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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데이 앨범 설정&구성을 모티브로 해서 재구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시놉시스


모든 사람에겐 꿈이 존재한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어릴 적에, 어른들은 꿈을 잃지 않는다면 뭐든 이뤄나갈 수 있을거란 부질없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소년들에게 꿈을 잃었을 때 어찌 해야 하는지 일러주지 않았다. 꿈을 잃은 소년들이 있었다. 어느샌가 너무도 높았던, 차가웠던 벽 앞에서 소년들은 선택권을 잃었다. 그 높은 벽을 꾸역꾸역 올라가기 위해 소년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꿈'이었다. 꿈을 잃지 말라던 세상은 어느새 그들에게 생존을 위해 꿈을 포기하라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들은 꿈을 버렸고,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꿈을 간직했던 시간마저 잊어버렸다.


세상을 거부했던 소년과,

너무도 여려 세상에서 내쳐진 소년과,

제 자신을 보듬는 법마저 잊어버린 소년과,

희망없는 꿈에 젖은 소년과,

외로웠던 소년은,


7월 14일, '꿈'을 좇는 길목에서 마주쳤다.





Jinyoung.


난 항상 혼자였다. 비록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을 지언정, 내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어떠한 유대감도, 소속감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들은 '나'를 모르기에 존재하는 거짓된 '친구'. 단 한 번도 그들을 믿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그들에게 이해받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이미 그들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난 일말의 기대조차 그들에게 걸지 않았다. 한 때 홀로 지내는 것이 싫어 내 자신을 속이고 그들에게 다가간 것도 여러 번. 난 사람들에게 있어 내 자신을 포장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그들은 날 좋아했고, 따랐다. 다만 내 자신이 그 '부조화'를, 내 자신만이 느끼는 부자연스러움과 내 미소에서 묻어나오는 모순을 느꼈다. 결국 난 스스로 내 주위의 모든 인간관계를 쳐냈다. 그리하여 비로소 아무도 내 주위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난 스스로를 가두었다.


'혼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위에 몇 명의 사람이 존재하건, 애초에 스스로 난 평생 홀로 지냈다 느끼고 있었다. 진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심지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조차 없었다. 조금 울적해져 남은 감자칩 가루를 입에 털어넣었다. 굳게 닫힌 방문을 잠깐 노려보았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열 일이 없을 터였다. 한 번 나갈 때 한꺼번에 식료품을 사 오니,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물려받은 유산은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최소한, 난 그리 믿고 있었다.


게임 컨트롤러를 잡았다. 2008년형 구식 플레이스테이션.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난 고집스럽게도 구식 플레이스테이션을 택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인터넷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세상과의 어떤 소통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철저한 고립과 단절. 그럼으로 하여금 난 이따금 내 자신이 세상에서 동떨어진 존재라 착각하곤 했다. 아무도 내 존재를 기억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몇몇의 기억속엔 어렴풋하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난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라는 뜻이었다. 전원이 켜진 텔레비전에 게임 로딩화면이 떴다. 몇 십번은 더 클리어한 게임. 다음에 나갈 땐 새 게임을 사올까 잠시 고민했다.


밖은 어느새 밤이었다. 게임 컨트롤러에서 손을 떼고 잠시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제외된 이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를 바라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버려질까 두려워할 필요 없는 세상. 내 자신을 속일 필요 없는 '진실'의 세상을 난 간절히 원했다. 최소한 문 잠긴 내 방과 창 밖 하늘은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내 자신 이외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창문 틈으로 가볍게 바람이 불었다. 조금 쌀쌀해 창문을 잠그고 담요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제 비가 오더니 조금 추워진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우산을 썼을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리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생각나지 않았다.


평생 이리 살아도 상관없겠지, 라는 간단한 생각. 언제까지고 구식 플레이스테이션과 감자칩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을거란 지나치게 희망적인 상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비좁은 공간이 내겐 너무도 편안하다. 유일하게 오롯이 내 자신이 허락되는 공간에서, 난 자유로웠다.





Jinyoung's Story


사람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보인 미소를 지나치게 신뢰했던 치기어린 열일곱의 어린 소년은,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내 기억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어쩌면 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리라는 착각이 문제였는지, 혹은 이 세상이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난 이 세상에서 내쳐졌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로 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날 배신할 사람들과 같았다. 사람을 대할 때 언제 버려질까 두려워했다. 홀로 그 어느 곳에도 완전히 섞이지 못한채 겉돌았다.


열 일곱,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서, 난 진정한 의미의 '외로움'을 맛봤다. 이후, 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내 병명은 충격과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대인기피증이었다. 난 알고 있었다. 내 상태는 그깟 몇 글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 날, 그 하루가 내게 보여준 처참하게 무너지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어릴 적의 '꿈'이란 것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CNU.


아렸다. 단순한 아픔이 아닌 가슴 깊은 곳부터 밀려오는 찌르르한 고통. 손끝부터 가슴 속까지 모두 시려와 견딜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믿었다. 시린 손은 까슬했다. 그 느낌을 참을 수 없어 흐르는 물에 손을 갖다 대었다. 마치 그리하면 물에 무언가 함께 쓸려 내려가기라도 할 양. 그리 믿고선 물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분명 차가운 물이었음에도, 물이 닿지 않는 손이 더욱 시렸다. 문득 올려다본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형편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한심하다. 아예 옷도 벗지 않은 상태로 샤워기를 틀어 물을 머리에 쏟아버렸다. 머리칼을, 뺨을, 어깨를 타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린다.


몇십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손은 물에 불어 약간 부은 상태였다. 손이 허옇게 질린 것은 물이 찼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순간 어질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겨우 벽을 짚은 왼손에 힘이 들어가 마디가 새하얗게 질렸다. 기분 나쁜 흰색이다. 어지러움이 가실때까지 기다리다 일어섰다. 갑자기 일어선 탓인지 순간 시야가 까매졌다 다시금 원상태로 돌아왔다. 여전히 한심한 내 자신과, 여전히 한심한 내 몸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먼지 하나 없는 새하얀 벽지, 새하얀 소파 위에 하얀 사람이 앉는다. 머리와 옷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을 적시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마 잠시후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질러져있는 집 안 상황을 그제야 깨닫고 밤새도록 청소를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카페트를 빨고, 바닥을 닦고, 소파 시트를 세탁기에 돌린다. 그리고 또다시 지쳐 쓰러져 겨우 깨끗해진 소파를 다시 흐트러놓을터다.


초점 흐린 시선이 닿는 곳마다 죄 하얗다. 으레 사람들이 생각하듯, 나 또한 흰색이 가장 깨끗하다 여겼다. 순백은 완벽하다. 언제부터인가 그 '순백'의 공간에 얼룩이 생기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던 순백은 고작 벽지따위가 아니었음을. 진정으로 지우고자 했던 '얼룩'은 눈에 보이는 그 어떠한 것도 아니었음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난 고민 대신 마른 걸레를 손에 들었다. 열심히 먼지를 털고 얼룩을 닦아냈다. 불안마저 닦이길 희망하며.


소파 팔걸이 옆으로 떨어지듯 걸쳐진 팔에 캘린더가 걸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 참지 못하고 주워들어 원래 자리에 똑바로 놓아두었다. 그제야 내일이 데이트 날이라는것을 깨닫고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자신이 없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여자'라는 존재와, 여전히 알 수 없는 내 자신의 끝없는 평행 관계에서 난 길을 잃었다. 소파 팔걸이 위에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옆머리가 조금 흘러내려 뺨을 가렸다. 일단 눕긴 하였으나 잠은 오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난 천장을 쳐다보았다. 하얗다. 온통 하얗다. 문득 말도 안되는 자책이 생각나 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난 어째서 '순백'이 아닌가에 대한 어이 없을 정도로 공상적인 자책. 사람이 완벽해질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과 그럼에도 완벽을 추구하는 지겨운 내 자신이 또다시 맞부딪혔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집에서, 이 '순백'에서 얼룩은 내 자신이었다는 것을. 난 내 자신을 지워낼 수 없었다는 것을.


머리가 아파 눈을 감아버렸다.





CNU's Story.


언젠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열일곱, 어릴 적의 앳된 사랑이었다. 평생 고백하지 못할 사랑과 마음의 경계에서, 난 그저 사랑하는 '그'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불가능할 희망과 끝없이 이어지는 가망 없는 공상들 속에서 난 점차 작아져만갔다. 평생, 이렇게 살아가게 될까 두려웠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안쓰럽고 또 서러워 홀로 빈 교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울었다.


헌데, 바보같은 내 자신은.


그 아이가 내게 커밍아웃을 했었다. 순간 당황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힘들어했던, '사랑'을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책, 그리고 왜인지 모를 안심과 함께 다시금 찾아든 희망과 '꿈'. 내 꿈은 그 아이, 단 한 명이었다. 그럼에도 겁 많은 난 말하지 못했다. 이해한다고, 나 또한 마찬가지라고. 좋아하고 있었다고. 입 안에서 맴돌며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 몇분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 아이는 내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판단했는지 도망쳐버렸다. 난 바보같게도, 그를 잡지조차 못했다.


다음 날 난 그 아이가 처참하게 따돌림당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그곳엔 우리 말고도 한 명의 아이가 더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소문의 시작점이 나라 여겼다. 오해와 불신, 상처받은 아이와 유일한 꿈이 부서지는것을 지켜보며 더 큰 상처를 받은 아이가 한낱한시에 존재했다.






Sandeul.


멍하니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구식 오토바이 엔진에서 덜그덕 소리가 났다. 잠시 오토바이 뒤에 쌓인 피자들을 훑어보았다. 총 여섯 집. 세상엔 피자를 시켜먹는 사람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고 그런거다. 우울하게 오토바이를 몰았다. 라지 사이즈 피자들이다. 시간대도 저녁이니, 거의 대부분이 가족일 터였다. 배달하는 사람도 가족이 함께 배달해야 조금은 긍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생각해도 허무맹랑한 소리라 건조하게 웃었다.


난 항상 소심했다. 남의 부탁에 거절조차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본심은 다른 데에 있더라도 겉으론 웃으면서 수락하는 모순적 상황이 반복되었다. 덕분에 난 '착한 녀석'으로 통했다. 내 자신이 '착한 사람'이 될수록 난 더욱 피곤해져만 갔다. 소심한 내 자신은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따윈 갖고 있지 않은 모양이라, 착한 사람이라는 남이 만든 틀에서 내 자신이 벗어나버리면 나 또한 버려져버릴까 두려워했다. 아무도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혼자 그리 생각했다. 피해 망상은 심각해져만 갔다.


다섯번째 집에 피자를 배달하면서 난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가 생각했다. 그리고 순간 지금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현재 내 상태 뿐만이 아닌, 정말로 오래도록 '혼자'였던 내 자신을. 지금까지 난 그들에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살아왔으나, 결국 시간이 흘러 점차 멀어져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어떻게 행동했건간에 결론은 같았다. 다른 것은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한 후회의 정도, 그뿐이었다. 이유 모를 분함이, 억눌려있던 무언가가 터져버린 듯 가슴이 답답했다. 우스웠다. 애초에 난 그들에게 있어 어떤 존재였는가. 지금껏 내 행동은 대체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난 그토록 매달려 왔는가. 오토바이를 잠시 멈췄다. 입 안이 썼다.


마지막 집으로 향했다. 가까워질수록 점차 짙어지는 프리지아 향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애초에 마지막 목적지가 어디인진 알고 있었으니,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저 예상치 못했던 것은 떨리고 있는 내 손과 제어할 수 없는 심장 박동. 초인종 앞에서 망설인다. 그녀에게 말 한 마디 걸 수 있는 용기가, 내게 있을까 의심하여 쉬이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다. 입안이 말라 텁텁하다.


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은 초인종을 눌렀다. 사실 생각해보면 난 그저 피자를 건네주는 배달부에 불과했을 따름이고, 그녀는 한낱 '고객'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있어 나란 존재는 스쳐 지나가는 알바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터였다. 그럼에도 난 잠시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다시는 기대하지 않겠다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내겐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걸 용기조차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문이 열렸다.






Sandeul's Story.


사랑을 잃은 후에, '꿈'을 잃은 후에.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 들릴 리 없었다. 세상에 여자는 많다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금방 좋은 여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메세지 몇 줄은 내게 위안이 되지 못했다. 최소한 그녀는 내게 '꿈'이었으며,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리석게도 난 모든 것이 그녀에게 맞춰져 있었다. 내 이름조차 알지 못할 그녀에게. 오토바이만 타면 버릇처럼 그녀의 집으로 향하게 되어버려 아르바이트도 관두어 버렸다.

누구인지 모를 남자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아르바이트를 관두며 받은 피자 한 판을 뜯었다. 차갑게 식은 피자를 입에 억지로 밀어넣고 우물거렸다. 식은 피자는, 더럽게 맛이 없다.






Baro.

하루 종일 기계를 붙잡고 있던 탓에 손이 새까맸다. 익숙한 기름 냄새와 금속 냄새, 그리고 오래되어 터진 건전지 냄새가 방안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5년째 반복해 왔기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결코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도, 질려 본 적도 없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그토록 원해왔던 일이었기에, 그리고 너무도 간절한 일이었기에. 미동 없는 계기판을 쳐다보다 옆으로 내던져버렸다. 92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시도가 100번, 아니 1000번이 될지라도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성공을 맛보리라 믿는다.

대충 딱딱해진 빵을 입에 물고 나사를 조였다. 하루종일 금속, 그것도 납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납땜을 한다는 것을 손을 대버려 크게 다친 적도 있었다. 반쯤 녹은 손가락을 붙잡고 구급차에 실려가던 기억이 떠올라 순간 아찔해졌다. 아무도 성공하지 않은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주는 쉽게 내게 '진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을 바랬을 뿐인데, 5년이 지났다.

이틀 정도 밤을 샌 탓인지 물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극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와 제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손에 든 드라이버가 바닥으로 떨어져 챙그랑 소리를 냈다. 사그라들것 같았던 어지럼증이 쉬이 사라지지 않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주와의 소통을 시도한지 2년쯤 되었을 때, 누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우주에 닿는 가장 빠른 방법은 죽음이라고. 어지럼증이 가시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드라이버를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기름을 닦아 더러워진 걸레 더미를 쳐다보았다. 걸레 더미는 그동안 지나간 5년의 세월만큼이나 많았다. 우주에 닿기 위해 현실과 차단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거의 한 달간 딸기잼 바른 식빵 이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럼에도 이를 놓을 수 없는 것은 작은 희망이 아직 존재했기 때문이었고, 이것이 내 마지막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바라본 하늘에 수없이 떠 있던 별들을 난 기억했다. 어릴 적 읽은 책의 한 구절을 기억했다.

이따금 희망은 날 찾아왔다. 비록 단순한 기계 고장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계기판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난 보았다. 그것이 '진실'로 향하는 표지판이라면, 난 기꺼이 표지판을 따라 목적지까지 도착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단 사실을 알았다.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것임을. 그리하여 마치 달빛에 의지해 배를 띄운 사공과 같이, 언젠가 물 가는대로 흘러가다 보면 등대 빛에 다다를 수 있다 믿었다.





Baro's Story.

어릴 적 난 친구가 없었다. 홀로 학교에 가고, 홀로 하루를 보내고, 홀로 밥을 먹는 생활의 반복 속에서, 난 외로움에 점차 익숙해져갔다. 홀로 지내는 생활은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에, 단 한 번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본 적이 없기에 난 내 자신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혼자 있는 것이 문제라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책에 정신을 쏟을 적에, 난 하늘을 보았다. 올려다 본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저 별 중 하나에 닿고 싶다 어렴풋이 생각했다. 반짝이는 것에 이끌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닥치는대로 책을 뒤져 읽었다. 별, 우주, 은하에 대해. 별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뒤지고 기계 다루는 법을 익혔다. 언젠가부터 학교에 가지 않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길 몇 달, 퇴학 처분이 내려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막을 가족도 없었다. 거리낌 없이 난 자유로웠다. 학교에서 볼펜을 드는 대신 언덕에 올라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시골 마을의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별과 별 사이를 가로막고 흐르는 은하수는 눈 시리게 아름다웠다.

그 이후로 하루종일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언젠가 닿을 전파와 전파, 전파를 생각하며. 전파를 타고 흐를 마음을 생각하며 나사를 조이고 전지를 이었다. 기름때 묻은 걸레가 쌓여가고 손엔 잔상처가 늘어갔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차마 다 셀 수 없을만치 많은 실패와 자그마한 희망 사이에서 난 수없이 많은 기계 부품을 다뤘다.

그리고 어느덧 난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게 되었다.

하늘에 닿고 싶다던, 별에 닿고 싶다던 꿈을 이루기 위해 난 별을 볼 수 없었다. 아이러니했다. 별을 보기 위해 별 대신 금속을 만졌다.

5년만에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난 현관문 앞에 앉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 빛이 밝아, 별빛이 밝아 눈물이 흘렀다. 눈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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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는 공찬식의 내용과 그 이후 스토리를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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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역시 작가님...... 진짜 대박이시다ㅠㅠㅠㅠ 짱짱이시다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붉은여우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2
작가님 제가 진짜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 작가님....... 어떻게 그 순간순간의 컨셉을 가지고 이런 글을 만들어 내실수 있으신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대박......
9년 전
붉은여우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4
헐 짱이다........ㅜㅜ 하도써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붉은여우
감사해요ㅠㅠㅠ 하는 다음주쯤에 나올 것 같아요ㅠ
9년 전
독자5
좋아요ㅠㅠ 아 대박 ㅠㅠ
9년 전
붉은여우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6
헐 진짜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한명한명 컨셉 다 너무 이쁘네요ㅠㅠㅠㅠㅠ이제 뮤비볼때마다 이거 생각날거같아요
9년 전
붉은여우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7
좋아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헐.... 뭔가 티져사진들이 떠오르면거 머릿속에서 합쳐지는 느낌이에여.. 유기적(??)이라고 해야하낰ㅋㅋ 암튼 하편도 기대할게여ㅠ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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