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련의 그대에게 우산 끝을 따라 흐르는 빗방울에, 여느 때보다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에, 토요일이 생각난 건 나뿐이 아니었네요. 돌아섰다고 믿었던 계절은 속도 모르고 다시 찾아왔어요.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아무리 다가와도 직접 말해 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랑, 이게 우리예요. 사랑은, 우리가 함께 마주한 환상이라고요. 이제 와서 붙잡아봤자, 다시 시작하자는 말은 소용없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린, 아니 난 당신에게서 너무 멀어졌어요. 한참을 걷고, 또 걸어야 당신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 정도예요. 지쳤어요, 힘들고 더는 못 따라가겠어요. 당신의 마음은 날 추월하고도 남았지만, 나는, 난....... 당신이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 믿고, 날 잊으라고 했어요. '우리'라는 문장은 이미 끝나버린 지 오래였지만, 두 손을 맞잡은 당신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이 문장의 마침표가 있었죠. 괴로워요.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세요. 그만 날 버려 주세요. 저는 당신을 잊었어요. 그러니 당신도 날 버리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요. 당신, 오늘 밤은 내가 아닌 당신의 평안을 빌며 잠들었으면 해요. 너무 많은 밤을 지새웠어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출을 기다리는 짓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 잠들고 일어나면, 해는 언제나 당신을 향해 뜨고 있으니까, 제발 푹 자요. 맑고 투명한 액체. 한두 번의 깜빡임 끝에 떨어지는 물. 하늘에서 시작된 것인지, 당신의 눈에서 내리는 것인지. 토요일이 찾아올 때마다 비를 바라는, 당신의 눈에서 내리는 것인지. 일단 난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지낼게요. 그곳을 조용히 떠나고, 그것을 서서히 잊을게요, 그게 뭐든, 만약 그게 당신이라고 해도 난 지울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부디 잊어요. 새로운 지구를 찾아요. 이제 당신의 회전축은 내가 아니에요. 새로운 지구 곁에서는 항상 웃어요, 울지 말고 웃어요. 답신은 주지 마세요. 이 편지를 끝으로, 우리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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