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별들의무리 전체글ll조회 1677l 4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음.

* '세븐틴' = 최다인원 = 출연 빈도 수 多 → 카테고리 고정. 스토리 주요 인물이 '뉴이스트', '프리스틴'일 경우 변동.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 (陰陽學黨)





 어느덧, 여주와 지훈 주위에는 나무들이 불에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남자가 나무들을 옮겨 타며 붙은 불들이었다. 지가 타잔이야, 뭐야. 여주는 주위에 활활 타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상황을 만드는 데 한몫했던 지훈은 주술을 거두었다. 미간에 살짝 주름진 걸 보니, 자신의 주술을 역으로 이용해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든 게 기분 나쁜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악-!’
“아, 씨! 깜짝이야!”
“....”


 언제부터 뒤에 있었는지 뒤에선 호랑이의 포효 소리보다 세 배는 큰 것 같은 요괴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남자 쪽만 주시한 터라 일순, 요괴의 존재는 까먹고 있었던 둘이었다. 요괴의 갑작스러운 존재 표출에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너무 깜짝 놀라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지훈의 약지를 잡았다. 지훈은 요괴 소리보다는 약지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놀랐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 여주는 지훈의 약지를 계속 붙들고 이제는 형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그을린 요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놀랐으면 이거 좀 놔”


 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여주가 잡은 손을 들어 올려 보이고 말했다. 수갑이 짤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머쓱한 얼굴로 지훈의 손가락을 놓았다. 여주는 힐끔 지훈을 응시했다. 웬일로 친절하게 말하지? 평소 같았으면....  여주는 식당에서 언제 한 번, 지훈과 부딪힌 날이 떠올랐다. 그날, 자기 몸에 저가 닿았다며 식당 안에서 온갖 생난리를 떨던 지훈을 생각하면 여주는 자다가도 벌떡 깼다. 세상에서 제일 후회하는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탑 파이브 중 그날 어버버거렸던 게 들어갔다. 그런데 그날에 비하면 지금 지훈의 반응은 상당히 유했다. 심지어, 접촉이 부딪힌 것보다 더 진한 접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생각에 힐끔거렸던 여주는 대놓고 지훈을 이리저리 살폈다. 혹시, 다친 팔 때문에 힘들어서 그 유한 반응이 나오는가 싶었다.


“왜. 뭐.”
“아니.... 그냥. 너 혹시 지금 좀 많이 힘들고 그런 거 아니지?”
“....”


 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지훈은 귀찮아서 고개를 돌린 거지만, 받아들이는 여주 입장에선 고개를 돌리는 게, 진짜 힘들어서 대답을 피한다고 느껴졌다. 이놈의 수갑만 아니었으면 이지훈을 딴 데로 보내놓았을 텐데.... 여주는 과거가 된 그 시점의 자신을 만나면 제발 성질 좀 죽이라고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자기한테 관심을 안 보이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 머리를 찡하게 하는 요괴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관심 한 번 주는 셈 치고 요괴를 쳐다보니 불의 뜨거운 온도 때문인지 전보다 훨씬 포악해져 있었다. 포악해진 데에는 전신을 감고 있는 사슬 탓도 있는 모양인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불편해했고 워낙 큰 몸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불붙은 나무에 몸이 닿았다. 그러면 날뛰었고, 그러다 온몸에 휘감긴 사슬이 걸리적거리고, 그래서 또 날뛰면 다시 불에 닿고.... 무한 반복이었다. 고통스러움에 우악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성질은 포악해졌지만 감각은 둔해진 것 같았다. 요괴는 여주와 지훈을 한시라도 빨리 찾으려고 이빨을 사방팔방 들이밀었지만 조금도 위협이 되질 않았고, 결국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잠자코 요괴를 지켜보고 있던 여주는 요괴로부터의 위험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자, 산에 불이 더 커지기 전에 불부터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의 몸 상태가 화 계열 주술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이니 그쪽은 여주, 자신의 몫이었다. 여주는 허공에 팔을 한 번 휘저었다.


“폭수(瀑水)”
“....”

“....”
“....”









“불 껐으면 된 거 아냐...?”
“.... 그래”


 폭수. 폭포가 원하는 범위에 떨어지게 하는 수 계열 주술. 난이도는 중딩 수준 정도. 그러나 악기도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듯, 중딩 수준의 주술이라도 여주가 쓰면 위력은 중딩 수준을 벗어났다. 여주는 그냥 불붙은 나무들만 물로 소화(消火) 하려 했다. 그런데 피로도가 쌓이기도 했고, 아까 요괴에게 날린 기공 때문에 기력이 조금 빠져서 그런지 영력을 조절하는데 미스가 있었다. 그의 결과는 물벼락이 나무들뿐만 아니라 여주와 지훈이 있는 산꼭대기 전체에 거센 폭포가 떨어졌다. 그 물벼락을 나무도 맞았고, 동물들도 맞았다. 그리고 지훈과 여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화재는 진압이 되었다. 새까매진 나무에 식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둘의 꼬락서니는 누가 봐도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여주는 조금씩 입으로 들어온 물을 ‘푸’하고 뱉고선 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싶은 여주였다. 물에 젖어 축 처진 앞머리는 지훈의 가는 눈을 가리고 있었다.

 지훈은 짜증이 남과 동시에 심경이 복잡했다. 폭수. 퇴마사 전문 양성 학교를 다닌다면 폭수는 자다가도 할 수 있는 쉬운 주술. 근데 이렇게 광범위하고 강하게 폭포가 떨어질 수 있는 주술이었나. 불이 붙은 부분에만 떨어지게 한다는 건, 아주 세세한 영력 컨트롤이 있어야 한다. 주술을 배운지 이제 겨우 두 달짜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살짝 실수했다고 이 정도의 힘을 보여주다니. 심지어 폭포를 맞은 부위는 아팠다. 지훈은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맞은 부분을 쓸었다. 그리고 여주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두피 찢어지는 줄 알았네. 미친.

지훈과 여주 앞에는 언제부턴가 검은색으로 칭칭 감긴 남자가 나무에서 내려와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다.


“우와아, 듣던 대로 영력이 진짜 세네. 대단하다!”


 남자의 꺾인 고개와 한껏 들어 올린 한 쪽 어깨 사이에는 어디서 난 건지 우산이 껴있었다.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였다. 그렇지만 그 우산 덕인지 남자는 젖지 않고 멀쩡했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여주의 영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모습에 둘은 괜히 심신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우산마저도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장우산이었는데 우산에는 물기가 한가득했다. 남자는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그 물기를 털어냈다. 남자의 꽤나 느긋한 몸짓에 지훈의 눈썹이 들썩였고, 여주의 입이 꾹꾹이가 되었다. 남자의 뉘앙스가 꼭, ‘너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별 상관없고, 신경도 안 쓰여’ 이런 느낌이라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무시당하면 기분이 좋진 않으니까, 지훈과 여주의 반응은 마땅했다. 둘은 꽁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계속 우산을 정리하던 남자는 말을 걸어왔다.


“너희 진짜 친한 친군가봐?”

“....”

“그래도 친한 친구라도, 그건 좀.... 되게 변태 같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 뭔 개소리야”


 지훈은 언짢은 얼굴빛을 내비췄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수갑 말이야. 수갑.”
“....”
“도대체 무슨 의미로 그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남자는 우산 정리를 멈추고 둘을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뭐 그런 뜻인가?”


 여주와 지훈이 사이좋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주도, 지훈도, 들어선 안 될 걸 들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실순데. 여주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렇다고 줄줄이 사정을 말하긴 번거로우니 ‘달싹’에 그쳤다. 그냥 마음껏 지껄이라는 마음으로 그냥 놔두었다. 대신, 표정으로 대답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모자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여주와 지훈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인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 하는 남자였다.


“사이가 너무 좋네, 너무 좋아.”
“좋기는 개뿔이....”
“아! 친한 친구가 아니라,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겠구나!”
“....” ​



듣다 못한 지훈이 입을 열었지만 그런 지훈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하는 남자였다. 이젠 거의 지훈과 여주 보고 그냥 들으라고 하는 혼잣말이 되었다.


“크으, 역시 청춘이 좋”
“화혁(火煂)”
“으악!”
“수윤도(水奫濤)”


  지훈은 더 이상 듣기 싫었던 건지, 우산의 단을 돌돌 마는데 시선이 쏠린 남자에게 공격 주술을 날렸다. 지훈의 손에선 거센 화염이 순식간에 남자의 앞까지 뿜어져 나갔고, 수갑 때문에 같이 들린 여주의 손에선 방대한 양의 물로 이루어진 물줄기가 방출되었다. 누가 사이가 좋아? 누가 누구랑 사귀어? 확, 그냥. 헛소리 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훈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옆에 있는 여주도 마찬가지였고. 이때까지 싸운 횟수를 세보라고 한다면 차라리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세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싸운 둘이었기에 남자의 괜한 오해 위의 오해가 기분이 나쁜 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손에서 나오는 불과 물은 아주 토하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의 지훈은 아픈 사람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


 아, 솔직히 여주는 기분은 나빴지만 대응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지훈이 주술을 날리기 위해 손을 들 때, 지훈의 손과 자신의 손이 같이 들렸기도 했고 지훈이 자신을 서포트 하라고 하기도 했고, 또, 다시 나무에 불이 붙을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겸사겸사 날린 주술이었다. 그러나 그런 거 치고는 남자의 말이 듣기 싫었던 건 매한가지라 여주의 물줄기도 어떤 폭포보다도 물이 거세고 양도 많았다. 여주의 손에서 쏟아지는 물은 지훈의 화염의 가장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고, 거기다 크기는 둘이 합쳐져 더 거대해 보였다.


  이왕 일 벌여 놓은 거, 확실하고, 조속히 상황을 끝내고 싶었던 여주는 메고 왔던 가방에서 재빠르게 여러 장의 부적을 꺼냈다. 몇 장은 입에 물고 몇 장은 옆으로 던졌다. 그러고 입에 물고 있던 부적도 뒤쪽으로 멀리 던졌다.


“사목근(使木根)”


 부적은 여주의 손에서 떠났고, 주술이 여주의 입에 올랐다. 부적은 벌처럼 날쌔게 날아가 나비처럼 사뿐히 여러 나무들에 안착했다. 여주의 영력이 담긴 주술이 나무를 휘감자, 바닥이 흔들렸다. 바닥이 흔들리며 ‘쿠궁’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나무들의 오랜 시간 깊은 곳에 박혀있던 수십 개의 뿌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거세게 올라오는 뿌리들이었다. 단단하면서도 흐물거리는 뿌리들은 꼭, 촉수를 보는 것 같았다.


 원래 경도 작전 주술이었는데, 쩝. 여주는 입맛을 다셨다. 배운 목적과 다른 상황에 쓰게 되서 아주 조금, 달가운 느낌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주술을 배워놔서 그건 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여주는 손짓으로 뿌리들을 조종했고, 그러자 수십 개의 촉수 같은 뿌리들이 일제히 빠른 속도로 남자에게로 향했다. 뿌리는 남자에게로 가는 도중 화염과 뒤섞여 불이 붙었는데, 지훈은 나무가 타서 재가 되지 않게, 하지만 온도는 뜨겁다고 느낄 수 있게 영력을 조절했다. 사이가 좋다는 말에 엄청나게 부정하고 있는 둘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지훈의 공격에 의연하게 받아친 여주, 그리고 아무런 얘기 없이 한 여주의 공격에 영력을 조절하는 지훈. 누가 보면 오히려 부정하는 게 더 이상스러울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화염과 함께 다가가는 촉수 같은 뿌리들. 그 광경은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보였다. 또, 여주와 지훈에게서 한참 떨어져 뒤에 있는 나무들의 뿌리들은 요괴에게로 향했다. 뿌리들은 엉뚱한 곳에 있던 요괴의 팔, 다리 그리고 목을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요괴는 그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요괴가 거세게 저항을 해봐도 여주의 영력을 받은 나무들이었기 때문에 그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목적은 남자와 요괴의 포획이었다. 요괴는 퇴마가 안 되는 변수가 있으니, 포획으로 그치지만, 남자도 포획을 선택한 지훈과 여주였다. 그 이유는, 둘은 남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니까 죽이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둘은 남자에게 퇴마 주술도 쓰지 않았고, 지훈도 뿌리가 도중에 들어오기 전부터 남자가 타서 죽지 않을 정도의 온도의 불을 뿜어냈었다.

아직, 이 둘에겐 순영이 남자에게 느꼈던 위화감은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합공은, 굉장히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화염은 눈 깜빡할 순간에 날아가 버렸고, 물줄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뿌리들은 댕강댕강 잘려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거대한 크기의 불길과 물길에 의해 차단되었던 시야가 보였다. 여주와 지훈의 시야에는 어느샌가 바짝 말라 물기가 없는 검은 우산을 둘에게 겨누면서 성질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뭐야, 너네 사이좋네!”


 그 난리를 피웠지만 남자에게 영향을 미친 게 전혀 없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아도 지훈과 여주에게 사이가 좋은 게 맞다며 투덜대기만 할 뿐, 주술 때문에 당황했다는 기색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지훈은 올리고 있던 손을 내렸고, 여주도 따라 내려졌다. 여주는 입술을 씹었다. 내린 손의 여주의 검지가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잘리지 않고 여주의 영력이 끊겨 바닥에 널브러진 뿌리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남자에게 뻗었다. 기습이었다. 하지만 기습인 게 무색하게도 투덜대며 우산을 말던 남자는 똑딱단추가 우산을 잠그는 소리를 내자마자, 그 우산으로 칼로 베듯 나무뿌리에게 휘둘렀다. 그리고 정말 칼로 벤 듯 뿌리는 동강났다.






“.... 역시 한 박자 빨리 진행되는 군.”


 규원은 하늘 위로 산꼭대기 부근이 다 보일 정도로 높이 날아올라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산은 초반보다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욱하게 안개가 깔려있었다. 규원은 안개 근처에 있는 사방신과 해태들, 그리고 민현을 천리안 주술로 찾았다. 그리고 규원은 아이들의 상황을 살피자마자 한탄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건 전개 속도가 더 빨라지기 전에 끝내야 돼. 규원은 제일 먼저, 시연에게로 갔다.

 규원이 하늘로 올라가기 몇 분 전, 양기를 불어넣고 있던 아이들에게 갑작스런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 손님들의 정체는 ‘귀신들’이었고, 아이들에게 난데없는 공격을 선물했다. 귀신들에게 공격당하자마자 자세와 집중이 흐트러졌고, 순영에게 보내고 있던 양기가 뚝 끊겼다. 갑자기 끊어진 양기에 순영은 쓰러졌고, 양기를 보낸다고 체력이 크게 닳아 있던 학생들은 이 상태로 요괴를 상대하는 것도 벅찰 것 같은데, 귀신을 상대하기에는 더욱 벅찼다.

퇴마사들에게는 요괴 퇴마보다는 귀신 퇴마가 더 힘들다. 퇴마사란 직업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음양 세계에서 영력으로는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상위권들 중에서 중하, 하위권은 귀신 퇴마를 하지 못한다. 왜? 단순하다. 귀신 퇴마가 요괴 퇴마보다 더 까다롭고 복잡하니까. 요괴는 형체가 있지만 귀신은 없고, 요괴는 ‘마력’이라는 힘의 기운이 ‘요기’로 눈에 보이지만 귀신은 기분 나쁜 음기만 뿜어낼 뿐, 힘의 기반이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에서부터 귀신을 퇴마하는 건 힘들었다.

귀신 퇴마는 성불이나 구마를 통해 하늘의 길을 열어주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아예 귀살 시키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귀살을 하게 되면 상황이 쉽고 간단하게 명료 되니 퇴마사도 편하고 좋지만 지금까지 어느 퇴마사도 귀살을 사용할 수 있단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귀살’은 어려운 걸 넘어선 극한의 퇴마 기술이었고, 음양학당 같은 퇴마사 양성 전문학교들도 ‘귀살’은 교육 과정에서 제외했다. 교육부도 동의했고. 그렇다고 성불과 구마가 쉽냐 하면, 귀신 한 마리를 성불, 구마 하는 것보다 차라리 요괴 백 마리를 퇴마하겠다고 모든 프로 퇴마사가 입을 모아 얘기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귀신은 퇴마사에게 힘들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니 아무리 2, 3학년 교육 과정에 귀신 퇴마가 있다고 해도, 프로 퇴마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귀신을 학생들이 상대한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 덤비는 귀신을. 그건 무리였다. 하물며 적게는 수십 년을, 많게는 수백 년을 음기가 가득한 괴귀산에서 케케묵은 귀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양기를 보냈어도 쌩쌩했던 민현과 체력 좋은 동호는 차례대로 여러 마리의 귀신을 공격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남자인 종현과 승철은 겨우 언제 부서질지도 모르는 결계라도 치며 자신을 보호했지만 남자들보다 몸에 부담이 더 큰일을 하고 있었던 여학생들은 귀신들에게 몸을 결박당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2, 3학년인 결경과 나영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귀신 성불 주문을 외우려고 강하게 저항했고, 그 덕에 귀신들도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시연이었다. 아직 1학년이라 귀신 성불 주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어찌할 도리 없이 너무나도 손쉽게 당하였다. 시연의 몸에는 귀신들이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풀어진 시연의 눈을 보면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간다면 시연이 빙의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규원은 제일 위급해 보이는 시연이 있는 곳에 빠른 속도로 도착했고,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곧바로 자신의 얼굴 앞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규원의 등장에 귀신들은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추고 규원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규원의 기운에 압도당할 뻔했다. 이 산에 와있는 다른 피라미들과는 다르게 뿜어내는 영력 자체가 강력했고, 기운이 너무 깨끗했다. 몇몇 귀신들은 시연에게서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끔찍하고, 징그러운 얼굴을 하며 규원에게 달려들었다.


“동쪽으로!”


그러나, 규원이 재빠르게 입을 떼니, 달려들던 귀신들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고작 성불 주문의 네 글자만 뱉었을 뿐인데 규원은 귀신들의 몸을 멈추게 만들었다. 귀신들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움찔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복숭아 나뭇가지가 곧게 뻗었고, 팥의 껍질이 붉었나니.”


 규원이 입을 열면 열수록, 빠르게 규원의 양기의 흐름이 시연을 감싸고 있는 시연에게 향했다. 규원의 영력과 양기가 시연을 결박하고 있던 귀신들에게 닿자 귀신들은 액체처럼 녹기 시작했다. 귀신들은 귓구멍을 찌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해(海)의 염(鹽)이 그대들의 머리 위로 흩어지며 하늘의 길이 열리고 있노라.”


 시연의 몸을 수영장 삼아 유영하고 있던 귀신들은 물처럼 시연의 몸에서 흘러내렸다. 시연은 몸이 풀리는 느낌과 함께 느껴지는 따스한 양기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규원은 여러 가지 손동작을 순식간에 구사하며 큰 소리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옴 아모가 파드마 즈바라!”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내는 마지막 손동작을 하니, 구멍으로 환한 빛이 시연만 빗겨나가고 귀신을 향해서 날아갔다. 시연을 얽어매던 귀신들이 빛과 함께 사라졌고 시연은 완전히 정신을 들 수 있었다. 시연이 거칠게 호흡하자 규원은 순식간에 시연의 곁으로 달려갔다.

 
“시연 학생, 입을 조금만 벌려 주세요.”


규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시연의 머리를 받쳐서 유리병 안에 있던 투명한 액체를 시연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유리병에 있는 액체가 전부 시연의 입속으로 부었을 때, 규원은 조심스레 바닥으로 시연의 머리를 눕혔다. 그리고 바로 그 주위에 결계를 하나 쳤고, 이젠 귀신이 접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막, 마셨던 액체 때문인지 금방 정신을 말끔히 차릴 수 있었던 시연은 그런 규원을 잡고 물어보았다.


“제가 마셨던 거, 뭐였어요?”


시연의 물음에 규원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제 양기가 섞인 인어의 바닷물입니다.”
“인어의 바닷물이요?”


시연이 되물었다.


“여기서, 또 하나를 가르치게 되네요.”
“....”
“인어의 바닷물은 몸에 있던 좋지 않은 음기를 정화해주는 효력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저의 양기까지 더했으니 기력은 금방 돌아올 거예요.”
“.... 언제 그런 걸 다 준비하고 계셨어요?”


시연이 감탄하는 얼굴을 하며 묻자, 규원은 멋쩍게 웃었다.


“저는 옛날부터 위험한 일을 대비하는 버릇? 음, 버릇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그런 게 있어요.”
“....”
“그럼, 전 다른 학생들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시연 학생은 기력이 돌아오면 다시 양기를 보내던 일을 계속해주세요.”


규원은 그 뒤로 나영과 결경, 승철, 종현, 동호를 차례대로 도왔고 마지막으로 민현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양 발을 가지런히 모은 후, 왼발을 반 보 내밀며”


‘끄아아아아아아악-!’


 민현이 있는 곳엔 단순하게 사람을 그려놓은 것 같은 하얀 빛을 내뿜는 거대한 크기의 형체가 민현의 목소리에 따라 귀신들을 짓밟고 있었다. 이를,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해서 ‘광인(光人)’이라고 한다. 광인이 짓밟는 귀신마다 구마가 되었다. 민현은 공격하는 걸 어느 순간부터 관두고 구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다음엔 오른발을 왼발보다 반 보 앞으로 내미나니.”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모든 걸 원 위치로 되돌리나이다.”


‘사, 살려줘....!’


 민현이 구사하는 주술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도저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다. 구마 당하는 많은 귀신들 중 한 명이 하반신만 구마 당한 건지, 상체만으로 민현의 발밑까지 질질 기어와 민현의 바지자락을 잡으며 살려 달라 빌었다. 하지만, 민현은 자비 없는 얼굴로 주문을 끝맺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불 껐으면 된 거 아냐...?”
“.... 그래”


 폭수. 폭포가 원하는 범위에 떨어지게 하는 수 계열 주술. 난이도는 중딩 수준 정도. 그러나 악기도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듯, 중딩 수준의 주술이라도 여주가 쓰면 위력은 중딩 수준을 벗어났다. 여주는 그냥 불붙은 나무들만 물로 소화(消火) 하려 했다. 그런데 피로도가 쌓이기도 했고, 아까 요괴에게 날린 기공 때문에 기력이 조금 빠져서 그런지 영력을 조절하는데 미스가 있었다. 그의 결과는 물벼락이 나무들뿐만 아니라 여주와 지훈이 있는 산꼭대기 전체에 거센 폭포가 떨어졌다. 그 물벼락을 나무도 맞았고, 동물들도 맞았다. 그리고 지훈과 여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화재는 진압이 되었다. 새까매진 나무에 식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둘의 꼬락서니는 누가 봐도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여주는 조금씩 입으로 들어온 물을 ‘푸’하고 뱉고선 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싶은 여주였다. 물에 젖어 축 처진 앞머리는 지훈의 가는 눈을 가리고 있었다.

 지훈은 짜증이 남과 동시에 심경이 복잡했다. 폭수. 퇴마사 전문 양성 학교를 다닌다면 폭수는 자다가도 할 수 있는 쉬운 주술. 근데 이렇게 광범위하고 강하게 폭포가 떨어질 수 있는 주술이었나. 불이 붙은 부분에만 떨어지게 한다는 건, 아주 세세한 영력 컨트롤이 있어야 한다. 주술을 배운지 이제 겨우 두 달짜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살짝 실수했다고 이 정도의 힘을 보여주다니. 심지어 폭포를 맞은 부위는 아팠다. 지훈은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맞은 부분을 쓸었다. 그리고 여주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두피 찢어지는 줄 알았네. 미친.

지훈과 여주 앞에는 언제부턴가 검은색으로 칭칭 감긴 남자가 나무에서 내려와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다.


“우와아, 듣던 대로 영력이 진짜 세네. 대단하다!”


 남자의 꺾인 고개와 한껏 들어 올린 한 쪽 어깨 사이에는 어디서 난 건지 우산이 껴있었다.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였다. 그렇지만 그 우산 덕인지 남자는 젖지 않고 멀쩡했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여주의 영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모습에 둘은 괜히 심신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우산마저도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장우산이었는데 우산에는 물기가 한가득했다. 남자는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그 물기를 털어냈다. 남자의 꽤나 느긋한 몸짓에 지훈의 눈썹이 들썩였고, 여주의 입이 꾹꾹이가 되었다. 남자의 뉘앙스가 꼭, ‘너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별 상관없고, 신경도 안 쓰여’ 이런 느낌이라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무시당하면 기분이 좋진 않으니까, 지훈과 여주의 반응은 마땅했다. 둘은 꽁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계속 우산을 정리하던 남자는 말을 걸어왔다.


“너희 진짜 친한 친군가봐?”

“....”

“그래도 친한 친구라도, 그건 좀.... 되게 변태 같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 뭔 개소리야”


 지훈은 언짢은 얼굴빛을 내비췄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수갑 말이야. 수갑.”
“....”
“도대체 무슨 의미로 그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남자는 우산 정리를 멈추고 둘을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뭐 그런 뜻인가?”


 여주와 지훈이 사이좋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주도, 지훈도, 들어선 안 될 걸 들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실순데. 여주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렇다고 줄줄이 사정을 말하긴 번거로우니 ‘달싹’에 그쳤다. 그냥 마음껏 지껄이라는 마음으로 그냥 놔두었다. 대신, 표정으로 대답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모자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여주와 지훈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인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 하는 남자였다.


“사이가 너무 좋네, 너무 좋아.”
“좋기는 개뿔이....”
“아! 친한 친구가 아니라,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겠구나!”
“....” ​



듣다 못한 지훈이 입을 열었지만 그런 지훈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하는 남자였다. 이젠 거의 지훈과 여주 보고 그냥 들으라고 하는 혼잣말이 되었다.


“크으, 역시 청춘이 좋”
“화혁(火煂)”
“으악!”
“수윤도(水奫濤)”


  지훈은 더 이상 듣기 싫었던 건지, 우산의 단을 돌돌 마는데 시선이 쏠린 남자에게 공격 주술을 날렸다. 지훈의 손에선 거센 화염이 순식간에 남자의 앞까지 뿜어져 나갔고, 수갑 때문에 같이 들린 여주의 손에선 방대한 양의 물로 이루어진 물줄기가 방출되었다. 누가 사이가 좋아? 누가 누구랑 사귀어? 확, 그냥. 헛소리 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훈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옆에 있는 여주도 마찬가지였고. 이때까지 싸운 횟수를 세보라고 한다면 차라리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세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싸운 둘이었기에 남자의 괜한 오해 위의 오해가 기분이 나쁜 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손에서 나오는 불과 물은 아주 토하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의 지훈은 아픈 사람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


 아, 솔직히 여주는 기분은 나빴지만 대응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지훈이 주술을 날리기 위해 손을 들 때, 지훈의 손과 자신의 손이 같이 들렸기도 했고 지훈이 자신을 서포트 하라고 하기도 했고, 또, 다시 나무에 불이 붙을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겸사겸사 날린 주술이었다. 그러나 그런 거 치고는 남자의 말이 듣기 싫었던 건 매한가지라 여주의 물줄기도 어떤 폭포보다도 물이 거세고 양도 많았다. 여주의 손에서 쏟아지는 물은 지훈의 화염의 가장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고, 거기다 크기는 둘이 합쳐져 더 거대해 보였다.


  이왕 일 벌여 놓은 거, 확실하고, 조속히 상황을 끝내고 싶었던 여주는 메고 왔던 가방에서 재빠르게 여러 장의 부적을 꺼냈다. 몇 장은 입에 물고 몇 장은 옆으로 던졌다. 그러고 입에 물고 있던 부적도 뒤쪽으로 멀리 던졌다.


“사목근(使木根)”


 부적은 여주의 손에서 떠났고, 주술이 여주의 입에 올랐다. 부적은 벌처럼 날쌔게 날아가 나비처럼 사뿐히 여러 나무들에 안착했다. 여주의 영력이 담긴 주술이 나무를 휘감자, 바닥이 흔들렸다. 바닥이 흔들리며 ‘쿠궁’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나무들의 오랜 시간 깊은 곳에 박혀있던 수십 개의 뿌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거세게 올라오는 뿌리들이었다. 단단하면서도 흐물거리는 뿌리들은 꼭, 촉수를 보는 것 같았다.


 원래 경도 작전 주술이었는데, 쩝. 여주는 입맛을 다셨다. 배운 목적과 다른 상황에 쓰게 되서 아주 조금, 달가운 느낌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주술을 배워놔서 그건 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여주는 손짓으로 뿌리들을 조종했고, 그러자 수십 개의 촉수 같은 뿌리들이 일제히 빠른 속도로 남자에게로 향했다. 뿌리는 남자에게로 가는 도중 화염과 뒤섞여 불이 붙었는데, 지훈은 나무가 타서 재가 되지 않게, 하지만 온도는 뜨겁다고 느낄 수 있게 영력을 조절했다. 사이가 좋다는 말에 엄청나게 부정하고 있는 둘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지훈의 공격에 의연하게 받아친 여주, 그리고 아무런 얘기 없이 한 여주의 공격에 영력을 조절하는 지훈. 누가 보면 오히려 부정하는 게 더 이상스러울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화염과 함께 다가가는 촉수 같은 뿌리들. 그 광경은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보였다. 또, 여주와 지훈에게서 한참 떨어져 뒤에 있는 나무들의 뿌리들은 요괴에게로 향했다. 뿌리들은 엉뚱한 곳에 있던 요괴의 팔, 다리 그리고 목을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요괴는 그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요괴가 거세게 저항을 해봐도 여주의 영력을 받은 나무들이었기 때문에 그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목적은 남자와 요괴의 포획이었다. 요괴는 퇴마가 안 되는 변수가 있으니, 포획으로 그치지만, 남자도 포획을 선택한 지훈과 여주였다. 그 이유는, 둘은 남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니까 죽이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둘은 남자에게 퇴마 주술도 쓰지 않았고, 지훈도 뿌리가 도중에 들어오기 전부터 남자가 타서 죽지 않을 정도의 온도의 불을 뿜어냈었다.

아직, 이 둘에겐 순영이 남자에게 느꼈던 위화감은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합공은, 굉장히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화염은 눈 깜빡할 순간에 날아가 버렸고, 물줄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뿌리들은 댕강댕강 잘려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거대한 크기의 불길과 물길에 의해 차단되었던 시야가 보였다. 여주와 지훈의 시야에는 어느샌가 바짝 말라 물기가 없는 검은 우산을 둘에게 겨누면서 성질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뭐야, 너네 사이좋네!”


 그 난리를 피웠지만 남자에게 영향을 미친 게 전혀 없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아도 지훈과 여주에게 사이가 좋은 게 맞다며 투덜대기만 할 뿐, 주술 때문에 당황했다는 기색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지훈은 올리고 있던 손을 내렸고, 여주도 따라 내려졌다. 여주는 입술을 씹었다. 내린 손의 여주의 검지가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잘리지 않고 여주의 영력이 끊겨 바닥에 널브러진 뿌리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남자에게 뻗었다. 기습이었다. 하지만 기습인 게 무색하게도 투덜대며 우산을 말던 남자는 똑딱단추가 우산을 잠그는 소리를 내자마자, 그 우산으로 칼로 베듯 나무뿌리에게 휘둘렀다. 그리고 정말 칼로 벤 듯 뿌리는 동강났다.






“.... 역시 한 박자 빨리 진행되는 군.”


 규원은 하늘 위로 산꼭대기 부근이 다 보일 정도로 높이 날아올라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산은 초반보다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욱하게 안개가 깔려있었다. 규원은 안개 근처에 있는 사방신과 해태들, 그리고 민현을 천리안 주술로 찾았다. 그리고 규원은 아이들의 상황을 살피자마자 한탄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건 전개 속도가 더 빨라지기 전에 끝내야 돼. 규원은 제일 먼저, 시연에게로 갔다.

 규원이 하늘로 올라가기 몇 분 전, 양기를 불어넣고 있던 아이들에게 갑작스런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 손님들의 정체는 ‘귀신들’이었고, 아이들에게 난데없는 공격을 선물했다. 귀신들에게 공격당하자마자 자세와 집중이 흐트러졌고, 순영에게 보내고 있던 양기가 뚝 끊겼다. 갑자기 끊어진 양기에 순영은 쓰러졌고, 양기를 보낸다고 체력이 크게 닳아 있던 학생들은 이 상태로 요괴를 상대하는 것도 벅찰 것 같은데, 귀신을 상대하기에는 더욱 벅찼다.

퇴마사들에게는 요괴 퇴마보다는 귀신 퇴마가 더 힘들다. 퇴마사란 직업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음양 세계에서 영력으로는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상위권들 중에서 중하, 하위권은 귀신 퇴마를 하지 못한다. 왜? 단순하다. 귀신 퇴마가 요괴 퇴마보다 더 까다롭고 복잡하니까. 요괴는 형체가 있지만 귀신은 없고, 요괴는 ‘마력’이라는 힘의 기운이 ‘요기’로 눈에 보이지만 귀신은 기분 나쁜 음기만 뿜어낼 뿐, 힘의 기반이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에서부터 귀신을 퇴마하는 건 힘들었다.

귀신 퇴마는 성불이나 구마를 통해 하늘의 길을 열어주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아예 귀살 시키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귀살을 하게 되면 상황이 쉽고 간단하게 명료 되니 퇴마사도 편하고 좋지만 지금까지 어느 퇴마사도 귀살을 사용할 수 있단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귀살’은 어려운 걸 넘어선 극한의 퇴마 기술이었고, 음양학당 같은 퇴마사 양성 전문학교들도 ‘귀살’은 교육 과정에서 제외했다. 교육부도 동의했고. 그렇다고 성불과 구마가 쉽냐 하면, 귀신 한 마리를 성불, 구마 하는 것보다 차라리 요괴 백 마리를 퇴마하겠다고 모든 프로 퇴마사가 입을 모아 얘기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귀신은 퇴마사에게 힘들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니 아무리 2, 3학년 교육 과정에 귀신 퇴마가 있다고 해도, 프로 퇴마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귀신을 학생들이 상대한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 덤비는 귀신을. 그건 무리였다. 하물며 적게는 수십 년을, 많게는 수백 년을 음기가 가득한 괴귀산에서 케케묵은 귀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양기를 보냈어도 쌩쌩했던 민현과 체력 좋은 동호는 차례대로 여러 마리의 귀신을 공격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남자인 종현과 승철은 겨우 언제 부서질지도 모르는 결계라도 치며 자신을 보호했지만 남자들보다 몸에 부담이 더 큰일을 하고 있었던 여학생들은 귀신들에게 몸을 결박당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2, 3학년인 결경과 나영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귀신 성불 주문을 외우려고 강하게 저항했고, 그 덕에 귀신들도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시연이었다. 아직 1학년이라 귀신 성불 주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어찌할 도리 없이 너무나도 손쉽게 당하였다. 시연의 몸에는 귀신들이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풀어진 시연의 눈을 보면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간다면 시연이 빙의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규원은 제일 위급해 보이는 시연이 있는 곳에 빠른 속도로 도착했고,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곧바로 자신의 얼굴 앞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규원의 등장에 귀신들은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추고 규원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규원의 기운에 압도당할 뻔했다. 이 산에 와있는 다른 피라미들과는 다르게 뿜어내는 영력 자체가 강력했고, 기운이 너무 깨끗했다. 몇몇 귀신들은 시연에게서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끔찍하고, 징그러운 얼굴을 하며 규원에게 달려들었다.


“동쪽으로!”


그러나, 규원이 재빠르게 입을 떼니, 달려들던 귀신들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고작 성불 주문의 네 글자만 뱉었을 뿐인데 규원은 귀신들의 몸을 멈추게 만들었다. 귀신들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움찔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복숭아 나뭇가지가 곧게 뻗었고, 팥의 껍질이 붉었나니.”


 규원이 입을 열면 열수록, 빠르게 규원의 양기의 흐름이 시연을 감싸고 있는 시연에게 향했다. 규원의 영력과 양기가 시연을 결박하고 있던 귀신들에게 닿자 귀신들은 액체처럼 녹기 시작했다. 귀신들은 귓구멍을 찌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해(海)의 염(鹽)이 그대들의 머리 위로 흩어지며 하늘의 길이 열리고 있노라.”


 시연의 몸을 수영장 삼아 유영하고 있던 귀신들은 물처럼 시연의 몸에서 흘러내렸다. 시연은 몸이 풀리는 느낌과 함께 느껴지는 따스한 양기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규원은 여러 가지 손동작을 순식간에 구사하며 큰 소리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옴 아모가 파드마 즈바라!”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내는 마지막 손동작을 하니, 구멍으로 환한 빛이 시연만 빗겨나가고 귀신을 향해서 날아갔다. 시연을 얽어매던 귀신들이 빛과 함께 사라졌고 시연은 완전히 정신을 들 수 있었다. 시연이 거칠게 호흡하자 규원은 순식간에 시연의 곁으로 달려갔다.

 
“시연 학생, 입을 조금만 벌려 주세요.”


규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시연의 머리를 받쳐서 유리병 안에 있던 투명한 액체를 시연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유리병에 있는 액체가 전부 시연의 입속으로 부었을 때, 규원은 조심스레 바닥으로 시연의 머리를 눕혔다. 그리고 바로 그 주위에 결계를 하나 쳤고, 이젠 귀신이 접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막, 마셨던 액체 때문인지 금방 정신을 말끔히 차릴 수 있었던 시연은 그런 규원을 잡고 물어보았다.


“제가 마셨던 거, 뭐였어요?”


시연의 물음에 규원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제 양기가 섞인 인어의 바닷물입니다.”
“인어의 바닷물이요?”


시연이 되물었다.


“여기서, 또 하나를 가르치게 되네요.”
“....”
“인어의 바닷물은 몸에 있던 좋지 않은 음기를 정화해주는 효력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저의 양기까지 더했으니 기력은 금방 돌아올 거예요.”
“.... 언제 그런 걸 다 준비하고 계셨어요?”


시연이 감탄하는 얼굴을 하며 묻자, 규원은 멋쩍게 웃었다.


“저는 옛날부터 위험한 일을 대비하는 버릇? 음, 버릇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그런 게 있어요.”
“....”
“그럼, 전 다른 학생들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시연 학생은 기력이 돌아오면 다시 양기를 보내던 일을 계속해주세요.”


규원은 그 뒤로 나영과 결경, 승철, 종현, 동호를 차례대로 도왔고 마지막으로 민현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양 발을 가지런히 모은 후, 왼발을 반 보 내밀며”


‘끄아아아아아아악-!’


 민현이 있는 곳엔 단순하게 사람을 그려놓은 것 같은 하얀 빛을 내뿜는 거대한 크기의 형체가 민현의 목소리에 따라 귀신들을 짓밟고 있었다. 이를,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해서 ‘광인(光人)’이라고 한다. 광인이 짓밟는 귀신마다 구마가 되었다. 민현은 공격하는 걸 어느 순간부터 관두고 구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다음엔 오른발을 왼발보다 반 보 앞으로 내미나니.”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모든 걸 원 위치로 되돌리나이다.”


‘사, 살려줘....!’


 민현이 구사하는 주술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도저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다. 구마 당하는 많은 귀신들 중 한 명이 하반신만 구마 당한 건지, 상체만으로 민현의 발밑까지 질질 기어와 민현의 바지자락을 잡으며 살려 달라 빌었다. 하지만, 민현은 자비 없는 얼굴로 주문을 끝맺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불 껐으면 된 거 아냐...?”
“.... 그래”


 폭수. 폭포가 원하는 범위에 떨어지게 하는 수 계열 주술. 난이도는 중딩 수준 정도. 그러나 악기도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듯, 중딩 수준의 주술이라도 여주가 쓰면 위력은 중딩 수준을 벗어났다. 여주는 그냥 불붙은 나무들만 물로 소화(消火) 하려 했다. 그런데 피로도가 쌓이기도 했고, 아까 요괴에게 날린 기공 때문에 기력이 조금 빠져서 그런지 영력을 조절하는데 미스가 있었다. 그의 결과는 물벼락이 나무들뿐만 아니라 여주와 지훈이 있는 산꼭대기 전체에 거센 폭포가 떨어졌다. 그 물벼락을 나무도 맞았고, 동물들도 맞았다. 그리고 지훈과 여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화재는 진압이 되었다. 새까매진 나무에 식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둘의 꼬락서니는 누가 봐도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여주는 조금씩 입으로 들어온 물을 ‘푸’하고 뱉고선 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싶은 여주였다. 물에 젖어 축 처진 앞머리는 지훈의 가는 눈을 가리고 있었다.

 지훈은 짜증이 남과 동시에 심경이 복잡했다. 폭수. 퇴마사 전문 양성 학교를 다닌다면 폭수는 자다가도 할 수 있는 쉬운 주술. 근데 이렇게 광범위하고 강하게 폭포가 떨어질 수 있는 주술이었나. 불이 붙은 부분에만 떨어지게 한다는 건, 아주 세세한 영력 컨트롤이 있어야 한다. 주술을 배운지 이제 겨우 두 달짜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살짝 실수했다고 이 정도의 힘을 보여주다니. 심지어 폭포를 맞은 부위는 아팠다. 지훈은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맞은 부분을 쓸었다. 그리고 여주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두피 찢어지는 줄 알았네. 미친.

지훈과 여주 앞에는 언제부턴가 검은색으로 칭칭 감긴 남자가 나무에서 내려와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다.


“우와아, 듣던 대로 영력이 진짜 세네. 대단하다!”


 남자의 꺾인 고개와 한껏 들어 올린 한 쪽 어깨 사이에는 어디서 난 건지 우산이 껴있었다.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였다. 그렇지만 그 우산 덕인지 남자는 젖지 않고 멀쩡했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여주의 영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모습에 둘은 괜히 심신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우산마저도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장우산이었는데 우산에는 물기가 한가득했다. 남자는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그 물기를 털어냈다. 남자의 꽤나 느긋한 몸짓에 지훈의 눈썹이 들썩였고, 여주의 입이 꾹꾹이가 되었다. 남자의 뉘앙스가 꼭, ‘너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별 상관없고, 신경도 안 쓰여’ 이런 느낌이라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무시당하면 기분이 좋진 않으니까, 지훈과 여주의 반응은 마땅했다. 둘은 꽁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계속 우산을 정리하던 남자는 말을 걸어왔다.


“너희 진짜 친한 친군가봐?”

“....”

“그래도 친한 친구라도, 그건 좀.... 되게 변태 같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 뭔 개소리야”


 지훈은 언짢은 얼굴빛을 내비췄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수갑 말이야. 수갑.”
“....”
“도대체 무슨 의미로 그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남자는 우산 정리를 멈추고 둘을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뭐 그런 뜻인가?”


 여주와 지훈이 사이좋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주도, 지훈도, 들어선 안 될 걸 들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실순데. 여주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렇다고 줄줄이 사정을 말하긴 번거로우니 ‘달싹’에 그쳤다. 그냥 마음껏 지껄이라는 마음으로 그냥 놔두었다. 대신, 표정으로 대답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모자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여주와 지훈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인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 하는 남자였다.


“사이가 너무 좋네, 너무 좋아.”
“좋기는 개뿔이....”
“아! 친한 친구가 아니라,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겠구나!”
“....” ​



듣다 못한 지훈이 입을 열었지만 그런 지훈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하는 남자였다. 이젠 거의 지훈과 여주 보고 그냥 들으라고 하는 혼잣말이 되었다.


“크으, 역시 청춘이 좋”
“화혁(火煂)”
“으악!”
“수윤도(水奫濤)”


  지훈은 더 이상 듣기 싫었던 건지, 우산의 단을 돌돌 마는데 시선이 쏠린 남자에게 공격 주술을 날렸다. 지훈의 손에선 거센 화염이 순식간에 남자의 앞까지 뿜어져 나갔고, 수갑 때문에 같이 들린 여주의 손에선 방대한 양의 물로 이루어진 물줄기가 방출되었다. 누가 사이가 좋아? 누가 누구랑 사귀어? 확, 그냥. 헛소리 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훈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옆에 있는 여주도 마찬가지였고. 이때까지 싸운 횟수를 세보라고 한다면 차라리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세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싸운 둘이었기에 남자의 괜한 오해 위의 오해가 기분이 나쁜 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손에서 나오는 불과 물은 아주 토하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의 지훈은 아픈 사람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


 아, 솔직히 여주는 기분은 나빴지만 대응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지훈이 주술을 날리기 위해 손을 들 때, 지훈의 손과 자신의 손이 같이 들렸기도 했고 지훈이 자신을 서포트 하라고 하기도 했고, 또, 다시 나무에 불이 붙을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겸사겸사 날린 주술이었다. 그러나 그런 거 치고는 남자의 말이 듣기 싫었던 건 매한가지라 여주의 물줄기도 어떤 폭포보다도 물이 거세고 양도 많았다. 여주의 손에서 쏟아지는 물은 지훈의 화염의 가장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고, 거기다 크기는 둘이 합쳐져 더 거대해 보였다.


  이왕 일 벌여 놓은 거, 확실하고, 조속히 상황을 끝내고 싶었던 여주는 메고 왔던 가방에서 재빠르게 여러 장의 부적을 꺼냈다. 몇 장은 입에 물고 몇 장은 옆으로 던졌다. 그러고 입에 물고 있던 부적도 뒤쪽으로 멀리 던졌다.


“사목근(使木根)”


 부적은 여주의 손에서 떠났고, 주술이 여주의 입에 올랐다. 부적은 벌처럼 날쌔게 날아가 나비처럼 사뿐히 여러 나무들에 안착했다. 여주의 영력이 담긴 주술이 나무를 휘감자, 바닥이 흔들렸다. 바닥이 흔들리며 ‘쿠궁’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나무들의 오랜 시간 깊은 곳에 박혀있던 수십 개의 뿌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거세게 올라오는 뿌리들이었다. 단단하면서도 흐물거리는 뿌리들은 꼭, 촉수를 보는 것 같았다.


 원래 경도 작전 주술이었는데, 쩝. 여주는 입맛을 다셨다. 배운 목적과 다른 상황에 쓰게 되서 아주 조금, 달가운 느낌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주술을 배워놔서 그건 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여주는 손짓으로 뿌리들을 조종했고, 그러자 수십 개의 촉수 같은 뿌리들이 일제히 빠른 속도로 남자에게로 향했다. 뿌리는 남자에게로 가는 도중 화염과 뒤섞여 불이 붙었는데, 지훈은 나무가 타서 재가 되지 않게, 하지만 온도는 뜨겁다고 느낄 수 있게 영력을 조절했다. 사이가 좋다는 말에 엄청나게 부정하고 있는 둘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지훈의 공격에 의연하게 받아친 여주, 그리고 아무런 얘기 없이 한 여주의 공격에 영력을 조절하는 지훈. 누가 보면 오히려 부정하는 게 더 이상스러울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화염과 함께 다가가는 촉수 같은 뿌리들. 그 광경은 엄청나게 위협적으로 보였다. 또, 여주와 지훈에게서 한참 떨어져 뒤에 있는 나무들의 뿌리들은 요괴에게로 향했다. 뿌리들은 엉뚱한 곳에 있던 요괴의 팔, 다리 그리고 목을 휘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요괴는 그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요괴가 거세게 저항을 해봐도 여주의 영력을 받은 나무들이었기 때문에 그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목적은 남자와 요괴의 포획이었다. 요괴는 퇴마가 안 되는 변수가 있으니, 포획으로 그치지만, 남자도 포획을 선택한 지훈과 여주였다. 그 이유는, 둘은 남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니까 죽이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둘은 남자에게 퇴마 주술도 쓰지 않았고, 지훈도 뿌리가 도중에 들어오기 전부터 남자가 타서 죽지 않을 정도의 온도의 불을 뿜어냈었다.

아직, 이 둘에겐 순영이 남자에게 느꼈던 위화감은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여주와 지훈의 합공은, 굉장히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화염은 눈 깜빡할 순간에 날아가 버렸고, 물줄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뿌리들은 댕강댕강 잘려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거대한 크기의 불길과 물길에 의해 차단되었던 시야가 보였다. 여주와 지훈의 시야에는 어느샌가 바짝 말라 물기가 없는 검은 우산을 둘에게 겨누면서 성질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뭐야, 너네 사이좋네!”


 그 난리를 피웠지만 남자에게 영향을 미친 게 전혀 없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아도 지훈과 여주에게 사이가 좋은 게 맞다며 투덜대기만 할 뿐, 주술 때문에 당황했다는 기색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지훈은 올리고 있던 손을 내렸고, 여주도 따라 내려졌다. 여주는 입술을 씹었다. 내린 손의 여주의 검지가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잘리지 않고 여주의 영력이 끊겨 바닥에 널브러진 뿌리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남자에게 뻗었다. 기습이었다. 하지만 기습인 게 무색하게도 투덜대며 우산을 말던 남자는 똑딱단추가 우산을 잠그는 소리를 내자마자, 그 우산으로 칼로 베듯 나무뿌리에게 휘둘렀다. 그리고 정말 칼로 벤 듯 뿌리는 동강났다.






“.... 역시 한 박자 빨리 진행되는 군.”


 규원은 하늘 위로 산꼭대기 부근이 다 보일 정도로 높이 날아올라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산은 초반보다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욱하게 안개가 깔려있었다. 규원은 안개 근처에 있는 사방신과 해태들, 그리고 민현을 천리안 주술로 찾았다. 그리고 규원은 아이들의 상황을 살피자마자 한탄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건 전개 속도가 더 빨라지기 전에 끝내야 돼. 규원은 제일 먼저, 시연에게로 갔다.

 규원이 하늘로 올라가기 몇 분 전, 양기를 불어넣고 있던 아이들에게 갑작스런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 손님들의 정체는 ‘귀신들’이었고, 아이들에게 난데없는 공격을 선물했다. 귀신들에게 공격당하자마자 자세와 집중이 흐트러졌고, 순영에게 보내고 있던 양기가 뚝 끊겼다. 갑자기 끊어진 양기에 순영은 쓰러졌고, 양기를 보낸다고 체력이 크게 닳아 있던 학생들은 이 상태로 요괴를 상대하는 것도 벅찰 것 같은데, 귀신을 상대하기에는 더욱 벅찼다.

퇴마사들에게는 요괴 퇴마보다는 귀신 퇴마가 더 힘들다. 퇴마사란 직업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음양 세계에서 영력으로는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상위권들 중에서 중하, 하위권은 귀신 퇴마를 하지 못한다. 왜? 단순하다. 귀신 퇴마가 요괴 퇴마보다 더 까다롭고 복잡하니까. 요괴는 형체가 있지만 귀신은 없고, 요괴는 ‘마력’이라는 힘의 기운이 ‘요기’로 눈에 보이지만 귀신은 기분 나쁜 음기만 뿜어낼 뿐, 힘의 기반이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에서부터 귀신을 퇴마하는 건 힘들었다.

귀신 퇴마는 성불이나 구마를 통해 하늘의 길을 열어주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아예 귀살 시키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귀살을 하게 되면 상황이 쉽고 간단하게 명료 되니 퇴마사도 편하고 좋지만 지금까지 어느 퇴마사도 귀살을 사용할 수 있단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귀살’은 어려운 걸 넘어선 극한의 퇴마 기술이었고, 음양학당 같은 퇴마사 양성 전문학교들도 ‘귀살’은 교육 과정에서 제외했다. 교육부도 동의했고. 그렇다고 성불과 구마가 쉽냐 하면, 귀신 한 마리를 성불, 구마 하는 것보다 차라리 요괴 백 마리를 퇴마하겠다고 모든 프로 퇴마사가 입을 모아 얘기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귀신은 퇴마사에게 힘들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니 아무리 2, 3학년 교육 과정에 귀신 퇴마가 있다고 해도, 프로 퇴마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귀신을 학생들이 상대한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 덤비는 귀신을. 그건 무리였다. 하물며 적게는 수십 년을, 많게는 수백 년을 음기가 가득한 괴귀산에서 케케묵은 귀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양기를 보냈어도 쌩쌩했던 민현과 체력 좋은 동호는 차례대로 여러 마리의 귀신을 공격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남자인 종현과 승철은 겨우 언제 부서질지도 모르는 결계라도 치며 자신을 보호했지만 남자들보다 몸에 부담이 더 큰일을 하고 있었던 여학생들은 귀신들에게 몸을 결박당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2, 3학년인 결경과 나영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귀신 성불 주문을 외우려고 강하게 저항했고, 그 덕에 귀신들도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시연이었다. 아직 1학년이라 귀신 성불 주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어찌할 도리 없이 너무나도 손쉽게 당하였다. 시연의 몸에는 귀신들이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풀어진 시연의 눈을 보면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간다면 시연이 빙의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규원은 제일 위급해 보이는 시연이 있는 곳에 빠른 속도로 도착했고,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곧바로 자신의 얼굴 앞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규원의 등장에 귀신들은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추고 규원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규원의 기운에 압도당할 뻔했다. 이 산에 와있는 다른 피라미들과는 다르게 뿜어내는 영력 자체가 강력했고, 기운이 너무 깨끗했다. 몇몇 귀신들은 시연에게서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끔찍하고, 징그러운 얼굴을 하며 규원에게 달려들었다.


“동쪽으로!”


그러나, 규원이 재빠르게 입을 떼니, 달려들던 귀신들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고작 성불 주문의 네 글자만 뱉었을 뿐인데 규원은 귀신들의 몸을 멈추게 만들었다. 귀신들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움찔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복숭아 나뭇가지가 곧게 뻗었고, 팥의 껍질이 붉었나니.”


 규원이 입을 열면 열수록, 빠르게 규원의 양기의 흐름이 시연을 감싸고 있는 시연에게 향했다. 규원의 영력과 양기가 시연을 결박하고 있던 귀신들에게 닿자 귀신들은 액체처럼 녹기 시작했다. 귀신들은 귓구멍을 찌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해(海)의 염(鹽)이 그대들의 머리 위로 흩어지며 하늘의 길이 열리고 있노라.”


 시연의 몸을 수영장 삼아 유영하고 있던 귀신들은 물처럼 시연의 몸에서 흘러내렸다. 시연은 몸이 풀리는 느낌과 함께 느껴지는 따스한 양기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규원은 여러 가지 손동작을 순식간에 구사하며 큰 소리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옴 아모가 파드마 즈바라!”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내는 마지막 손동작을 하니, 구멍으로 환한 빛이 시연만 빗겨나가고 귀신을 향해서 날아갔다. 시연을 얽어매던 귀신들이 빛과 함께 사라졌고 시연은 완전히 정신을 들 수 있었다. 시연이 거칠게 호흡하자 규원은 순식간에 시연의 곁으로 달려갔다.

 
“시연 학생, 입을 조금만 벌려 주세요.”


규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시연의 머리를 받쳐서 유리병 안에 있던 투명한 액체를 시연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유리병에 있는 액체가 전부 시연의 입속으로 부었을 때, 규원은 조심스레 바닥으로 시연의 머리를 눕혔다. 그리고 바로 그 주위에 결계를 하나 쳤고, 이젠 귀신이 접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막, 마셨던 액체 때문인지 금방 정신을 말끔히 차릴 수 있었던 시연은 그런 규원을 잡고 물어보았다.


“제가 마셨던 거, 뭐였어요?”


시연의 물음에 규원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제 양기가 섞인 인어의 바닷물입니다.”
“인어의 바닷물이요?”


시연이 되물었다.


“여기서, 또 하나를 가르치게 되네요.”
“....”
“인어의 바닷물은 몸에 있던 좋지 않은 음기를 정화해주는 효력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저의 양기까지 더했으니 기력은 금방 돌아올 거예요.”
“.... 언제 그런 걸 다 준비하고 계셨어요?”


시연이 감탄하는 얼굴을 하며 묻자, 규원은 멋쩍게 웃었다.


“저는 옛날부터 위험한 일을 대비하는 버릇? 음, 버릇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그런 게 있어요.”
“....”
“그럼, 전 다른 학생들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시연 학생은 기력이 돌아오면 다시 양기를 보내던 일을 계속해주세요.”


규원은 그 뒤로 나영과 결경, 승철, 종현, 동호를 차례대로 도왔고 마지막으로 민현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양 발을 가지런히 모은 후, 왼발을 반 보 내밀며”


‘끄아아아아아아악-!’


 민현이 있는 곳엔 단순하게 사람을 그려놓은 것 같은 하얀 빛을 내뿜는 거대한 크기의 형체가 민현의 목소리에 따라 귀신들을 짓밟고 있었다. 이를,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해서 ‘광인(光人)’이라고 한다. 광인이 짓밟는 귀신마다 구마가 되었다. 민현은 공격하는 걸 어느 순간부터 관두고 구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다음엔 오른발을 왼발보다 반 보 앞으로 내미나니.”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모든 걸 원 위치로 되돌리나이다.”


‘사, 살려줘....!’


 민현이 구사하는 주술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도저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다. 구마 당하는 많은 귀신들 중 한 명이 하반신만 구마 당한 건지, 상체만으로 민현의 발밑까지 질질 기어와 민현의 바지자락을 잡으며 살려 달라 빌었다. 하지만, 민현은 자비 없는 얼굴로 주문을 끝맺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아마, 그 수련들을 받는 게 제가 아니라, 종현이었다면 그 성과는 더 대단했을 겁니다.”



민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어? 우리 애 괴롭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
“너무 한다, 너네. 얼굴을 저딴 식으로 만들어 놓지를 않나, 불로 지지질 않나. 거기다가 포박까지.... 잔인해....”
“....”
“너희, 내 말은 듣고 있니....?”


 남자는 자신이 묶었던 사슬과 불에 그을린 자국은 오히려 자신 때문에 생긴 건데 그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지훈과 여주는 남자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새였고 둘은 그저 황당한 얼굴로 우산을 쳐다보았다. 아니, 무슨 우산이 저래? 여주가 황당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훈도 속으로 그 말에 동의했다. 눈좋은 지훈이 눈을 씻고 우산을 살펴보아도 주술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그냥 우산으로 저게 가능하단 말인가.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말이다. 만약, 정말 주술이 걸려있지 않는 거라면 원래 저런 우산이란 건데.... 칼처럼 모든 걸 자르는 우산? 지훈은 자신의 생각에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


“.... 검은 그늘?”
“아, 가져가긴 해야 하는데.... 가져가면 저놈은 폐기 처분해야겠지?”


 무언가가 생각난 지훈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고, 남자도 여주와 지훈과의 대화는 포기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지훈의 말을 들은 여주는 지훈을 쳐다보았다. 검은 그늘이 뭔데? 이렇게 물어보려 입을 뗀 순간, 남자는 한순간에 둘을 지나쳐 요괴에게로 달려갔다. 실은, 달려갔다기보다는 날아갔다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거의 본능적으로 남자가 요괴에게 다가설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걸 느낀 여주와 지훈이었다. 둘도 동시에 남자를 막아서기 위해 달려갔다. 남자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여주는 속도 증가 주술을 사용하였다. 지훈의 팔이 신경 쓰여서 사용하는데 망설였지만 지훈이 재촉하는 덕에 바로 사용했다. 말본새가, ‘뭐하냐, 멍청아! 증가 주술, 사용 안 해?’ 이러는 바람에 발이라도 확 걸고 싶었지만 말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그 덕에 남자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둘은 남자보다 조금 앞서게 되었고 남자를 막으려 남자의 앞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우산 든 손을 들어 올렸다. 사실상, 예리한 게 우산이 아니라 칼이라고 봐야 하지만. 남자가 팔을 올린 그 짧은 순간, 여주의 머릿속에는 결계를 쳐야 할지, 공격 주술을 날려야 할지, 주술을 날리려면 어떤 속성의 주술을 써야 할지, 등등 여러 가지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많은 생각들로 망설이던 도중, 여주는 캡 모자와 후드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남자의 눈과 아주 잠시 동안 마주치게 되었다.

 눈이 마주친 일순간, 여주의 오만가지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아주 짧은 시간에 마주쳤던 남자의 눈은 여주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남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여주가 보게 된 그 눈은 여주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칼이라고 봐도 무방한 우산이 날아오는 그 순간에도 여주는 충격에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신, 남자의 눈을 보지 못한 지훈이 반응했다.


“김여주! 정신 차려!”


 지훈은 수갑이 채워진 팔을 들어 올렸고 남자의 우산은 수갑 연결 부분에 ‘챙!’하는 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부딪혔다.

 지훈의 고함에 정신 차린 여주도 멍한 표정을 지우고 손목에 세게 힘을 주었다. 남자의 눈이 어떻든 자칫하면 죽게 생겼는데 남자의 눈이 뭐가 중요하겠나. 힘과 힘이 제대로 부딪혔다. 여주와 지훈은 ‘둘’이었고, 남자는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절대 둘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았다. 도리어 여주와 지훈이 뒤로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체구로 봐서는 그렇게 힘이 세 보이진 않았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남자는 연속으로 수갑을 여러 번 내리쳤고, 그 힘에 의해 여주와 지훈은 더더욱 뒤로 밀려났다. 둘은 이를 꽉 깨물고 남자를 밀어내는 건 고사하고 밀리지 않게 버티려고 해봤지만 밀리는 쪽은 여전히, 여주와 지훈 쪽이었다. 밀리다 보니 금세, 요괴가 묶여 있는 쪽으로 다다랐다. 하도 이를 세게 물고 있어서 이제는 이가 아려왔다. 하지만 힘은 풀 수 없었다.


“아하하하하하하! 재밌다!”


 힘을 풀었다간 실성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남자에게서 힘에 밀려, 뿌리에 묶여 있지만 엎드려 있는 요괴의 벌려져 있는 입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훈의 마음 같아서는 다른 손으로 공격 주술을 날리든 어떻게든 할 텐데 고장 나버린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주가 남자를 떼어낼 초급이 아닌 수준 높은 공격 주술을 하려면 부적도 꺼내야 했고, 솔직히 남자를 막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이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요괴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선홍빛 입술을 위로 찢으면서 말했다.


“수갑 차고 사이좋게 우리 애의 뱃속으로 들어가 줘”


 진짜, 요괴의 입속으로 들어가기 딱, 5초 전이었다. 등에서는 기분 나쁠 정도로 뜨뜻한 요괴의 입김이 적나라하게 느껴졌고, 손목에는 얼마나 세게 힘을 주고 있는지 알려주듯 시뻘건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여주의 입에서는 험한 말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대해 통탄했다. 시발. 난 왜 이렇게 죽음의 순간이 많은 거야. 여주의 말대로 여주에겐 죽음의 문을 두드리는 기회가 세 번이나 찾아왔다. 한 번은 흐들축제 습격 사건. 또 한 번은 지훈의 팔이 요괴에게 물렸을 때. 마지막 한 번은 바로 지금. 여주는 비로소 재이가 말했던 ‘음양 세계가 무영 세계보다 죽음과 거리가 가깝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니, 가까워도 너무 가깝잖아.... 여주의 마음속엔 ‘살고 싶다.’, ‘이겨 내자.’라는 욕망에는 어느덧, ‘화’라는 감정이 섞여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남자는 지훈과 여주의 등이 요괴의 입 쪽에 다다르니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던 우산의 방향을 틀었다. 요괴의 입안으로 처박아 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처럼 우산은 지훈의 복부 쪽에 직선으로 들어왔다. 내려치던 반복적인 동작들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있으니 그 잔상과 다른 움직임은 둘을 굳게 했다. 지훈은 입술을 짓이겼다. 분명하게 남자가 방향을 튼 모습이 보이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분했다.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검은 장우산이 느리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도 그걸 막지 못하는 자신이 애석했다.


“우리 애의 마지막 만찬이 되어준 거에 고맙게 여길게!”
“....”


 하지만, 남자의 신난 목소리와는 다르게 결과는 남자가 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주의 두 손이 날쌔게 그 검은 우산을 막아냈다. 올라가 있던 남자의 입꼬리가 쭉 내려왔고, 그 대신 여주의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와, 무술부에 안 들어갔으면 나 어쩔 뻔했냐. 여주는 자존심에 스크래치 났다는 이유로 무술부에 든 과거의 자신이 대견해졌다. 이런 기습 공격에 대한 대비 훈련은 무술부에서 겁날 정도로 해오고 있었으니, 머리가 아닌 자동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한 것이었다. 실은, 대비 훈련이라고 해봤자 현우가 하는 짓궂은 장난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초반에는 욕이 나왔어도 무술부에 들어와서, 자세히 말하자면 현우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되니 뿌듯함과 묘한 희열감이 차올랐다. .... 그래봤자, 희열감은 10퍼센트 정도 느껴진다고 한다면 ‘내가 왜 이 새끼 때문에 이 개고생을 해야 되지?’하는 분노의 감정이 90퍼센트였지만.

 남자가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틈에 지훈은 한 손으로 힘 증강 주술을 이용해 자신의 힘보다 세 배 더 강하게 만들었고, 그 힘으로 우산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그에 맞춰 여주도 우산에서 잽싸게 손을 뗐다. 그러자 강한 충격을 받은 우산은 남자의 손에서 떨어져 버렸다. 착착 맞는 호흡에 남자는 다시 한 번 징징대었다.


“뭐야! 진짜! 너네, 사이 좋!”
“제발, 아까부터 개소리 좀!”

퍽-
“악!”


“....”


 둔탁한 소리가 남자의 볼과 여주의 주먹이 맞닿아짐과 동시에 울려 퍼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무슨 상황인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은 지훈은 얼빠진 얼굴로 뒤로 벌러덩 넘어진 남자를 바라보았다가 여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볼에 작은 생채기가 나 쓰러져있는 남자. 주먹을 쥐고 씩씩거리고 있는 여주. 그렇다. 여주가 남자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것도 남자를 한 방에.... 한 방에 제압해버렸다. ‘화’가 나면 초인적인 힘이 가끔 발휘될 때가 있다고 하는데, 그때가 딱 여주를 보고 가리키는 것일 거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과 이 남자 때문에 죽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화’가 복합적으로 섞이다 남자가 뱉은 말에 의해 발화가 되어 만들어낸 초인적인 ‘힘’이었다. 그 ‘힘’이 하필 주술적으로 한 물리적 공격이 아닌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이라 당사자인 검은색의 남자도 물론이고 옆에 있던 지훈도, 밖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이 장면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자칫 잘못하면 요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저런 위급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음양인이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주술’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주먹’으로 상대하다니....

 뭐.... 다들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주는 음양 세계에 온 지 이제 겨우 약 두 달 남짓이고 무영 세계는 약 18년을 산, 반은 무영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음양인이니까 순간적인 힘을 내려고 할 땐, 익숙하지 않은 주술보다는 익숙한 주먹이 앞서는 게 당연한 것이다. 저런 상황에서라면. 그렇지만 너무 단순히, 화려한 동작도 없이 단숨에 제압한 여주나, 너무 쉽게 떨어져 나뒹구는 남자나....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걸 본 사람들 중에 당황스럽지 않은 사람이라고 있냐하면, 여주에게 백육 번째 사랑에 빠진 민규밖에 없을 것이다. 옆에 있음에도 벌어지는 광경을 잘 보지 못한 지훈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 지어보지 못한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여주는 닳은 체력과 분노 섞인 감정에 의해 몸이 들썽거렸다. 그리고 즉시, 남자를 한 방에 날렸던 손을 뒤로 보내었다. 뒤로 쭉 펴진 팔은 요괴의 이빨과 정말 이십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여주는 노기(怒氣)에 의해 약간 들뜬 목소리로 주술을 걸었다.


“하포(河砲)”


  여주의 쫙 펴진 손바닥에서 물 대포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고, 물 대포는 요괴의 입을 강타했다. 여주가 건 주술답게,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이빨들이 다 부서져 나갔으니 말이다. 만약, 여주의 손바닥이 조금만 더 커서, 더 많은 양의 물 대포가 나왔더라면 아마, 요괴의 목구멍은 찢어졌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게도 이빨만 다 부서진 요괴의 마지막 만찬은 고작 물뿐이었고, 그 상태로 기절해 버렸다.


“.... 너, 이씨! 아프잖아....!”
“어쩌라고”


 여주의 주먹에 잠깐 동안 정신을 못 차렸던 남자는 뺨을 부여잡고 일어나 여주에게 울먹였다. 그에 대한 여주의 대답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니,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간지러워 하라고 때리나. 여주는 물 대포를 쏘아대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남자는 거의 1초 만에 여주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남자가 멀리 떨어진 김에 여주는 재빨리 지훈에게 아까 전 보았던 남자의 ‘눈’에 대해 알렸다.


“저 새끼, 사람아닌 것 같지 않아?”
“뭔 소리야?”

“나는 인간인지 요괴인지 그런 거 구분 못 하니까 잘 모르겠는데. 내가 잠깐 저놈 눈을 봤거든.”​
“그래서?”
“사람 눈이 아니야.”
“뭐?”


 지훈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마주하고 있는데 요기란 건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여주가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진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소리를 하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눈빛. 그 모든 게 진중하고 진실 되어 보일 때. 여주의 눈빛은 이미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뱀”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뱀?”​​


“뱀의 눈이었어.”


 여주는 굳센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까 전 자신이 봤던 게 절대 잘못 본 게 아니라고 장담도 할 수 있었다. 여주는 남자의 눈이 다시금 떠올랐다. 물감을 부어놓은 것 같은 샛노란 홍채, 검고 얇은 세로 동공. 정말 고양이나, 뱀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그 눈. 그 눈을 어떻게 잘못 봤다고 말할 수 있겠어. 여주는 남자 쪽을 슥 쳐다보았다. 저 검은 모자 속에 감춰진 뱀의 눈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쳤다. 혹시, 음양 세계에는 뱀의 눈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도 있는 거야? 여주의 물음에 지훈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여주의 확신에 일렁이는 눈빛도 그렇고, 사람 두 명 정도는 밀어낼 수 있는 강한 힘. 여주와 자신의 주술을 한 번에 떨칠 수 있는 우산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지훈도 여주에 말에 의심이 되었다. 그래. 보통 인간이라면 그럴 수가 없지. 특히, 진짜 김여주 말대로 뱀눈이라면, 틀림없는 요괴지. 지훈은 자세히 남자를 관찰하였다.


“어.... 뭐야.”


 지훈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검은 연기’였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검은 연기가 살짝살짝 피어오르고 있었다. 너, 저거 보여? 뭘? 검은 연기. .... 안 보이는데? 저, 검은 연기는 지훈의 눈에만 보이는 것 같았다. 하긴, 음기를 읽을 수도 없을 텐데 저걸 읽는 건 무리겠지. 지훈은 스스로 납득하고 다시 검은 연기를 쳐다보았다. 어째 인지하니 검은 연기는 더욱 모락모락 피어올라 주위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왜 이걸 처음부터 인지하지 못했지? 저 정도면 못 볼 수가 없는데. 무슨 눈속임이 있었던 건가.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잠시 지훈은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시선을 돌리다 지훈의 시야에 들어온 건, 땅에 내팽겨 쳐진 우산이었다. 지훈은 곧장 우산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남자가 다급하게 빠른 속도로 지훈에게 달려왔다. 아니, 날아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아! 그건 안 돼! 돌려줘!”


 절대 남자가 이쪽으로 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의 냄새를 맡은 여주는 한참 전에 요괴에게 날렸던 기공의 느낌을 떠올렸다. 날렸던 게 ‘기공’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여주였지만 요괴도 날렸으니 이 남자도 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아까의 느낌을 떠올려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자신의 기운을 날렸다.


‘파지지직-!’
“아아아악!”


 결과는 기가 막힐 정도로 성공이었다. 정말로 여주의 손에서 기공이 날아갔고, 얼떨결에 기공을 구현한 여주였다. 기공이 달려오던 남자와 정면으로 부딪히자 ‘파지직-’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 남자는 괴로운 목소리로 뒤로 날아갔다. 여주가 남자를 오지 못하게 막는 덕에 편히 우산을 관찰할 수 있었던 지훈은 우산을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 검은 그늘 우산 맞잖아.”


 또다시 지훈의 입에 ‘검은 그늘’이라는 단어가 올라왔다. 저 멀리 날아간 남자는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검은 옷은 이리저리 타버렸고, 남자의 살갗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저게 뭐야. 지훈과 여주가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타버린 천 조각 사이사이 보이는 남자의 살갗은 여주가 보았던 눈처럼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었다.


“뱀.... 저거, 뱀 비늘....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더듬거리며 말하는 여주였고, 지훈은 맞장구를 쳤다. 둘 다 경악스러워하는 낯빛이었다. 여주는 딱 한 번, 뱀을 실제로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발현식 날이었다. 그날 원우를 데리러 왔던 민경이 자신의 신수를 꺼냈을 때, 그 신수가 뱀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저 남자의 하얀 살갗에 그때 보았던 초록색의 비늘이 섞여있었다. 한눈에 봐도 하얀 살갗보다는 초록 비늘이 더 많이 보였다.


“아아.... 짜증 나, 진짜.... 다 타버렸잖아....”


인간이라면, 절대 볼 수 없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져...? 나름의 이유라고 한다면..... 43화의 내용을 전면 수정에 들어가면서 벌어진.... 엄청난 대지각...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다음화도 늦을 지 모르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리 머리 박겠슴돠,,,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 ㅋ 2월달 안에 완결? ㅋ 풉. 킥. 피식. 쿡. (온갖 비웃는 소리 총출동)


* 전개상 완결까지 내용이 몰아칠 것 같은 느낌... 풀어야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제기준)


* Q. 이번 화에 민현이 움짤 많은 이유?

A. 걍... 주문 읊는 게 발려서....


* 수윤도 / 하포 차이점

수윤도 : 물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면서 뻗는 물줄기.

하포 : 그냥 물대포


교장쌤(=이규원)


플레디스 인물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조금 쓰다보면 바로 이미지가 비슷한 연예인분들이 떠오르는데 규원은 40화가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ㅠ

이번화 올리면서 갑자기 떠오른 분이 '김갑수'님이 떠올랐습니다! 규원의 이미지가 상상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김갑수님을 떠올려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43 - 괴귀산 습격 사건(3) | 인스티즈


규원 평소 복장(왜 사진이 안 뜰까.... 광광)




*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입니다. 둥글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면 질문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러면 답글 혹은 다음화 사담글에서 찾아뵙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밀 롕 3536 젠부 딸기빵 0846 마릴린 요플레 서랑 감자 딩동 랭 체리콘 뿌랑둥이 리아 밍 도달도달 뱃살공주 0916 래번클로 몬 웆 열일곱 사미 동쪽달 쿱쯔 522 0819 미키 뉴뉴러베 예밍 아기상어 달콤한마음 지지 숨이차 낭디 쑤냥냥 전주이씨이찬


암호닉 신청은 가장 최신화에서만 받고 있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동쪽달입니다!! 민현이 주문 외우는거랑 움짤이 엄청난 조화를 이뤄서 저를 죽이네요ㅠㅠㅠㅠ 전 이미 죽은사람이에요ㅠㅜㅠㅠㅜㅠ 하 그리고 뱀이라니..!! 해리포터에서 슬리데린+볼드모트 의 대표적인 동물이 뱀인부분과 연관이 있을까요!!ㅋㅋㅋ 약간 악의 상징인 느낌!!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
5년 전
독자2
얼마 전에 우연히 음양학단을 보게된 독자입니다! 신알신 울려서 급하게 달려왔어요! ㅠㅠ 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보고가요! 작가님 글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그런 힘이 있는거 같아요ㅠㅠ 정말 글 속의 장면들이 마치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해요ㅠ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암호닉 신청 가능하다면 이엘로 암호닉 신청해요! 사랑합니다!!
5년 전
독자3
딩동입니다 작가님! 늘 읽으며 규원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 상상이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그 배우님이 팍 떠오를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며 실제 이미지를 그리며 읽는 편이라 규원 등장 부분에서는 제 상상이 부족했는데 덕분에 더 깊게 몰입해서 볼 서 있을 것 같아요 !!!! 오늘도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4
안녕하세요!오늘도 글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고갑니다!! 정말정말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내신다는게 정말 존경스럽고 놀랍습니다! 제가 이런 장르를 좋아해서 이런걸수도 있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비밀이긴한데 음양학당 읽는것이 제 소확행 입니다! 다음화 기다리고 있을께요!!
5년 전
독자5
롕이에여....미첫다..분량이....진짜 빨려들아가서 읽었어요ㅠㅠㅠ 그리고 민현이가 한말이ㅜㅜㅜ 종현이가 매웠다면 더 잘했을거란게ㅠㅠㅠㅠㅠㅠ 넘 마음 아프네요 흑흐흑학 ㅜㅜㅜ
5년 전
독자6
앜 젠부에요💚💚 저는 규원쌤을 여자라고 상상하고 읽었었는데 알고보니 남자였군요....!!.!. 여튼 작가님 늘 감사해요❤️
5년 전
독자7
0846이에요 뱀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정체.... 민현이 말하는게 너무 짠해요ㅜ 야 학생회장 너 되기 잘한다ㅜㅜㅜ
5년 전
독자8
쑤냥냥이에요!! ㅠㅠㅠ기다렸어요 자까님 ㅠㅠ 얼른 다시 하하호호 웃는 음양학당 아이들 너무 보고싶어요 ㅠㅠ 다음 화도 기다리겠습니다!
5년 전
비회원255.52
와 대박 작가니 계속 기다리고 기다렸씁니다ㅠㅠㅜ다음 화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해요!!
5년 전
비회원17.73
지지입니다ㅠㅠㅠㅠ 진짜 하루하루 올라오나 기다렸어요ㅠㅠㅠ너무 재밌어요 진짜...
혹시 나중에 완결나시면 소장본 내실생각없으신가요?ㅠㅠ 무조건 살게요 엉엉 ㅠㅠ최고
여주와 순영이와의 재회도 기다릴게요!

5년 전
독자9
딸기빵이에요!! 현생에 치여 오랜만에 댓글을 쓰네요...8ㅁ8 우리 여주 고생하는게 맘아팠는데 이번에 주먹 똬 기공 똬 해서 넘... 좋았어요 ㅇ<-<.... 다음화도 기다릴게요ㅠㅠ!
5년 전
독자10
어머 남자 정체가 뱀일 줄은...... 작가님 이번화도 진짜 대박이에요!!! 엄청 박진감 넘치는디 그와증이 쥬니는 슬리데린미 뿌붐...... 작가님 사랑해요♡♡♡♡
5년 전
독자11
안녕하세요 작가님! 요플레입니다! 평범한 인물은 아닐거라 예상했지만 진짜 보자마자 소름이 딱 돋더라구요ㅠㅠㅠ 우리 여주는 진짜 일신을 신수로 두었다고 했을 때 부터 평범한 인물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멋져요ㅠㅠㅠ 일신 얘기하니까 우리 순영이는 무사한지 궁금하네요ㅠㅠㅠㅠ 완결까지 남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셨는데 얼른 다 만나보고싶네요ㅠㅠㅠ 오늘도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12
와 작가님진짜대박보고싶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넘재밌어요진짜 솔직히여주지훈케미 인정해안해 너네도알지ㅃㄹ인정해라 둘이조합넘좋아요흑흑 능력시너지효과도 쩔고,,,,,,,,,,, 이러다 나중에 찐베프도 넘어서는,,,,,,,,,, 먼지알겟죠작가님 베프다음엔............? 아 애인이다~~~~!!! 푸하학 아진짜괴기산언제탈출하지 글만읽어도 제가다힘드네요 여주가 저같이 체력거지였으면 솔딕히 진작에죽엇을수도...........ㅎ 귀신들왤케쎄냐진짜 양기가져가지마라~~~~~~~; ㅠ 얘들아빨리구하러와조 흑
5년 전
독자13
예밍입니다 와 진짜 주먹쥐고 봤어요......와....진짜 뱀이라니 제가 제일 싫러하는게 뱀이랑 개구리가든요? 어쩐지 처음부터 깨림칙하고 막 싫고 그러더라구요 증맬루다가
5년 전
독자14
밍입니다 작가님 ㅜㅜㅜㅠㅠ안녕하세요ㅠㅠㅠㅠ넘 오랜만이에요!! 저도 혐생때문에 바쁘다가 여유가 생겨서 오랜만에 왔는데ㅠㅜㅜㅜ벌써 43화가..! 아니 그리고 저 이상한 남자는 뭔가 했는데 뱀이였다니..그러면 어떻게 죽여야(? 물리쳐야(? 하나요ㅠㅠ 민경이를 불러야 하는건가요..? 저 이상한 남자때문에 여주랑 쥬니 다치면 안되는데ㅠㅠ 얼른 평화로운 음양학당이 됐으면 좋겠어요! 담편도 기다리겠습니다ㅎㅎ 이번편도 넘 재밌게 박진감 넘치게 봤어요! 항상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15
헉 소오름 뱀이라니
5년 전
독자16
낭디입니다 >_<! 드디어 괴귀산 에피소드도 끝이 보이는 것 같네요 ㅠㅠ 개인적으로 규원쌤을 40대 중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셨군요 허헣 빨리 여주랑 지훈이랑 빨리 친해지기를...ㅎ 항상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2.67
와악 오늘 첨 봤는데 하루종일 암것도 안 하고 정주행 하고왔어요 이런 역대급 글이라뇨ㅠㅠ쥬니랑 여주의 콜라보가 저를 즈려밟고 가셨습니다...아아...(가오나시체) 쓰러져버린 일신님은 어떻게 되고 저 둘은 이제 뱀을 어떻게 치울까여 다음편 너무 궁금해져버리고ㅠㅠㅠㅠ암호닉 류 로 신청할게용 갓글 넘넘 감사하구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님♡
5년 전
독자17
열일곱
와...작가님...제발...여기서 끊으시다니요....진심 너무하세요ㅠㅠㅠㅜㅜㅜㅜ어떻게 기다려요ㅠㅠㅜㅜㅜ아니야ㅡ기다릴수 있어요ㅜㅠㅠ이 글 보려고 인티옵니다...하...진짜 구성 개져야

5년 전
독자24
오...1년전 내 말투 왜이러지..
작가님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전 아직도 이 글을 잊지 못해 정주행 중이고요,,ㅋㅋㅎ..동양식 호그와트는 음양학당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라 자꾸 찾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글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쓰신 작가님 노력도 보이는 것 같고요. 자꾸 다음이 궁금해지니..이제 그만 와야겠죠. 아직 인스티즈 하실까 싶어 댓글 남겨봅니다. 작가님 글로 제 수험생 시절의 유일한 낙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3년 전
독자18
와 미쳤네요 우연히 보게됐는데 하룻동안 음양학당만 봤어요ㅜㅜ 작가님 진짜 천재아니세요?ㅜㅜㅜ 아 그보다 민규 능글미 ㅓㅜㅑ
5년 전
독자19
작가님 많이 바쁘신가요???? 저 아직도 다음편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니랑 일라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에요 나와도 기다릴거에요 작가님 보고시퍼요ㅠㅠㅠ
5년 전
독자20
서랑입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꼭 완결까지 함께 달려요 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2
사미예요! 음양학당 다음화 기다리다 정주행을 쭈욱 했는데 정주행 해도 여전히 재미있는 음양학당이네요ㅠㅠㅠㅠ 다음화가 너무 궁금한데 작가님 많이 바쁘신가보네요ㅠㅠ 그래도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돌아오세요! 다음화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
4년 전
독자23
작가님!!!리아예요ㅠㅠㅠㅠ 너무 오랜만이죠8ㅅ8 수험생활중에 지쳐서 작가님 글 생각나서 들어와봤는데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행복해서 끊긴 부분부터 봤는데 인사를 못드렸네요ㅠㅠ 작가님 글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0^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하지만 정말 너무 행복하게 읽었어요! 다음 편에서 뵐게요 작가님!!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2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호석/단편] 스님 꼬시기 5 송월 04.03 21:24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0637 1억 03.28 01:26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0521 1억 03.26 01:58
몬스타엑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김딸기 03.25 00:3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선택에 후회는 없도록 <제 13장 악마의 첫 번째 친구> 연필그림 03.24 05:47
투모로우바이투.. [투바투/휴닝카이] 보르도에서의 하룻밤 012 내일도 03.20 20:50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0 1억 03.16 02: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1억 03.15 02:35
엔시티 [nct/정재현] 나 그 짝남이랑 연애해 jayjayjay 03.13 05:00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0229 1억 03.10 01:0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우학 과몰입해서 적어보는 지우학 방탄버전 옾더레6 최고양 03.09 00:1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우학 과몰입해서 적어보는 지우학 방탄버전 71 최고양 03.08 22:4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석진/단편] 키웠더니 잡아먹힘 9 송월 03.07 21:51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0138 1억 03.07 00: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단편] 돔과 서브의 하룻밤 23 송월 03.06 22:33
(안효섭) 연실...2 연 실 03.06 14:42
연실. (잠시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방) 연 실 03.06 06:46
[공유] 대배우랑 연애할 수 있을까_0128 1억2 03.04 01:58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0032 1억 03.04 00:04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 여주의 몬스타엑스 TALK 1020 만떡 03.03 00:0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우학 과몰입해서 적어보는 지우학 방탄버전 68 최고양 02.26 23:2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 여주의 몬스타엑스 TALK 97 만떡 02.26 13:55
엔시티 [NCT/정우]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너를 사랑할게 02 이도시너와나 02.25 14:2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우학 과몰입해서 적어보는 지우학 방탄버전 59 최고양 02.23 21:24
세븐틴 [세븐틴/버논] 최한솔이 나 먼저 좋아해서 이상하게 꼬셨음 좋겠다…2 chwewing 02.22 23:0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지우학 과몰입해서 적어보는 지우학 방탄버전 45 최고양 02.22 20:16
엑소 나는 매번 이렇게 늦어, 그리고 아직도 널 생각해 02.21 04:38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