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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go_94 전체글ll조회 535l 1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빛의 선혈들이 그닥 기분을 좋게 만들지는 못했다. 바람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착각인지. 천장에 달린 주황빛 전등이 두어번 양옆으로 흔들렸다. 전등이 비추고 있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전부 어두웠고, 유일하게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와 의자에 묶여있는 남자였다. 그는 검은색 구두로 아직 스며들지 않아 물처럼 흐르는 붉은 것들을 옆으로 밀어내었다. 새빨간 선혈이 한곳으로 몰려 이내 빛의 경계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얹어졌다. 그는 투명한 액체가 와인잔에 레몬인지 무엇인지도 모를 과일까지 꽂아 묶여있는 남자에게 내밀었다. 마시지 않으려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남자에게 그는 억지로 입을 벌려 액체를 남자의 입에 모두 쏟아넣었다. 힘만 미친놈처럼 세네. 남자의 이에 긁힌선지 어느순간부터 피가 나기 시작한 손가락을 그는 흘깃 바라보았다. 순간 몸이 결박된 남자가 온몸을 비틀며 미친듯이 발작하기 시작했다.  

 

 

 … 더럽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들고있던 와인잔을 붉은빛으로 얼룩덜룩한 바닥에 내리쳤다. 그는 화를 내려 그것을 던진 것이 아니였다, 그저 누군가의 더러운 피를 자신에게서 씻어내려 했을 뿐이다. 유리로 잔이 깨지면서 파편이 튀기라도 했는지 모서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새카만 고양이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사방을 부산스럽게 뛰어다녔다. 그는 아무 없이 이니셜이 박힌 작은 총을 들어 고양이를 향해 쏘았다. , , . 조준력이 뛰어나지는 못했는지 다섯 가량의 총성 후에 까만 짐승의 비명이 잦아들며 칠흑같던 털이 붉게 물들어나갔다. 낮게 한숨을 내쉰 그가 이내 발닥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채 아무 미동도 없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죽은건가, 분명 치사량은 넘지 않았는데.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칼을 잡아 고개를 들게 하려던 순간 그가 떨고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 지치긴 지쳤겠지. 천천히 무릎을 굽혀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니까, 진작에 우리 여왕님이 알려달라는 것에 제대로 대답만 했으면 됐잖아요

 

 … . 

 

  그렇게 끝까지 반항해요나는 잔인한 싫어한단 말이야

 

 

 마치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그가 천천히 무릎을 펴고 섰다. 순간 마주했던 남자의 눈동자에서 그는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내적 갈등을 보았다. 인간은 약해빠진 존재, 특히 고통이나 사랑같은 감정 앞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안타깝다는 듯이 뺨을 손끝으로 쓸듯이 만지작거리던 그가 이내 옆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피에 절은 입가에서 간신히 새어나온 것이였다. 그는 남자의 마음이 조금씩 설득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인간은 죽지 않으려 가족까지 배신하는 이기적인 존재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네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시킨 윗대가리 이름이 뭐야

 

 

 D, Daren … Hazelle, 입을 여는것도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겨우겨우 한자씩 내뱉는 남자에 그는 만족스럽다는듯이 미소짓더니 주머니에서 흰색 수첩을 꺼내들어 몇가지를 적어냈다. 이름이 Daren?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는? … 42정도 될거야. 후로 몇가지 질문이 오고가는 동안 남자는 미친듯이 고통스러워했으나 그는 그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펜을 움직일 뿐이였다. 남자가 고통에 결국 반쯤 정신을 넣었을 때쯤에야 그는 남자를 묶고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움직이지도 않을 다리를 비틀거리며 딛고 일어선 남자의 관자놀이에 순간 검은색 총구가 닿았다. 고개를 남자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차갑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 살려줘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입을 남자의 손이 총을 치우려는 위로 향했지만 입에 닿는 그의 희고 고운 손에 입을 다물었다. 그가 예쁘다고 칭할 있을정도로 아름답게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Au revoir, vous.

      가요, 그대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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