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강력1팀입니다.
<06>
도착한 병원에는 이미 팀장님을 비롯해 팀원들이 모여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급하게 선배님의 등에서 내려 그들과 합류했다.
"어떻게 됐어요?"
"야, 너 어디 안 다쳤어? 또 혼자 범인 쫓아갔다며!"
"아.. 괜찮아. 다친 곳 없어."
부리 같은 입술로 오자마자 쪼아대는 승관을 무시하고 팀장님 앞에 섰다.
보시다시피. '수술 중'을 가리키던 팀장님의 검지가 엄지를 만나 그대로 나의 이마로 직행했다.
"아!"
"혼나려고 내 앞에 선 거지, 지금? 누가 혼자 그렇게 뛰어가래. 이 경위한테 다 들었어."
".. 죄송합니다."
신발은 또 어디에 버리고 왔어? 팀장님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뱉었다. 내가 범인과 대치했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석민 오빠는 따라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몰랐겠지. 덕분에, 권순영 선배님한테까지 불똥이 튀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않는 권 선배님과 화가 나신 팀장님을 번갈아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할 말이 없었다.
"피해자 수술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일단 권 경위랑 김 경사는 서에 들어가서 경위서 작성하고 현장부터 가도록 해."
"네."
"나는 승관이 차 타고 갈 테니까, 우리 팀 차 타고 가 있어."
"..."
"뭐 해? 안 가고?"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그게.. 제가 술을 마셔서.."
"권 경위가 운전하면 되잖아."
"저도.. 음주를 해서요."
"너도 마셨어?"
하필 권 경위님까지. 어쩐지 차 키 건넬 때 왜 쭈뼛대나 했다.
팀장님이 숨을 들이마셨다. 보인다면 불꽃으로 보였을 어마 무시한 콧김이 들락날락했다. 슬쩍 돌아가는 고개는 석민 오빠를 향했다. 멋쩍게 웃는 본새가, 아마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한 번에 알았을 것이다.
설마 너도,
"죄송합니다.."
"하아..."
결국 막내 찬이가 다시 서까지 운전했다. 조용히 할 말 다 하며 투덜거리는 막내 덕분에 술은 이미 다 깬 것 같다. 차 키는 우리에게 주고 택시를 타야 하는 찬이의 손에 차비를 쥐여주곤 잔소리를 하기 전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헐레벌떡 뛰었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취객들의 난동 부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강력팀으로 복귀해 다시 제 자리에 앉았다. 짜증나게시리 편하긴 또 엄청 편하다.
자신의 책상 밑에 슬리퍼가 있으니 그거라도 신고 있으라던 찬이의 말이 생각나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뭐 합니까?"
"아, 찬이가 신발 잠깐 빌려 신어도 된다고 해서..."
"이리 와요."
먼저 들어가 있으라는 순영 선배님은 어딜 들르신 건지, 흰 봉투와 함께 나타났다. 부시럭대며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소독 약과 반창고들이었다.
"팔 이리 줘 봐요."
"네? 저 안 다쳤는.. 아,"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내며 바라본 팔은 세상에, 이게 지금 사람 팔이라고 할 수가 있나. 흙투성이로 더러워진 팔을 이리저리 돌려 보니, 오른쪽 팔꿈치에 불그스름한 것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이건 또 언제 봤대, 나도 몰랐던 상처를.
설마 이거 치료해주려고,
"제발 혼자 좀 그렇게 뛰어가지 마요. 나중에 진짜 칼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럽니까?"
"..."
"보니까 이 팀은 구급상자도 구비해놓지 않은 모양인데, 웬만하면 소독약이나 붕대는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될 줄 알고."
"..."
"이거 회의실 책상에 둘 테니까, 다치면 그때그때 꼭 치료하고요."
"어, 다시 존댓말 하시네."
놀래서 반말하던 권순영은 어디 가고, 다시 딱딱한 존댓말이 나를 대했다. 약을 발라주던 손이 잠깐 주춤하는 것이, '나 당황했어요' 하고 광고를 해주는 꼴이 되었다.
큼큼, 헛기침을 하던 입은 변명하고 싶은지 들썩들썩거렸지만 막상 나온 말은 꽤 싱거웠다.
".. 일단 쉬어요."
귀엽기는.
-
이유는 모르겠으나 선배님이 반말한 이후로 나는 심적으로 편해졌지만, 반대로 순영 선배님은 나를 더 어려워하시는 듯했다.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할 말없이 손가락으로 창문을 두드리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움직였다.
"선배님, 이왕 말 트신 김에 계속 말 놓으세요. 저는 상관없어요."
"..."
무언가 뒤바뀐 듯하다. 후배가 선배를 어려워하고, 선배가 후배를 다독이는 게 흔한 경우 아닌가.
"혹시 제가 좀 불편하세요?"
내가 또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권순영 선배님은 일하는 중엔 사적인 질문은 받지 않는데 말이다.
".. 아, 죄송합니ㄷ.."
"노력할게."
"네?"
"불편한 건 아니야. 내가 좀 낯가리는 것도 있고, 그냥 여러 가지로 시간이 좀 필요했어."
".. 선배님,"
띠링 -
감동의 도가니탕에 누가 소금을 뿌렸는가. 얼른 봐보라는 선배님의 말에, 짜증을 억누르고 핸드폰을 꺼냈다.
누구냐. 내 감동을 파괴한 자식.
<피해자분 방금 돌아가셨다. 현장 가는 중이지? 다 조사하고 연락해.>
- 석민 오빠 -
심각한 내용에 서둘러 현장으로 가기 위해 순영 선배님은 속도를 더 올렸다. 가로등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운치 있는 골목길은 피해자 혈흔이 그대로 묻어있는 처참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범인은 왜 이 사람을 죽였을까. 순영 선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바리케이드 앞에서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가 물었다.
"CCTV 확인됐습니까?"
"그게, 이 근처에는 CCTV가 없다고 합니다."
"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 동네는 골목길마다 CCTV 다 설치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순영 선배 말이 맞았다. 이 동네 살고 있는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골목길은 가로등 설치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아직 못 달았다고 합니다."
"허,"
이 많은 골목길들 중, 범인이 하필 피해자를 덮친 곳이 CCTV가 없는 곳이었다. 운 좋게 피했다기엔 냄새가 분명히 났다.
"선배님."
"응. 아무래도 우발이 아니라 계획인 것 같아."
♡ 암호닉 ♡
자몽몽몽, 윤맞봄, 권햄찌, 쑤뇨, 0920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