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12
영호가 제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걸 들은 재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어. 여주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잘 감춰 온 마음이니까 영호도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거든. 여주에게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영호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재현은 다시 한 번 영호에게 감사함을 느껴.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영호는 재현에 대한 믿음 하나로 참고 이해한 거잖아. 자신과 여주 사이의 관계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영호의 노력을 알게 된 거지.
이제 영호에게 가진 죄책감도 떨쳐 냈으니 여주에게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마음을 전하기만 하면 두 사람의 지긋지긋한 짝사랑도 끝이 나는 일이지. 하지만 재현은 그렇게 하지 못 해. 자신이 무슨 염치로 여주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저를 봐달라고 말하겠어. 여주의 마음을 다 알면서 모른 척하고, 애써 가벼운 마음이라 단정 지었던 지난날은 고작 한 마디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재현도 잘 알지.
여주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그도 그럴 게 재현은 반평생을 본인 마음을 숨기고 살아온 사람이잖아. 저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는 게 익숙한 사람, 저를 감추는 게 어울리는 사람. 여주에 대한 마음뿐만 아니라 저의 본 모습도 숨기고 살아왔으니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보여주는 게 쉽지 않지. 그래서 재현은 여주가 놀라지 않도록, 더 이상 이기적인 저의 마음에 여주가 다치지 않도록 여주가 지나치는 일상 속의 풍경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하지.
여주가 자주 타는 버스 정류장의 맞은편에 서서 여주와 같이 버스를 기다려보기도 하고, 우산이 없어 비를 피해 뛰어가는 여주를 보면 저가 들고 있던 우산을 가방에 넣고 함께 달려보기도 하지. 늦은 밤, 어두운 골목을 무서워하는 여주가 혹시나 자신의 발소리에 놀랄까 저만치 떨어져서 여주가 집에 들어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기도 해.
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12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드는 재현의 생각에 하늘을 보려 고개를 들었을 때, 반대편 정류장에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재현의 모습을 여주는 잊지 못해. 처음에는 그저 너무 보고 싶어서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인 줄 알았거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일상 속 일부가 되어버린 재현을 여주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 비가 유난히도 많이 오는 날, 우산이 없는 저를 따라 비를 맞는 재현의 모습을 보고 밤새워 걱정하기도 해.
여주는 재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재현이 저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지만, 이미 끝나버린 자신과 재현의 사이를 알거든. 자신이 울면서 저를 봐달라고 애원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누구보다 단호한 표정으로 저를 밀어냈던 재현이었는데, 요즘 재현의 얼굴은 왜인지 모를 슬픔만이 가득하니까 애써 재현을 모른 척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한 거지. 왜 그런 표정으로 저를 찾아와 또 이렇게 자신을 흔드는 건지.
밀려드는 재현의 생각에 재현과의 마지막 날처럼 허무하게 끝나 텅 비어버린 강의실에 앉아 여주는 조용히 생각해. 하지만 풀지 못한 전공 책 속 문제들처럼, 재현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아. 여주의 머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더욱 복잡스럽고 혼란스러워지지. 그리고 그 혼란의 끝은 분노였어. 늦은 밤, 여느 때와 같이 먼발치에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재현에 대한 분노, 끊어내겠다 다짐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재현에 대한 분노. 그리고 여주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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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안녕하세요..! 거의 일주일 만에 글을 들고 온 것 같네요ㅠㅠㅠ
현생에 갑자기 일들이 몰아쳐서 바빠지기도 했고, 처음에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생각했던 결말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선뜻 글을 쓰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ㅠㅠ
이번 편은 분량도 짧고...너무 애매하게 끊어버렸죠? ㅎㅎ 최대한 빨리 다음 편 가지고 올게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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