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재환은 놀이터에 앉아 모래성을 짓고 있었다. ..음? 뭔가 이상한데..? 쨋든 한참을 모래를 가지고 조물딱 거리던 둘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꽤나 완성도가 높아보이는 모래성 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에 감격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뿌듯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등골이 서늘해진 학연이 눈을 뜬 것은. 눈을 뜬 학연은 왜인지 모르게 땀으로 범벅인 옷을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학연은 느꼈다. 오마이갓. 지져스.
"..그래서, 니가 이재환을 상대로 몽정을 했다, 이거지?"
"응..."
학연은 자신이 모..ㅇ...을 했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일어나 거실에 있는 화장실로 직행했고, 눈물의 샤워를 하며 자신의 팬티를 빨아야했다. 지금까지도 학연에게는 문제였지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택운이 오랜만에 학연의 집에서 자고 간다는 것과, 택운은 밤중에 한번은 꼭 화장실을 들른다는 것이였다. 뭐해, 지금?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에 들어와, 볼일을 보는 택운을 보며 학연은 한 번 더 생각했다. 신이시여.
결국 택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학연은 이내 진이 다 빠진 듯 자신의 침대로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학연의 꿈에 대해 곱씹던 택운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남자잖아, 재환이. 거기서 학연은 한 번 더 큰 충격에 빠져야했다. 친구에게 몽정을 들켰다는 생각만으로 생각하지 못하던 문제였다, 그건. 재환을 상대로 몽정이라니. 몽정이라니!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학연을 또 한참동안 보며 꿈을 되새김질하던 택운이 한 번 더 학연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전혀 야하지도, 않았는데? 그 말에 학연은 2차 충격을 받고, 절망하며 2차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이 재환과 야한짓을 하고, 몽정을 했다고 한다면 그건 또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지만. 지금 상황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왜 재환이랑..? 뭘 했다고 내가... 그 모습을 또 한참동안 재밌다는 듯이 바라본 택운이 한 번 더 학연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말을 뱉었다. 너 이재환 좋아해서 그런거 아냐?
"아냐! 그건 절대! 재환이는 그냥 친구고, 또,"
조용히 해. 옆집 다 들린다. 흥분을 해서 큰소리를 내뱉는 학연의 입을 막은 택운이 한숨을 쉬며 바닥에 깔려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한 번 더 충격에 빠질 줄 알았던 학연이 강력하게 부정을 해오자 흥미를 잃은 택운이 였다. 그럼, 뭔데. 니가 이재환을 상대로 몽정을 한 이유가.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택운 덕에 귀와 얼굴이 빨개진 학연은, 금방이라도 대답을 할 수 있다는 듯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다, 이내 오묘한 표정으로 입을 오므리고 말았다. 모르겠어, 나도.. 학연의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불꺼진 재환의 방 창문을 보던 택운이 이내 한숨을 쉬며 벌러덩 누워버렸다. 똑같은 것들끼리 뭐하는 짓들인지. 불 꺼, 나 잘거야. 택운의 말에 흡사 거북이처럼 굼뜨게 일어나 방 불을 끄고 온 학연이 택운과 같이 자신의 침대의 벌러덩 누으며 생각했다. 오늘 밤의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이였으면, 하고.
학연의 가방을 챙겨 보건실로 간 재환은 학연의 옆에 붙어 쫑알거리고 있는 홍빈을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야, 너 먼저 간다며. 이번엔 홍빈의 등을 걷어차며 말한 재환이 학연에게 가방을 넘겨주었다. 그럼, 먼저 가야지. 우리 선배 보러 먼저 가야지. 얄밉게 웃으며 말한 홍빈이 점점 사나워지는 재환의 눈빛에 아차, 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하하, 먼저 가야지 그럼. 잠시 들른거야 들른거. 선배 내일 하던 얘기 마저해요. 황급히 보건실을 떠난 홍빈은 생각했다. 이재환 쫌생이 같은 놈. 하고.
홍빈이 나간 후, 둘도 곧 짐을 챙겨들고는 보건실을 나왔다. 자신의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걷는 재환을 보자니, 어젯밤이 생각나 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학연이 재환에게 제 얼굴을 들킬새라 재빨리 고개를 바닥으로 숙였다. 아까 무슨 얘기 한거야? 자신의 빨간 토마토 얼굴을 가라앉히기 위해 열심히 손부채질을 하고 있던 학연이 재환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슨 얘기? 학연이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재환이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니, 아까 이홍빈이 하던 얘기 마저 하자고 했잖아, 큼, 무슨 얘기 하고 있었던건데? 곁눈질로 학연의 눈치를 살피며 말한 재환은, 홍빈의 얘기를 하자 묘하게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보고 기분이 묘해졌다. 지금 저 표정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 맞지?
결국엔 사귈거면서 왜 인정을 못하니!!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