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촛불이야.”
“…….”
“그래서 네가 안 싫어.”
“되게 심오하네.”
“…….”
“노을 예쁘다.”
“응.”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10.
아. 꿈이다. 초침과 분침이 12와 6을 가리키지 않는, 오늘은 평일. 꿈이야 언제든 꿀 수 있지만, 매번 눈을 뜰 수조차 없어 입자만이 맺혔던 햇빛이 죽어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낮은 허밍소리는 말이 되어 나와 대화하는 것이, 내가 매번 꿔왔던 꿈의 연장선상임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는 좀 더 구체화 되었고, 나와 누군가가 앉아있던 것이 통나무라는 것까지 알게 된 꿈. 일기장에 나와 있는 장면은 아닌데. 어째서 나는 일기장과 연관된 꿈을 꾸다 못해 뒷내용까지 꿔버리는 걸까. 이토록 선명하게.
어젯밤 티는 하늘에 별이 뜰 때까지 있다 갔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 그리고 여전히 난간 밑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적응이 안 된다. 내가 2층에서 번지점프 아닌 번지점프를 한 걸 목격한 원장님의 기분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일기장은 티와 관련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일기장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었는데, 다른 물어볼 것도 넘쳤던 데다가 남의 일기장을, 그것도 마법에 걸린 일기장을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무리 나를 후원해주던 사람이라도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티와 관련이 없는 일기장이잖아.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람은…… 민윤기.
“아. 진짜 복잡하네.”
나는 가방을 챙기며 생각했다. 호그스미드에서 강리원이 선물한 수많은 것들 중에는 가방도 있었는데, 아무거나 막 넣어도 들어가는데다 무게가 느껴지지도 않는 거의 도라에몽 가방이었다. 이걸 이제야 쓰다니.
“참. 사탕.”
오늘은 꼭 전정국한테 사탕을 줘야겠다. 강리원 때문에 얼떨결에 사긴 했는데, 갑자기 주면 이상하려나? 그래도 발표도 끝났으니 수고했단 의미 정도로는 괜찮겠지.
“칼도…… 가져갈까?”
방에 뒀다가 누가 보면 어떡해.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장검인데……. 차라리 들고 다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으니 칼도 가져가야겠다. 장검이지만 도라에몽 가방(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에는 쉽게 들어갔다. 그리고 장검이 들어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기는 그대로였고. 역시. 현대문명에 과학이 있다면 여긴 마법이 있구나. 일기장이 넘겨지지 않는 걸 보고 마법에 걸렸을 거라고 바로 생각했던 나를 떠올리며 내가 과학보다는 마법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30분도 안 돼서 깨졌다.
“야ㅡ옹.”
“…….”
예림이 앞에 앉아 있는 이 고양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교수님이었기에.
“변신술은 이렇듯 요긴하게 쓰입니다. 이제껏 이론만 들어왔으니 알겠죠.”
순식간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제가…… 마법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은 했어도…… 아직 적응 못한 게 있는데요…… 하나는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티고, 하나는 변신술 실습입니다…….
“우읍.”
“헐. 예림아, 괜찮아?”
“물……물.”
“아쿠아멘티(Aquamenti).”
랜덤으로 이름이 불려서 변신술 실습을 하는데, 방금 불려갔다 온 예림이가 속이 메스꺼운 듯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서둘러 얼마 전에 배운 마법으로 입에 물을 넘겨주었다. 이런 마법에만 익숙해지고 싶은데 말이지.
“참. 어제 너네랑 같이 앉은 애들은 누구야? 처음 보는데.”
“교육원 친구.”
“교육원?”
“아아, 우린 고등교육 배우기 전에 중등교육으로 교육원을 다니거든. 너네랑은 명칭이 조금 다를걸?”
“머글들은 뭐라고 부르는데?”
시아가 자리에 돌아와서는 물었다.
“중학교.” 희완시
“고등교육 받기 전엔 중학교만 다녀?” 아
“아니. 초등학교도 다녀.” 희완시
“초등교육도 학교에서 한단 말이야?” 아
“그렇지?” 희완시
“되게 이상하네.” 아
“유시아 학생을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름이 불리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지마세요. 실습은 다음 주까지 계속되니까요.”
“으으, 먼저 해서 다행이다.” 예림
“이제 가자, 점심 먹으러.” 시아
“아. 잠시만!” 희완나
는 짐을 챙기고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생각해 보면 전정국이랑 겹치는 수업도 참 많단 말이지.
“너 완전 모범생이다. 맨날 맨 앞에 앉네.”
“딱히.”
“자. 이거.”
“……뭔데?”
“저번에 호그스미드 갔다가 보이길래. 너 맨날 오렌지 맛만 먹잖아. 자두맛도 먹어 보라고. 그거 종류 되게 많던데? 아. 나 친구들이 기다려서. 잘 가!”
애들이 기다릴까 서둘러 교실문 쪽으로 향했다. 가자, 하고 이끄는 내 팔을 잡더니 시아가 물었다.
“뭐 주고 온 거야?”
“사탕.”
“왜?”
“그냥, 내가 안 먹는 거라서.”
“으음…….”
“아, 맞다. 깜빡할 뻔했다. 오늘은 나 점심 못 먹을 것 같아. 교장실 가야돼서.”
“교장실?” 예림
“응. 드디어 기숙사 정했거든.”
내 말에 예림이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헐, 대박! 어디로 정했는데?”
“그건 갔다 오면 말해줄게.”
“아 뭐야, 궁금하게!”
“갔다 와. 배유빈한테는 우리가 말 할게.”
“응. 맛있게 먹어!”
갈림길에서 나는 왼쪽으로 빠지며 인사했다. 애들한테 비밀로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같은 기숙사가 아니라고 실망할까 봐. 솔직히 애들이 있는 그리핀도르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제 티가 한 말에서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네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교장선생님이 교장실에 계실지 모르겠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교장실에 가만히 계셨다. 심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댄다. 앞에 놓인 찻잔 두 개를 보니 정말인 듯하다. 이 정도면 마법이 아니라 신기가 아닌가 생각하며 선생님 맞은편에 앉았다.
“모든 기숙사와 퀴디치 연습을 해봤다죠?”
“아, 네. 알고 계셨어요?”
“호그와트는 생각보다 말이 빠르답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여전히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았다. 그래도 전 만큼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결 편해진 이유는 내가 호그와트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정한 기숙사는 어딘가요?”
“아. 그 전에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뭐죠?”
“기숙사가 생기더라도, 방은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이요.”
“네.”
“왜죠?”
“네?”
“기숙사가 있다면 해당 기숙사에서 방을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희완 학생이 이제껏 독방을 써왔던 이유는 이례적으로 보류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숙사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방을 쓸, 교장인 제가 납득할 만한 이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 납득할 만 한, 정당한 이유.”
한결 편해지기는 개뿔. 입은 웃고 있지만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은 말만 내뱉는 교장선생님에 잠시 당황했다. 그런데 천천히 그 말을 곱씹어보니 갑자기 화가 났다.
“저는 다들 말하는 ‘머글세계’에서 왔고, 마법이니 뭐니, 호그와트에 적응하기도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보류 판정을 받았어요. 제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낯선 사람이 낯선 곳으로 데려와서 저를 혼자 둔 셈이죠. 정황을 제대로 알 시간도 없이 이곳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계속 해서 일이 생겼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셨다니 아실 거라 믿어요. 연고라고는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 갑자기 데려다 놓으셨으니, 자의적인 선택권 정도는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무리한 부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말은 지금, 기숙사 선택은 타의적인 선택권이라는 말이군요?”
“네.”
잠깐의 정적. 나는 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이 정적 속에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긴장한 나와는 다르게 잠시 굳어 있던 교장선생님은 묶여 있던 무언가가 풀어진 듯 푸스스 웃음을 내뱉는 게 아닌가.
“제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군요.”
“네?”
“미안합니다. 그 점에서는 안 그래도 사과하려고 했었어요. 핑계 같지만 사실입니다. 묻고 싶은 게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 와서 사정을 늘어놔 봤자겠죠? 그동안 심경이 꽤나 복잡했겠군요.”
나는 대답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정, 정말요?”
“네. 사실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그럼……”
“희완 학생의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거, 한 방 먹었군요.”
교장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찻잔을 들며 말했다.
“야ㅡ옹.”
“…….”
예림이 앞에 앉아 있는 이 고양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교수님이었기에.
“변신술은 이렇듯 요긴하게 쓰입니다. 이제껏 이론만 들어왔으니 알겠죠.”
순식간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제가…… 마법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은 했어도…… 아직 적응 못한 게 있는데요…… 하나는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티고, 하나는 변신술 실습입니다…….
“우읍.”
“헐. 예림아, 괜찮아?”
“물……물.”
“아쿠아멘티(Aquamenti).”
랜덤으로 이름이 불려서 변신술 실습을 하는데, 방금 불려갔다 온 예림이가 속이 메스꺼운 듯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서둘러 얼마 전에 배운 마법으로 입에 물을 넘겨주었다. 이런 마법에만 익숙해지고 싶은데 말이지.
“참. 어제 너네랑 같이 앉은 애들은 누구야? 처음 보는데.”
“교육원 친구.”
“교육원?”
“아아, 우린 고등교육 배우기 전에 중등교육으로 교육원을 다니거든. 너네랑은 명칭이 조금 다를걸?”
“머글들은 뭐라고 부르는데?”
시아가 자리에 돌아와서는 물었다.
“중학교.” 희완시
“고등교육 받기 전엔 중학교만 다녀?” 아
“아니. 초등학교도 다녀.” 희완시
“초등교육도 학교에서 한단 말이야?” 아
“그렇지?” 희완시
“되게 이상하네.” 아
“유시아 학생을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름이 불리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지마세요. 실습은 다음 주까지 계속되니까요.”
“으으, 먼저 해서 다행이다.” 예림
“이제 가자, 점심 먹으러.” 시아
“아. 잠시만!” 희완나
는 짐을 챙기고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생각해 보면 전정국이랑 겹치는 수업도 참 많단 말이지.
“너 완전 모범생이다. 맨날 맨 앞에 앉네.”
“딱히.”
“자. 이거.”
“……뭔데?”
“저번에 호그스미드 갔다가 보이길래. 너 맨날 오렌지 맛만 먹잖아. 자두맛도 먹어 보라고. 그거 종류 되게 많던데? 아. 나 친구들이 기다려서. 잘 가!”
애들이 기다릴까 서둘러 교실문 쪽으로 향했다. 가자, 하고 이끄는 내 팔을 잡더니 시아가 물었다.
“뭐 주고 온 거야?”
“사탕.”
“왜?”
“그냥, 내가 안 먹는 거라서.”
“으음…….”
“아, 맞다. 깜빡할 뻔했다. 오늘은 나 점심 못 먹을 것 같아. 교장실 가야돼서.”
“교장실?” 예림
“응. 드디어 기숙사 정했거든.”
내 말에 예림이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헐, 대박! 어디로 정했는데?”
“그건 갔다 오면 말해줄게.”
“아 뭐야, 궁금하게!”
“갔다 와. 배유빈한테는 우리가 말 할게.”
“응. 맛있게 먹어!”
갈림길에서 나는 왼쪽으로 빠지며 인사했다. 애들한테 비밀로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같은 기숙사가 아니라고 실망할까 봐. 솔직히 애들이 있는 그리핀도르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제 티가 한 말에서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네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교장선생님이 교장실에 계실지 모르겠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교장실에 가만히 계셨다. 심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댄다. 앞에 놓인 찻잔 두 개를 보니 정말인 듯하다. 이 정도면 마법이 아니라 신기가 아닌가 생각하며 선생님 맞은편에 앉았다.
“모든 기숙사와 퀴디치 연습을 해봤다죠?”
“아, 네. 알고 계셨어요?”
“호그와트는 생각보다 말이 빠르답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여전히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았다. 그래도 전 만큼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결 편해진 이유는 내가 호그와트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정한 기숙사는 어딘가요?”
“아. 그 전에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뭐죠?”
“기숙사가 생기더라도, 방은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이요.”
“네.”
“왜죠?”
“네?”
“기숙사가 있다면 해당 기숙사에서 방을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희완 학생이 이제껏 독방을 써왔던 이유는 이례적으로 보류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숙사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방을 쓸, 교장인 제가 납득할 만한 이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 납득할 만 한, 정당한 이유.”
한결 편해지기는 개뿔. 입은 웃고 있지만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은 말만 내뱉는 교장선생님에 잠시 당황했다. 그런데 천천히 그 말을 곱씹어보니 갑자기 화가 났다.
“저는 다들 말하는 ‘머글세계’에서 왔고, 마법이니 뭐니, 호그와트에 적응하기도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보류 판정을 받았어요. 제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낯선 사람이 낯선 곳으로 데려와서 저를 혼자 둔 셈이죠. 정황을 제대로 알 시간도 없이 이곳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계속 해서 일이 생겼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셨다니 아실 거라 믿어요. 연고라고는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 갑자기 데려다 놓으셨으니, 자의적인 선택권 정도는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무리한 부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말은 지금, 기숙사 선택은 타의적인 선택권이라는 말이군요?”
“네.”
잠깐의 정적. 나는 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이 정적 속에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긴장한 나와는 다르게 잠시 굳어 있던 교장선생님은 묶여 있던 무언가가 풀어진 듯 푸스스 웃음을 내뱉는 게 아닌가.
“제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군요.”
“네?”
“미안합니다. 그 점에서는 안 그래도 사과하려고 했었어요. 핑계 같지만 사실입니다. 묻고 싶은 게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 와서 사정을 늘어놔 봤자겠죠? 그동안 심경이 꽤나 복잡했겠군요.”
나는 대답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정, 정말요?”
“네. 사실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그럼……”
“희완 학생의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거, 한 방 먹었군요.”
교장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찻잔을 들며 말했다.
“야ㅡ옹.”
“…….”
예림이 앞에 앉아 있는 이 고양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교수님이었기에.
“변신술은 이렇듯 요긴하게 쓰입니다. 이제껏 이론만 들어왔으니 알겠죠.”
순식간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제가…… 마법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은 했어도…… 아직 적응 못한 게 있는데요…… 하나는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티고, 하나는 변신술 실습입니다…….
“우읍.”
“헐. 예림아, 괜찮아?”
“물……물.”
“아쿠아멘티(Aquamenti).”
랜덤으로 이름이 불려서 변신술 실습을 하는데, 방금 불려갔다 온 예림이가 속이 메스꺼운 듯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서둘러 얼마 전에 배운 마법으로 입에 물을 넘겨주었다. 이런 마법에만 익숙해지고 싶은데 말이지.
“참. 어제 너네랑 같이 앉은 애들은 누구야? 처음 보는데.”
“교육원 친구.”
“교육원?”
“아아, 우린 고등교육 배우기 전에 중등교육으로 교육원을 다니거든. 너네랑은 명칭이 조금 다를걸?”
“머글들은 뭐라고 부르는데?”
시아가 자리에 돌아와서는 물었다.
“중학교.” 희완시
“고등교육 받기 전엔 중학교만 다녀?” 아
“아니. 초등학교도 다녀.” 희완시
“초등교육도 학교에서 한단 말이야?” 아
“그렇지?” 희완시
“되게 이상하네.” 아
“유시아 학생을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름이 불리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지마세요. 실습은 다음 주까지 계속되니까요.”
“으으, 먼저 해서 다행이다.” 예림
“이제 가자, 점심 먹으러.” 시아
“아. 잠시만!” 희완나
는 짐을 챙기고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생각해 보면 전정국이랑 겹치는 수업도 참 많단 말이지.
“너 완전 모범생이다. 맨날 맨 앞에 앉네.”
“딱히.”
“자. 이거.”
“……뭔데?”
“저번에 호그스미드 갔다가 보이길래. 너 맨날 오렌지 맛만 먹잖아. 자두맛도 먹어 보라고. 그거 종류 되게 많던데? 아. 나 친구들이 기다려서. 잘 가!”
애들이 기다릴까 서둘러 교실문 쪽으로 향했다. 가자, 하고 이끄는 내 팔을 잡더니 시아가 물었다.
“뭐 주고 온 거야?”
“사탕.”
“왜?”
“그냥, 내가 안 먹는 거라서.”
“으음…….”
“아, 맞다. 깜빡할 뻔했다. 오늘은 나 점심 못 먹을 것 같아. 교장실 가야돼서.”
“교장실?” 예림
“응. 드디어 기숙사 정했거든.”
내 말에 예림이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헐, 대박! 어디로 정했는데?”
“그건 갔다 오면 말해줄게.”
“아 뭐야, 궁금하게!”
“갔다 와. 배유빈한테는 우리가 말 할게.”
“응. 맛있게 먹어!”
갈림길에서 나는 왼쪽으로 빠지며 인사했다. 애들한테 비밀로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같은 기숙사가 아니라고 실망할까 봐. 솔직히 애들이 있는 그리핀도르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제 티가 한 말에서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네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교장선생님이 교장실에 계실지 모르겠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교장실에 가만히 계셨다. 심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댄다. 앞에 놓인 찻잔 두 개를 보니 정말인 듯하다. 이 정도면 마법이 아니라 신기가 아닌가 생각하며 선생님 맞은편에 앉았다.
“모든 기숙사와 퀴디치 연습을 해봤다죠?”
“아, 네. 알고 계셨어요?”
“호그와트는 생각보다 말이 빠르답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여전히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았다. 그래도 전 만큼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결 편해진 이유는 내가 호그와트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정한 기숙사는 어딘가요?”
“아. 그 전에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뭐죠?”
“기숙사가 생기더라도, 방은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이요.”
“네.”
“왜죠?”
“네?”
“기숙사가 있다면 해당 기숙사에서 방을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희완 학생이 이제껏 독방을 써왔던 이유는 이례적으로 보류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숙사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방을 쓸, 교장인 제가 납득할 만한 이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 납득할 만 한, 정당한 이유.”
한결 편해지기는 개뿔. 입은 웃고 있지만 거래를 하러 온 청부업자 같은 말만 내뱉는 교장선생님에 잠시 당황했다. 그런데 천천히 그 말을 곱씹어보니 갑자기 화가 났다.
“저는 다들 말하는 ‘머글세계’에서 왔고, 마법이니 뭐니, 호그와트에 적응하기도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보류 판정을 받았어요. 제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낯선 사람이 낯선 곳으로 데려와서 저를 혼자 둔 셈이죠. 정황을 제대로 알 시간도 없이 이곳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계속 해서 일이 생겼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셨다니 아실 거라 믿어요. 연고라고는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 갑자기 데려다 놓으셨으니, 자의적인 선택권 정도는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무리한 부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말은 지금, 기숙사 선택은 타의적인 선택권이라는 말이군요?”
“네.”
잠깐의 정적. 나는 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이 정적 속에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긴장한 나와는 다르게 잠시 굳어 있던 교장선생님은 묶여 있던 무언가가 풀어진 듯 푸스스 웃음을 내뱉는 게 아닌가.
“제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군요.”
“네?”
“미안합니다. 그 점에서는 안 그래도 사과하려고 했었어요. 핑계 같지만 사실입니다. 묻고 싶은 게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 와서 사정을 늘어놔 봤자겠죠? 그동안 심경이 꽤나 복잡했겠군요.”
나는 대답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정, 정말요?”
“네. 사실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그럼……”
“희완 학생의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거, 한 방 먹었군요.”
교장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찻잔을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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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이제 놀랄 일은 없지 않나…….”
“칼이 사람으로 변하는 건 되게 이상한 거거든요?”
“사람이 막대기로 마법 부리는 건 안 이상하고?”
“아니, 당신 누구냐고.”
“안 가? 친구 부르는데.”
“허…….”
“어쨌든 들키면 설명하기 귀찮으니 다시 변한다.”
“……헐, 진짜 변했어. 헐.”
“희완아!”
주황머리 사람이 칼로 변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황당과 당황을 모두 느끼는 중인 나는 유빈이의 목소리에 칼을 후다닥 집어넣고 일어섰다.
“큰소리가 나서 왔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잘못 들은 거 아냐?”
“뭔가 동물소리 같은 게……”
“어, 근데, 내가 볼 땐 여기에 비티타타 없을 것 같아. 시아랑 예림이한테로 가자.”
“응? 나 아직 저쪽 호수 못 가봤는데…….”
“시아야아아아!”
“뭐야, 김희완! 같이 가!”
“예림아아아아!”
일단은 그 칼사람(?)이 말한 대로 아까 그 호수로 가긴 하는데…… 당황스러운 건 여전하다. 유빈이에겐 미안하지만 더 이상 다른 호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괜히 애들 이름을 부르며 걸었다. 걸으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지금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하는 혼란들. 가방 안에 손을 넣어 보니 장검이 또 단도가 되어 있다.
이게 뭐야……. 나…… 완전히 잘못 걸린 거 아니야?
가끔 올린 짤이 안 보일 때가 있던데 사진첨부 제한도 있나요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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