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들으시면서 보시는걸 추천해 드려요:)
누가 봐도 우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소위 말해 '조용하고 공부 잘하는 애',너는 '맨날 잠만 자는 애'로 통했으니까 말이다. 제비 뽑기를 해 자리를 정하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나빴던 건지 너와 나는 짝이 되었고,한동안 서로서로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었다. 한 달에 한 번,일주일 씩 하는,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법에 걸려 아무것도 못하고 아침부터 배를 붙잡고 책상에 엎드려 끙끙 댔던 적이 있었다. 너는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자리에서 일어나 반을 나가더니,몇 분뒤 초콜릿을 사들고 돌아왔다. 몇분간 잠잠 하더니,너는 손을 올려 내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어,왜?" "아픈 것 같아보여서.이거라도 먹으라고." "어...고마워.잘 먹을게." 잠시동안 머뭇 거리더니,아픈 것 같아 보인다며 내게 초콜릿을 건넸다. 그 뒤로 우린 점점 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가벼운 장난 까지 대수롭지 않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너가 공부를 하겠다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너는 '너랑 같은 대학교 갈려고.같이 다니면서 너 괴롭혀야지.'라며 지그시 웃으며 대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정말로 넌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간간히 모르는 문제도 나에게 물어 봤다. 내 옆에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내 말에 경청하는 너를 보며 심장께가 두근 거렸고,아마 그때 부터 내가 널 좋아하기 시작했던 걸 지도 모르겠다. 그때 너와 나의 관계는 쉽게 설명 할 수 없는 애매한 관계였다.애인과 친구,딱 중간 그 어디쯤. 우리가 같이 하교를 하던 때 였다. 머뭇 거리며 손을 잡을까 말까,고민 하는 사이 너가 내 손을 덥썩,잡았다. 대화와 대화 사이의 공백,일종의 행간. 팽팽하게 유지 되었던 긴장과 간격. 떨리는 맘으로 손을 맞잡으니 긴장이 풀어졌고 간격은 허물어졌다. 잊으라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 내가 어떻게 그 날을,너를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