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CODE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화로에, 검붉은 색 러그 위에 초록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성우는 타들어 가는 불꽃 끝 꼬리만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반사되어서 그 불의 꼬리가 성우의 눈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깊은 생각이 끝났는지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펴고서 2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걸어가야 보이는 하얀색 문의 손잡이를 성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잡고 있다가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
“우리 고양이 깨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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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게이트로 막혀진 도로 한복판에서 차례대로 번쩍이는 새 파란색 빛과 새 빨강 빛이 다니엘의 얼굴을 치고 있었다.
순찰차에 비스듬하니 기대어서 다니엘은 멍하니 도로의 끝만 보고 있었다. 항상 같은 일이었고, 뻔한 루틴이었다. 사소한 육탄전이나, 코카인에 절어서 콧물이나 흘리고 있는 눈 풀린 마약쟁이들과, 파 싸움의 뒤치닥 처리가 전부였다.
이제는 이런 일들을 봐도 무던해진 듯 분노나 경멸이라는 감정도 귀찮아진 얼굴로 다니엘은 나머지 순찰차들과 현장 조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트너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지 남은 시간 동안 담배를 하나 꺼내 연기를 피웠다.
옆에 있던 다니엘은 연기에 찡그리면서 현장 쪽으로 가까이 보았다. 사람은 없었고 그 흔적만 도로에 남아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 박혀진 총알들과 조잡하게 튀어진 피들이 진득하게 번득였다.
‘참 많이도 휘갈겨 놨네.' 다니엘은 그 수많은 파편들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총알을 개량해서 만들었는지 생전 처음 보는 모양새였다.
"어떤 미친놈이 이런 객기를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꽤나 화려하네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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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가득가득 쌓여진 소송 증거서류들, 그리고 00의 눈 밑에 가득가득 쌓인 서류들, 그리고 울리고 있는 폰.
옷걸이에 걸려진 검사복과 같은 색인 독약처럼 쓴 얼음만 가득 든 에스프레소 원액을 원샷 하고서 조금은 앙칼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00.
“우리 야옹이 안 심심해요??”
“왜 전화했는데”
“난 심심한데....”
“복에 겨운 소리하고 있네.”
“우리 야옹이 점심 먹었어요?”
“왜 통조림이라도 사주게?”
“당연히 그것보다 맛있는 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내가, 멀쩡한 이름 두고 왜 그렇게 불러. 고쳐”
“이렇게 너에게 딱 맞는 단어도 없단다 야옹아, 4분 후에 로비로 나와.”
전화 건너편에 있는 상대방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는지 내려오라는 말만 남기고 툭 끊기자 00는 표정을 팍 구기면서 이런 일도 한두 번이 아닌지 힘없이 폰만 내려놓고 머리에 손을 짚었다.
“아........ 스트레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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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메르세데스 하나가 브루클린 다리를 부드럽게 지나갔다.
뉴욕 연방법원 앞에 차가 멈추자 정확하게 로비에서 나오는 00. 성우는 만족스러운 듯 운전석에서 내려서 보조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추운 바람이 짜증 나는 듯 찡그린 00의 얼굴은 성우에게 하나의 즐거움인지 바람에 엉망이 된 00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서야 운전석에 탔다.
“우리 야옹이한테는 뭐가 좋을까”
“이렇게 찾아오는 거 위험한 거 알면서도 즐기지 마.”
“우리 야옹이가 내 심장에 좀 안 좋기는 하지.”
성우는 핸들을 꺾으면서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또 시작한다는 말투였다.
“저 앞에 떡하니 서있어도 총 안 맞는 게 신기해서 그렇지.”
“안돼, 나는 우리 야옹이 죽는 거 보고 죽을 거야.”
“하.... 퍽이나.”
성우는 00의 살벌한 말에도 그저 귀엽다는 듯이 한번 보고서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00와 함께 할 때만은 무사고 안전운전인 것을 계속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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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글요정 golden night 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핫한 노래 들으면서 글읽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