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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달 전체글ll조회 1044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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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내게 태어나 가장 아팠을 때를 묻는다면 나는 고민도 없이 그날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몸이 아팠을 때를 물어도 그날을, 마음이 아팠던 때를 물으면 더욱 더 당연하게 그날을.



   그러니까 그날은 이상하게도, 평소엔 잘 아프지 않던 내가 유독 심하게 아팠던 날이었다. 결국 이러려고 그토록 앓았던 걸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날. 

   온몸에 열이 들끓는 새벽, 끙끙 앓다 말고 화장실로 뛰쳐 들어가 별로 먹은 것도 없는 속을 몇 번씩이나 게워냈다. 중심도 안 잡히는 몸을 겨우 일으켜 급한 대로 서랍 구석에 처박혀있던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었지만, 그마저도 삼켜내지도 못하고 도로 토해냈다. 금방이라도 넋을 놓을 것처럼 속이 뒤집히는 것도 모자라 골이 왱왱 울렸다.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거리는 손으로 꺼내든 휴대폰 화면을 젖혀 열었다. 고민도 한 번 않고 키패드의 1을 꾹 눌렀다. 내겐 여전히 그런 너였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바로 받았다. 별거 아닌 당연한 일에도 언제부턴지 나는 네 애정을 확인하려 들었다.



   - …어, 여주야. 왜.
   "그게…나, 지금 너무 아파서,"
   - …그럼 응급실 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말꼬리가 댕강 잘렸다. 저장된 이름에 두 개나 붙어있던 빨간 하트가 민망해질 만큼 무미건조한 그 음성.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고개 숙여 사죄할 일처럼 만드는 그 차디찬 단조로움이 낯설었다. 아픈 게 잘못한 일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중죄를 지은 사람처럼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아니,"
   - 택시비 있지. 나 지금 일…때문에 멀리 나와 있어서 못 가.



   시큰둥한 말투만큼이나 형편없는 대답이었다. 택시비가 없어서 전화한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바보같이.



   - 약 먹고 잠 좀 자고 있어, 일 끝나고 전화할게.



   오랜 연인 사이에 오고 가는 아무 감정 없는 대화. 언젠가부터 우리 앞에 자리를 잡으려하던 저 수식어가 나는 점점 두려워졌다. 애써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나를 바짝 추격해오는 '오랜'이란 그 단어가 어쩐지 무서웠다.

   그래서 차라리 입을 꾹 다무는 편을 택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 늦은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차마 묻지도 못한 채로 전화를 끊었다. 끊어야만 했다. 더불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프다 말하는 내 걱정을 조금이라도 하긴 했는지 역시도, 나는 결국 묻지 못했다.



   바보처럼 그저 바쁘다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병원을 가라는 말도 애정에서 나온 말이라 굳게 여겼다. 

   어쩐지 요근래 얼굴이 푸석하니 안 좋더니 일이 많이 바쁘겠지. 이러다 당장 죽어버릴 것 같아서 대충 가디건을 걸쳐 입고 시내 병원 응급실로 향하면서도 나는 자연스레 네 변호를 하고 있었다. 사경을 헤매면서도 니 걱정을 했다. 미련했다. 우리 사이를 겁도 없이 비집고 들어오려는 권태로움을 내 손으로 인정하기 싫어 그랬던 거다. 그러기엔, 나는 미운 너를 아직 너무 사랑했으니까.



   바보 같았다. 사랑 따윈 개나 줘버려야 했다. 병원 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제 발로 응급실을 다 찾았던 그날, 주사도 무서워하는 내가 커다란 링거 바늘에 혼자 찔끔했던 그날 밤 내가,



   "어, 여, 여주야…,"



   내게 올 수 없다 하던 너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고 말줄 미리 알았다면 나는 그랬어야 했다.



   일 때문에 바빠 오지 못한다던 그는, 정 없이 택시비 타령이나 하던 그는 얇다란 팔이 똑 부러져 깁스를 칭칭 감은 나리 옆을 가만히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처방전도 모자라 가방, 처방 받은 약 한 뭉치까지 당연히 제 일처럼 두 손에 가득 든 채로 버젓이 내 앞에. 걱정이 죄다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나는 그것도 하나 모르고.



   잔뜩 열 오른 내 머리론 도저히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날 가만히 보고 있던 나리와 세상의 온 당황을 다 끌어다 쓴 얼굴의 그를 보자마자, 무작정 집으로 향했다. 무어라 부르는 것 같았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둘이 세트로 붙어 있는 모습을 다시금 내 시야에 가두기 싫었다. 슬플 자신은 있어도 불쌍해질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응급실까지 가서 처방받아 온 약은 일부러 먹지 않았다. 오는 길에 던지듯 버리고 왔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시체처럼 죽은 듯이 잠만 잤다. 아픈대로 내버려뒀다. 그 어떤 약을 써서라도 금방 나아야 할 병도 있지만, 꽤 오랜 시간 앓아야만 하는 병도 있는 법이니까.



   당연히 바로 나아지지 않았다. 일주일을 꼬박 앓고 났더니 더 큰 후유증이 날 힘들게 했다. 사랑의 부산물이란 게, 그 입자가 먼지처럼 곱고 작아서. 평소에 열심히 청소해도 꼭 청소시간만 뒤늦게 발각되고 마는 먼지 낀 모서리처럼, 이따금씩 나타나 사람 힘을 아주 쏙 빼놓곤 하니까. 

   가령, 두 사람의 빌어 먹을 모습이 이따금씩 찾아와 두 눈을 맵게 만들고, 또 폐부로 스며들어 나를 서서히 잠식 시키고, 덕분에 사랑 따위가 무서운 멍청한 나를 만드는 같은 거. 



   그간의 내 날씨예보엔 늘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어있었다. 마스크를 쓰듯 높다란 벽을 쌓아 올렸다. 내 나름의 자기방어책이었다.

   뿌옇게 잔뜩 낀 그 먼지들을 나도 언젠가 털어낼 수 있을까. 한 사람만 떠오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위험한 상상 속에 누군가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연립방정식의 유일한 해를 찾는 문제처럼, 어쩌면 내게도 유일할 지 모를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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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우리의 사이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남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사실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나마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쏟아지는 기침 때문에 목이 아주 맛탱이 가버린 내게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작냐고 고래고래 언성을 높혔던 손님의 못 들어줄 음성과 이마에 맺힌 땀을 연거푸 훔치는 나를 보며 인상을 팍 구기는 손님의 재수없는 표정 정도. 이러나저러나 그 사람을 빼면 그저 서럽기만 한 하루였다는 뜻이다.



   오후 개시 이후 내내, 나는 어쩐지 유독 한 사람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아프다고 괜히 군기가 빠져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꾸 그의 상이 맺혔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괜히 보고싶어서, 그가 쥐어주고 간 허브티를 조용히 홀짝였다. 그렇다고 차마 다 마시진 않았다. 저 따듯한 잔을 다 비워내면 금방이라도 요놈의 감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더 먹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왜 생전 안 하던 연분홍색 고민을 다 하고 있을까. 
   고민의 근원지를 고민했다. 사실 답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사랑이란 건, 그저 무거운 '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내게,



〈 앞이에요.



   말 그대로, 정말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으니까.
   유난히도 키가 큰 벌 하나가.



〈 천천히 와요.



   그것도 모자라, 물도 햇빛도 넉넉히 줘야 싹이 트고 잎이 자라는 꽃처럼 나를 그렇게 대하고 있었기에 그랬다. 잔잔하게 감미롭게. 진작 죽은 줄 알았던 감정의 소생은 언젠가부터 그의 두 손안에 있었다.



   앞에 와있다는 그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여기저기로 주억이기가 무섭게 세워져 있던 검은색 차에서 누군가 내린다. 많이 기다렸냐고 묻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고개 숙여 인사라도 해야했는데, 발밑에 접착제가 발린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는 내게 저벅저벅 걸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눈 감고 들어도 단번에 맞힐 수 있을 그 구두 소리.
   이진혁, 그 사람이었다.



   "…타요, 더워."



   뭐가 그리 급한 일이라고 차를 다 끌고 왔다. 당황할 겨를도 주지 않고는 굳이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어젖혀준 채로 말없이 서있다.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기다린다. 언제나 내겐 참으로 해로운 다정함이었다. 나는 이제 정말 괜찮은데, 손사레를 몇 번 치다 마지못해 차에 몸을 실었다. 안 타면 탈 때까지 저러고 있을 사람이란 걸 아니까. 그는 열려있던 내 문을 닫아 준 후에야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



   지금 그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아있다. 단둘이, 차 안에. 곱씹다보니 머리가 다시 아팠다. 아프다 못해 이따금씩 아무것도 안 든 것처럼 멍해졌다. 간만에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이쯤 되면 알 법도 한데, 나는 그게 여전히 헷갈렸다.



   "얼굴이 더 안 좋네."



   입을 꾹 다문 그가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꽃처럼 대해준다고 진짜 새싹이 된 것도 아닌데, 그의 널다란 손바닥이 닿자마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생경한 감정이 이마를 흐르는 열처럼 마구 들끓었다. 전 이제 괜찮아요. 그래봤자 튀어나오는 말은 내가 줄곧 입에 달고 살던 고질병 같은 그 한마디가 전부다. 나는 그저 달뜬 고개를 연달아 내젓기만 했다.



   "열 많이 나요 지금, 병원 가야 돼."
   "아니, 저는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여주씨."



   저 답답하기만 한 속내에 뭐가 들었는지를 파헤치는 사람처럼 뚫어져라 날 보던 그가 머지않아 곧고 예쁜 미간을 좁혔다. 내 이름에 힘이 실렸다. 슬픈 건지 속상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화가 난건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눈을 마주한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5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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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남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사실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나마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쏟아지는 기침 때문에 목이 아주 맛탱이 가버린 내게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작냐고 고래고래 언성을 높혔던 손님의 못 들어줄 음성과 이마에 맺힌 땀을 연거푸 훔치는 나를 보며 인상을 팍 구기는 손님의 재수없는 표정 정도. 이러나저러나 그 사람을 빼면 그저 서럽기만 한 하루였다는 뜻이다.



   오후 개시 이후 내내, 나는 어쩐지 유독 한 사람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아프다고 괜히 군기가 빠져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꾸 그의 상이 맺혔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괜히 보고싶어서, 그가 쥐어주고 간 허브티를 조용히 홀짝였다. 그렇다고 차마 다 마시진 않았다. 저 따듯한 잔을 다 비워내면 금방이라도 요놈의 감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더 먹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왜 생전 안 하던 연분홍색 고민을 다 하고 있을까. 
   고민의 근원지를 고민했다. 사실 답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사랑이란 건, 그저 무거운 '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내게,



〈 앞이에요.



   말 그대로, 정말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으니까.
   유난히도 키가 큰 벌 하나가.



〈 천천히 와요.



   그것도 모자라, 물도 햇빛도 넉넉히 줘야 싹이 트고 잎이 자라는 꽃처럼 나를 그렇게 대하고 있었기에 그랬다. 잔잔하게 감미롭게. 진작 죽은 줄 알았던 감정의 소생은 언젠가부터 그의 두 손안에 있었다.



   앞에 와있다는 그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여기저기로 주억이기가 무섭게 세워져 있던 검은색 차에서 누군가 내린다. 많이 기다렸냐고 묻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고개 숙여 인사라도 해야했는데, 발밑에 접착제가 발린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는 내게 저벅저벅 걸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눈 감고 들어도 단번에 맞힐 수 있을 그 구두 소리.
   이진혁, 그 사람이었다.



   "…타요, 더워."



   뭐가 그리 급한 일이라고 차를 다 끌고 왔다. 당황할 겨를도 주지 않고는 굳이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어젖혀준 채로 말없이 서있다.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기다린다. 언제나 내겐 참으로 해로운 다정함이었다. 나는 이제 정말 괜찮은데, 손사레를 몇 번 치다 마지못해 차에 몸을 실었다. 안 타면 탈 때까지 저러고 있을 사람이란 걸 아니까. 그는 열려있던 내 문을 닫아 준 후에야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



   지금 그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아있다. 단둘이, 차 안에. 곱씹다보니 머리가 다시 아팠다. 아프다 못해 이따금씩 아무것도 안 든 것처럼 멍해졌다. 간만에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이쯤 되면 알 법도 한데, 나는 그게 여전히 헷갈렸다.



   "얼굴이 더 안 좋네."



   입을 꾹 다문 그가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꽃처럼 대해준다고 진짜 새싹이 된 것도 아닌데, 그의 널다란 손바닥이 닿자마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생경한 감정이 이마를 흐르는 열처럼 마구 들끓었다. 전 이제 괜찮아요. 그래봤자 튀어나오는 말은 내가 줄곧 입에 달고 살던 고질병 같은 그 한마디가 전부다. 나는 그저 달뜬 고개를 연달아 내젓기만 했다.



   "열 많이 나요 지금, 병원 가야 돼."
   "아니, 저는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여주씨."



   저 답답하기만 한 속내에 뭐가 들었는지를 파헤치는 사람처럼 뚫어져라 날 보던 그가 머지않아 곧고 예쁜 미간을 좁혔다. 내 이름에 힘이 실렸다. 슬픈 건지 속상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화가 난건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눈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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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남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사실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나마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쏟아지는 기침 때문에 목이 아주 맛탱이 가버린 내게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작냐고 고래고래 언성을 높혔던 손님의 못 들어줄 음성과 이마에 맺힌 땀을 연거푸 훔치는 나를 보며 인상을 팍 구기는 손님의 재수없는 표정 정도. 이러나저러나 그 사람을 빼면 그저 서럽기만 한 하루였다는 뜻이다.



   오후 개시 이후 내내, 나는 어쩐지 유독 한 사람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아프다고 괜히 군기가 빠져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꾸 그의 상이 맺혔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괜히 보고싶어서, 그가 쥐어주고 간 허브티를 조용히 홀짝였다. 그렇다고 차마 다 마시진 않았다. 저 따듯한 잔을 다 비워내면 금방이라도 요놈의 감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더 먹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왜 생전 안 하던 연분홍색 고민을 다 하고 있을까. 
   고민의 근원지를 고민했다. 사실 답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사랑이란 건, 그저 무거운 '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내게,



〈 앞이에요.



   말 그대로, 정말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으니까.
   유난히도 키가 큰 벌 하나가.



〈 천천히 와요.



   그것도 모자라, 물도 햇빛도 넉넉히 줘야 싹이 트고 잎이 자라는 꽃처럼 나를 그렇게 대하고 있었기에 그랬다. 잔잔하게 감미롭게. 진작 죽은 줄 알았던 감정의 소생은 언젠가부터 그의 두 손안에 있었다.



   앞에 와있다는 그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여기저기로 주억이기가 무섭게 세워져 있던 검은색 차에서 누군가 내린다. 많이 기다렸냐고 묻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고개 숙여 인사라도 해야했는데, 발밑에 접착제가 발린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는 내게 저벅저벅 걸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눈 감고 들어도 단번에 맞힐 수 있을 그 구두 소리.
   이진혁, 그 사람이었다.



   "…타요, 더워."



   뭐가 그리 급한 일이라고 차를 다 끌고 왔다. 당황할 겨를도 주지 않고는 굳이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어젖혀준 채로 말없이 서있다.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기다린다. 언제나 내겐 참으로 해로운 다정함이었다. 나는 이제 정말 괜찮은데, 손사레를 몇 번 치다 마지못해 차에 몸을 실었다. 안 타면 탈 때까지 저러고 있을 사람이란 걸 아니까. 그는 열려있던 내 문을 닫아 준 후에야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



   지금 그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아있다. 단둘이, 차 안에. 곱씹다보니 머리가 다시 아팠다. 아프다 못해 이따금씩 아무것도 안 든 것처럼 멍해졌다. 간만에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이쯤 되면 알 법도 한데, 나는 그게 여전히 헷갈렸다.



   "얼굴이 더 안 좋네."



   입을 꾹 다문 그가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꽃처럼 대해준다고 진짜 새싹이 된 것도 아닌데, 그의 널다란 손바닥이 닿자마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생경한 감정이 이마를 흐르는 열처럼 마구 들끓었다. 전 이제 괜찮아요. 그래봤자 튀어나오는 말은 내가 줄곧 입에 달고 살던 고질병 같은 그 한마디가 전부다. 나는 그저 달뜬 고개를 연달아 내젓기만 했다.



   "열 많이 나요 지금, 병원 가야 돼."
   "아니, 저는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여주씨."



   저 답답하기만 한 속내에 뭐가 들었는지를 파헤치는 사람처럼 뚫어져라 날 보던 그가 머지않아 곧고 예쁜 미간을 좁혔다. 내 이름에 힘이 실렸다. 슬픈 건지 속상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화가 난건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눈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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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

"…,"

"같이 가주고 싶어서."



   내가 병원을 가고, 내가 낫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자길 위한 일처럼 그는 말했다. 저 빤한 눈.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어지는 눈이다. 표현력의 한계를 불러 일으키고 만다. 여전히 눅눅한 시선을 거둘 줄을 모르는 그에게 나는 불현듯 묻고 싶었다.



   "잠깐 눈 좀 붙여요. 야간 진료하는 곳 알아 뒀으니까."



   차가 잔잔히 진동할 때마다 잔잔히 흔들리는 내 어깨를 말없이 잡아주고 있는 당신은 훗날 내게 어떤 사람으로 남을 건지. 스스로 파놓은 땅굴 속에 들어가 문을 꽁꽁 닫은 내게 줄곧 눈물 나는 친절만 선물하는 당신의 미래에도 혹시 나란 사람이 있는지.



   "오늘 여주씨 걱정하느라 해야할 일 하나도 못했으니까."
   "…,"
   "남은 하나는 꼭 할 거에요, 나."
   "…?"
   "당신이랑 병원 같이 가는 거."



   당신은 내게 어떤 부산물로 남을 건지.



















v

 


 


   열을 쟀다. 38도가 넘는다고 했다. 찬 거 먹지 말고, 약이 독한 편이니 먹기 전에 꼭 밥부터 먹으라 한다. 그저 흔한 여름감기일 뿐인데, 듣자마자 세상 심각해진 그가 나를 대신해 선생님께 꾸벅 인사했다. 누가 봤음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오해 했을지도 모른다.

   빼곡히 들어찬 일주일 치 약도 모자라, 과장 많이 보태 한뼘 남짓한 기다란 주사를 맞았다. 원체 아픈 거에 둔해서 잘 몰랐는데, 정말 상태가 엉망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맞은 곳이 얼얼했다. 쭈뼛쭈뼛 주사실에서 나온 내 눈에 들어온 건, 알아서 척척 뽑아 둔 내 처방전을 두 손에 꼭 쥔 채 날 기다리고 앉아있던 그의 옆모습이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거의 자동이었다. 



   "괜찮아요?"



   또 한번, 그 큰 키를 낮추고 선다. 눈을 맞추고 어린 아이 달래듯 나를 달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다시 끼려는 먼지 때문에 눈이 매워져 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울진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
   "찬 거 먹지 말고, 밥 꼭 먹고."
   "…"



   자연스레 내 안전벨트를 잠궈준 그는 이제 제법 말이 많아졌다. 누구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확인 할 거에요, 나."
   "아니…"
   "잔소리도 할 거고."



   저 말이 꼭 내 매일 매일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그건 내 알량한 착각일까. 



   그가 건넨 말들을 고스란히 옮겨 내 머릿속에다 다시 받아 적었다. 

   간섭이 오가도 괜찮은 사이, 
   그래도 되는 사이. 

   부끄러워서 허공에다 시선을 옮겼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다정스런 잔상이 내 시야 여기저기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창밖을 지나는 가로수에도 그가, 불이 다꺼진 건물들 위에도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아프지 마요."



   은근히 스며든 줄 알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그는 흘러 넘칠 정도로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게 마냥 설레이다가도, 두려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죽어라 밀어내는 게 버릇이 되버린 마당에 마냥 좋을 리가 없었다. 모날데로 모난 내가 결국 늘어 놓는 거라곤 고작, 영양가 하나 없는 말들 뿐이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뭐가,"
   "아, 진료비 계산해주신 건 나중에 제가,"
   "그러라고 온 거 아니에요."
   "아니면…커피 사드릴,"
   "여주씨."



   무언가 빚진 그 느낌이 싫어서 아무 말이나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주제에 커피를 사겠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한 손으로 가만히 잡고 있던 이진혁이 그런 나를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삽시간에 찌푸러든 얼굴. 옅게 한숨도 내쉬었다. 이제는 간파하기도 제법 쉬워진 그의 감정 상태가 나는 무서웠다. 그가 무서운 건지, 그 '끝'이 무서운 건지는 정확히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다시 안 볼 거에요, 우리?"


 
   그가 말했다. 날 돌아본 그는 어쩐지 약간 화가 난 듯 했다. 어조에 화가 잔뜩 실렸다. 
   치사한 게 그 물음엔 또 바로 답할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이 대체 무언지, 나도 나를 몰랐다.



   그가 큼큼 목청을 골랐다. 부담 가질 까봐 둘러둘러 말하던 그는 이럴 땐 또 무지막지하게 분명했다. 필요할 땐 필요 이상으로, 그는 직설적이었다.



   "나는 여주씨한테 이유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오는 게 있으면 가고 가면 또 오는 그런 거 말고." 

   "…," 

   "그게 다 뭐가 필요해." 

 


 

    가만 두면 알아서 벽을 두려했던 나를 조금은 나무라듯 말했다. 그가 말을 잇는 내내 입을 꾹 닫았다. '이유가 없는 사이'. 대신 그가 말하는 우리의 사이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생각을 하고 또 해도, 곧바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문제다. 


   그러는 동안 그가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괴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탐색하는 눈빛. 짙은 눈썹이 잦게 움직인다. 감정이 따라 움직였다.   



   "…여주씨, 그거 알아요?"
   "…,"
   "나 커피 못 마시는거?"



   네? 그 말을 듣자마자 팽팽 돌아가던 사고회로가 올 스탑했다. 커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럼 대체 그간의 아메리카노는 대체 뭐란 말인가. 뭐라 말해야 좋을지 감조차도 안 잡혀 웅얼거리기만 했다. 바보 같은 얼굴로 두 눈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나를 지켜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넋이 나간 날 보고 꺄르르 웃는데, 나 혼자만 웃지 못한 채로 그를 보았다.



   "근데, 뭐…카페를 꼭 커피 마시러 가나요,"
   


   머쓱한지 기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진다. 오랜 습관처럼 넓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5 | 인스티즈











v

 


 


   열을 쟀다. 38도가 넘는다고 했다. 찬 거 먹지 말고, 약이 독한 편이니 먹기 전에 꼭 밥부터 먹으라 한다. 그저 흔한 여름감기일 뿐인데, 듣자마자 세상 심각해진 그가 나를 대신해 선생님께 꾸벅 인사했다. 누가 봤음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오해 했을지도 모른다.

   빼곡히 들어찬 일주일 치 약도 모자라, 과장 많이 보태 한뼘 남짓한 기다란 주사를 맞았다. 원체 아픈 거에 둔해서 잘 몰랐는데, 정말 상태가 엉망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맞은 곳이 얼얼했다. 쭈뼛쭈뼛 주사실에서 나온 내 눈에 들어온 건, 알아서 척척 뽑아 둔 내 처방전을 두 손에 꼭 쥔 채 날 기다리고 앉아있던 그의 옆모습이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거의 자동이었다. 



   "괜찮아요?"



   또 한번, 그 큰 키를 낮추고 선다. 눈을 맞추고 어린 아이 달래듯 나를 달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다시 끼려는 먼지 때문에 눈이 매워져 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울진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
   "찬 거 먹지 말고, 밥 꼭 먹고."
   "…"



   자연스레 내 안전벨트를 잠궈준 그는 이제 제법 말이 많아졌다. 누구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확인 할 거에요, 나."
   "아니…"
   "잔소리도 할 거고."



   저 말이 꼭 내 매일 매일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그건 내 알량한 착각일까. 



   그가 건넨 말들을 고스란히 옮겨 내 머릿속에다 다시 받아 적었다. 

   간섭이 오가도 괜찮은 사이, 
   그래도 되는 사이. 

   부끄러워서 허공에다 시선을 옮겼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다정스런 잔상이 내 시야 여기저기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창밖을 지나는 가로수에도 그가, 불이 다꺼진 건물들 위에도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아프지 마요."



   은근히 스며든 줄 알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그는 흘러 넘칠 정도로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게 마냥 설레이다가도, 두려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죽어라 밀어내는 게 버릇이 되버린 마당에 마냥 좋을 리가 없었다. 모날데로 모난 내가 결국 늘어 놓는 거라곤 고작, 영양가 하나 없는 말들 뿐이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뭐가,"
   "아, 진료비 계산해주신 건 나중에 제가,"
   "그러라고 온 거 아니에요."
   "아니면…커피 사드릴,"
   "여주씨."



   무언가 빚진 그 느낌이 싫어서 아무 말이나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주제에 커피를 사겠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한 손으로 가만히 잡고 있던 이진혁이 그런 나를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삽시간에 찌푸러든 얼굴. 옅게 한숨도 내쉬었다. 이제는 간파하기도 제법 쉬워진 그의 감정 상태가 나는 무서웠다. 그가 무서운 건지, 그 '끝'이 무서운 건지는 정확히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다시 안 볼 거에요, 우리?"


 
   그가 말했다. 날 돌아본 그는 어쩐지 약간 화가 난 듯 했다. 어조에 화가 잔뜩 실렸다. 
   치사한 게 그 물음엔 또 바로 답할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이 대체 무언지, 나도 나를 몰랐다.



   그가 큼큼 목청을 골랐다. 부담 가질 까봐 둘러둘러 말하던 그는 이럴 땐 또 무지막지하게 분명했다. 필요할 땐 필요 이상으로, 그는 직설적이었다.



   "나는 여주씨한테 이유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오는 게 있으면 가고 가면 또 오는 그런 거 말고." 

   "…," 

   "그게 다 뭐가 필요해." 

 


 

    가만 두면 알아서 벽을 두려했던 나를 조금은 나무라듯 말했다. 그가 말을 잇는 내내 입을 꾹 닫았다. '이유가 없는 사이'. 대신 그가 말하는 우리의 사이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생각을 하고 또 해도, 곧바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문제다. 


   그러는 동안 그가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괴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탐색하는 눈빛. 짙은 눈썹이 잦게 움직인다. 감정이 따라 움직였다.   



   "…여주씨, 그거 알아요?"
   "…,"
   "나 커피 못 마시는거?"



   네? 그 말을 듣자마자 팽팽 돌아가던 사고회로가 올 스탑했다. 커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럼 대체 그간의 아메리카노는 대체 뭐란 말인가. 뭐라 말해야 좋을지 감조차도 안 잡혀 웅얼거리기만 했다. 바보 같은 얼굴로 두 눈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나를 지켜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넋이 나간 날 보고 꺄르르 웃는데, 나 혼자만 웃지 못한 채로 그를 보았다.



   "근데, 뭐…카페를 꼭 커피 마시러 가나요,"
   


   머쓱한지 기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진다. 오랜 습관처럼 넓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5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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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을 쟀다. 38도가 넘는다고 했다. 찬 거 먹지 말고, 약이 독한 편이니 먹기 전에 꼭 밥부터 먹으라 한다. 그저 흔한 여름감기일 뿐인데, 듣자마자 세상 심각해진 그가 나를 대신해 선생님께 꾸벅 인사했다. 누가 봤음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오해 했을지도 모른다.

   빼곡히 들어찬 일주일 치 약도 모자라, 과장 많이 보태 한뼘 남짓한 기다란 주사를 맞았다. 원체 아픈 거에 둔해서 잘 몰랐는데, 정말 상태가 엉망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맞은 곳이 얼얼했다. 쭈뼛쭈뼛 주사실에서 나온 내 눈에 들어온 건, 알아서 척척 뽑아 둔 내 처방전을 두 손에 꼭 쥔 채 날 기다리고 앉아있던 그의 옆모습이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거의 자동이었다. 



   "괜찮아요?"



   또 한번, 그 큰 키를 낮추고 선다. 눈을 맞추고 어린 아이 달래듯 나를 달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다시 끼려는 먼지 때문에 눈이 매워져 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울진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
   "찬 거 먹지 말고, 밥 꼭 먹고."
   "…"



   자연스레 내 안전벨트를 잠궈준 그는 이제 제법 말이 많아졌다. 누구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확인 할 거에요, 나."
   "아니…"
   "잔소리도 할 거고."



   저 말이 꼭 내 매일 매일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그건 내 알량한 착각일까. 



   그가 건넨 말들을 고스란히 옮겨 내 머릿속에다 다시 받아 적었다. 

   간섭이 오가도 괜찮은 사이, 
   그래도 되는 사이. 

   부끄러워서 허공에다 시선을 옮겼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다정스런 잔상이 내 시야 여기저기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창밖을 지나는 가로수에도 그가, 불이 다꺼진 건물들 위에도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아프지 마요."



   은근히 스며든 줄 알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그는 흘러 넘칠 정도로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게 마냥 설레이다가도, 두려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죽어라 밀어내는 게 버릇이 되버린 마당에 마냥 좋을 리가 없었다. 모날데로 모난 내가 결국 늘어 놓는 거라곤 고작, 영양가 하나 없는 말들 뿐이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뭐가,"
   "아, 진료비 계산해주신 건 나중에 제가,"
   "그러라고 온 거 아니에요."
   "아니면…커피 사드릴,"
   "여주씨."



   무언가 빚진 그 느낌이 싫어서 아무 말이나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주제에 커피를 사겠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한 손으로 가만히 잡고 있던 이진혁이 그런 나를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삽시간에 찌푸러든 얼굴. 옅게 한숨도 내쉬었다. 이제는 간파하기도 제법 쉬워진 그의 감정 상태가 나는 무서웠다. 그가 무서운 건지, 그 '끝'이 무서운 건지는 정확히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다시 안 볼 거에요, 우리?"


 
   그가 말했다. 날 돌아본 그는 어쩐지 약간 화가 난 듯 했다. 어조에 화가 잔뜩 실렸다. 
   치사한 게 그 물음엔 또 바로 답할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이 대체 무언지, 나도 나를 몰랐다.



   그가 큼큼 목청을 골랐다. 부담 가질 까봐 둘러둘러 말하던 그는 이럴 땐 또 무지막지하게 분명했다. 필요할 땐 필요 이상으로, 그는 직설적이었다.



   "나는 여주씨한테 이유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오는 게 있으면 가고 가면 또 오는 그런 거 말고." 

   "…," 

   "그게 다 뭐가 필요해." 

 


 

    가만 두면 알아서 벽을 두려했던 나를 조금은 나무라듯 말했다. 그가 말을 잇는 내내 입을 꾹 닫았다. '이유가 없는 사이'. 대신 그가 말하는 우리의 사이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생각을 하고 또 해도, 곧바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문제다. 


   그러는 동안 그가 핸들을 지지대 삼아 턱을 괴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탐색하는 눈빛. 짙은 눈썹이 잦게 움직인다. 감정이 따라 움직였다.   



   "…여주씨, 그거 알아요?"
   "…,"
   "나 커피 못 마시는거?"



   네? 그 말을 듣자마자 팽팽 돌아가던 사고회로가 올 스탑했다. 커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럼 대체 그간의 아메리카노는 대체 뭐란 말인가. 뭐라 말해야 좋을지 감조차도 안 잡혀 웅얼거리기만 했다. 바보 같은 얼굴로 두 눈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나를 지켜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넋이 나간 날 보고 꺄르르 웃는데, 나 혼자만 웃지 못한 채로 그를 보았다.



   "근데, 뭐…카페를 꼭 커피 마시러 가나요,"
   


   머쓱한지 기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진다. 오랜 습관처럼 넓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5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보고 싶은 게 있을 때도 가는 거지." 


 

 

   저건 정말이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화법이다. 저런 말투와 눅눅한 시선을 버텨내는 방법을 나란 사람이 알고 살아왔을 리 없었다. 그저 아랫입술만 질끈 깨물고 있었다. 열이 났다. 이게 전부 아파서 나는 열 말고 다른 부류의 열이란 걸 이제야 좀 알 것도 같았다. 


 


 


 


 


 


 


 


 


 


 


 


 


 


 

이지녁 사전에 우회, 유턴 뭐 이런 거슨 업따 무조권 ALL 직진.... 


 

매번 주시는 댓글들, 알림신청들 눈물나게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답니다ㅎ_ㅎ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글을 쓰고 있는지는 두고두고 연구하고 공부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요ㅠㅠ...내용도 업구... 


 

늘 마니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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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주에게 과거완 달리 사랑을 주는 사람이 생겨서 다행이에요ㅠㅠ 커피 못 먹는다니ㅠㅠㅠㅠㅠ이지녁스윗가이,, 후,,,
4년 전
독자2
깔깔 올 직진이라니 넘 쥬아요. ㅜㅜ 달달해서 더 좋아용
4년 전
독자3
지녁아... 우리 노빠꾸 지녁이 ㅠㅠㅠ 저런 걱정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365일 내내 아파도 좋아요
4년 전
독자4
작가님 또 알림 보자마자 허버허버 들어왓는데 이게 뭐야 또 심장 때리고 가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녁아 책임져라 책임져ㅠㅠㅠㅠㅠㅠㅠㅠ 후에에애애애애애애에엥 다음화 기다릴게요
4년 전
독자5
이건....소설이다...이건...드라마다...이건...영화다.....라고 외치며 현실에서 할래요ㅜㅜㅠ
4년 전
독자6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진혁이는 역시 직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조아요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7
아아악 진짜 사랑을 사랑으로 덮어 치유하는거 진짜 최고 따뜻하고 달다 진혁이가 직진해줘서 너무 좋아요ㅠㅠㅠ 노빠꾸 킵고잉 이지녁~! 딸기요거트어쩌구만 마시던 진혁이가 여주 신경 뺏어보겠다고 못마시는 아아만 시켰다는게 너무 발려요 여주가 따뜻하고 보도라운 사랑을 받고 받고 받아서 사랑에 거부감을 안느꼈으면 좋겠어요
4년 전
독자8
오바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 너무너무 설레서 제 심장을 조졌습니다...... 진짜 스트레이트로 가는 진혁이 너무 좋아요ㅜㅜㅜㅜㅜ
4년 전
독자9
이진혁 내 심장 책.임.져
4년 전
독자10
맞아요 맞아맞아 카페는 음료 마시러 가기도하는데 보고싶은 게 있을 때 가는거죠 옳다요
4년 전
독자11
지녁이 직진에 제가 다 숨이막히네요
여주 빨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라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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