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민을 많이 했어. 응, 고민을 많이 했거든?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까 하는 고민.
하, 가뜩이나 바쁜데 잡생각이 막...ㅋㅋㅋㅋ 바쁘기는 무슨. 그래, 나 한가하니까 천천히 풀게.
어쨌든 어디부터 이어갈까 고민을 꽤나 했는데 그냥 활동을 하던 중에 김지원이랑 팬과 가수가 아니라 친구 대 친구로 만난 날부터 이야기 해 보자.
"김지원. 내가 저번에도 물었지만 너 한가하지?"
"아니야. 이 오빠 바빠. 너도 맨날 보니까 알잖아!"
"발끈 하기는."
컴백을 한지도 벌써 3주째로 접어들고 있었어. 야밤에 오랜만에 김지원을 만났는데 활동이 많아서 그런가 피곤해 보이더라고.
괜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걔네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날이었지.
"주스?"
"아, 노탄산으로."
"탄산 싫어해?"
과일 주스를 꺼내 따르는 김지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더니 의외라는 표정으로 내 앞에 잔을 내려놓는 거야.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딱 김지원ㅋㅋㅋㅋㅋ
"이 오빠가 탄산 같은 매력을 가지셨는데 탄산을 싫어한다니!"
"개소리 좀 작작하자."
주스를 들이켜며 김지원을 향해 말했더니 또 혼자 꽁해서는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몸을 반쯤 엎드려.
볼면 볼수록 애 같다니까ㅋㅋㅋ 개소리는 좀 심했나 싶어서 주스를 다 마시고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더니 움찔거리는 거야.
왜 움찔거리는 건데 도대체ㅋㅋㅋ
"김지원. 삐쳤어?"
"..."
"야, 김지원."
묵묵부답. 진짜 제대로 삐친건지 삐친 척을 하는 건지 몰라도 지금 상태로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은 거야.
피곤하기도 할 거고. 김지원을 두고 일어서서 갈 채비를 하니까 애가 놀라서 일어나.
와, 우리 바비 눈 컸구나ㅋㅋㅋㅋㅋㅋ
"어. 가게?"
"응. 너도 좀 쉬고."
"데려다 줄게."
"너 데려다 줄게, 그거 입 버릇이지?"
분명히 저번에 만났을 때도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말했는데 눈썹을 꿈틀하더니 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와서 눈 높이를 맞추곤 말해.
"입버릇이라니. 넌 여자잖아. 더군다나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
"남자한테는 데려다 줄까 안 물어봐. 으, 징그럽게."
김지원의 마지막 말이 끝나고 서로 한참 눈을 보고 웃다가 괜히 나와서 스캔들 만들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떠밀고 집에 돌아왔지.
김지원한테 문자를 보내고 씻고 잤어. 그리고 다음날은 끔찍한 날의 시작이라고 해둘까?
"어으으, 피곤하다."
입에 칫솔을 물고 폰을 보는데 실시간 검색어 대부분이 바비로 도배 돼 있는 거야.
급하게 양치를 끝내고 뭔가 싶어 살펴보니까 말도 안되는 기사들이 수두룩 빽빽해.
김지원, 바비로 시작해서 태도 논란, 바비 폭력. 이것들은 양반이고 여자관계에 도박까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지. 이게 뭔가 싶더라니까. 기사를 클릭해서 보는데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았어.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잖아. 웬 여배우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뜨는데 그게 어제이지를 않나.
태도 논란은 김지원에게서 비롯될 수 없는 것들이고. 매번 보지만 요즘 피곤해서 지칠 텐데도 웃어주고 무대에서는 미친 듯이 즐겼으니까.
도박은 말 같지도 않지.
폭력은 매니저를 장난스레 툭 치는 부분이었는데 누가 봐도 장난이잖아. 근데 기사에서는 매니저분이 직접 밝혔다고 쓰여있지를 않나.
정말이지 손이 떨리고 눈앞이 새하얗게 질리더라니까.
김지원한테 연락을 해야 되나 싶었는데 일단 공식적인 입장이 있을 때까지는 잠자코 있자고 생각했어.
어떻게 삽시간에 이 많은 것들이 한 번에 터질 수가 있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피드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매스컴은 하나같이 김지원을 까내리고 비난하는 글로 가득했어.
팬카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종지부를 찍었지. 믿는다는 사람, 돌아섰다는 사람.
탈퇴는 고사하고 모든 게시판이 온갖 욕으로 들끓었거든.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응원하던 사람들이 맞나 싶더라.
"아, 미치겠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불안해지는 거야.
기사 터진지 반나절이 지나가도록 아무런 피드백이 없으니 그나마 믿는다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나는 속이 터져 나가는 거지.
"김지원. 받아라. 받아라, 좀."
신호음은 가는데 상대방은 묵묵부답.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다음날이 됐는데도 매스컴은 김지원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어.
집이라도 찾아가 봐야 되나 했지만 기자들이 몰려 있을 것 같아서 고이 접었지.
멍하니 앉아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 싫은 이 엿 같은 상황에 한숨만 지을 뿐이었어.
김지원
진동이 울렸고 액정에 뜬 세 글자는 김지원의 이름이더라.
"여보세요."
"..."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건 김지원의 목소리가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는 김지원의 숨소리뿐이야.
to B continued |
드디어 사건의 일면이 공개 됐네요 :) 얼른 얼른 쓰겠습니다. 그럼 앙용! 김밥 님 시계 님 고데기 님 바나나 님 항상 들러 주셔서 고마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