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l조회 1104l 1







 찬식은 아직도 진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 도리도 없었고.


 그는 항상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찬식이 알고 있는 진영은 몽상적인 것에 애착을 느끼는 것과 동화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동화작가라는 것뿐이었다. 실제로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았던 진영에게 딱 한 번 동화에 대한 진영의 생각을 얼결에 들은 적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종종 꿈에서 본인이 앨리스나 모자장수가 되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그러면 꿈인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너무 두근거린다며 정말 아이처럼 말하던 진영이었다. 묘하게 얍삽하게 생겼으면서 이렇게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진영이 신기해서 찬식은 굳이 재촉해도 되지 않을 원고를 재촉하며 진영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물론 찬식은 진영의 편집자도 아닌 그림작가일 뿐이었지만. 그림작가라는 이 타이틀도 몇 년 전에 급히 얻은 것이다. 당연히 그 계기는 진영이고. 뭐, 여하튼 결론은 몇 년이 지나도 진영은 남들과 얘기하는 것보다 자기 세계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요새는 의미 없이 동화의 내용을 떠들며 소감을 말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찬식은 어릴 때도 잘 안 읽어본 동화 얘기를 끄집어내보곤 한다. 동화책을 몇 권 사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어릴 때는 어린 왕자가 정말로 자기 별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 최근에 읽어보고 독사에 물려 죽은 걸 알았지만요."

 "무슨 소리에요. 찬식 씨. 어린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간 게 맞아요. 소행성 B-612는 존재한다고요. 제가 우주비행사가 되면 꼭 어린 왕자를 만날 거예요. 정말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아이겠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말하는 것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웃음이 나와 픽픽 웃으면 진영은 '웃을 일이 아니라고요. 진짜예요.' 찬식에게 진지하게 말해 보인다. 찬식은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을 최대한 참으며 '그래요. 진영 씨 말이 다 맞아요.'라고 말한다.


 진영의 집에 매일같이 드나들다 보니 진영도 찬식이 작업을 할 때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예전에는 인어 공주를 그리는데 비늘은 이러면 안 된다느니 자신이 상상한 인어 공주가 아니라느니 별 이유를 다 대면서 찬식의 마음에 들기도 전에 진영이 멋대로 수정할 곳을 지적해서 찬식은 꽤 애먹었다. 물론 그 동화 삽화가 완성되면 찬식보다 진영이 뿌듯해하고는 예쁘다며 책이 나오면 자신의 것도 하나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뭐 어쩌나 저쩌나 찬식의 눈에는 과한 동화 사랑 이상으로는 안 느껴졌다. 그래서 서운하기도 하고.




 "있잖아요. 찬식 씨. 저는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했던 말이 너무 좋아요. 길들여지는 것을 그렇게 아름다운 말로 표현한 것 말이에요. 밀밭만 봐도 금발의 어린 왕자가 생각날 것 같다니."

 "네, 뭐…. 저도 좋아해요. 그 부분."

 "그래서 저는 짝짝이를 보면 왠지 찬식 씨가 떠올라요. 그 오른쪽에만 쌍꺼풀이 있는 그 짝눈이 계속 떠올라서."




 그러면서 찬식의 오른쪽 눈꺼풀을 꾹 누른 진영은 꽤 예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때아닌 돌직구에 강하게 얻어맞은 찬식이 본인의 행동에 의해 멍해진 것도 모르고 진영은 눈에 초점을 잃은 찬식의 눈을 말갛게 쳐다봤다. 얼마나 뚫어져라 보는지 찬식의 눈동자에 진영이 비칠 정도였다. 그 사이에 찬식은 길들여짐과 짝짝이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동화 바보만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 그전에 이것이 관심에 대한 표현이 맞는가? 찬식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진영 씨."

 "네."

 "그럼 진영 씨는 제게 길들여진 거예요?"

 "으음. 아니죠. 찬식 씨와 나, 서로 길들여진 거예요. 길들여지는 것은 그런 거예요."




 찬식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속을 알 수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오늘따라 그 정도가 심하다.




 "제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면?"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진영의 표정이 묘해졌다. 찬식은 본인에게 서운함과 비슷하게 느끼는 진영이 신기해서 좀 더 놀려먹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떡하지…. 표정에 쓰여있는 진영의 감정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몇 분 지나자 진영이 입을 뗀다.




 "그럼 좀 슬플 거 같아요. 찬식 씨에게는 길들여진 장미가 따로 있는 거잖아요. 저는 여우가 되는 거고. 슬프네요."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헤어지죠?"

 "그렇죠."




 티를 안 내려고 괜히 옆 책장에서 동화를 뒤적거리며 꺼내드는 진영의 모습에 찬식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진영은 왜 웃냐며 동화책 모서리로 찬식을 때렸다. 생각지도 못 했는데 막상 받으니 정말 마음이 간질거리는구나. 찬식은 너무 웃어서 눈물이 맺힌 눈가를 닦아내며 진영을 보았다.




 "근데, 진영 씨. 저는 장미보다 여우에게 길들여지고 싶네요."

 "…그래요?"

 "제가 어린 왕자라면 그럴 것 같아요."




 꺼내 든 책에 얼굴을 파묻은 진영은 부끄러운 걸까, 작은 목소리로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 빼꼼 나와 있는 머리카락이 귀여워 쓰다듬자 고개를 번쩍 든 진영은 멀뚱하게 찬식을 쳐다본다. 되려 부끄러워진 찬식이 '왜 그렇게 봐요.'라고 물어본다. 말없이 찬식만 뚫어져라 본 진영은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불을 끈다. 낮인데도 커튼을 쳐서 그런지 방이 어두워졌다. 진영은 다시 찬식의 앞으로 가서 눈동자를 물끄러미 본다. 진영의 눈매가 묘해졌다. 손을 내어 찬식의 두 볼을 붙잡은 진영은 찬식과의 거리를 가까이 한다. 그러고는 다시 아이컨택. 찬식은 당황스러워 죽을 것 같다. 




 "찬식 씨만 이래요."

 "네, 네?"

 "빛이 없어도 눈이 반짝반짝거려.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그 호수를 담아둔 것 같아요. 아니면, 은하수? 아까도 이래서 신기했는데."




 부끄러움을 어디에 던져버렸는지. 찬식은 맞닿은 코 끝 때문에 기분이 간질거렸다. 어느 정도 그러고 있었는지 찬식 역시 내면 깊은 곳에서 당돌함이 머리를 내밀고 나오기 시작했다. 꽤 가까운 거리에다가 마음까지 알았으니 시도해볼만하지 않나 싶어서 찬식은 고개를 조금 더 내밀고는 얇은 진영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했다. 의외로 놀라거나 피하는 눈빛이 아닌 진영이 신기해서 이번에는 조금 더 입술을 맞물려보니 정신이 들었는 건지 화들짝 놀란 진영이 찬식의 볼을 잡고는 밀어냈다.




 "뭐하는 거에요."

 "음, 길들이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방심한 틈을 타 다시 고개를 가까이 한 찬식의 입술에 진영의 입술이 맞닿았다. 까슬한 듯 말캉한 촉감이 묘한 감각을 살아나게 해서 온몸이 간질거리는 찬식이 되려 먼저 떼어버렸지만 진영은 그보다도 더욱 간지럽고 부끄러운 듯,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불을 킨다. 그러더니 노트북을 끌어다가 제 앞에 두고 급하게 워드를 켜서 타자를 친다.




 "뭐해요. 진영 씨."

 "동화쓸거에요."

 "무슨 동화요?"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길들여지는 동화요."




 살짝 붉어진 듯한 진영의 귀와 볼에 찬식의 눈에는 더없이 예뻐보였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 뭐야 취향저격 빵야빵야 이렇게 쓰시면 아주 은혜로워여ㅠㅠㅠㅠ짱 좋ㅠㅠㅠㅠ둘다 말하는게 아주 그냥 ㅠㅠㅠ아으아 뭐라 표현하고싶은데 어휘력이딸린다ㅠㅠㅠ좋아서 한번더 읽었어요T_T 진짜 좋다ㅠㅠㅠㅠ
9년 전
비내
취향저격이라니 송구할 따름이에요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으아 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완전 취향 저격 글이네요ㅠㅠㅠㅠㅠㅠ 동화작가 진영이하고 삽화가 찬이라니 ㅠㅠㅠㅠㅠㅠ 순수한 진영이가 귀여운 찬이라니ㅠㅠ 좋다!!! 다음 글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9년 전
비내
어린 왕자읽고 급하게 쓴 단편이에요... 제 마음과는 다른 공영이 나왔지만ㅎㅎ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제 취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간질간질해서 너무 좋다...분위기도 너무 이뻐요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내
칭찬이 과분하셔요 어후ㅠㅠ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독자님 사랑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4
헐 대박...♥ 엄청 뭐라해야되죠? 따뜻한 느낌..♥♥♥♥♥♥♥ 죻아요!! 순수한 동화ㄷ잣가진영이와 삽화그리는찬식이 ㅠㅠ
9년 전
비내
세상에... 많은 하트를 날려주시다니 제 마음이 되려 따뜻해지네요. 설정에 비해 많이 표현 못해서 아쉽지만 좋아해주시니 저도 좋네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B1A4 비원(霏願)1 고웅녀 09.16 18:39
B1A4 [B1A4/진영] 아, 저쪽이 이번에 새로 온 매니저?(下)3 고웅녀 02.06 17:22
B1A4 [B1A4/진영] 아, 저쪽이 이번에 새로 온 매니저?(上)4 고웅녀 02.06 01:04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72 비파 01.17 16:59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63 비파 01.16 22:34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5 3 비파 01.16 09:51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4 3 비파 01.16 02:20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3 01.06 17:07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2 1 비파 01.06 14:13
B1A4 [B1A4/공찬] 도깨비 후보생과 나 - 1 2 비파 01.06 09:37
B1A4 [B1A4/진영] 한 때 좋아했던 가수랑 결혼한 썰 074 대다나다 02.11 00:32
B1A4 Myosotis ; Pro 야파 02.09 15:40
B1A4 [B1A4] 제가 보여요? 021 새름 07.11 21:10
B1A4 [B1A4] 제가 보여요? 016 새름 06.19 20:42
B1A4 [공영] W (1)3 꺄르륽 03.11 21:51
B1A4 [공영] W (0)1 꺄르륽 03.08 01:41
B1A4 [B1A4/정진영] 찾았다, 그때 그 아이 029 02.25 17:32
B1A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GY 02.23 23:08
B1A4 [B1A4/정진영] 찾았다, 그때 그 아이 019 02.21 22:23
B1A4 [B1A4/공찬] 나에게서 봄을 기다리는 아이야. 0317 바미슬 02.20 00:44
B1A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6 GY 02.16 22:51
B1A4 [B1A4/공영] 조화(弔花, 調和)2 여누 01.18 00:32
B1A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GY 01.07 00:17
B1A4 [B1A4/공영] 그 사람, 드디어 만났습니다.-上 (폭스하운드,네임버스)8 GY 01.03 20:12
B1A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5 GY 01.01 01:52
B1A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1 GY 12.30 18:55
B1A4 [B1A4/공영] 센티넬&가이드7 붉은여우 09.06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