 치려면 30분도 더 남은 시간이었다. 영민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담요를 손에 들었다.

 



**




 붙임성이 좋은 것도, 말 수가 많은 것도 아닌 수연에게 새학기에 가벼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친구는 없었다. 그런 수연의 성격을 안다며 쉬는시간마다 이제는 다른 반이 된 친구들이 찾아왔다 갔지만 매 시간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수연은 외로웠다. 아니, 외롭다기보다는 따분했다. 어떻게 어떻게 다른 아이들은 어울려 노는데 수연은 그러한 무리에 속하려 애쓰지도 않고 교실 구석에 있는 자리에서 단어를 외운다던가, 잠을 보충한다던가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나마 수연을 잠시나마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건 짝, 다니엘이었다. 성격이 참 좋았다. 낯을 가리는 수연이 제 이름만 말해줘도, 작년에 몇 반이었는지만 말해줘도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실로 들어온 수연이 어깨를 덮고 있던 담요를 걷어서 손에 꼭 쥐었다. 다니엘의 담요였다. 수연은 교실 뒤에 서서 이걸 다니엘에게 줘야 하나, 영민에게 줘야 하나 생각하는 중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수연은 놀라서 뒤를 돌았다. 어디에 갔다 온건지 귀가 새빨갛게 얼어있는 다니엘이었다. 수연이 대답하지 못하고 서 있자 멋쩍은 듯 두 볼을 손으로 감싸며 밖에 진짜 추워, 하며 또 웃음을 짓는다. 수연은 손에 들고 있던 담요를 다니엘에게 건네주었다. 담요도 복도에 있다가 온 거라 영 따뜻하지는 못했다. 웃고 있지만 조금 놀란 눈을 한 다니엘에게 사실은 네가 없는 동안 담요를 썼다고, 말도 없이 써서 미안하다고 설명해주려던 찰나였다.





"추워보여서 내가 쓰라고 했어."





 다니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영민이 말했다. 아, 그랬냐? 다니엘이 고갤 끄덕였다. 잘했어. 수연에게 한 말인지 영민에게 한 말인지 둘을 번갈아 보고 웃으며 다니엘이 말했다. 담요좀 제 자리에 놔달라며 수연에게 건네준 뒤 영민과 다니엘은 다시 복도로 나갔다. 수연은 자리로 돌아와 옆자리에 가지런히 접은 담요를 올려놓았다. 추운 곳에 있다오니 몸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임영민.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것은 거의 처음이지 않나 싶었다. 영민은 수연을 몰라도 수연은 영민을 이미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다 마주치면 옆에 있던 친구들이 쟤가 임영민인데, 잘생기지 않았어? 하고 작게 말하는 걸 들었었다. 근데, 2년 된 여자친구 있어-하는 말도 꼭 짝꿍처럼 붙어다녔다. 수연은 제 팔을 베고 책상 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잠을 청하는 수연의 위로 이른 봄의 햇살이 쏟아졌다.




**




"왜 그랬냐."

"뭐가?"





 새끼, 알면서 물어. 다니엘이 등을 툭 쳤다. 물을 잠그고 손을 터는 영민이 고갤 숙이고 씩 웃었다. 내 짝지한테 관심 있냐? 다니엘이 영민을 놀리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다니엘은 영민과 꽤 오래동안 친하게 지내온 친구였다. 어릴 땐 같이 부산에서 자란 동네 친구였는데 신기한 우연으로 전혀 다른 지역의 중학교에서 만나게 된 사이였다. 다니엘은 영민을 잘 알고 있었다.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성격, 다니엘과는 정반대인 영민이었다. 그런 영민이 제 짝에게 담요를 건네줬다는 것이 신기해 계속 캐물어볼까 하다가도, 언젠가 영민 스스로 제게 말해주겠지 하고 그저 웃고 마는 다니엘이었다. 

 



 **

















다음편은 언제가될지 나도모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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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기대할게요!!!!신알신하구갑니당
6년 전
비회원39.195
완전 뭔가 진짜 조금씩 설렘을 주는 글 같아요
6년 전
비회원237.173
담편 꼭 부탁드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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