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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도시들ll조회 681l 1

*만화 죽음과 그녀와 나에서 설정을 가져온 글 입니다.*

*치환 기능이 조금 불쾌하실 수도 있는 소재라서 사용하지 않았어요.*

*귀신 관련 소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죽음과 그와 나

W. 반짝이는도시들


"너한테는 빛이 나. 아주 환한 빛.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야."

"나랑 같이 가줘. 외로워, 무서워."


어쩜 그리 하나 같이 다 레퍼토리가 똑같은지.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정말.


여주는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코 앞에 와서 고개를 들이미는 귀신이 거슬렸기 때문이다.기괴하게 비틀린 팔다리와 바짝 굳어 딱지처럼 보이는 핏자국들을 보아하니 교통사고로 죽은 귀신이었다.모른 척 가방을 메고 문을 나서자 발을 절며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여주는 더욱더 확신했다.100% 교통사고네.



***

불행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지만 대개 찾아오는 방법은 비슷하다.크게 아프게 된다던가, 집이 갑자기 망한다던가 하는 그런 일들.


여주의 경우는 크게 앓고 난 뒤부터 인생이 꼬인 팔자였다.7살. 또래 애들처럼 잘 뛰어놀던 여주는 갑자기 열이 펄펄 나더니 며칠을 앓아 누웠다.응급실에서 중환자실까지 옮겨갈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으나 원인은 알지 못했다.일단 해열제를 투여했으니 반응을 지켜보고...따위의 말만 오갈 뿐이었다.

열이 내리자 여주의 부모님은 한숨 돌렸으나 여주의 세상은 뒤죽박죽이 되었다.분명 여주의 옆 침대에는 어린 여자애가 인형을 들고 앉아 있었는데 부모님은 누구랑 이야기 하냐며 기함했다.여주 말고는 그 누구도 그 아이를 보지 못했다.여주가 아이의 인상착의를 술술 말하자 간호사 한 명의 얼굴이 시퍼래졌다가 하얗게 질렸다.

그 아이는... 소아 병동에 있다가 어제 장례식을 치른 아이인데...

여주가 최초로 본 귀신이었다. 여주는 그날 이후 귀신에게 다리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귀신도 다리가 있었다. 얼핏 보면 사람이랑 구분이 안 갈 정도였지만 그림자가 없다는 것만 달랐다.

그날 이후 귀신들은 끊임없이 여주를 찾아왔다.하는 말은 늘 비슷했다.너한테서는 빛이 나. 그래서 너를 찾아오게 돼. 너랑 같이 걸으면 안 무서울 것 같아. 우리랑 같이 가자.눈이 멀었으면, 귀가 멀었으면 하고 무수히 오랜 시간을 기도했으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변에는 사람보다 귀신이 더 많이 남은 날도 있었다. 여주는 그렇게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누가 날 좀 제발 도와주세요 하고 울며 빌던 시간은 옛날 이야기였다. 사람은 적당히 상대하고 사람이 아닌 것들은 적당히 외면하는 나날들.그래서였을까. 여주는 재현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아 쟤도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있구나. 뭔가를 애써 모른 척하며 사는 애구나.


***

재현의 등장은 주변에 무관심한 여주도 알아차릴 정도로 큰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뚜렷한 이목구비, 또래 남자애들과는 달리 깨끗하고 매끄러운 피부, 균형 잡힌 몸. 재현은 꼭 인터넷 소설이나 순정 만화에 나올 법한 수식어들이 잔뜩 붙은 애였다. 여자애들은 물론이고 남자애들도 그 애의 얼굴을 보면서 감탄했다. 와 솔직히 저런 얼굴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게 사기 아니냐 하는 그런 감탄들이 복도를 떠돌았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그러나 재현은 그런 소란스러움이 자신과는 상관 없다는 듯 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어폰을 낀 채로 지내거나 귀마개를 꽂았다. 음악을 어찌나 크게 듣는지 재현의 근처에 있으면 재현이 어떤 노래를 듣는지 알 수 있었다. 의외로 재현은 시끄러운 밴드 음악을 선호했다. 클래식이나 발라드만 들을 법한 외모와는 딴판이었는데 여자애들은 그게 매력적이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재현은 사람들을 적당히 상대하다가도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하곤 했다. 수돗가에 한참을 서있다가 들어온다거나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서 공을 뻥뻥 찼다. 다른 애들은 잘생기고 공부까지 잘하는데 저 정도 특이함이야 뭐 하며 넘겼지만, 여주는 알았다. 쟤도 뭔가가 보이는구나. 재현이 공을 찰 때 운동장에는 맨날 운동장 구석에서 울던 꼬마 귀신이 있었다. 재현과 공을 같이 차는 모양이었다. 정말 신이 난 듯 보조개까지 보이며 공을 차는 정재현이 처음으로 신경 쓰이는 날이었다.


***

재현에게 약간의 동질감 같은 걸 느꼈지만 사람은 적당히 상대하자는 여주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재현에게 애써 말을 걸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딱히 재현이 숨기려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으나 남들과 다르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러나 머지않아서 재현과 여주의 사이에는 접점이 생겼다.

계단을 내려가던 여주가 맞은 편에서 뛰어오던 남자애를 피하려 하다 계단에서 넘어진 날이었다. 복도에는 사람이 꽤나 많았고 여주가 요란스럽게 넘어진 탓에 그 사람들의 시선이 다 여주에게로 쏠렸다. 그러나 여주를 걱정하는 시선 보다는 웅성거리는 손가락질이 더 많았다.뭐야 아무도 없는데 왜 혼자 넘어져. 야 쟤 귀신 본다잖아. 헐 방금 귀신 본거야?


뛰어오는 모습 때문에 자세히 못 봤는데 남자애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사람들이 비아냥 거리자 여주 뒤에 서있던 남자 귀신이 여주를 돌아보며 웃었다.

바보 바보 속았지롱.

혀까지 쑥 내밀며 놀리는 모습이 너무 얄미워 입술만 꾹 깨무는데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적당히 해라."


정재현이었다.


얼핏 듣기에 재현의 말은 여주를 향해 수근거리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러나 여주는 그게 아이들이 아닌 저 남자 귀신에게 향한다는 걸 알았다.재현의 외침 때문에 복도에 정적이 흐르자 재현은 여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여주를 부축했다.

"나가서 이야기 하자."

재현의 말에 여주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뒤뜰로 간 재현과 여주는 처음으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처음이었지만 두 사람은 통하는 게 있어서인지 어색함 없이 잘만 이야기를 나눴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궁금해서 묻는 건데 정말 뭐가 보이는 거야?"

평소였으면 불쾌했을 법한 질문인데 정말 궁금한 듯 물어오는 재현의 모습에 여주는 평이하게 대답했다.

"응. 이것저것 다 보여. 저번에 너랑 운동장에서 공 차던 꼬마도 봤고, 오늘은 계단에서 남자애도 봤고.그러는 너는? 너도 보이는 거 아냐?"

여주의 답변에 아 그때 봤구나 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재현은, 여주의 질문에 씨익 웃어 보였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나는 보이는 게 아니라 들리는 쪽.뭐 가끔 희미하게 보일 때는 있는데 거의 잘 안 보여."

장난스럽게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이어폰을 툭툭 치던 재현은 말을 이어갔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근데 정말 뭐가 있긴 있구나. 나는 거의 소리만 들리니까 내가 미친 줄 알았어.아무도 못 듣는데 나만 들으니까."

조금 쓸쓸한 얼굴을 한 재현을 보던 여주는 어쩐지 옛날 자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보인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던 날들. 그림자가 없는 것들 사이에서 덩그러니 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던 어린 날의 여주 자기 자신. 아 이 애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왔겠구나. 내가 눈을 가리거나 질끈 감으며 보내왔던 시간을, 이 애는 귀를 막으며 음악을 들으며 보냈겠구나. 사람은 적당히 상대하자가 모토인 여주였지만 차마 그런 얼굴을 한 재현을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주는 조곤조곤 말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니까."


무덤덤한 어조였지만 여주가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위로고 동질감의 표현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날보다 혼자 마음을 다스리던 날들이 많았던 여주는 위로에 서툴렀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너 위로 되게 못한다."


여주의 말에 개구지게 웃어 보이던 재현의 모습은, 사람들 틈에 껴서 적당히 대꾸하며 웃어 보이던 때와는 달라 보였다. 훨씬 더 편하고 예쁜 미소였다. 얘는 사람도 홀리게 생겼는데?... 나는 귀신들만 좋다고 붙어오는데. 여주는 결 좋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는 재현을 보며 생각했다.

"너 보조개 진짜 예쁘구나."


그렇게 멍하니 웃는 재현을 보던 여주는 생각 없이 재현에게 칭찬을 던졌다. 재현의 보조개는 정말 예뻤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뭐야 갑자기..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기 있어?"


여주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보조개를 더 깊게 패며 웃던 재현은 "여주 네 눈도 예뻐." 하고 말했다.

"이상한 거나 보이는 눈이 뭐가 예뻐."


칭찬이 어색해서 대답이 불퉁하게 나왔는데 재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NCT/재현] 죽음과 그와 나 上 | 인스티즈

"그러니까 더 예쁘지. 원래도 예쁜 눈이지만,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눈이잖아. 더 귀한 눈인거지."


사뭇 진지하게 말해오는 재현의 말에 괜히 여주는 고개만 깊게 숙였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말이어서 더 어색했다. 귀 끝과 목덜미가 뜨끈한게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여주가 고개를 들어 흘긋 보니 재현의 귓가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금 어색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와는 달리 편안했던 열 여덟 두 사람의 첫 만남, 첫 대화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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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글 진짜 좋은 거 같아요...작가님 재밌게 보고갑니다^_^
•••답글
반짝이는도시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독자2
글이 진짜 따듯한거 같아요 ㅠㅠ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ㅎㅎ
•••답글
반짝이는도시들
글이 따뜻하다는 말이 더더 따뜻하네요☺️🥰 감사합니다
•••
독자3
재현이가 여주를 위해 해주는 말이 너무 예뻐요 ,,, 최고야 ,, ♡
•••답글
반짝이는도시들
예쁜 말만하는 재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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