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징징 울리는 알람을 끄고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머리는 다 헝클어져 뒤죽박죽.
따뜻한 수면바지도 한 쪽이 올라간 상태.
머쓱해져 수면바지 내리고 잠결에 빠져있는 수면양말을 다시 신은 후 문을 벌컥 열었다.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변백현의 깨방정 웃음소리.
보나마나 게임 보면서 실실 웃는 거겠지.
"야. 현."
"누나 잘 잤음? 와. 누나 거울 봐봐. 이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어."
"뒤질래?"
내 반응이 뭐가 웃긴지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다.
괜히 앉아서 게임 하는 변백현의 머리를 툭 치고는 다시 바닥에 누웠다.
아, 졸리다.
"누나 방바닥 차가움."
"응. 근데 어쩌라고?"
"이불 위에 누우라고."
"가져다 주던가."
"아, 귀찮게."
자기도 귀찮으면서 괜히 나한테 그런다.
나는 안 귀찮은 줄 아나.
변백현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뿌리를 내려갈 쯤 변백현이 게임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깜짝 놀란 나는 고개만 살짝 들어 변백현을 쳐다봤다.
날 쳐다보지도 않고 쿵쾅쿵쾅 어디로 사라지더니 금방 돌아온다.
손에는 이불을 들고 와 내 위로 던져버린다.
"아, 숨."
"덮고 있으셈."
"똑바로 덮어줘."
꿍얼꿍얼.
혼자 입이 툭 튀어 나와선 볼멘 소리로 불만을 토한다.
그러면서 손은 이불을 정리해서 똑바로 덮어준다.
역시. 말 잘 듣네.
2.
오랜만에 약속이 잡혔다.
아니. 오랜만은 아니고 몇 시간 만에 또 잡힌 약속이었다.
그래도 사람 많은 곳으로 나가는데 예쁘게 치장은 해야 하지 않겠어?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씻고 머리는 올린 채 옷을 고르고 있었다.
"뭐야. 누나 어디 감?"
"약속 있음."
"남자랑?"
"놉. 여자랑."
"남친 안 만드냐?"
"안 꺼지냐?"
내 말에 또 실실 웃으면서 자리 피하는 놈.
아니, 쟤는 약속도 없나.
왜 하루종일 집에 있어.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옷을 마저 꺼냈다.
똑똑.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뻔히 변백현인 걸 알고 있어 대답을 하지 않자 변백현이 누나 하고 부른다.
"왜."
"앉으셈."
"왜. 누나 이제 나가야 하는데."
"머리 안 말리냐?"
변백현 손에 들려있는 드라이어가 보인다.
의자에 털썩 앉은 채 수건을 풀었다.
변백현은 코드를 꽂더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말려준다.
"나중에 네 부인한테 해줘라."
"안 그래도 그러려고. 딸 낳으면 해줘야지."
"원장님. 정성스럽게 해주세요."
"원래 손님같은 분은 안 받는데 처음으로 받아줬어요."
"영광이네요."
"네. 손님 일찍 들어오세요."
변백현의 마지막 말엔 대답 안 한 채 그저 변백현이 머리 말려주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서툰 손놀림으로 머리를 만지며 말려주는데 괜히 귀엽다.
어느정도 머리가 말라서 변백현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울 동생 고맙 이러니 아, 만지지 마 변태야. 란다.
진짜 변태를 못 만나 봤나보다.
모든 준비가 끝나서 거울 한 번 보고 변백현을 봤다.
티비 보면서 웃고 있는 변백현을 불러 누나 어때? 라고 물으니 별로라고 대답하는 변백현.
"진짜 별로야? 싹 다 고치고 나갈까?"
"장난."
장난이라고 말 하고 엄지를 척 들더니 웃는다.
역시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근데 엄지를 내리면서
"돼지가 꾸며서 그 정도면 잘 된거지."
라는데 진짜 한 대 치고 싶다.
안녕하세요. |
현실친동생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