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3(完) |
비가 여전히 주륵주륵 내렸다. 창으로 미끄러지는 빗방울들은 한기를 만들어냈다. 창 너머로 느껴지는 한기와 습도를 뒤로 하고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일어났다. 한참을 앉아있다 일어난 탓인지 한 번 크게 휘청였다. 아-... 고마워-... 웃으면서 고개를 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질 못했다.
작게 말하고 얼른 내 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버스에 타고, 뒤쪽의 2인 좌석에 앉았다. 내가 복도쪽으로. 그녀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꿈치는 다리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밖을 내다봤다. 자연스레 나는 그녀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할 말도 없고, 아이팟을 꺼냈다. 이어폰을 아무렇게나 귀에 끼워넣고 아무 노래나 재생시켰다. 최대한 강한 비트로, 빠른 음악으로. 나는 어쩐지 초조해져 미세하게 다리를 떨었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루시드 폴의 음악이 나왔다. 기분은, 처참했다. 한숨을 깊지만 짧게 내뱉으며 무의식적으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그녀의, 등에, 가닿았다. 등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시선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등이, 이렇게 작았던가? 심지어 갸냘프게까지 보였다. 여태껏 작다거나, 말랐다거나 하는 생각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다만, 껴안아 주고 싶었다. 저 작은 등을, 있는 힘껏, 꽈악.
나는 벨을 누르고 당장 그녀의 손을 낚아채,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가 원래 내렸어야 할 정류장은 앞으로 세 정거장이나 남은 곳이었다.
짜증도, 화를 낸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말로 내가 충돌적으로 한 행위의 이유를 묻고 있었다. 명치 부근이 요동치고 있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머리를 뚫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미치겠다, 정말. 장동우랑 놀더니만 나도 장동우를 닮아가는 기분이었다.
내 말에 나를 이상하게 봤다가, 내 뒤를 쪼르르 따라왔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냥 지워버렸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평소의 나로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정말 장동우 친구라 장동우 닮은 걸까.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어서 나도 따라 들어갔다. 컨버스 로우를 대충 벗었다.
내 신발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너 혼자 사는 집에 내 발에 맞을만한 슬리퍼가 있긴 있을까, 속으로 좀 웃었다. 그런데 정말로 신발장에서 남자 슬리퍼를 꺼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싶었는데, 동우의 슬리퍼였다. ... 신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건내져 오는 수건을 받아 머리를 탈탈 털었다. 물기가 머리에서 수건으로 옮겨졌다.
자연스러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대충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별 말 없이 파스타를 나눠먹고, 섹스를 했다. 어찌된 영문이었는지는,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는 것만이 확실했다. 그리고, 나는 상처를 입었다.
*
Fin. |
드디어 끝났네요!
이번 편은 왠지 쫓기는 기분에 완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완전 토할 것 같고 좋네요...☆★
왜 자꾸 이런 것만 쓰냐고요? 그래여 저는 우울우울한 게 참 좋아여! 전 연애를 못하는 연애 곶아니까여!! 어허허허허허헣ㅎ허허허허헣ㅎㅎㅎㅎ
죄송해요...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지금 4일 내리 굶고 있어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양해 부탁드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