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반가워, 난 상근대학교 4학년 역사교육과 ΟΟΟ이라고 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제일 첫번째는 남친이야, 두번째도 남친, 세번째도 남친, 네번째도 남친, 다섯번째 이유도 남친.
제목보면 알겠지만 도경수라는 내 애인은 진짜 철벽이거든. 캠퍼스에서 소문난 철벽.
나랑 사귀느라 다른 여자들한테 철벽인거 아니느냐고 묻는다면 진짜 사절이야, 여친인 나한테까지 철벽이니까.
오늘도 싸우다가 열이 받아서 씩씩대면서 글을 쓰는 중인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면 내 신경은 쓰지도 않고 있는 모양이야.
평소에는 보통 다투면 굳이 연락이나 화해 없이도 다음날 얼굴보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엉겨붙는 스타일이긴하거든?
근데 오늘은 내가 확실히 화났다는걸 보여주고 나왔으니 지금쯤 연락이 오고도 남았어야 정상이란 말이야.
본인이 화낼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맨날 이렇게 고집을 부려.
아, 진짜.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내가 왜 먼저 전화를 해서 사과를 받아야 돼? 좀 먼저 해주면 안되나, 그치.
아무튼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없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게.
일단 오늘은 우리 과에서 개강 파티를 했어. 말이 개강 파티지 다들 알 듯이 그냥 술파티?
"ΟΟ이는 방학 내내 안보이더라, 바빴어?"
"아, 저요?"
"경수는 자주 보이던데."
"전 그냥 집에 있었어요."
진짜 예전에, 한 3년 전? 나 좋아하던 복학생 오빠도 낀다길래 불편해서 빠지려다가 그냥 나갔는데 역시 괜히 나간거였지.
입만 열면 경수 경수 경수, CC로서 도경수 얘기 해주는게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다만 그래도 너무 도경수 얘기만 하니까 좀 불편한거야.
제목에도 써놨지만 도경수 인기가 진짜 많아.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배우처럼 잘생겼거든?
새내기였을 때 부터 하도 철벽을 쳐대서 다가간 여자가 없을 뿐이지, 내가 알기론 얘 좋아하는 애들도 많단 말이야.
얼마전에 도경수 얼굴보고 뿅간 새내기부터 시작해서 방학 중에 남친이랑 깨진 동기, 모솔인 후배까지.
사람도 많은데 자꾸 눈치도 없이 그 복학생 오빠는
"경수 부를까?"
"네? 왜요? 걔 자요."
"이제 8시인데?"
"......"
"부르자. 어때. 너네 다 좋지."
한술 더 떠서 경수를 부르자고 설쳐대는거야. 솔직히 25살 복학생이 좋냐고 물어보는데 누가 싫다고 그래?
다들 형식상 박수 몇번 치고 여자애들이나 경수 얼굴 보려고 좋아하는거지.
나도 싫다는 말은 못하고 그냥 둘러대려 했더니 아직 8시밖에 안됐고, 한숨쉬면서 술만 들이켰어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전화를 걸었는지 막 핸드폰에 대고 경수야 경수야 거리면서 오라고 오버를 하는데 경수가 싫다고 했나봐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아싸 잘됐다 환호성을 치는데 선배가 갑자기 날 쳐다보더니 여기 니 여친이 와있네 어쩌네 술은 진탕 마셨네 어쨌네...와...진짜 강냉이 털뻔ㅇㅇ
일부러 도경수 눈치보여서 절제해서 마시고 있었는데 진탕 마시긴 누가 진탕 마셔?
내가 본인없는 곳에서 술 엄청 마셔대는거 진짜 질색하는 도경수가 들으면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당장 튀어올 말인데 그걸 말이라고 씨발 하는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가슴 두드리면서 튀어왔을 도경수는 지금 내 옆에 앉아서
"3번, 2학년 테이블가서 마음에 드는 애 데려와."
왕게임 하고있지.
도경수가 온 뒤로 분위기 어수선하고 여자애들 눈에서 막 하트 날라오고, 난 그거 차단하고 뭐, 바빴어.
대충 학년끼리 나눠앉아서 몇명 섞어놓고 왕게임을 하는데 나새끼가 자꾸 걸려서.... 우리 경수 술 정말 많이... 먹었...ㅎ
내가 무슨 번호를 뽑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자꾸 나만 뽀뽀 키스 포옹 별게 다 걸리더라고.
벌주를 마시긴 해야하는데, 내가 그 많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리가 없는 도경수는 "아 또야." 하면서 벌주 죄다 마셨지.
흑기사 없다고 애들이 야유를 하든 말든
"안닥쳐? 그럼 내가 얘, 쟤 둘이 뽀뽀하는걸 보고있냐? 얘가 이 술 마시는걸 내가 보고있어? 어?"
"그래도 한번쯤은 해줘야 재밌...."
"재미?"
"....."
"재미? 얘가 너랑 뽀뽀하는걸 보면서 내가 재미?"
그냥 빡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주 내가 마시겠다고 해도 싫다고 본인이 다 마시는걸 내가 어쩔 도리는 없잖아ㅋㅋㅋㅋㅋ얘가 또 술이 세서ㅋㅋㅋ
그만하자고 하면 또 오기는 있어가지고 꿋꿋이 앉아있고.... 너란 남자....
그냥 한판만 더 하고 억지로라도 일으켜서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가방 다 챙기고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딱 뽑았어.
일단 당연히 왕은 기대도 안했고, 1번 걸리지만 말아라, 경수 술 좀 그만 먹이자,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
"1번, 6번한테 키스해."
니미. 끝까지 운이 안따라주는거야.
또 벌주 마실 준비하고 있는 경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안쓰러워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하다고 내 나무젓가락을 보여주려는데 도경수 젓가락에 떡하니 '6' 이 적혀있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도경수한테 키스하면 끝나는 아주 쉽고 일상적인 일이잖아? 연인끼리 키스하는게 뭐 어때서.
벌주 들고있는 경수 팔을 내려놓고 내가 1번이라고 내 젓가락을 경수한테 보여줬어.
너 술 마실 필요없다고, 우리 둘이 하는거라고 들떠서 경수 젓가락이랑 내 젓가락을 같이 보여주는데 표정이 어째 시큰둥한 도경수는
"......"
"....그걸 왜 마셔?"
"안할거니까, 벌주."
"......"
나를 가볍게 무시하더니 벌주를 원샷해버리는거야. 사람 민망하게. 어이없어서 그걸 왜 굳이 먹고있냐고 물으면 또 덤덤하게 대답하고.
애들이 한껏 분위기 띄어줬더니 그딴거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냥 벌주 원샷하고는 감자튀김 하나 집어먹는게 얼마나 얄미웠는지 알아?
글에는 안썼지만 애 술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표정이 진짜 썩창이었거든?
나한텐 아는척도 안하고 내 옆에 앉더니 다짜고짜 술부터 마시질 않나,
진작에 자기랑 나랑 손 5분 동안 손잡고 있기 걸린 것도 그냥 벌주로 넘기질 않나.
내가 부른건 아니지만 나름 여자애들이 부러워하는 남친 둬서 애들 시선이 신경 안쓰이는건 아니었는데 자꾸 그러니까 짜증나잖아.
"어, ΟΟ아 어디가!"
"ΟΟΟ!"
"쟤 어디가? 경수형 안따라가요?"
내 표정이 굳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에 여자 후배들 수근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이럴거면 그냥 계속 오기싫다고 버팅기지 사람 짜증나게 굳이 뭐하러 온건지 자존심도 상하고.
도경수가 우리 과 애들 앞에서 완전 다정하고 자상한 남자친구의 면모를 보여줄 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반응 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냐? 나중에 애들한테 이제 애인 얘기 어떻게 꺼내ㅋㅋㅋㅋㅋ
참고 참던 열이 확 올라서 그냥 가방들고 술 집에서 나왔어.
그 자리에 있어봤자 자존심밖에 더 깎여?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서 최대한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어.
도경수가 왜저러는지 이유는 몰라도 일단 오른 열부터 식히려고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어디가."
"놔."
"어디가냐고 묻잖아."
"집가지 어딜가? 이거 놔."
도경수한테 잡혔지, 역시 내 짧은 다리로는 빨리 걸어봤자 거기서 거기야.
도경수한테 잡혀서 몸이 훽 뒤집어지고 둘 다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했어.
"풀고 가, 무작정 가버리면 다야?"
"뭘 풀어? 너 나한테 화난거 있어? 이건 일방적으로 내가 너한테 화난거지, 풀거 없어. 좀 놔라."
"내가 화난게 왜 없어. 누구 마음대로 일방적이래."
"곰곰히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건 없거든? 짜증나는게 있으면 똑바로 말을 해, 사람 짜증나게 이러지 말고."
"뭐?"
"오랜만에 과 애들 불러놓고 술 마시는데 와서 뭐하는거야?
너 나 개망신 주려고 작정했니?"
그리고 서로 엄청 화냈지, 엄청. 서로가 뭐 때문에 화났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그냥 본인들 짜증에 급급해서 마냥 화냈어.
도경수도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느껴지고, 나도 진짜 막 어우 막 아 진짜 와 그냥 막 가슴이 답답하도록 열이 받고.
더 얘기해봤자 대화도 안통할게 뻔해서 그냥
"난 진짜 너가 뭐때문에 화났는지 모르겠고, 구태여 알아내서 먼저 연락할 생각도 없어.
속 좀 편해지면 연락해"
"말도 꼭 그딴식으로 하지."
"잘가."
이러고 집에 들어왔어.
도경수랑 이렇게 격렬하게 싸운게 몇년 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제대로 싸운 것 같기도 해.
몰라 진짜 난. 앞으로 과 애들 앞에서 도경수 얘기는 어떻게 꺼낼것이며, 오늘 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각하기도 싫어 지금.
글 쓰는 지금도 화나. 아직까지도 내 잘못은 전혀 모르겠고 이번엔 절대 그냥 안넘어가.
알면 댓글 좀 남겨줘.
도경수한테 연락오면 눈썹을 휘날리며 글쓰러 올게.
그 때까지 다들 바이바이!
안녕하세요, 코짱입니다, 기억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꾸벅)
정말 너무 죄송해서 뵐 면목도 없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어요. 변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셔도 전 할 말이 없습니다ㅠㅠ
투표로 조만간 종인이썰을 처리할 예정이에요. 연재를 계속 할지, 중단을 하고 이 작품에만 몰두를 할지.
오로지 여러분의 생각만을 반영하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코짱은ㅜㅜ
너무너무너무너무 늦게 돌아와서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약속만 벌써 몇번째 드리는지, 제가 생각해도 염치가 없지만 이제 정말 꾸준한 연재 하겠습니다.
인티를, 글잡담 제 작품의 독자님들을 떠날 수가 없어요 흑.
새작품 '철벽으로 유명한 훈남 과대 도경수랑 연애하는 썰'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ㅠㅠ 감사해요ㅠㅠ 정말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