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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스타티스 전체글 (정상)ll조회 397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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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환상


제18장 ; 떠나는 이

















한 없이 추락하는 눈물은 삭막한 땅을 젖게 만든다. 물기를 거칠게 닦는 손에 젖은 흙들이 덕지덕지 붙는다. 얼굴에 묻는 것 역시 개의치 않았다. 지금 앞에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보기 싫은 것인지 눈물은 자꾸 시야를 가렸다.


내 손을 잡아당긴 그 순간에 뒤엉킨 망자와 지훈. 그리고.......






"이 개새끼가.."





망자가 사라지고 달달 떨리는 몸을 겨우 겨눠 숨을 몰아쉬는 지훈을 향해 기어갔다. 지훈의 옷만큼이나 붉은 꽃들이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그의 몸에도, 그의 입에서도.


안돼. 이러면 안 돼.


지훈의 상처를 손으로 세게 눌렀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옅은 신음을 뱉던 그가 온 힘을 다 하고 있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그의 손가락이 결국 제 손을 온전히 쥐고 땅바닥으로 내려놓는다.


둘 사이의 잔인한 침묵은 결국 내 울음소리로 깨지고 말았다.






"나 좀 일으켜줘.."





슬슬 보이지 않는 '그것'들과 망자들. 여전히 남아 들이대는 것들을 처리하는 순영이 뒤로 승철 씨와 정한 오빠가 뛰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옆에 선 원우가 지훈의 등을 받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도와주었다. 입술을 짓이긴 원우의 얼굴도 성치 않았다. 잔 생채기들이 여기저기 그가 얼마나 악물고 버텼는지 알려준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우리는. 그 수많은 의문 속에서 단 하나, 내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저들의 작고 큰 상처가 전부 나 때문일 것이라는 거다.






"미안해. 미안해.. 나 때문에..."

"빨리 권순영한테 가. 끝내야지, 이제.."





붉게 물든 손이 내 볼을 매만졌다. 단호한 지훈의 눈빛에 아무 말없이 일어났다. 큰 눈에 물을 가득 머금은 원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

"아, 형. 얘.. 얘 좀 빨리 데려가. 시간 없어."




처참한 표정으로 모두가 지훈을 쳐다봤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싫어 지훈이 얼른 가라며 정한 오빠의 다리를 툭툭 쳤지만 오히려 그 다리는 저 앞에 주저앉았다. 정한 오빠는 자신의 옷을 길게 찢어 상처를 중심으로 돌돌 말았다. 침착해 보이는 듯했으나 떨리는 그의 아랫입술은 충분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

"..."

"원우가 지훈이 업을 수 있지?"




승철아. 몇 마디 덧붙이지 않아도 알아서 다가온 승철 씨는 널브러진 지훈의 칼을 챙긴 뒤 그들에게 손을 뻗었다. 처리를 다 하고 멍하니 이곳만 응시하는 순영에게 걸어가 팔을 잡아당겼다. 불안함은 주변에서 떠나갈 줄 몰랐다. 어서 가자는 정한 오빠의 다독임에 힘겹게 뒤를 돌기도 잠시, 고개는 다시 원점으로 향했다. 부축을 힘겹게 받으며 일어선 지훈과 눈이 마주친다. 웃으며 건넨 그의 말은 주변을 떠돌아 날카롭게 칼이 되어 내 가슴을 도려냈다.





'울지마'






































이윽고 거의 다다른 정상. 영검을 뺏기지 않고 서둘러 축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방해하는 그것들 사이로 굴러가던 눈동자는 한 곳에서 멈춘다. 부서진 탑의 파편들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곳.





"중심부."

"뭐라고?"

"탑의 뿌리가 축인 것 같아요. 저기로 가야 해요!"






이제 망자는 없고 '그것'들만 남은 상황에서 그들 또한 막바지 힘을 다 짜내는 듯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길을 터주려 원우도 힘을 보태다 뒤에서 달려오는 것을 늦게 눈치채는 바람에 지훈과 함께 땅바닥을 굴렀다. 급하게 원우의 칼을 뺏어 지훈이 처리를 했으나 한 발 빨랐던 '그것'은 원우의 다리에 흔적을 길게 남겼다. 깜짝 놀란 순영과 내가 뛰어와 원우를 앉히고 지훈에게 다가갔다. 옆으로 누운 채 숨만 몰아쉬는 그였다. 가슴이 철렁한다.


승철 씨도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그가 꼭 쥐고 있던 지훈의 칼이 점점 사라져 아예 모습을 감추었다. 함께 바라보던 정한 오빠와 승철 씨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주변에서 다가오지 못하게 다시 칼을 쥐었다.






"야, 이지훈. 지훈아, 정신 차려봐. 야, 야!"

"..."

"일어날 수 있겠어? 어? 아냐, 아냐 말하지 마. 그냥 가만히 있어."





울먹이며 정한 오빠의 옷 위로 제 옷을 다시 두르려 찢는 순영의 손을 지훈이 잡았다.





"소용없어.."

"새끼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가만히 있기나 해."




고집을 꺾지 않고 기어코 자신의 천으로 상처를 압박하는 순영에게 지훈은 실소를 터뜨리며 작게 욕을 내뱉었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지훈의 얼굴은 창백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던 지훈은 두어 번 숨을 고르곤 입을 열었다. 야, 인간.





"울지 말라고 했잖아."

"..."

"여기가 계속 남아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너는.."

"지훈아.."

"여기 다시는 오지 마라."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그의 말. 쉬지 않고 그대로 순영을 부르자, 순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이같이 엉엉 울면서 제발 그만 얘기하라고. 순영은 그렇게 지훈을 끝까지 잡았다. 그의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권순영."

"흐으, 네 말 듣기 싫다고.. 그니까 조용히 있으라고!"








"미안해."

"..."

"나 평생.. 용서하지 마."









다들 고마웠어요. 사라진 칼처럼 지훈의 모습도 서서히 사라진다. 발악을 하며 지훈을 붙잡는 순영의 처절한 소리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온 원우가 그의 어깨를 감싸 잡았다.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승철 씨와 정한 오빠는 요란하게 칼을 휘둘렀다.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모두가 그의 두 번째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이미 저승으로 온 그들이 다시 맞는 죽음은 소멸이다. 이제 더 이상 지훈의 흔적은 저승에서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음을 이미 경험한 자들도 이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한 번 나눈 정은 어디서나 참 지우기 힘든 자국으로 남은 이들을 괴롭게 한다.


고르지 못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원우와 순영을 일으켰다. 서둘러 이 지옥 같은 심판을 끝내고 싶다. 내가 빨리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끝내자, 이제."




























Epilogue



원우는 지훈을 업고 묵묵히 길을 걸었다. 푹 - 기댄 지훈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졌다. 내려달라고 고집을 부렸을 텐데, 이젠 지훈도 한계였는지 한 마디 없이 그저 원우에게 기댔다. 계속 이어질 것 같던 고요함은 금세 지훈에 의해 날아갔다.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나 봐."

"..."

"어차피 죽은 몸, 이대로 소멸하든 말든 상관없었는데."

"..."

"나 처음으로 아까 끝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

"티스 보내려면 우리가 마지막이어야 하는 게 맞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살고 싶다고."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원우는 그저 지훈이 하는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작게 내쉰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은 그대로 원우의 귀를 쿡쿡 찔렀다. 좋아하는 거 맞지? 뭘 좋아해.





"좋아하지? 걔."

".. 응."

"너도 참 안 됐다."




답지 않게 까르륵 웃으며 한참을 그럴 줄 알았다며 원우를 놀리기 바쁜 지훈이다. 계속되는 장난에 원우의 굳은 입꼬리도 풀려 소리 내어 웃는다.





"전원우."

"왜."

"네가 티스 보내줘."

"..."

"끝까지 지켜야 한다. 알았냐?"

".. 당연하지."

"둘 다 다치면 죽는다."





너는. 알 수 없는 원우의 말에 지훈이 반문한다. 무슨 소리야. 지훈이 힘을 뺀 채 발로 원우를 툭툭 건드렸다.




"꼭 살라고."

"..."

"알았어, 몰랐어?"

"빨리 가기나 해. 이러다 나 진짜 여기서 죽겠다."




지훈은 끝까지 돌려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 수십 번 대답했을 것이다.


꼭, 그러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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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티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암호닉 ♡
대시, 자몽몽몽, 제로나인, 늘보냥이, 0717, 밍뿌 님

6년 전
비회원194.171
아.. 자몽몽몽이에요 작가님...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 이번 편 너무 슬퍼요 결국 이렇게 또 지훈이는 아픈 걸 경험하는군요... 봄의환상에서 제 아픈 손가락이 지훈이였는데 에필로그 보면서 펑펑 울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본인도 모르게 정이 든다는게 참 현실에서도 무서운 것 같아요 남은 사람들의 끝도 이별일테죠...? 행복하기엔 너무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네요 오늘은 울다 갑니다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해요ㅠㅠㅠ
6년 전
스타티스
자몽몽몽님, 어서 오세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지훈이도 참 맘이 아프죠... 저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에요 지훈이 ㅠv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끝까지 꼭 봐요!
6년 전
독자1
밍뿌에요 작가님 진짜 이제 봄의 환상의 이야기도 끝이 보이는걸까요ㅠㅠㅠㅠㅠㅠ 각자마다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서 눈물샘이 마를날이 없네요ㅠㅡㅠ 언제나 좋은글 정말감사합니다?
6년 전
스타티스
밍뿌님, 어서 오세요♡ 참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서 내가 너무 미안해 얘들아.... ㅠㅠ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스타티스님 오랜만이에여!!ㅠㅠ늘보냥이입니다!!이번화진짜울기직전인상태에서봤어여ㅠㅠ한줄한줄읽어내려갈때마다 눈물고여서ㅠㅜㅠㅠ지훈이가....ㅠㅠ진짜 노래도슬프고ㅠㅠ이제거의끝나가는거같네요ㅠㅠ마지막엔지금의모두가웃으며끝날수있기를ㅠㅠㅠ오늘도 잘읽고 가요!!♡♡항상감사합니다!!??오늘댓글엔 눈물표시만많아서죄송해요ㅠㅜ아직도 슬퍼서...ㅠㅠ진짜너무잘쓰셨어여ㅠㅠ감사합니다...??
6년 전
스타티스
늘보냥이님, 어서 오세요♡ 이렇게 지훈이를 보내네요.. 환상의 끝이 슬슬 보입니다 우리 끝까지 보아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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