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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J와 러브레터 -03 | 인스티즈


J와 러브레터 -03

w.P92




나는 그 애와 있었던 일을 더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뭔가 자꾸 신경쓰이기도 하고, 자꾸 말로 뱉으면 더욱더 신경이 그 쪽으로 기울이기 마련이다.
해봤자 그 애가 날 호기심 아니면 더 나아가도 다른 반 친구 그 정도로 밖에 생각 안 할 것 이라는 것은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요 며칠은 단지 그 하루 몇 시간 일어났던 일로, 내 속이 시작과 끝을 모르니 풀 방도가 없는 엉킨 실타래 같았다.

다른 일이 손에 잡하질 않았다.



물론 잘 알지 못하는 남자애가 내 손을 턱턱 잡아댄다고 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나도 다행히 모태솔로는 아니었다. 중학생 때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지민과 내 사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래 가지 못 했다. 우리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그건 엄마끼리 워낙 친하기도 하고, 지민이 사람 손과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민과 내가 누가봐도 썸과 친구를 넘나드는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박애주의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기도 했다. 지민은 원체 작은 동물 하나도 지나치지 못 하는 애였다.
야리꾸리한 스킨십은 일절 찾아보기 힘든 그냥, 친구 였다.



그래도 등하교길에 계속해서 물어오는 지민탓에, 그저 그 퓨전음식점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는 말을 해 버렸다. 아니나다를까 지민은 일주일 내내 투덜거렸다.


"거기 나랑 가기로 했잖아. 진짜 넌 의리도 우정도 없다."
"……"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는 햇수만큼 쌓아온 우리 우정이 이렇게 보잘 것 없는진 오늘 처음 알았네."
"음식점 하나 가지고 우정은 무슨."




-----




사실 그 뒤로 그 애로부터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렇게 통보식 약속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 일은 그냥 역시 단순 해프닝같은 거에 지나질 않았던가 하는 생각에 안도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양가적인 감정에 스스로에게 놀랐다. 왠지 모를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사실은 관종 인걸까?


관종이라는 단어로 싸잡아 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듯이, 나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게 특히 싫었다. 조용히 소박한 일상을 즐기는 게 나와 잘 어우러졌다.



그럼 왜 미술동아리 부장씩이나 하고 있느냐고?
그건 과거의 나도 모를 일 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동아리에 입부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어딘가에 속해야 했다.

물론 거기엔 지민이 미술 동아리에 입부하자고 꼬드기는 것도 한몫했다. 가서 친구 사귀거나 그런 거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으니-잘 됐지 뭐-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거기엔 꽤 목소리 큰 선배가 있었는데, 당시 2학년으로 부장을 맡고 있던 호석선배였다.
진지한 구석이 별로 없어 보이고 장난기가 많지만 사실은 다정하고 세심한 면이 있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모두를 섭렵하는 포용력 하나만큼은 인정할만했다.
원래 부장은 바쁜 고3은 할 수가 없으니 2학년이 하는 게 맞지만, 호석 선배만큼은 전례 없는 1학년 때부터 부장을 도맡아 한 나름 꽤 우리 미술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런 호석선배는 저와는 성격이 정 반대인 날 제 여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어떻게 우리가 친해지게 된 것인지는 나도 구체적으론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역시 내 후계자는 너다!'하고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바람에, 모두가 암묵적으로 호석선배가 입시에 뛰어들자마자 2학년이 된 나에게 귀찮은 부장 자리를 떠밀었다.
언젠가 한 번은 다 같이 남아서 야작을 하다가 왜 나를 부장으로 추천했냐는 부원의 물음에, 어릴 때 잃어버린 제 여동생과 닮았다는 말로 온 부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지만, 나중에 그 모든 것이 시덥잖은 농담이었다는 게 밝혀지자 온갖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언제나 사람 좋은 미소로 허허 웃어 보이는 호석선배였다.

그래서 모두들 그를 좋아했다. 그가 있으면 언제나 분위기가 밝아졌으니까.




"뭘 그렇게 생각해?"


동아리활동을 마치고 정리를 한 후문을잠그고 나오려니까 어느새 옆에 있는 정국이었다.




"아 깜짝이야."
"뭘 그렇게 놀라. 귀신이라도 봤어?"
"……"




귀신이라면 귀신이다. 이렇게 매번 불쑥불쑥 생각치도 못한 타이밍에 나타나곤 했으니까.

가끔은 너무 깊은 생각에 빠질땐, 그 애가 내 상상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 애는 내가 생각한 이미지, 그러니까 소문 속의 전정국과는 제법 달랐다.
소문 속에 그는 못 하는 것이 없어 빈틈이 없고 성격은 어찌나 무심한지 여자애들에게 고백을 받아도 '아, 미안' 이상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백받는 자의 예의라는 매뉴얼이 따로 존재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소문처럼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재수없는주인공 캐릭터는 아니었다.

내가 아는 그 애는 평소에 잘 웃지 않지만 한 번 시작하면 제법 말도 많고 말간 얼굴로 웃을 줄도 아는 애였다.



"오늘도 사람 안에 있는지 확인했고?"
"동아리 사람 아니면 잘 안 들어와."


그도 그럴 게 우리 미술부실은 제법 구석에 있었으니까. 그 애가 다른 걸 물어왔다.



"요즘엔 우리 반 자주 안 와?"
"아 요즘은 지민이가 갈일 없어졌거든."
"왜?"
"그게, 거기 가는 이유가 너네 반에 태형이라는 애가 우리 필요한 거 사다 주는데…"
"이젠 필요 없어졌대?"
"응 다른 대체재를 찾았다던가."



"아아-"

그 애는 그렇겠구나-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 애 왼쪽 손목에는 저번에도, 저 저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늘 시계가 있었다.
그 애는 시계를 휙 보더니, 이제 가봐야겠다며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긴 채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






"야 왜 이렇게 늦게 와?"
"늦게 오긴. 잠깐 좀 늦은 거 가지고."
"빨리 짐 싸. 집이나 가자."


그래그래 알겠다- 대충 대답하고 짐을 싸고 있으려니 뒷문에 김태형이 서있었다.



"야! 박지민!"
"김태형? 왜 왔냐?"
"왜 왔냐니. 오늘 같이 pc방 가자며."
"야 내가 언제?"



막무가내로 지민을 잡아끄는 태형이다. 야야 놔봐 이거- 지민은 그렇게 교실 문을 먼저 빠져나가며 한제이 내일 아침에 늦지마! 소리쳤다.
나보고 짐 빨리 싸고 집 가자 할 땐 언제고 저는 미리 잡아놓은 약속도 몰랐네.




그렇게 교문을 나가려다 보니 앞에 서있는 그 애가 보였다.


[방탄소년단/전정국] J와 러브레터 -03 | 인스티즈


"왔네. 가자."
"어딜?"
"집 가야지!"



아 맞다. 나 쟤랑 집 방향 같았지. 이제 나는 그 애의 막무가내에 나도 모르게 적응해버린 것 같았다.

속으론 자연스레 응-하고 대답해버리는 내가 꽤나 어색해서 괜히 신발 앞코만 쳐다보며 걸었다.



"오늘은 체육복이네?"
"이상해?"
"아니 잘 어울려."



내가 말하고도 조금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제법 키도 크고 말간 얼굴에는 흰색과 파란색이 곧잘 어울렸다.

사실 별말 아닌 건데, 어색한 사이에서 이렇게 말하려니 이렇게 어색해지는 거였다. 그 애도 갑작스러운 칭찬에 바닥만 보고 연신 큼큼거렸다.

그 애는 집 방향이 갈리기 전 마지막 골목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주먹을 내밀었다.




"이거?"
"잘했어."




잘했다며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게 아마 나를 저 집 강아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제 다음은 굴러! 가 아니길 바라며.






---





"야 오늘은 얼굴이 더 허연 것 같은데?"

"나? 그런가…."
"그냥 오늘은 집에서쉬어."


오늘따라 몸에 좀 힘이 없긴 하다. 어제 자기 전에 이불을 뒤척 거린 탓일까? 왠지 지민의 말을 듣고 나니 이마에 열이 나는 것도 같았다.

갑작스레 이마를 짚어오는 지민에 괜찮다고 손을 내리려는데, 이거 가지곤 모르겠다 하며 제 이마를 내게 갖다 대는 지민이다. 얘는 뭐 나보다 피부가 좋아.



"내가 아줌마 아저씨한테 연락해 놓을게. 담임한테도."
"나 학교 끝나고 동아리째고 올 테니까. 집에서 꼼짝 말고 있어라."



지민이 억지로 나를 현관 앞으로 들이미는데 어째 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 집에 있는 감기약을 먹고 자리에 누웠더니, 약기운 탓인지 30분 만에 눈이 무거워진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약 기운 탓인지, 요즘밤에 잠이 잘 오질 않아 설친 탓인지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






"아줌마. 저 지민이에요. 집에 있으세요?"



밑에서 초인종 소리와 함께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오늘 집에 늦게 온다고 했으니 비밀번호를 누르고 지민이 이층으로 가는 계단을 통해 올라온다.

이제는 걸음걸이만 들어도 지민과 다른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런게 지민이 말하는 손가락으로도 접을 수 없는 우정의 경험치인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제집 드나들듯이 들렀던 우리 집이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예의를 차린다며 항상 집에 누가 있는지 물어본다.

비밀번호는 어렵지 않았다. 내 생일인 0818. 10년 전부터 바뀌지 않았으니 꽤나 우리집 보안은 약한 모양이다.

잠은 10분 전에 깬 것 같다. 역시 요즘 팔다리가 저린듯하고 힘이 자주 풀리곤 했던 건, 수면 부족이 원인이다. 한숨 자고 나니 멀쩡해진 모양이다.



"한제이.좀 어때?"

"아 나 이제 괜찮아.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그랬나 봐"

"뭐 땜에 잘 못 자는데?"

"그냥 뭐…, 이것저것."


"이것저것? 원랜 업어가도 모르면서."




요즘 따라 어쩐지 예민한 지민이다. 지금은정말 건강하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원체 몸이 약해서 햇빛 아래 오래 서있다 보면 픽픽 쓰러지곤 했다.

미안하게도 그 모습이 꽤나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절대 힘든 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린다.

당연히 어려서부터 친구가 많지 않았다. 우리 엄만 지민을 그래서 참 예뻐했다. 엄마에게도 늘 웃는 낯으로 싹싹하고, 날 항상 챙겼다.



그래서 지민에게는 늘 마음 한 켠에 미안한 감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특유의 모난 것 없이 여러 사람 잘 챙기는 성격 탓에주위에 늘사람이 모였지만, 나를 챙긴다고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한 적도 많았으니까.

지민이를 뒤에서 좋아하는 애들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림 그릴 시간도 없다는 이유로 늘 거절해 보이곤 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이렇게 저를 알뜰살뜰 챙겨주는 지민을 보면서, 그래도언젠가는 지민이 문득 본인 같은 사람을 만나서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애였으니까.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로 마무리 되시길 바라요~

다음주에 4화 가지고 오겠습니다^^_




첫글과 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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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굴러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ㄲㅋ
진짜 정국이가 무슨 생각으로 제이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국이 시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해요 :)

•••답글
P92
🤔곧 정국시점으로 서술될 예정이에요^^_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독자2
꾸왕 정국이가 숨긴 물건은 뭐였을까,, 싶네요 재밌어요!!!
•••답글
P92
댓글 감사합니다🐾 필요한 순간에 밝혀지지 않을까 싶어요^^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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