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분간 못 올 것 같아서 폭풍으로 썰 풀려고 작정하고 왔다 으핳. 잘 왔지? ㅋㅋㅋ
근데 나 진짜 늙었나ㅋㅋ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맨날 까먹는다니까;; 내가 2년 전까지만 해도 안 이랬는데... 하ㅠㅠㅠㅠㅠ
일단은 먼저 우리, 김지원과 나의 관계의 정의부터 내리는게 편할 것 같으니까 본격 연인이 된 계기를 풀어볼게.
저번에 했던 이야기부터 이어지는데.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내가 실수로 백스테이지를 잘 못 찾아 들어가게 된 거야.
이건 뭐 호구도 아니고ㅋㅋㅋㅋ 복잡한 뒷 공간 구조에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누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ㅋㅋㅋㅋㅋ
나 무서웠다. 진심으로! 쭈뼛쭈뼛 인영에게 다가가 슬쩍 말을 걸었어. 길을 물어보려는 심산이었거든ㅋㅋㅋ
"저기요...?"
"..."
말을 거니까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데 이게 웬걸! 바비랑 판박이네? 하하. ...ㅋㅋㅋㅋㅋ
김지원은 감동이 후유증처럼 남아있던 건지 매니저는 어디다 떼어두고 혼자 복도에서 쭈그려 앉아 질질 짜고 있더라.
나를 보더니 눈을 벅벅 닦고 빨간 토끼 눈이 돼서는 샐죽 웃는데 그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어ㅠㅠㅠㅠ
말했잖아. 저 때는 내가 아직 밥덕 시절이었지ㅋㅋ큐ㅠㅠㅠ
"왜, 왜 울고있어?"
"안 울었어! 진짜!"
안 울었다고 발끈하는 김지원 앞에 쭈그려 앉아서 그냥 가만히 눈을 맞추는데, 어흑. 그때 기준 내 가수가 참 사랑스럽더라고ㅠㅠ
"너는 왜 여기 있어? 여기 백스테이진데..."
"아. 내가 너 때문에 공방이고, 행사고 엄청 뛰었는데 백스테이지는 들어온 적이 없어서 길을 잘 모르겠어."
"그래서 길을 잃었다, 이거지?"
대답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뭐가 좋다고 또 지 혼자 실실 쪼개ㅋㅋㅋ
내가 길을 잃은 게 좋으니? 나쁜 놈! ㅋㅋㅋ
"겸사겸사 나가는 길 좀 알려줘."
"너 나 하도 많이 봐서 연예인 같지도 않지, 이제."
"에이, 무슨. 아직은 그래도 조금 바비 같아."
"아. 뭐냐 그게! 길 잃어서 잘 됐다, 진짜."
...? 내 귓구녕이 잘 못 된 건지 저 자식이 개소리를 하는 건지 조금 헷갈렸지만 아마 후자같아ㅎㅎ
내가 슬쩍 노려보니까 내 손을 잡고 끙차 소리를 내면서 일어나서 그대로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걸어가는데 어디고 가는건지?
"길 잃어서 잘 됐다."
"아니. 근데 이게 진짜."
"꼭 한 번 그냥 이야기해 보고 싶었단 말이야."
"어?"
헉했다. 나 진짜 헉했다. 아직은 동경이던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데 안 심쿵하고 베기니?
지금 남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리도 안 됐고 심장도 벌렁거려 죽겠는데 이거는 남의 속도 모르고 실실 웃으면서 손을 잡고 흔드는 거야ㅋㅋㅋ
"우리 일 년 동안 엄청 많이 봤잖아, 그치."
"그치. 정확히는 내가 열나게 쫓아다녔지."
"무슨 말이 그래."
김지원은 내 말을 듣더니 또 열심히 웃어. 내가 개그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는 쥐어박고 싶었는데 이 때 지은 웃음은 내가 김지원을 알아 왔던 중 최고로 예쁜 웃음이었어.
온전히 나한테만 웃어주는 거라서 그런 건가? ㅎㅎ;;
"여기, 출구."
"오! 고마워, 안녕."
"어? 아, 잠시만! 잠시만."
출구도 찾았겠다 아무런 미련없이 가려던 날 급하게 잡길래 뭔가 싶어 돌아보면 급하게 종이를 꺼내 들더니 글자를 막 휘갈겨.
그리곤 내 손에 꾸깃꾸깃 접힌 종이를 꼭 쥐여주면서 말해.
"연락해 줄래? 친구하자."
"... 너 참 겁도 없다. 내가 이거 뿌리면?"
"그럴 리가! 넌데?"
"뭘 믿고."
"얼마나 봤는데 그걸 모를까 봐!"
"하아.., 들어가. 멍청아."
무턱대고 사람 잘 믿는 김지원이었어, 스물한 살의 김지원은. 진짜 호구 같을 정도였지. 내가 사생이었으면 넌 끝났어. 새끼야ㅋㅋㅋㅋ
근데 연락해면 연락해지 연락해 줄래는 뭐야ㅋㅋㅋㅋ 김지원은 바보같이 웃으면서 끝까지 손을 흔들흔들하다 들어갔고 나는 집에 왔어.
솔직히 연락처 받고도 한동안 연락을 못 했다. 아니. 글씨를 그렼ㅋㅋㅋㅋ 숫자도 그렼ㅋㅋㅋㅋ
번호가 이게 맞나 확신이 안 서서 연락을 못했지, 정확히는.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흐르고 어느덧 우리의 스물 한 살도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어.
연말을 약 이틀 남겨뒀었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잘못 연락한 거면 그나마 덜 쪽팔리잖아ㅋㅋㅋㅋㅋㅋ
"여보세요?"
"...으으, 누구?"
"김지원?"
자던 중이었는지 잠긴 목소리에 한참 동안 대답이 없더니 우당탕탕 소리가 거창하게 나고 나서야 허겁지겁 대답을 하는데ㅋㅋㅋㅋㅋ
아주 숨넘어가겠다 새끼야ㅋㅋㅋㅋ
"악, 으악! 드디어 연락했네? 친구 해 줄 마음이 생겼어?"
"진작 하고 싶었는데 너도 잘 알겠지만 네 글씨가 좀 더러워야지."
"하하. ...그 정도는 커버해 줘. 너도 알겠지만 이 오빠가 좀 잘났어야지."
"쯧."
내가 혀를 차니까 금세 풀이 죽어서는 힝힝거리는뎈ㅋㅋㅋㅋㅋㅋ 이런 반려동물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니까ㅋㅋ
서로 낄낄대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바비의 이미지는 이미 탈피된 지 오래.
김지원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좋게 발라버리듯 실제로 김지원은 더 똥꼬발랄... 했어.
"바로 연락해줬으면 크리스마스라도 같이 보낼까 했는데."
"사람 많으면서. 놀 사람."
"에이. 친구라고 할 사람은 몇 안돼. 다 남자고. 그리고 너랑 같아?"
"그게 문제야?"
뭘 하는지 대답은 안 하고 슥슥 거리는 소리가 나던 중에 다시 악!
하는 소리가 나서 뭔가 했는데 달력을 떨어트렸는데 발등에 찍혔단닼ㅋㅋㅋㅋㅋㅋ
"삼십일 일 날 시간 돼? 올해 가기 전에 또 보고 싶은데..."
"연말? 마지막?"
"응. 그날. 나 공백기라 당분간 활동도 안 하니까."
"컴백 준비는 안 하고?"
"준비야 늘 틈틈이 하지. 내년 상반기 말쯤 예상 중!"
"칠, 팔월쯤이겠네."
"보러 오게?"
"당연한 걸 뭘 물어."
내 말을 들은 김지원은 기분 좋게 웃었어. 목소리가 불 정확한 걸 보아하니 이불에 얼굴을 묻고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ㅋㅋ
멍하니 삼십일 일 스케줄이 있나 생각하는데 잔뜩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거절도 못하게.
"그래서 삼십일 일은?"
"김지원. 너 한가하지."
"아! 뭐래! 아니다! 너네 오빠 바쁜 남자야. 근데 친구 사귀었으니까. 어, 밥이라고 한 끼 사줄까 하는 거지!"
"아, 아. 그러세요?"
"그래! 바비랑 밥이나 먹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열변을 토로하는 김지원을 뒤로하고 박장대소를 하며 알겠다고 약속을 잡았어.
그리고 내가 다음으로 김지원을 만난 건 삼일 뒤인 12월 31일 그 해의 마지막 날이었어.
to B continued |
분량이... 늘어났나 모르겠습니다 ㅠㅅㅠ 제가 뭐라고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부, 부끄럽사와요 ;_; 그냥 편하게 비컨뉴씨ㅋㅋㅋㅋ 비컨씨 비컨아!!! 하셔도 되고, 비컨님!!! 작가님은 부끄럽네요, 헷. 물론 싫지 않습니다! 읽고 좋아 해 주시는 독자분들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제 주제에 암호닉이라니 정말 과분하지만 언제든 받고 있습니다 :^D 김밥 님 감사합니다 :~> 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