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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엑소 강동원
중독자 전체글ll조회 1752l 2






일기예보의 리포터는 온 몸으로 태풍을 맞고 있었다. 현재 태풍은 수도권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으며……. 살신성인의 자세 리포터는 상황 전달을 마지막으로 화면에서 사라졌다. 최준홍은 요 며칠 간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태풍이 예상보다 강한 것도 있고, 어차피 강의도 대부분 휴강이었다. 무엇보다 돼지토끼 한 마리만 덩그러니 집 안에 놓고 가자니 마음 쓰이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제 딴에는 잘 놀겠다고는 하는데 근래 사고 친 게 워낙 많아서. 정대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최준홍이 마냥 저와 놀아줘서 좋다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렇다보니 집 안에서 안 해 본 게임이 없는 것 같다.


엊그저께에는 제로 게임을 했다. 이런 게임따위 해 봤을 리 없는 정대현을 이해시킨다고 게임을 하기도 전에 꽤나 힘을 뺐다. 그래도 몇 번 해 보고 나니 어느정도 잘 따라오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준홍이 너무해. 머리 아파…….



아무리 이해를 시켜줘도, 사실 애는 애인지라 게임에는 서투르기만 했다. 그에 정대현은 최준홍에게 연달아 세 번이나 지고 이마를 얻어 맞았는데 발간 자국이 이마 정중앙에 떡하니 찍혔다. 웃음을 꾹 참고 괜찮냐고 물어봐도 정대현은 씩씩대며 눈을 부라렸다. 최준홍도 별 수 없이 정대현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웃자고 시작한 게임에 하마터면 정대현의 미움을 살 뻔했다.


어쨌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지도 벌써 며칠이다. 최준홍은 소파 근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정대현을 흘긋 보고 TV를 껐다. 한 시간 전 쯤부터 거세진 빗발이 창문을 툭툭 두드려댔다. 졸고 있는 정대현을 담요로 감싸 안은 최준홍이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먹어대면서도 고작해봐야 초등학생 몸집뿐이 되지 않는 정대현은 그다지 무겁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방문을 열며 “졸려?” 하고 묻자 정대현이 잠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감아왔다. 침대에 눕히고나서도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길래 잠시동안 옆에 같이 누워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시계를 보자 아홉시가 조금 넘어가 있었다. 며칠 간 정대현과 쉴 틈 없이 놀아주다보니 몸이 노곤해, 최준홍도 이 쯤 되면 피곤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정대현을 마저 재운 뒤엔 최준홍도 본인의 방으로 갔다. 하품을 쩍하며 침대에 누웠다. 피곤한 눈꺼풀이 몇 번 끔뻑거려졌다. 잠에는 금방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최준홍이 잠에서 깬 건 새벽 두 시가 넘어갈 쯤이었다. 거센 빗발 소리를 뚫고 천둥 소리가 울렸다. 그 전에는 번쩍거리는 번개도 얼핏 본 것 같기도 했다. 최준홍은 어우 시끄러, 하며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런 도중에도 몇 번 번개가 치고 천둥 소리가 들렸다. 이불로 귀를 틀어막자 그나마 소리가 멀리 떨어졌다. 그러다 방문이 열리는 느낌에 이불에서 고개를 빼꼼 빼내었다.


번개가 쳤다. 천둥이 뒤이어 우르릉 꽝, 하고 울렸다. 번개의 빛 사이로 보이는 까맣고 작은 실루엣에 놀란 최준홍이 저도 모르게 억, 하고 소리를 질렀다. 까맣고 작은 실루엣은 그에 더 놀라서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는 엉엉대며 울기 시작했다. 최준홍은 그제서야 그 실루엣이 정대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솔솔 오던 잠이 확 달아났다. 당황한 마음에 이불을 걷어내고 정대현에게 다가갔다. 이제보니 하얀 귀가 퐁 솟아있다. 정대현은 울면서도 양 손으로는 두 귀를 꽉 틀어막고 있었다. 눈물로 얼룩덜룩한 눈가를 한 번 쓸어내린 최준홍은 정대현을 들어올렸다. 최준홍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정대현은 서러운 듯 칭얼거렸다.




 “왜 울어, 왜. 천둥 무서워서?”

 “응, 무서운데…,”

 “무서운데?”

 “너무 시끄러…. 대현이 잠 못 자게써.”



어쩐지 귀 막고 있더라. 최준홍은 어유, 그래써요? 대현이 잠 못 자게써요? 하며 정대현을 놀려댔다. 정대현이 하지 말라고 빽 짜증을 부리고는 최준홍의 어깨를 쳤다. 그 사이 천둥이 한 번 더 작게 쳤다. 정대현은 놀라서 귀를 틀어 막았다. 최준홍은 정대현을 저의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두 손으로 귀를 꼭 막은 정대현은 저의 품에 자꾸만 파고 들려했다. 최준홍은 여름 밤이지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서는 정대현을 뒤에서 껴안았다. 목 밑으로 팔을 집어넣어 대신 정대현의 귀를 막아주었다. 몸집만큼이나 작은 토끼 귀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가려졌다. 남은 한 손으로는 정대현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배 문지르기를 해 주었다. 준홍이 손은 약손, 하고 정대현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배를 문지르는 자신의 손 위로 정대현의 손이 겹쳐졌다.



   “천둥 칠 때마다 대현이 맨날 이랬어?”

   “응. 대현이 이러케 우르르 쾅 하는 날에는 잠 많이 못 자….”

   “시끄러워?”

   “귀가 막막 아파. 너무 시끄러워서.”



귓가에 소곤거리며 물으니 정대현이 까륵까륵 웃으면서도 대답은 잘 해 주었다. 손 끝으로 귀를 쓰다듬자 간지럽다고 또 웃는다. 아유, 이 귀여운 게 어디서 나타났대. 최준홍은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더 이상 천둥소리가 정대현의 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주었다.



   “이제 나 있으니까 괜찮아.”

   “응, 이제 나 잘 수 이써!”



간질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뱉은 정대현은 자장가를 불러주는 최준홍에, 금방 눈을 감았다. 정대현도 최준홍과 함께라면 천둥소리가 그다지 무섭지가 않았다.




* * *​





최준홍은 제 손에 들고 있는 당근 주스를 한 번 보고, 제 앞에 서서 팔랑이며 돌아다니는 돼지토끼의 귀를 빤히 쳐다 보고는 눈가를 찡긋거렸다. 어쩐지 어제 오후 쯤, 마트 채소 코너에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던 제 모습이 생각나는 듯했다. 당근을 사갈까 말까. 사도 안 먹으니 필요가 없으려나. 그렇다고 안 먹일 수는 없지. 그 외 등등. 아닌게 아니라, 자신은 간만에 고민다운 고민을 한 것 같지만 실상을 파헤쳐 보면 20년 인생 중에 참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고르라고 했을 때 순위권에 들 수 있는 수준의 별 볼일 없는 고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민을 하게 만든 당사자가 저런 식으로 쏙 내빼면 더욱이 쓸데없는 고민으로 전락하게 되는 법이었다.  

 

최준홍이 크게 다짐을 하게 된 것은 대강 며칠 전이었다.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돼지토끼 정대현은 자신이 지어준 별명처럼 무진장 잘 먹었다. 몸집도 작고, 정신도 어리숙한 주제에 그래도 성장기인건지 아니면 원래 잘 먹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대현은 딱히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 편이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최준홍이 이렇게 걱정을 안고 당근 주스 따위를 들고 있을 필요가 없을테지. 뭐든 잘 먹는 정대현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이라면 당근이었다. 볶음밥을 해 주었더니 먹지는 않고 젓가락으로 무언가를 자꾸 깨작거렸다. 뭐하나 했더니 잘게 썰린 당근을 골라내고 있었다. “대현아, 당근 안 먹어?” 정대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꾸닥거렸다. “응, 안 먹어.” 그렇게 말하는 정대현의 얼굴은 제법 시큰둥했다. 한참이나 볶음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당근을 다 골라낸 정대현은 그제서야 신이 나서 수저질을 했다.

 

당근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최준홍은 하마터면 토끼 주제에? 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생각 해 보면 정대현은 토끼 시절 때도 당근을 내밀면 싫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대며 귀를 쫑긋거렸었다. 그 때는 딱히 별 의심 없이 넘겼던 것 같은데 사람 모습으로 편식이나 하고 있으니 원. 편식을 고쳐주어야겠다는 충동적인 마음이 든 것도 또 며칠이었다. 최준홍은 그 때부터 꾸준히 정대현에게 무엇에, 어떻게 당근을 넣어줘야 잘 먹을지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러나 그 연구가 무색하게 후각 하나만으로 당근을 찾아내는 정대현 때문에 케이오 직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쑥쑥 클 나이에 이런 거 안 먹으면 뭐 어쩌려고? 최준홍은 방금 전 거절 당한 당근 주스를 꿋꿋하게 들고 정대현의 앞으로 갔다. TV 속의 뽀로로에 신이 난 정대현의 머리에는 토끼 귀까지 퐁 솟아나 있었다. TV를 가리는 최준홍에 눈을 땡그랗게 뜬 정대현이 뭐야아, 저리가, 라며 팔을 잡아 당겼다. 이런 거에 내가 물러날 줄 알고. 콧방귀를 낀 최준홍이 당근 주스를 정대현 앞에 내밀었다.

 

 

   “이거 마시면 비켜 줄게.”

   “싫어, 안 마셔.”

   “안 돼. 마셔.”

   “안 마실거야. 대현이 당근 시러.”

 

 

볼이 빵빵하게 튀어나왔다. 누구네 집 토끼인지 고집 하나는 얄짤없다. 도리도리 저어대는 고개에 따라 귀도 살랑거렸다. 귀를 한 번 쓰다듬은 최준홍도 만만찮게 고집을 부렸다. 안 마셔? 안 마셔? 혼날래? 정대현이 뭐 특히 말썽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혼날 일을 한 적도 없어서, 사실 최준홍은 정대현을 혼내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대현은 혼이 난다는 뜻 자체도 잘 모르는 터라 최준홍은 당치도 않는 협박을 하게 된 것으로 끝이 나게 되었다. 억지로라도 먹이려 해도 그러면 고집만 더 심해질까봐 차마 그 방법은 쓰지도 못했다. 그래서 최준홍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했다.

 

 

   “대현아.”

   “싫어.”

   “너 완전 작은 거 알지?”

   “…어?”

   “이거 안 마시면 너 계속 그렇게 쪼끄맣게 지내야 되는데?”

 

 

정대현은 딱히 믿는다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저 또래에는 몸집이 크고 작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법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 정대현은 실제로도 자신의 몸집에 꽤 예민한 편이었다. 최준홍의 꼬심에 정대현은 마음이 슬쩍 동한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최준홍은 씰룩씰룩 올라가는 입꼬리에도 억지로 그것을 가라앉히고 내색하지 않았다. “응? 계속 작을건데?” 입술을 뚱하게 내민 정대현이 거짓말, 하고 꿍얼댔다.

 

 

   “아닌데. 당근 안 먹으면 키 안 커.”

   “거짓말 치지마. 준홍이 거짓말 하면 아야해.”

   “거짓말 아니라니까?”

 

 

너무 열성적으로 거짓말을 쳐서 그런가, 괜히 자신이 한 말이 사실같다. 정대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저 머리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걸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최준홍의 거친 생각과 정대현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당근주스,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오후의 사건이었다. 

 

 

   “…진짜 안 커?”

 

 

거짓말이지, 응? 깜빡 속아 넘어간 정대현은 이제 최준홍의 바짓단을 꾹 부여잡고 통통 튀어댔다. 예, 물론 거짓말입니다만. 사실 당근을 안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온 최준홍은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목적은 그냥 정대현에게 당근 먹이기가 다라서. 막무가내로 거짓말이라고 우겨대던 정대현은 최준홍이 계속해서 너 키 안 커, 너 커서도 계속 작게 있고 싶어? 하는 말에 흐잉, 하고 우는 소리를 내었다. 삐죽 나온 입술을 가볍게 톡 쳐 주자 원망스런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뻗어왔다. 익숙하게 안아올린 최준홍이 정대현 앞에 다시 당근 주스를 내밀었다.

 

 

   “마실거지?”

 

 

최준홍의 강요 겸 협박 겸 회유에 깜빡 넘어 간 정대현이 두 손으로 컵을 쥐었다. 눈은 아주 울기 직전이었다. 나참, 당근 싫어하는 토끼는 처음 보네. 최준홍은 이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준홍의 눈치를 슬쩍슬쩍 살피던 정대현이 진짜 이거 마시면 키 크는 거 맞지? 하고 확인사살을 해 왔다. 최준홍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대현이 컵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최준홍은 제갈공명 뺨치는 자신의 현명함에 처음으로 감탄을 했다. 한 번에 다 마시는 건 무리인 모양인 듯 여러 번 끊어마시는 정대현을 잠자코 기다렸다. 한참 뒤에나 컵에서 입을 떼어낸 정대현의 얼굴은 손으로 꾸겨놓은 것처럼 형편 없었다. 최준홍은 왠지 기분이 좋아서 잘 했다고, 정대현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하지 말라며 앙탈을 부리긴 했지만 그리 싫은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부끄럽다고 품 안에서 방방 뛰다가 저의 목에 팔을 감아 꽉 안겨왔다. 최준홍은 정대현의 등을 도닥거리며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당근을 넣어 먹여야 할 지 생각에 잠겼다.




* * *




사장님이 휴가를 갔다. 상한 우유 안 버렸다고 그렇게도 욕하던 룸메이트랑 1박 2일로 양평에 간다고 했다. 원래 휴가는 비성수기 때 가야 싸다며 사장님은 최준홍에게 큰 지론을 알려줬다는 듯 뿌듯한 얼굴을 한 뒤에 그렇게 떠났다. 최준홍은 그 때문에 자동으로 1박 2일 간의 백수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하도 집을 자주 비우는 최준홍에 이제는 충분히 적응이 되어서 예전처럼 아르바이트 안 간다고 하면 뛸 듯이 기뻐하던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나 오늘 아르바이트 안 가.”

   “아, 지짜? 그럼 나 맛있는 거 해 줘!”



오로지 먹을 것만 찾는 저 패기! 최준홍은 정대현을 어디다가 내어놓아도 배가 고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정대현을 다른 곳에 내어 둘 여지는 전혀 없지만. ​​정대현의 비서나 다름 없는 최준홍은 돼지토끼의 요구에도 그저 오구오구 하며 들어주었다. 생과일 주스를 해 주려 믹서를 갈고 있으니 정대현이 신 난 얼굴로 싱크대를 빼꼼빼꼼 올려다보았다. 이전에 상한 사과를 먹고 신명나게 배탈이 난 정대현을 위해 과일이 신선한지 상했는지 살피느라 바쁜 최준홍은 그런 정대현을 내버려두었다. 바로 옆에 있는데 사고 칠 애도 아니고.


사이 좋게 생과일 주스를 손에 든 두 사람은 최준홍의 방으로 갔다. 최준홍은 과제를 하기 위함이었고, 정대현은 그냥 최준홍을 따라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정대현이 심심할까봐 최준홍은 제 방 안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아주 어릴 적에 찍어놓고 일 년에 두 어번도 열어보지 못했던 앨범을 발견했다. 먼지가 조금 뽀얗게 앉아있기에 물티슈로 그것을 닦아내고 정대현에게 건네주었다. 정대현은 빨대를 쪽쪽대다 말고 저에게 건네어지는 앨범을 보고 이게 모야? 하고 최준홍에게 물었다.



   “내 사진이야.”

   “주농이 사진? 봐도 되는 거야?”



최준홍은 앨범과 과제를 잠시 번갈아 쳐다보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며 정대현과 함께 침대 위로 올라갔다. 꼭 달라붙어 침대 위로 엎드린 두 사람은 앨범 표지를 넘겼다. 갓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이 가장 먼저 나와 있었다. 빨갛고 쭈글쭈글한, 탄생 1일째의 최준홍이었다. ​정대현이 손가락으로 그 사진을 가리켰다.



   “누구야?”

   “나지. 누구야.”

   “이게? 아니야. 준홍이는 이거보다 더 잘 생겼어!”



잘 생겼다는 거에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정대현의 말에 슬퍼해야할지. ​우선은 앨범을 더 넘기기로 했다. 사진은 규칙성없이 찍힌 것이 대부분이었다. 몸을 뒤집은 기념 사진도 있고, 혼자서 일어난 기념 사진도 있고, 엄마랑 아빠를 동시에 발음해서 엄빠라고 부른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던 날 찍은 사진도 있고. 그리고 정대현은 옆에서 과거 최준홍의 존재를 부정하기 바빴다. 한참 넘기다 보니 최준홍이 유치원에 갓 입학해서 찍은 꼬꼬마 때의 사진도 있었다.



   “우와, 이거 귀여워.”

   “귀엽지? 십 년도 넘었다, 이 때.”

   “얘도 준홍이야? 이 준홍이도 귀엽지만 여기 준홍이도 귀여워!”



정대현이 한창 병아리 시절인 최준홍의 사진을 유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아주 귀엽다는 말이 입에 붙은 상태로 흥얼거린다. 최준홍은 그런 정대현의 빵빵한 볼을 한 번 툭 튕기며 그랬다. 그치, 너보다 귀엽지.​ 딱히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고 순전히 장난이었다. 그러자 정대현이 대뜸 최준홍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야.”

   “뭐가?”

   “대현이가 더 귀여워!”



무슨 말을 하려고 그리 근엄한 표정을 짓나 했는데 기껏 하는 말이 자기가 더 귀엽단다. 최준홍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정대현은 최준홍이 자신을 비웃는 줄 알았는지​​ 다시 빽 외쳤다. 대현이가 더더더 귀엽단 말야! 이제 최준홍은 땅을 치고 구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귀엽다 귀엽다 해줬더니 진짜 자기가 귀여운 줄 안다면 크나 큰 오예란 말이지. 최준홍은 자신이 더 귀엽다고 우기는 정대현이 정말로 귀여웠다.



   “왜? 내가 더 귀여운데? 봐봐. 얼마나 귀여워. 노란 옷 입고 말이야.”

   “씨. 아니야. 내가 더 귀여워.”



요즘 최준홍은 정대현 놀리는 맛에 산다.



   “에이 말도 안 돼. 딱 봐도 내가 더 귀엽지! 영재도 내가 더 귀엽댔다.”



뭐라 더 반박하려 하던 정대현이 멈칫했다. 아냐. 영재가 그럴 리가 없어​…​. 영재는 대현이가 더 귀엽댔는데…. 물론 유영재는 정대현을 더 귀여워하는 게 맞았다. 최준홍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이런 말도 안 되는 싸움에 저를 끌어들여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을 안다면 유영재는 당장에 최준홍에게 족발 당수를 날리려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최준홍은 우선 바로 앞에 있는 즐거움에 응하기로 했다. 한동안 정말 최준홍이 더 귀여운 것인가, 내가 더 귀여운 것인가 고민하던 정대현은,



   “흐어엉. 너무 해…. 대현이가 더 귀여운데….”



울음을 빵 터트린 것이었다. 최준홍의 웃음도 빵 터졌다. 간신히 참고 있던 웃음이 정대현의 울음과 함께 터지며, 최준홍은 결국 침대 위에서 몸을 굴리며 웃어댔다. 정대현은 그런 괘씸한 최준홍의 등짝을 힘도 없는 손으로 팡팡 내리쳤다. 준홍이 미워, 나빠, 못 됐어, 따위의 삼단 콤보를 날린 정대현이 혼자 꺽꺽 울다가 어느샌가 울음을 뚝 그치고 최준홍을 노려보았다. 최준홍은 그제서야 정대현을 끌어안고 부둥부둥하며 함께 침대를 굴렀다.



   “아, 당연히 네가 더 귀엽지. 지금 나 너무 커서 징그러.”

   “…대현이가 더 귀엽긴 한데 준홍이가 징그러운 건 아닌 것 가타.”



정대현은 제법 심각한 얼굴로 그랬다. 잔뜩 울어서 눈도 빨갛고 코도 빨간 주제에 말은 잘한다. 최준홍은 “쬐끄만게.”​ 하며 정대현의 머리를 흩트렸다. 정대현도 곧 헤헤거리며 최준홍에게 안겨왔다.




-


1. ㅎ... 아니 이게 뭐람... 두 달만이네요..? 오랜만이에요..? (하트)

2. 돼지토끼 너무 오랜만이라서 저도 적응이 안 되는데여 슬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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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아아아아ㅓㅇ극....중독자님...너무 반가워요ㅠㅠㅠㅠㅠ돼토를 얼마만에 보는건지ㅠㅠㅠ오늘도 대현이는 귀엽군요ㅜㅜ천둥 무서워하는 대현이나 당근 못 먹는 대현이나 자기가 더 귀엽다고 하는 대현이나!!!!!뭐 죄다 귀여운거죠????ㅠㅠㅠㅠㅠ대현이는 자기가 귀여운걸 알다니 어째 생각도 그리 귀엽죠...7편 기대할게요!
9년 전
독자2
오랜만이에요 (하트) 흐어어러어엉어어ㅠㅠㅠㅠ얼마만에보는 돼지토끼ㅠㅠㅠㅠㅠㅠ대현이이렇게귀여울일ㅠㅠㅠㅠ기다리고 있었어요 너무재밌다ㅠㅠ 번개쳐서 부둥부둥 안아주고 그러는것도 귀엽고 당근주스멕일려고 애쓰는 최주농 너도귀여워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엌어ㅓ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얼마만이에요 돼지토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고 막 왕 깨물고싶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아나 우르르쾅하는날에서 쓰러져써여..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혀니토끼ㅠㅠㅠㅠㅠㅠ엉엉 쪼꼬쪼꼬해
9년 전
독자5
ㅏㅇ나느으아ㅏㅏㅡ르ㅡ규규ㅠ뮤ㅠㅠ쥬ㅠㅠ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귀여워 현토끼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 돼지 귀여워서 막 씨버먹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얼마만이야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우 징짜 대현이 깨물어주고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다 귀ㅣ여워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돼지토끼라니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저 목빠지는 줄 알았자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댛니의 귀여움은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대박대박...하...이거 얼마만이죠...얼마만의 돼지토끼ㅜㅜㅜㅜㅜ아ㅜㅜㅜㅜ죽을죽을것같아ㅜㅜㅜㅜ정대현의 에 사망할것같아요ㅜㅜㅜㅜㅜㅜㅜㅡ대바구ㅜㅜㅜㅡㅜㅜㅜㅜㅢㅢ돼지토끼ㅡㅜㅜㅜㅜㅜㅜㅡ카와이ㅜㅜㅜㅜㅜㅜㅡㅜ기엽다거ㅜㅜㅜㅜㅜㅡ사랑한다고ㅜㅜㅜㅜㅜㅜ진짜 키우고싶다...대체어디서 분양을 받아야할까요...마토행성...마토행성에서 판매합니까....
9년 전
독자9
돼지토끼 진짜 얼마나 보고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현이는 여전히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현아 당근쥬스 맛없어도 잘 먹어야 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현이 세젤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헐 어제 술마시고 돼토 보고 댓글까지 달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 읽으러 왔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0
어허ㅜ우ㅠㅜㅜㅜ돼지토끼이이ㅜㅠㅜㅡㅜ너무 오랜만인거같아요 ㅜㅠㅜㅠ아휴 ㅜㅠㅜㅠ오랜만이여도 토끼대현이는 귀여운건 여전하네요 ㅜㅜㅜㅜ귀여우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1
ㅠㅠㅠㅠㅠㅠ너무오랜망이에요 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량진짜많네요 ㅠㅠㅠㅠㅠㅠ 짱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준홍이와 대현이는 알콩달콩 살아가네요 ㅠㅠㅠ
9년 전
독자13
돼지토끼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근쥬스는 당근맛 안나고 맛있는데 많이 먹어 대현아ㅠㅠㅠㅠ키커야지 오구오구
9년 전
독자14
하...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돼지토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아유ㅠㅠ편식은 하면 안되는 거야 많이먹고 쑥쑥자라라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5
하...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돼지토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아유ㅠㅠ편식은 하면 안되는 거야 많이먹고 쑥쑥자라라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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