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운은 야하다
하아. 가쁜 숨을 뱉으며 차마 눈을 쳐다 보지 못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세운이의 하얀 손이 내 볼을 부드럽게 움켜지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눈을 바라보면 이제 만족한다는 듯 세운이가 살풋 웃는다. 예쁘다. 아까는 정말이지 당황스러울정도로 섹시해보였는데. 지금은 참 예뻤다.
욕망에 흐릿해진 눈과 침으로 번들번들해진 빨간 입술, 조금은 상기된 볼. 이때다 싶어서 천천히 세운이의 얼굴을 관찰한다. 내 눈빛이 너무 강렬했는지 세운이가 조금 당황한다.
흠흠. 세운이가 조금 뒤로 가 나에게서 멀어진다. 조금 멀어진 거리에 아쉽다는 생각이든다.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눈을 만지는 세운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세운이가 처음으로 눈을 돌린다.
"회사 다와가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요."
고개를 돌려서 잘은 안 보이지만 세운이가 부끄러워한다는게 느껴진다. 아. 이젠 귀엽기까지하네. 슬쩍 눈을 돌려 날 쳐다보는 세운이가 너무 귀엽다.
아아. 이번에는 내가 먼저 뽀뽀를 해주고 싶지만 세운이 뒤에 있는 창문으로 보이는 익숙한풍경에 간신히 참는다.
다와가네요.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세운이와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세운이가 나의 손을 잡아준다.
"이제 나 피하지 마요."
아 내가 세운이를 피했었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머리가 아프다. 하. 한숨을 쉬면 세운이가 손을 흘들어 대답을 제촉한다. 어느새 세운이 눈에는 긴장과 걱정이 가득하다.
응.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제서야 세운이의 다정한 눈빛이 돌아온다. 회사 앞으로 차가 멈추면 세운이가 아쉽다는 듯이 눈이 살짝 내려 맡잡은 손을 본다. 전화받아요. 아쉬움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말을 하고 내 머리를 다정하게 한 번 쓰담아주고는 차에서 내린다.
뒤를 돌아 또 대답을 요구하는 세운이에게 조용히 말한다. 응. 그 말 밖에는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마음을 전할 수도 그렇다고 세운이를 밀어낼 수도. 그냥 세운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대답만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안심이 된듯 세운이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 매니저와 함께 회사로 들어간다. 아. 드디어 퇴근이다. 오늘 하루는 왜이렇게 긴지. 세운이는 연습을 하러. 나는 내 집으로. 이렇게 나의 하루가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다.
띵동. 무거운 몸과 몽롱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고요한 방 안으로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새벽 2시.
감기지 않던 눈은 사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세운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나를 제촉하지 않고 디라려 준다. 천천히 걸어가 천천히 문을 연다. 세운이가 서있을 거라는 걸 예상했으면서 막상 문을 열자 보이는 세운이에 긴장이된다.
"누나. 많이 피곤하죠?"
"괜찮아. 너 오기전에 조금 잤어."
집으로 들어오면서 내가 피곤할까봐 걱정해주는 세운이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밝게 괜찮다고 말해준다. 사실 나보다는 세운이가 더 피곤해 보인다.
하긴 스케줄 끝나고 연습까지 하고 왔으니 많이 피곤할꺼다. 싫다고 해도 그냥 집으로 보낼걸 그랬다. 연습하는 중에도 계속 톡을 보내면서 연습이 끝나면 집에 오겠다는 세운이의 고집을 꺾지 못해 집주소를 알려준 내가 후회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있는게 싫지 않은 내가 참 바보같다.
내가 거실 쇼파에 앉으면 세운이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다. 고개를 돌려 세운이를 쳐다봤다. 내 공간에 세운이가 들어와있다. 이 공간에 있는 세운이가 너무 어색해서 꼭 꿈을 꾸고 있는 것같다. 움직이지 않을 거같던 세운이가 고개를 돌린다.
아 눈 마주쳤다.
어색한 공기에 내가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한다. 마실꺼 뭐 줄까? 제발 내 목소리가 떨리걸 세운이가 느끼지 않기를. 물 주세요. 나른하게 말하고는 세운이가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온다.
아. 또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눈을 자연스럽게 피하며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세운이에게 내민다. 컵을 건내는 손이 살짝 부디친다. 손 끝이 뜨겁다. 나도 세운이도.
꿀꺽. 물 마시는 소리가 이렇게 야했던가. 왜 또 이런 분위기가 된거지. 아니 세운이가 내 공간에 들어왔을 때분터 고요하고 편안했던 공기가 변했다. 내 옆의 온기가. 마주치는 눈이. 스치는 손 끝이. 야릇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 또 다."
"응?"
"또 그런 눈으로 나 쳐다본다고요."
"내 눈빛이 어떤데?"
"음...그냥..."
머뭇머뭇 거리는 세운이에 나까지 부끄러워진다. 세운이가 뒷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말한다.
"내가 이상한건 지는 모르겠는데. 누나 눈빛이.. 꼭 날 원하다는 듯이 쳐다봐요."
"..."
"그래서 나까지 이상해지는 기분이에요."
눈을 피할 때는 언제고 내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면서 말하는데. 아. 뜨겁다. 뜨거운 세운이의 눈빛이 내 몸을 뜨겁게 만든다.
"너도 똑같은 눈빛이야."
"..."
너도 그런 눈빛으로 날 보고 있어. 그 사실을 세운이도 알고 있었는지 딱히 부정하지 않았고 조심히 물컵을 내려놓은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급하지 않게 천천히 세운이가 다가와서 입을 맞춘다. 맞닿은 입술에 내 입이 살짝 벌어지자 부드럽게 세운이가 파고든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렇다고 약하지는 않게. 세운이의 키스에 몸이 녹는다.
숨이 가빠지고 세운이의 손도 바빠진다. 날개뼈에 있던 손이 내려와 허리를 살살 만진다. 그 손길에 다리에 힘이 풀릴거 같아 세운이의 목을 쓰다듬던 손에 힘을 줬다.
점점 깊어지는 키스에 몸이 뒤로 밀린다. 등 뒤에 있는 식탁에 세운이가 날 살짝들어 앉혀 편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하..."
살짝 떨어진 입술 사이로 누구의 것인 지 모를 가쁜 숨들이 뱉어진다. 얼마나 이렇게 있었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내 잠옷 단추들은 모두 풀려있었고 세운이의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얼굴부터 벌어진 옷까지. 흐트러진 내 모습을 바라보는 세운이의 눈빛이 느껴진다. 하아. 세운이가 한숨을 쉰다. 세운이의 고운 손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움찔. 세운이의 손길에 자동으로 몸이 움추려들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세운이는 천천히 내 단추를 다시 잠궈준다.
"오늘은 안돼요. 누나 아침에 일 있잖아요."
"...응"
"...저도 겨우 참고있는 거에요."
응. 그런거 같네. 세운이는 담담한 척했지만 떨리고 있는 손은 감추지 못했다.
"다 됐다. 몇시에 나간다고 했죠?"
"5시."
"별로 안남았네. 나도 오전에 리허설 있으니까 우리 같이 조금이라도 자요."
단추를 다 잠그고 뿌뜻해하는 세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같이. 너랑 같이 자면 더 잠이 안올거같아. 그 말을 속으로 삼키고 세운이의 손을 잡고 침실로 향한다. 좁은 싱글 침대에 세운이가 먼저 눕는다. 내가 눕지도 못하고 가만히 세운이만 쳐다 보고 있으면 세운이는 씨익 한번 웃고는 머뭇거리는 내 손을 잡아당겨 나를 안는다.
작은 몸이 세운이의 품에 쏙 들어간다. 크고 단단하다. 날 감싸 안은 몸이 크고 단단하다는 게 느껴지자 얼굴이 빨게진다. 이대로는 진짜 잠 못 잘거같은데.
"잘자요."
혼란스러워하는 나와는 달리 세운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숙어 내 이마에 쪽 소리나게 뽀뽀를 한 번을 한다. 세운이의 입술이 닿은 이마가 간지럽다. 그 후 세운이는 많이 피곤했는지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긴 요즘 정신없이 바쁘긴 했지. 규칙적인 숨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긴장됐던 몸이 따뜻한 체온에 조금씩 풀린다. 자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나도 얼마 안있어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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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이 데뷔하면 바쁠거 같아서 생존신고라도 하려고 급하게 써서 올려요ㅋㅋㅋ
이제 진짜 별로 안 남았네요. 8월 31일 세운이 노래 많이 들어주에요!
정세운 슈스길만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