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22
"최보나 자료들 넘겨."
거실소파에 마주앉은 정국과 태형.
정국은 어떠한 안부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꺼냈고,
태형은 재밌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기웃했다.
"무슨자료?"
"최보나가 거액 주면서 진료서 조작한 증거자료,
그리고 너네 병원 인기 많아서 대기환자 많은 거 알고 있어.
최보나가 가짜환자 데리고 들어가면서 그 순서 새치기했을 거고,
그것 때문에 진짜 병실이 필요한 진짜 환자들은 피해를 봤겠지.
이 증거자료도 전부 다 넘겨."
"그 자료들을 가지고 뭘할건데?"
"친한 기자분한테 넘길거야.
최보나가 한 짓들 범죄였고, 재벌집 딸이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그런 짓 저지른 거 충분히 기사화될만하잖아?"
"BM그룹에서 가만히 있을거라고 생각해?"
"BM그룹에서 막으려고 애를 쓰겠지만,
BM그룹 보다 더 쎈 JK그룹에서 도와준다면 소용없겠지."
"그렇게까지해서 그걸 기사화하려고하는 이유가 뭔데?"
"김탄소한테 상처 준 사람을 가만둘리가 없잖아.
다시는 이딴 짓 할 생각 못들게 해야지."
정국의 모든 말을 들은 태형은 피식 하고 웃음지었다.
정국이 자신의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자신의 생각보다 탄소를 더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한테 피해안가도록, 너희 병원에서 자료 넘긴건 BM그룹에 들키지않도록 잘 할게."
"근데 내가 왜 너를 도와줘야하는데?"
"뭘 원해?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나도 돈은 이미 많거든?"
"그니깐 뭘 원하는데?"
뭘 원하냐는 정국의 말에 태형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멍을 때렸다.
최보나가 한 짓에 대해 벌을 주는 건 찬성이었지만, 딱히 뭘 바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받기에는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전정국에게 바랄 수 있는 거... 하고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얼굴에 태형은 정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탄소랑 친구하게 해줘."
"뭐?"
"미국에서 돌아오면 탄소랑 친구는 하게 해달라고.
탄소가 자기랑 친구하려면 너한테 허락맡으라고 그랬거든."
태형의 말에 정국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이내 얼굴을 다시 굳혔다.
"그건 안돼."
"에?"
"다른 건 다 되도 그건 안돼.
어제 너가 탄소한테 보란 듯이 뽀뽀해놓고 뭐, 친구? 장난하냐?
넌 평생 탄소한테 접근금지야."
태형이 '너무하네'하며 살짝 울상을 짓다가, 문득 아까 옥상에서의 탄소의 예쁜 말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꼭 그 웃음보여줘요, 약속해요.'
'약속할게.'
그 약속이 떠오르자 태형은 정국의 눈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지었다.
"친구하자."
"뭐?"
"자료 줄테니깐 너랑 나랑 친구하자고."
예상치못했던 태형의 말에 정국은 살짝 놀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징그럽게 왜이래?' 하며 벌떡 일어났다.
태형은 그런 정국이 재밌는지 혼자 계속 웃음지었고,
정국은 괜히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현관문으로 향하다 뒤돌아 태형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
"..."
"너네 아버지때문에 오해했었는데, 생각보다는 좋은 녀석인 것같아.
물론, 탄소한테 뽀뽀한 거 빼고. 그건 용서못해."
"...."
"뭐... 미국에서 심심하면 문자라도 하던가...
탄소한테는 연락하면 죽여버린다."
정국은 문자하라는 마지막 말이 쑥스러웠는지 '자료는 비서 통해서 오늘 안에 보내줘'라고 하며 급히 집을 나섰다.
태형은 그런 정국이 떠난 현관을 보며 혼자 킥킥되며 웃었다.
그러다가 '근데 내가 형아인데 저 새끼는 왜 자꾸 반말이야?' 하며 혼자 고개를 기웃거렸다.
-----
지루한 수업이 계속 되는 학교,
계속 꾸벅꾸벅 졸다가 쉬는 시간 종이 울렸고, 나는 책상에 철푸덕 하고 엎드렸다.
창가 자리인지라 햇빛이 내 얼굴에 닿아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을 때,
앞에 앉은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야 대박 대박, 최보나 대박이다 진짜."
"와, 걔가 그런 짓 한 것도 놀라운데,
그런 재벌집 딸이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니 진짜 놀랍다니깐?"
"걔 오늘 학교 나왔대?"
"나왔겠냐? 나 같아도 쪽팔려서 안나오지. 유학간다는데?"
그 애들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 말을 걸었다.
"탄소야, 너도 기사 봤어??"
"무슨 기사?"
"BM그룹 딸이 병원에서 돈 주고 진료서같은 거 막 조작해서 가짜환자만들고,
막 또 돈주고 병실 같은거도 다 새치기 해서 들어가고 그랬대!
완전 돈으로 갑질한거지!!"
"..."
"근데 더 대박인건, 그래서 BM그룹 딸 신상이 털렸는데
그게 우리학교 최보나래!!!"
"걔가 탄소 남자친구한테 고백했다 까이지 않았었나?"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다가 바로 뛰쳐나가 전정국의 반으로 달려갔다.
그 반 아이들 역시 최보나 얘기를 웅성거리고 있었고,
전정국은 그 속에서 태연하게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전정국에게 걸어가 어깨를 두드리며 전정국을 깨웠고,
전정국은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나 날 따라나왔다.
"최보나 일 어떻게 된거야? 기사라니?"
아무도 없는 옥상.
내 말에 전정국은 태연하게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내가 그랬어.
김태형한테 증거자료 싹 다 받아서 기사 내달라고 기자님한테 부탁했어."
"왜 그랬어?!"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신상까지 털렸다는데!"
"지금 나한테 화내는거야?"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나조차도 조금 놀라서 말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고, 전정국은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좁혔다.
"난 너 생각해서 한 일인데, 왜 너는 나한테 화내?
나보다 최보나를 더 걱정하는 거야?"
"아니... 정국아...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전정국의 손을 붙잡았지만
전정국은 내 손을 놓고는 '됐어' 하고 뒤돌아 옥상을 나갔다.
나는 당황해서 전정국을 따라가려하다가 수업종이 울러버려서 한숨을 쉬며 우리반으로 향했다.
----
"전정국이 화낼만하네. 정국이는 너 위해서 그런건데 너가 화를 내버렸잖아."
"하지만.. 나도 좀 놀라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 것 뿐이야.."
정국이가 화 안풀면 어떡하지?"
"미안하다고 하면 금방 풀어줄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점심시간, 하루종일 전정국 걱정을 하다가 지민이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고,
지민이는 언제나 그랬듯 예쁘게 날 위로해주었다.
그러다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아직도 화가 났을까 눈치가 보여서 괜히 씨익 하고 웃어보였다.
그러자 맞은 편에 있던 전정국이 나에게 손가락 까딱까딱 해보였고,
오라는 건가? 하고 나는 쫄래쫄래 전정국 앞으로 다가갔다.
"왜불러? 화 풀렸어?"
"아니."
"아직 안풀렸어...?"
"화도 아직 안풀렸는데, 너랑 박지민이랑 그렇게 붙어있으니깐 없던 화도 더 생길 것 같아."
"엥? 안붙어있었어! 그냥 얘기한..."
"나 지금 화났는데, 지금 또 내 말에 불만갖는거야?"
"...아니... 알았어... 조금 떨어져서 앉을게... 그럼 화푸는거지이?"
"아니 그건 아닌데?"
차갑게 돌아서는 전정국에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전정국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힝... 너무 까칠해...' 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전정국 많이 화났으면 어떡하지?
어떻게 화를 풀어줘야하지?'
다음 시간이 체육이라서 급하게 체육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향했고,
벤치에 앉아 혼자 고민에 빠져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전정국네 반도 체육이었는지 전정국을 비롯한 전정국네 반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오고있었다.
전정국을 발견하자 나는 반가운 마음에 살짝 입고리를 올리며 전정국을 바라보았지만
전정국은 나랑 눈이 마주쳤음에도 무시해버리고 자기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나는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반은 피구를 해서 운동장 가운데 있었고,
전정국네 반 아이들은 스탠드에 앉아서 자유롭게 놀고있었다.
피구를 하고 있음에도 내 시선은 온통 전정국에게 집중되어있었고,
내가 계속 전정국을 바라보자 전정국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때 한 여자애가 전정국에게 친한 척을 하며 전정국 옆에 앉았고, 전정국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나는 기분이 팍 상해버려서 얼굴을 팍 찌푸렸다.
그걸 본 전정국이 피식 웃더니, 갑자기 그 여자애한테 어깨동무를 했다.
그 여자애는 기분이 좋은 지 수줍게 웃었고, 나는 눈에 불을 킨 채로 안절부절못하였다.
그걸 모두 지켜보는 전정국이 또 재밌다는 듯 막 웃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정말 살인 충동을 느꼈다.
"저 전정국 시바새...ㄲ.."
입에서 나도 모르게 욕이 새어나오고 있을 때
갑자기 웃고 있던 전정국의 표정이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왜이지? 하고 생각하기도 전에 내 얼굴을 강타한 피구공에 시선이 하늘로 올라가며 뒤로 철푸덕 하고 넘어졌다.
모든 우리 반 아이들이 쓰러진 날 둘러쌌고,
내 시야에는 어깨동무한 여자애를 뿌리치고 나에게로 달려오는 전정국이 들어왔다.
나는 그제서야 몸을 벌떡 일으켰고, 전정국이 괜찮냐며 내 얼굴을 감싸며 날 바라보았다.
"됐어! 나 괜찮아!"
"아니 코..!"
"아니 괜찮다고! 너 저리가!"
"아니 코피난다고!!"
전정국이 꼴배기 싫어 전정국을 막 밀쳤는데
전정국이 한 쪽 손으로 날 붙잡고, 한 쪽 손으로는 내 머리를 숙이게 했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에 나는 깜짝 놀랐고,
전정국은 '제가 보건실 데러다주고 올게요'라고 선생님께 말한 뒤 날 끌고 갔다.
뒤에서는 '와... 대박 전정국 멋지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난 보건실 침대에 앉았고,
전정국이 의자에 앉아 휴지를 돌돌말아 내 코에 휴지를 끼어주었다.
난 뾰루퉁 해있었고, 휴지를 다 낀 전정국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푸흡' 하고 웃었다.
"왜 웃어?!"
"아니ㅋㅋㅋㅋㅋㅋ"
"내가 웃겨?!"
"그거 휴지 꽂고 있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
"휴지 꽂고 있으니깐 웃기다고? 진짜... 너.... 너....."
계속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막 웃어대는 전정국에 나는 말하다가 문득 울컥했다.
점점 눈물이 차오르는 내 눈가에 전정국은 당황한 듯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울어?"
"나는 오늘 하루종일 너 화난 거 같아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너는 막 나한테 까칠하게 대하고!!
그 여자애한테 막 어깨동무도 하고!!
나 보고 막 웃고!!!
진짜 너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웃어?!"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는 데도 계속 웃는 전정국이 너무 미워서 눈물이 멈추지않았다.
전정국은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말했다.
"화 많이 안났어. 화난 척 해본거야."
"왜?"
"너가 너무 귀여워서."
귀엽다는 말에 깜짝 놀라서 나는 눈물 고인 눈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전정국은 큰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그제서야 난 눈물을 멈추었다.
"화 안풀렸을까봐 안절부절하는 것도,
화 풀어주려고 이것저것해보려고 하는 것도,
다른 여자한테 질투하면서 쩔쩔매는 것도,
이렇게 코에 휴지 꽂고 있는 것도,"
"..."
"진짜 너무 귀여워."
전정국의 말에 나는 부끄러워서 눈도 못마주치고 얼굴을 붉혔고,
전정국은 또 웃으면서 내 볼을 막 꼬집었다.
그래서 볼이 아팠는데도 나도 모르게 막 웃음이 나왔다.
♡나의 소중한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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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감쓰등장
어제 올라고 했어서 금방 온다했는데, 하루 늦어버렸네요 휴우우
오늘은 짐니 태형이 정국이 다나왔따 헿 이쁜막내라인
오늘은 진쨔 추워요ㅠㅠㅠ 따듯하게 입고다니고 핫팩도 챙겨서 다니기!!
(아무말대잔치 같은 느낌ㅋㅋㅋㅋ)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