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도저히 다시 어디 나갈 생각이 안 들더라. 그래서 주말에 쇼핑해 온 간식 봉투 뒤적거리면서 하나 입에 물고 또 뒤적거렸어. 이거, 음 아냐 이건 내가 먹을래. 사탕? 초콜릿? 무난하게 허쉬초콜릿이면 되겠지. 아 내일 마크한테 말 걸어야되는데 뭐라도 줘야 할 것 같잖아. 말은 뭐라고 걸지? 어제 오후 수업은 왜 안 들어왔어? 어제는 무슨 일 있었어? 도넛 그냥 내가 사준 거니까, 이건 음료값? 아 뭐라고 하ㅠㅠㅠ 하나부터 열까지 왜 이렇게 어색하냐 번역기라도 돌려보는데 진짜 말이 이상한지 모르겠어 진짜. 괜한 오지랖 부리는 건가? 초콜릿 딱 줬는데 마크가 이걸 왜 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나 진짜 아무말도 못할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나도 애들 없을 때 가서 마크한테 말 걸어야 되는건가? 그렇겠지.. 마크는 본인이랑 나랑 같이 있는 모습 보면 나한테 문제 생길까봐 여태껏 배려해 준 거니까 내가 나서서 그 배려 의미없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근데 마크가 점심을 어디서 먹더라? 아 뭐 하나 걱정 안되는게 없어.. 마크.. 양아치 아니고 착한 애 맞겠지.. 나 괜히 먼저 아는 척 했다가 나대지 말라고 막 갑자기 돌변하지는 않겠지.. 머리나 굴려대봐야 뭐해 결론이 하나도 안 나는데. 그냥 초콜릿을 가방 앞주머니에 꾹 쑤셔넣고 침대 위로 엎어졌어. 옷 갈아입어야 되는데 그건 모르겠고 머리 아프다 진짜•• 누가 답 좀 알려줘라 답 좀! #9 현관 앞에 서서 속으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중얼거리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괜히 그런게 아니었어. 마크한테 말을 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집 밖을 나서기가 너무 떨리는거야. 그래서 괜히 가방끈 붙잡고 혼자 화이팅 중얼거린 다음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왔어. 오늘 햇빛 좀 센 거 같은데 이 정도로 가방에 든 초콜릿이 녹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안되는데.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어. 어차피 마크는 또 지각일테니까 내가 빨리 간들 늦게 간들 얘기해 볼 시간은 점심시간이나 되어야 나겠지. 교실에 도착해서 가방을 책상에 걸어놓고는 괜스레 떨리는 마음에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어. 어차피 연락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내 예상대로 마크는 수업 시작 종이 칠 때까지 안 왔어. 아마 10분은 더 지나야 오겠지? 문법 쪽지 시험 종이를 받고 맨 위에 내 이름을 적으면서 그렇게 생각했어. 생각했지.. 그런데 얘가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아니, 수업이 끝나도록 안 올 줄 누가 알았겠어!! 마지막 종이 치고 애들 다 가방 들고 후다닥 일어나는데 진짜 허탈해서 몸에 힘이 주욱 빠지더라. 얘 진짜 양아치인가. 어떻게 학교를 그냥 날로 빠지지? 혹시 선생님들한테는 말했으려나 싶다가도 오늘 마크 빈자리를 은근히 살피던 그 눈빛들이 기억나서 아침에 곱게 빗고 온 머리를 막 헝클였어. 너 진짜 뭐야 마크?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면 또 어디서 농구공 튕기고 있는거야? #10 나 진짜 괜히 초콜릿 챙겨갔구나 하는 생각에 집 도착하자마자 가방이 다 미워서 내던졌어. 어떻게 사람 마음도 모르고 막 학교를 빠지고 그래. 헛소리인 거 아는데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니까. 얘기 좀 제대로 하겠다고 평소보다 불편하게 입고 나갔던 옷도 다 벗어던지고 그냥 편하게 입은채로 머리도 올려묶었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구. 오늘은 어디 안나가?! 외치는 엄마에 어!!! 하고 괜히 짜증 실어서 말하니까 기분 안 좋으면 기분 전환 겸 같이 장이나 보러 가자고, 나 좋아하는 케이크도 사러 가자고 하길래 또 기분 좋아져서 벌떡 일어났어. 가자! 소리쳤더니 엄마도 크게 웃더라. 마트에 들어가서는 내가 카트 끌겠다고 주장해서 운전대(?)를 잡았지. 흥 마크고 뭐고 다 됐다 이거야. 가벼운 카트를 발끝으로 툭툭툭 차다가 두 발을 다 땅에서 떼면 앞으로 살짝 더 나가는 거 알지? 그 장난을 치면서 엄마가 담아오라던 오이를 찾아 슝슝거리고 있었어. 분명 앞을 보고 다닌다고 보고 다녔는데 내 카트가 나를 싣고 앞으로 비실비실 가다가 툭, 하고 사람이랑 부딪친거야. 나 진짜 너무 놀라서 숨 참다가 그만 카트에서 내려오는 것도 까먹었어. 근데 부딪친 사람이 Oops 하더니 뒤도는,, XX 마크 네가 왜 여기 있어..? 조금 인상 쓰고 뒤돌다가 내가 카트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꼴 보고 진짜 크게 웃더라. 야 ,, 야.. 모르는 척 좀 해주지.. 야... "여주 여기서 뭐 해?" "아.. 엄마랑 장 보러.." "카트 라이드 하러 온 거 아니고?" 그리고 다시 작게 웃는데 너 진짜 잘생겨서 내가 봐줬다. 한국어로 대화하느라 편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상황이 너무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나 그냥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어. 쪼그려앉기.. #11 내가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있으니까 마크가 다가오는게 막 느껴지는거야. 악 제발 그냥 지나가라고. "놀랐어?" 다정하게 귓가에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ㅠㅠ.. "나도 놀랐어. 너 이 근처 사는 줄 알았으면 .. 좋았을텐데." "응..(그렇구나 XX 부끄러)" "나.. 때문에 그러고 있는거야..?" "응..(몰라서 물어..?)" "그럼.." 이번 주말에 내가 좋은데 데려다줄게. 그 말이 왜 거기서 나와 마크야? 장 봐 온 봉지를 툭, 내려놓으면서 다시 떠올려도 정말.. 경우없고.. 좋았어. 케이크가 조금 뭉개졌지만.. 괜찮아. 내 핸드폰에 마크 전화번호가 생겼거든. Do you know my phonenumber? 하더니 불쑥 다가와서 손을 내밀길래 얼떨결에 고개 저으면서 내 핸드폰 건네줬어. 그리고 돌아온 내 핸드폰에는 마크 번호가 들어있었지.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려. 어제랑은 또 다른 이유로 가슴 떨려하면서 잠들었지. 다음 날 일어나서 학교 가는데 가는 길 중간 쯤에 카라셔츠에 오부 반바지를 입은 마크가 신호등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거야. 뭐지? 하고 다가가서 Hi Mark! 했더니 날 보고 웃다가 갑자기 시무룩해하네..? "여주 Why didnt you send me a text?" 문자..? 웬 문자..? "How can I get your number..?" "Oh..My,," 세상에.. 진짜.. 세상에.. 하느님.. 얘 왜 이렇게 귀여워요 왜?? ————— 저는.. 주말에만 옵니다,, 네.. 암호닉 신청 및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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