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우의 손에는 노란 포스트잇 한 장과, 핸드폰이 양쪽에 나란히 들려있었다. 그리고 이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 때문에, 동우는 심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다시 읽어보고 읽어봐도 저는 아는 후배가 한 명도 없었기도 했으며 저를 알 후배도 없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워낙 조용하게 생활했기에.
[동우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010-XXXX-XXXX]
그랬기에 이 쪽지가 왜 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름만 ‘동우선배’ 라고 안 적혀 있었어도 무시했을텐데.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전화해볼까? 라고 망설이다가, 안 좋을 것도 없잖아? 라는 결론을 내려 결국에는 핸드폰을 열어 쪽지에 적혀있는
열 한 개의 숫자를 두 번씩 확인하며 전화를 거는 동우였다.
ㅡ 여보세요?
컬러링이 5초도 울리지 않았는데 상대편의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고 두번째로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자라는 것에 더욱 놀랐다.
“어어?잘못 눌렀나?죄송합…”
ㅡ 동우선배? 장동우선배 맞아요?
“…마,맞는데….”
쪽지에 적혀있는 ‘동우선배’ 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나온 걸 봐서는 제가 잘못 건 것도 아니다. 뭐야, 그럼 날 좋아한다는 게…남자?
미성의 목소리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잘 생겼을거라고 그 와중에도 생각하고 있던 동우가 그 미성이라는 목소리에 생각에서 헤어나왔다.
ㅡ 쪽지 본 거, 맞죠?
“으응,근데 너 누구야…?”
ㅡ 선배, 지금 운동장 옆에 있는 벤치로 와주세요.
“운동장 옆 벤치? 벚꽃?”
ㅡ 네. 거기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운동장 옆에 있는 벤치, 벚꽃놀이 시즌이 되면 가장먼저 벚꽃이 피는 나무가 옆을 지키고 있는 벤치는 다들 그냥 ‘벚꽃’ 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워낙에 분위기 잡기 좋은 곳이라 커플들이나 고백 할 때나 간다던 그 듣기만 해도 몽롱해지는 것 같은 곳을 가라니. 남자를 보러 가라니.
아니 그것보다도 남자의 고백을 받으러 가라니!!! 난생 처음 찾아온 것만 같은 위기를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처하다는 듯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의 얼굴이 궁금했던 동우는 교실 문을 여는 것으로 제 마음을 단정지었다.
왜 3학년은 대체 3층인거야. 노인우대 모르나? 동우는 입을 댓발 내밀고는 툴툴거리며 1층으로 내려와 운동장으로 나와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 ‘벚꽃’ 을 발견하고는
그 곳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정말 저질이라는 체력을 이끌고 온 것이 무색하게 그 곳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다만, 그 옆의 벚꽃나무가 피어있지 않은 채로
벤치를 지키고 있었을 뿐. 허탈함과 실망감이 한 번에 느껴졌다. 헝허, 목소리 진짜 좋았는데 거짓말이었어…그럼 그렇지…들의 말들로 애써 저를 위로하며
‘벚꽃’ 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동우선배.”
전화할 때 들은 목소리였다. 동우의 몸이 저절로 돌아갔다. 하지만 자의가 아닌, 남자의 손에 의해. 어정쩡한 자세로 전화를 했다는 남자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일단 보자마자 나오는 감탄사. 우와, 잘생겼다. 안경을 써서 그런지 더 멋져보였다. 지적이게 생긴 여자를 좋아하는 동우에게는 지금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상대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동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작게 웃어보인 남자의 명찰에는 ‘신동우’ 라는 세 글자가 정갈하게 쓰여져있었다. …신동우라고?
“신동우?……으,우리학교 전교부회장인……그?”
“네. 제가 그 전교부회장인 신동우. 선배랑 이름이 같네요. 운명인가봐.”
사람 좋은 미소로 하는 말이 답지않게 능글맞다. 동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성은 다른데 뭐…하,하하…. 듣는 사람까지 어색하게 해버릴 듯한 웃음이었지만
동우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동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동시에 동우가 이 곳에 온 정확한 목적을 떠올렸다.
아, 나 여기 고백 받으러 온거지.
“동우선배, 있잖아요.”
“네…가 아니고, 응?”
“제가 선배를 어떻게 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말하자면 첫 눈에 반했거든요?”
“……첫눈에 반해서……?”
“그러니까, 선배 저랑 사겨야 될 것 같아요.”
그건 무슨 논리ㅇ, 눈치없이 말하려던 동우의 말이 끊겼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 대신에 느껴진 것은 어떤 감촉이었다. 그리고 제 눈 앞에 있는 것은 동우의 얼굴.
그것도 코 앞에 있는 잘생긴 얼굴이 제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럼 내가 지금 한 살이나 어리지만 키는 엄청 큰 후배한테 ㅃ,ㅃ,뽀,뽀뽀를…!!!!!
곧 입술이 떼어지기는 했지만 다시 느껴져야 될 바람은 커녕 오히려 입술부터 시작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후배앞에서 창피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리.
이렇게 얼굴이 새빨개져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있는 동우와는 상반되게, 또 다른 동우는 입술을 축이다가 씨익 웃으며,
“딱 보니까 내가 처음 도장 찍은 것 같은데, 진짜 내꺼 해야되겠네요.”
라고 말하고는, 다시 동우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ㅡ
동우동우 쓴다고 장난으로 말했다가 진짜로 하고 말았다니....망작이라 죄송....진짜진짜 이 설레이느 커플을 망쳐놔서 두 번 죄송....
동우동우는 신세계지만 사랑임닿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가 어떤 동우인지 구분 못하지는 않으실거라 믿을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