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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엑소 강동원
폭우주의보 전체글ll조회 354l 1

BGM- 

https://www.youtube.com/watch?v=0vOPK9kOObA



너는 나를 두고 점점 멀어져갔다.
멀어지는 너를, 쳐다볼 수 밖에 없다.

눈물에 눈 앞이 흐리고,
왜인지 날씨도 흐린 탓에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럼에도 너를 응시했다.
네 동그란 뒷통수와 빛나는 꼬리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떄 까지.



네가 떠났다.

마지막으로 네가 알려준 이름을 입에서 굴려본다.

'권순영' 이름은 동그랗게 잘 굴러가는데,
마음이 왜 이리 꺼끌거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동안 네가 떠난 자리만 보고있다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너는 바다로, 나는 땅으로.
원래부터 그게 맞는 일이니까…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떠올리려 한 순간,
뒤에서 큰 파도가 내 몸을 휩쓸었다.

몸 구석구석 차갑고 짠 물이 들어찼다.

눈을 뜰 수도,
숨을 쉴 수도,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그냥 이렇게,
인어를 잡아간 인간에게 바다가 주는 벌이구나.

눈 앞이 캄캄해졌,
아니.
순간 눈 앞이 번쩍 빛났다.

내 몸을 짓누르던 수압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물이 나를 받친 듯 편안해진다.
그리고,



"가라고 했잖아."

물 속에서 완전한 인어의 모습으로 변한 너는
이런 모습이구나… 


나는 무의식중에 네 이름을 부르려 했고,
벌린 입에서 보글 거품이 일었다.그리고, 네게 밀쳐져 눈을 떴을땐



병원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링거대,
호스는 내 손등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눈을 뜨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너에대한 기억이 싹 사라져있길 바랬는데.
아직 네가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 났다.

몸을 일으켰고,
가운을 입은 사람 아무나 붙잡아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물에 빠졌을 경우에 뇌수막염이…
증상은 고열, 구토, 두통, 오한으로 세균에 따라 사망률이…


하며 의사가 나를 붙잡고 내가 퇴원할 수 없는 이유를 오랫동안 늘어놓는 것 같았지만,
한 단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돈이 없다는 핑계로, 퇴원을 했고
병원을 나왔다.

해는 지고 있었고
소금기 가득한 옷은 아직 축축했다.

찬 바람이 불었고, 손이 시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동그란,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문득 네가 나를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넸던 진주가 생각났다.

그 난리 속에 용케도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진주를 꺼내보려는데,



'김민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고 네 이름이 핸드폰에 뜬다.
네게서 전화가 온 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핸드폰도 멀쩡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가 화면을 드래그 해 전화를 받았고,
아무 말 없는 너에 결국 여보세요,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입에 소금기가 남았는지 짜고 비릿한 맛이 가득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뱉어내고 몇 번 입맛을 다시는데,


-어, 그… 잘 지내냐. 너희 인어랑, 너랑…


"… …"


오늘 보내줬는데.


-인어는… 사람이 키울 수 없는거더라.


원우가, 죽었다.




네 목소리가 공허하다.





자꾸만 짤그락, 하며 꼬리의 비늘이 떨어졌다.

수조 밑, 바닥에 깔린 모래가 꼬리에서 떨어지는 비늘로 반짝이 가루를 쏟아놓은 것 마냥 반짝인다.


원우는 밤새 잠을 자는 대신 반짝이는 모래를 뒤섞어 비늘을 숨겼고,

비늘이 빠져 시든 채소마냥 검게 변하고 너덜해진 꼬리를 정리하며 손수 떼어낸 상한 꼬리 끝 조각도

수조의 바위 아래에 숨겼다.


그러다 날이 밝아오면,

수조 앞 모래에 모로 누워 잠든 민규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항상 그렇듯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원우의 눈빛이었다.


민규를 포함, 인간들은 모르는 '눈의 대화'. 원우는 민규를 보며 열심히 눈동자를 움직였다.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나는 죽는다.'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민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딱딱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서 그런지 

등허리가 삐걱이며 아파왔다.


그럼에도,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어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몸을 돌린 채 잠든 원우 때문이었다.


밤새 모래를 헤집은 원우를 알 리가 없는 민규는

수조 유리를 꽁꽁 두드려 기어코 원우를 깨워냈다.


그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뜬 원우가

몸을 돌려 민규를 본다.


"..."



자고 일어난 티가 잔뜩 묻어나는 얼굴과,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

항상 깔끔함을 유지하던 도련님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모습이다.


"... 밥, 밥 먹어야 하는데."


도련님이 갑자기 일어나 허둥거렸다.


어차피, 지금의 몸 상태로는 무엇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문득 무언가 먹고싶어지긴 했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그 생각을 한 순간 원우의 주위 물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비늘이 떨어진 꼬리는 찢어지고 있었다. 

민규가 눈치채지 못하게 쓰라린 꼬리를 움직여

물살로 붉은 기운을 밀어냈다. 

조금의 물거품이 나며 핏자국은 사라졌다. 


원우는

곧, 나도 저 모습이 되리라. 

생각했다.


문득 가슴이 답답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수압이 느껴졌다. 

대형 수조에 가득 찬 물이 원우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수압은 점점 세져서 곧 심장을 압박해 멎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 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둔하고, 힘들다. 

스치듯 내려다 본 꼬리가 다 헤져 민둥했다. 

나는 이제 헤엄칠 수가 없게 된 인어다. 


숨이 가빴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

꼭, 구멍이 좁은 빨대를 입에 물고 숨을 쉬는 것 처럼.

처음 육지 위로 올라왔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몸이 마를 때 까지 뛰어놀다 느꼈던.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느낌은 '공포' 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물 속에서, 숨을… 

문득,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급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수조의 끝은 천장과 맞닿아 있었고,

다 헤진 꼬리는 아무리 헤엄쳐봤자 내 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지 못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뻐근함 이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있지, 하다가 수조 안에 누워있는 인어를 보게 되었다. 

"......"


뭔가,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인어와 달랐다.


신비롭다기보다 볼 품 없고 초라한···

마르고 흰 상반신은 같고,

아, 그래. 빛이 없었다. 그 밑으로 빛에 따라 연두, 파랑, 보라색을 오가며 빛나던 꼬리.

비늘이 내던 빛이 사라져 그 꼬리는 한없이 탁한 빛을 내고있었다.

남은 꼬리는 다 찢어진 비닐봉지 같다고생각이 들 만큼 초라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도 떨어지는 꼬리 비늘을보며, 직감적으로 너무나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욕심에 인어를 내 곁에 두었다.

이건 욕심의 결과였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왔다.

죄책감이라는 것이, 자꾸만 나를 찔러대서 인어가 보이지 않는곳으로

도피해야 했다.



밖으로 나와서 잠시동안 그냥 서있었다.

그냥, 베란다를 보면서 멍하니.


그러다가 

"··· 여보세요, 박사님."


차료 하지 못할 것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한숨 가득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어인족은 바다를 떠나 오래 살아 있을 수 없ㄷ···


'쨍그랑-'



무언가 크게 깨지는 소리가 집 전체를 울렸다.

그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도 전해졌던지 얼른 가보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씀에 급히 방으로 돌아갔을 때,

방을 차고 넘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산산조각난 수조 앞, 피투성이가 된 인어가 뒹굴고 있다.


아무곳에나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인어를 끌어안았다.

몸 곳곳에 유리 조각이 파고들어, 마치 제가 인어의 비늘인 양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위아래로  수십만원짜리 옷이 물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인어를 품에 더 꼭 끌어안은 뒤 무작정 몸을 일으켰다.

 욕실, 욕실로 가야겠다. 욕조에라도 물을 받아서··· 


아, 인어를 안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품에 안긴 인어를 내려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에, 수조가 깨지며 정신을 잃은 듯 꼭 감은 두 눈, 가지런한 속눈썹

그리고··· 물 속이 아닌, 공기 중에서 산소를 집어삼키느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과 살짝 벌어진 입.

이따금씩 콜록거리는 모습. 깨진 수조에 다가갔다.


수조가 그냥 깨졌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한 인어가 제 힘으로 수조를 깨고 나왔다는 결론.


욕조로 틀었던 몸을 돌려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 옆 위치한 침대 위에 인어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살구색이 드러나있는 상반신에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오로지 한 생각만 들었다. 이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면 살아갈 수 있을까.


인어는 이제 더이상 물속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살 수도 없는 몸이었다.

내 침대 위에 누운 인어를 보다가 몸을 일으켜 다시 핸드폰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생각나는, 이석민한테. 그리고···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병원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링거대,
호스는 내 손등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눈을 뜨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너에대한 기억이 싹 사라져있길 바랬는데.
아직 네가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 났다.

몸을 일으켰고,
가운을 입은 사람 아무나 붙잡아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물에 빠졌을 경우에 뇌수막염이…
증상은 고열, 구토, 두통, 오한으로 세균에 따라 사망률이…


하며 의사가 나를 붙잡고 내가 퇴원할 수 없는 이유를 오랫동안 늘어놓는 것 같았지만,
한 단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돈이 없다는 핑계로, 퇴원을 했고
병원을 나왔다.

해는 지고 있었고
소금기 가득한 옷은 아직 축축했다.

찬 바람이 불었고, 손이 시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동그란,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문득 네가 나를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넸던 진주가 생각났다.

그 난리 속에 용케도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진주를 꺼내보려는데,



'김민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고 네 이름이 핸드폰에 뜬다.
네게서 전화가 온 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핸드폰도 멀쩡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가 화면을 드래그 해 전화를 받았고,
아무 말 없는 너에 결국 여보세요,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입에 소금기가 남았는지 짜고 비릿한 맛이 가득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뱉어내고 몇 번 입맛을 다시는데,


-어, 그… 잘 지내냐. 너희 인어랑, 너랑…


"… …"


오늘 보내줬는데.


-인어는… 사람이 키울 수 없는거더라.


원우가, 죽었다.




네 목소리가 공허하다.





자꾸만 짤그락, 하며 꼬리의 비늘이 떨어졌다.

수조 밑, 바닥에 깔린 모래가 꼬리에서 떨어지는 비늘로 반짝이 가루를 쏟아놓은 것 마냥 반짝인다.


원우는 밤새 잠을 자는 대신 반짝이는 모래를 뒤섞어 비늘을 숨겼고,

비늘이 빠져 시든 채소마냥 검게 변하고 너덜해진 꼬리를 정리하며 손수 떼어낸 상한 꼬리 끝 조각도

수조의 바위 아래에 숨겼다.


그러다 날이 밝아오면,

수조 앞 모래에 모로 누워 잠든 민규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항상 그렇듯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원우의 눈빛이었다.


민규를 포함, 인간들은 모르는 '눈의 대화'. 원우는 민규를 보며 열심히 눈동자를 움직였다.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나는 죽는다.'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민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딱딱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서 그런지 

등허리가 삐걱이며 아파왔다.


그럼에도,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어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몸을 돌린 채 잠든 원우 때문이었다.


밤새 모래를 헤집은 원우를 알 리가 없는 민규는

수조 유리를 꽁꽁 두드려 기어코 원우를 깨워냈다.


그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뜬 원우가

몸을 돌려 민규를 본다.


"..."



자고 일어난 티가 잔뜩 묻어나는 얼굴과,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

항상 깔끔함을 유지하던 도련님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모습이다.


"... 밥, 밥 먹어야 하는데."


도련님이 갑자기 일어나 허둥거렸다.


어차피, 지금의 몸 상태로는 무엇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문득 무언가 먹고싶어지긴 했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그 생각을 한 순간 원우의 주위 물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비늘이 떨어진 꼬리는 찢어지고 있었다. 

민규가 눈치채지 못하게 쓰라린 꼬리를 움직여

물살로 붉은 기운을 밀어냈다. 

조금의 물거품이 나며 핏자국은 사라졌다. 


원우는

곧, 나도 저 모습이 되리라. 

생각했다.


문득 가슴이 답답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수압이 느껴졌다. 

대형 수조에 가득 찬 물이 원우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수압은 점점 세져서 곧 심장을 압박해 멎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 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둔하고, 힘들다. 

스치듯 내려다 본 꼬리가 다 헤져 민둥했다. 

나는 이제 헤엄칠 수가 없게 된 인어다. 


숨이 가빴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

꼭, 구멍이 좁은 빨대를 입에 물고 숨을 쉬는 것 처럼.

처음 육지 위로 올라왔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몸이 마를 때 까지 뛰어놀다 느꼈던.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느낌은 '공포' 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물 속에서, 숨을… 

문득,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급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수조의 끝은 천장과 맞닿아 있었고,

다 헤진 꼬리는 아무리 헤엄쳐봤자 내 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지 못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뻐근함 이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있지, 하다가 수조 안에 누워있는 인어를 보게 되었다. 

"......"


뭔가,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인어와 달랐다.


신비롭다기보다 볼 품 없고 초라한···

마르고 흰 상반신은 같고,

아, 그래. 빛이 없었다. 그 밑으로 빛에 따라 연두, 파랑, 보라색을 오가며 빛나던 꼬리.

비늘이 내던 빛이 사라져 그 꼬리는 한없이 탁한 빛을 내고있었다.

남은 꼬리는 다 찢어진 비닐봉지 같다고생각이 들 만큼 초라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도 떨어지는 꼬리 비늘을보며, 직감적으로 너무나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욕심에 인어를 내 곁에 두었다.

이건 욕심의 결과였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왔다.

죄책감이라는 것이, 자꾸만 나를 찔러대서 인어가 보이지 않는곳으로

도피해야 했다.



밖으로 나와서 잠시동안 그냥 서있었다.

그냥, 베란다를 보면서 멍하니.


그러다가 

"··· 여보세요, 박사님."


차료 하지 못할 것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한숨 가득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어인족은 바다를 떠나 오래 살아 있을 수 없ㄷ···


'쨍그랑-'



무언가 크게 깨지는 소리가 집 전체를 울렸다.

그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도 전해졌던지 얼른 가보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씀에 급히 방으로 돌아갔을 때,

방을 차고 넘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산산조각난 수조 앞, 피투성이가 된 인어가 뒹굴고 있다.


아무곳에나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인어를 끌어안았다.

몸 곳곳에 유리 조각이 파고들어, 마치 제가 인어의 비늘인 양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위아래로  수십만원짜리 옷이 물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인어를 품에 더 꼭 끌어안은 뒤 무작정 몸을 일으켰다.

 욕실, 욕실로 가야겠다. 욕조에라도 물을 받아서··· 


아, 인어를 안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품에 안긴 인어를 내려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에, 수조가 깨지며 정신을 잃은 듯 꼭 감은 두 눈, 가지런한 속눈썹

그리고··· 물 속이 아닌, 공기 중에서 산소를 집어삼키느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과 살짝 벌어진 입.

이따금씩 콜록거리는 모습. 깨진 수조에 다가갔다.


수조가 그냥 깨졌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한 인어가 제 힘으로 수조를 깨고 나왔다는 결론.


욕조로 틀었던 몸을 돌려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 옆 위치한 침대 위에 인어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살구색이 드러나있는 상반신에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오로지 한 생각만 들었다. 이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면 살아갈 수 있을까.


인어는 이제 더이상 물속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살 수도 없는 몸이었다.

내 침대 위에 누운 인어를 보다가 몸을 일으켜 다시 핸드폰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생각나는, 이석민한테. 그리고···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병원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링거대,
호스는 내 손등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눈을 뜨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너에대한 기억이 싹 사라져있길 바랬는데.
아직 네가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 났다.

몸을 일으켰고,
가운을 입은 사람 아무나 붙잡아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물에 빠졌을 경우에 뇌수막염이…
증상은 고열, 구토, 두통, 오한으로 세균에 따라 사망률이…


하며 의사가 나를 붙잡고 내가 퇴원할 수 없는 이유를 오랫동안 늘어놓는 것 같았지만,
한 단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돈이 없다는 핑계로, 퇴원을 했고
병원을 나왔다.

해는 지고 있었고
소금기 가득한 옷은 아직 축축했다.

찬 바람이 불었고, 손이 시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동그란,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문득 네가 나를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넸던 진주가 생각났다.

그 난리 속에 용케도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진주를 꺼내보려는데,



'김민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고 네 이름이 핸드폰에 뜬다.
네게서 전화가 온 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핸드폰도 멀쩡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가 화면을 드래그 해 전화를 받았고,
아무 말 없는 너에 결국 여보세요,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입에 소금기가 남았는지 짜고 비릿한 맛이 가득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뱉어내고 몇 번 입맛을 다시는데,


-어, 그… 잘 지내냐. 너희 인어랑, 너랑…


"… …"


오늘 보내줬는데.


-인어는… 사람이 키울 수 없는거더라.


원우가, 죽었다.




네 목소리가 공허하다.





자꾸만 짤그락, 하며 꼬리의 비늘이 떨어졌다.

수조 밑, 바닥에 깔린 모래가 꼬리에서 떨어지는 비늘로 반짝이 가루를 쏟아놓은 것 마냥 반짝인다.


원우는 밤새 잠을 자는 대신 반짝이는 모래를 뒤섞어 비늘을 숨겼고,

비늘이 빠져 시든 채소마냥 검게 변하고 너덜해진 꼬리를 정리하며 손수 떼어낸 상한 꼬리 끝 조각도

수조의 바위 아래에 숨겼다.


그러다 날이 밝아오면,

수조 앞 모래에 모로 누워 잠든 민규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항상 그렇듯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원우의 눈빛이었다.


민규를 포함, 인간들은 모르는 '눈의 대화'. 원우는 민규를 보며 열심히 눈동자를 움직였다.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나는 죽는다.'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민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딱딱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서 그런지 

등허리가 삐걱이며 아파왔다.


그럼에도,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어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몸을 돌린 채 잠든 원우 때문이었다.


밤새 모래를 헤집은 원우를 알 리가 없는 민규는

수조 유리를 꽁꽁 두드려 기어코 원우를 깨워냈다.


그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뜬 원우가

몸을 돌려 민규를 본다.


"..."



자고 일어난 티가 잔뜩 묻어나는 얼굴과,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

항상 깔끔함을 유지하던 도련님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모습이다.


"... 밥, 밥 먹어야 하는데."


도련님이 갑자기 일어나 허둥거렸다.


어차피, 지금의 몸 상태로는 무엇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문득 무언가 먹고싶어지긴 했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그 생각을 한 순간 원우의 주위 물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비늘이 떨어진 꼬리는 찢어지고 있었다. 

민규가 눈치채지 못하게 쓰라린 꼬리를 움직여

물살로 붉은 기운을 밀어냈다. 

조금의 물거품이 나며 핏자국은 사라졌다. 


원우는

곧, 나도 저 모습이 되리라. 

생각했다.


문득 가슴이 답답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수압이 느껴졌다. 

대형 수조에 가득 찬 물이 원우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수압은 점점 세져서 곧 심장을 압박해 멎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 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둔하고, 힘들다. 

스치듯 내려다 본 꼬리가 다 헤져 민둥했다. 

나는 이제 헤엄칠 수가 없게 된 인어다. 


숨이 가빴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

꼭, 구멍이 좁은 빨대를 입에 물고 숨을 쉬는 것 처럼.

처음 육지 위로 올라왔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몸이 마를 때 까지 뛰어놀다 느꼈던.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느낌은 '공포' 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물 속에서, 숨을… 

문득,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급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수조의 끝은 천장과 맞닿아 있었고,

다 헤진 꼬리는 아무리 헤엄쳐봤자 내 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지 못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뻐근함 이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있지, 하다가 수조 안에 누워있는 인어를 보게 되었다. 

"......"


뭔가,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인어와 달랐다.


신비롭다기보다 볼 품 없고 초라한···

마르고 흰 상반신은 같고,

아, 그래. 빛이 없었다. 그 밑으로 빛에 따라 연두, 파랑, 보라색을 오가며 빛나던 꼬리.

비늘이 내던 빛이 사라져 그 꼬리는 한없이 탁한 빛을 내고있었다.

남은 꼬리는 다 찢어진 비닐봉지 같다고생각이 들 만큼 초라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도 떨어지는 꼬리 비늘을보며, 직감적으로 너무나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욕심에 인어를 내 곁에 두었다.

이건 욕심의 결과였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왔다.

죄책감이라는 것이, 자꾸만 나를 찔러대서 인어가 보이지 않는곳으로

도피해야 했다.



밖으로 나와서 잠시동안 그냥 서있었다.

그냥, 베란다를 보면서 멍하니.


그러다가 

"··· 여보세요, 박사님."


차료 하지 못할 것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한숨 가득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어인족은 바다를 떠나 오래 살아 있을 수 없ㄷ···


'쨍그랑-'



무언가 크게 깨지는 소리가 집 전체를 울렸다.

그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도 전해졌던지 얼른 가보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씀에 급히 방으로 돌아갔을 때,

방을 차고 넘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산산조각난 수조 앞, 피투성이가 된 인어가 뒹굴고 있다.


아무곳에나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인어를 끌어안았다.

몸 곳곳에 유리 조각이 파고들어, 마치 제가 인어의 비늘인 양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위아래로  수십만원짜리 옷이 물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인어를 품에 더 꼭 끌어안은 뒤 무작정 몸을 일으켰다.

 욕실, 욕실로 가야겠다. 욕조에라도 물을 받아서··· 


아, 인어를 안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품에 안긴 인어를 내려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에, 수조가 깨지며 정신을 잃은 듯 꼭 감은 두 눈, 가지런한 속눈썹

그리고··· 물 속이 아닌, 공기 중에서 산소를 집어삼키느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과 살짝 벌어진 입.

이따금씩 콜록거리는 모습. 깨진 수조에 다가갔다.


수조가 그냥 깨졌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한 인어가 제 힘으로 수조를 깨고 나왔다는 결론.


욕조로 틀었던 몸을 돌려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 옆 위치한 침대 위에 인어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살구색이 드러나있는 상반신에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오로지 한 생각만 들었다. 이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면 살아갈 수 있을까.


인어는 이제 더이상 물속에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살 수도 없는 몸이었다.

내 침대 위에 누운 인어를 보다가 몸을 일으켜 다시 핸드폰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생각나는, 이석민한테. 그리고···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인어는… 사람이 키울 수 없는거더라."


내 마음대로 인어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열린결말… 은 아니고 외전도 있습니다.


외전 스포

:

[민원/석순] 인어 11 | 인스티즈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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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어억 오랜만에 글잡 왔다가 제목 보고 바로 들어왔어요 ㅠㅠㅠㅠㅠ 덕분에 예전 글까지 다 정주행하고 왔는데 아직도 가슴이 찌릿거리고 ㅠㅠㅠ 계속 느끼는 거지만 커플 각자 짠한 포인트 다른 게 너무 잘 어울려서 좋고 또 슬퍼요 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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