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꽤 바쁜 걸음으로 누군가 복도를 걷는다. 목에 걸려있는 공무원증이 박자에 맞춰 크게 흔들린다. '경기남부청, 김여주'. 신분증의 주인공은 제 자리를 찾아가 진한 회색빛의 백팩을 열고 많은 양의 종이 뭉텅이들을 하나씩 꺼낸다. 겹겹이 쌓이는 종이 위로 크게 써져 있는 '수원 인계동 모녀 살인사건'. 제 손을 탁탁 털고 숨을 고른 뒤에야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묘하게 가라앉았다.
"분위기 왜 이래? 무슨 일 있어요?"
"정의감 넘치신 우리 팀장님께서 또 계장님한테 깝치셨답니다…."
동기인 순영이 옆에서 안절부절하면서도 체념한 목소리로 여주에게 일러주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라 별거 아닌 일 마냥, 그 앞에 앉아있던 여주의 선배 지훈은 미동도 없이 수면 안대를 낀 채 의자에 기대 있었다.
"이러다 우리 팀 공중분해될까 봐 나 너무 무섭다."
"권순영. 너는 지금 네 목숨 걱정해야 할 텐데."
"네?"
"유가족들 만나서 얘기 나눈 거 왜 보고 안 하냐. 혼자만 알려고?"
"아…. 죄송합니다."
지훈이 수면 안대를 거칠게 벗자마자 쾅, 소리와 함께 팀장이 복귀했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순영이 목례를 한 후 팀장 눈치를 보며 힐끗댄다.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자료들을 정리하던 팀장이 손가락질을 하며 신속하게 업무 분담을 하더랬다.
"권순영, 김민규랑 당장 가서 목격자 다시 만나고 보험 회사 직접 가서 내역서 다 떼와."
"네."
"뭐 해, 안 튀어 나가고."
"그게… 민규 아직 안 왔는데요."
"새끼가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왔어? 김민규 보고 그쪽으로 바로 오라고 하면 되잖아."
"아… 네."
"김여주 넌 나랑 현장 다시 가고, 이지훈은 여기서 연락 오는 거 있음 다 받고."
"예."
이 무슨 회오리 같은 상황이란 말이냐. 겨우 숨 돌렸는데 오자마자 현장이라니. 가기 싫으면서도 팀장 말이면 곧이곧대로 들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여주는 별 수없이 팀원들과 조용히 파이팅을 외치며 급하게 나가는 불같은 사람의 뒤를 쫓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숨을 쉬던 팀원들은 생각했다.
오늘은 김민규 제삿날이 되겠다고.
- 강력3팀 명단 -
경감 최승철 (팀장)
경위 이지훈
경사 권순영
경사 김여주
경장 김민규
* 본편에 나오는 사건은 전부 가상이며 현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수사, 경찰 조직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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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 글 올린 지 너무 오랜만이네유ㅠㅠㅠㅠ
이 글도 올리면 봐주시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이것은 1편의 앞부분이어요! 1편 올리게 된다면 아마 여기서부터 다시 쭉 이어갈 것 같아유 하하
p.s ♡는 아직 고민중이에요 없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긴 한데 스리스물쩍(?)하게 이을 듯 말 듯 할 수도 있고... 음 그렇다구요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