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도경수가 남편인 썰
안녕 독자분들! 난 김에리야. 29살이고 결혼 2년차야. 뜬금없다고? 이해해줘 그래도. 내 남편이 좀 유별나서 썰 좀 풀어보려고 왔으니깐.
썰이라 쓰고 욕이라 읽는다 남편이라고 말하기가 좀 낯부끄럽지만 남편은 도경수이고 정말 세계 최강 무뚝뚝해. 남한테만 무뚝뚝하고 내 사람한테는 다정킹? 그런거 없음. 그냥 돌덩어리야. 나한테도 마찬가지지. ^^! 일단 오늘은 1화니깐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할게. 사실 도경수랑 나는 중딩 때부터 알던 사이였어. 왜 그런 거 있잖아. 3년동안 학교 다니다보면 같은 반 해본 적도 없고 말도 안 섞어봤는데 오다가다 보니 얼굴이랑 이름 알게 된 거. 우리가 딱 그런 사이였어. 도경수가 날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그냥 도경수를 우리 학교 다니는 애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뭐 그렇게 흐지부지한 사이였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1학년 때 같은 반이 된거야. 우리 고등학교가 살던 곳하고 꽤 멀거든. 그 말인 즉슨 아는 애가 별로 없다는거지. 나도 막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런 성격이 못되거든... 대충 옆에 앉은 여자애랑 말 좀 트고 어색한 분위기로 있었는데 선생님이 뭘 작성하라고 나눠주시는데 필통이 없지뭐야... ㅎㅎ 빌리려고 했는데 내 짝도 필통을 안가져왔더라고. 주위를 스캔하다가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로 주섬주섬 필통을 꺼내고 있는 도경수였지. "어... 안녕? 나 펜이 없어서 그런데 하나만 빌려주면 안될까?" 그게 바로 내가 도경수랑 맨 처음 한 대화였을거야. 서로 얼굴 제대로 마주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고. 무튼 내 말에 도경수는 날 아는지 모르는지 빤히 보다가 그냥 펜 하나를 주더라. 난 그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받자마자 내 자리로 빠르게 돌아왔는데 나중에 물어보니깐 도경수는 그때가 기억 안 난다고 하더라!^^
개새끼 펜을 다 쓰고 돌려주려는데 내가 새학기고 새 친구들이니깐 친해지고 싶어서 abc초콜릿을 가져왔거든. 그거를 하나 챙겨서 슬쩍 펜이랑 같이 돌려줬어. "이건 내 거 아닌데?" 응... 펜만 홀랑 받고 초콜릿을 다시 돌려주면서 그렇게 말하더라. 딱 봐도 너 먹으라고 준거잖아 이새끼야!! 눈치가 없는건지 뭔지 평범한 반응이 아니라 난 좀 당황했어 그때. "아... 그냥 너 먹으라고. 빌려준거 고마워서." "나 초콜릿 안좋아해." 욕이 목끝까지 올라오더라 정말. 성의라도 보고 좀 그냥 받으면 안되는건가. 생각해보면 도경수는 참 처음부터 나쁜놈이었어. 난 그냥 도경수말을 무시하고 내 자리로 돌아갔어. 그 초콜릿은 버렸는지 누구줬는지 내가 다시 회수하기는 싫었거든. 그렇게 첫 날을 보내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데 학생들로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 사람들한테 치여서 손잡이를 잡았는데 하필 내가 서있는 자리가 도경수 앞... 뭔 생각하는지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길래 나도 그냥 무시하고 가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저씨가 운전을 터프하게 하시는지 이리저리 밀리고 치이고 부딪히고 난리도 아니였어. 그 난리통에 나는 몇번이나 도경수쪽으로 쏠리면서 부딪혔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도경수시키는 개복치도 아니면서 되게 예민해. 모르는 사람이랑 막 접촉하고 엮이고 그런 거 엄청 싫어하거든. 물론 그때도 마찬가지였지. 부딪힐 때마다 날 어찌나 살벌하게 쳐다보던지... 아주 저승사자 저리 가시겠다. 그렇게 살벌한 눈빛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거야. 좀 놀랐지만 내리는건가 싶어서 난 그 자리에 슬쩍 앉았지. 그런데 도경수가 안내리더라고...? ㅎㅎ 내리려고 일어난거 아니였니? 근데 왜 계속 내가 서있던 자리에 서있죠? 결국 도경수는 나랑 같은 곳에서 내렸어. 같은 중학교였으니 사는 곳도 비슷한 게 당연한거였더라고. 그럼 나 앉으라고 비킨건가 싶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 같고. 뭐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난 앉아서 편하게 갔으니깐 앞서 걸어가는 도경수랑 슬쩍 보폭을 맞췄지. "자리 비켜줘서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왔어." "너 앉으라고 비킨 거 아니야." 아 예;; 칼답 무섭네 진짜. "뭐... 암튼 고맙고. 내 이름은 알아? 나 너랑 같은 중학교 나왔는데." "..." 무시하는건지 답이 없더라. 난 뻘쭘한 이 분위기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걸음을 낮춰서 도경수 뒤에서 걷기 시작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 쟤한테 왜 저렇게 찌질하게 굴었을까... 앞서 걷던 도경수가 먼저 아파트로 들어가길래 난 빡침+뻘줌+어색을 한껏 모아 용기라는걸 좀 만들어 잘가라고 뒤에서 소리쳤어. "내일 봐. 도경수!" "... 잘 가. 김에리." ...? 내 이름을 알아? 근데 왜 아까는 개무시했대? 도경수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멘붕에 빠진 사이 사라졌어. 정말 희대의... 나쁜놈이야. 아무튼 이게 우리의 첫만남이었던거 같아. 그럼 다음에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