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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오간다. 이따금 울다못해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웃음들은 멈추고 이윽고 모든 사람이 숙연해진다. 장례식과 웃음소리는 분명 전혀 맞지 않다. 허나 사람이 영영 떠난다는 사실과 슬픈 느낌을 잠시나마 지우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평소 남자다움을 추구하셨던 아버지의 그 신념은 강을 건너신 뒤에도 여전하신지 영정사진 속 아버지의 눈은 나에게 울지 말라는 말과 함께 괜찮다는듯 덤덤히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다고 나는 웃지도 않았다. 나의 몸 어딘가를 쓰다듬으시며 위로를 해 주시는 사람들, 아버지를 기억하는지 갑작스레 눈물을 보이는 친구들, 그 따뜻함에 고개를 숙이는 나. 썩 유쾌한 장면은 아닌지라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않았고 억지로 올릴 생각도 없었다.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 아버지께서는 내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시기만 했다. 진영아, 진영아, 진영아. 정진영. 숨이 끊어지기 몇 초 전, 아버지는 내 앞에선 평생에 보이질 않으시던 눈물 한 방울을 보이시곤 그대로 나의 곁을 떠나셨다. 모든 소리가, 모든 숨이 잠시간 멎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적에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실 때에도 연락 하나 없었으니 장례식에 나타나시지 않는것은 당연하니 별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혼자가 되는 것이 조금 두려울 뿐이다. 형제도 없는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집에, 가족이라는 틀에.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땐 나 혼자다. 나 혼자.

-

밤 늦은 시간이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가니 슬슬 여유가 생겨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피부를 간질이는 바람이 기분좋아 눈을 감고 서 있으니 어느새 내 옆에는 남자 한 명이 서 있어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남자는 키가 꽤나 컸고, 올려다본 얼굴은 매우 잘생겼으며 나이도 내 또래같아 보였다. 허나 그도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상주(喪主) 라고 쓰여있는 하얀 리본을 가슴팍에 달고 서 있었다. 그도 그의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은 것이다. 그는 유독 그에게만 모진 바람을 맞으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고, 3번째로 뜬 눈에 흐른 눈물 한 방울을 시작점으로 그는 강을 이룰 만큼의 눈물을 흘려보냈다. 간간히 울음소리도 내며, 자신의 심정 모두를 바깥으로 내보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쌍히 여기게 만들었다. 그만큼 눈물은 구슬펐고, 또 슬펐다.
사람의 목숨은 정말 약하디 약한걸까.

그를 보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 그런 것일까.

별이 반짝였다. 

아버지는 그 약한 목숨으로 지금까지 버텨오셨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그가 그 누구보다 강할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병 하나로 강을 건너 별이 되어 저렇게 반짝이고 있다. 저렇게. 맑게, 밝게.
"저기요."
나는 별을 보다말고 아직까지 울고 있는 그에게로 눈을 돌려 말을 걸었다. 그는 내가 말을 걸어 놀라면서도 다급히 눈물을 닦아 나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쩍쩍 갈라진 목소리. 필시 그는 지금 말고도 몇번을 운 것이 분명했다.
"그쪽은 누가 돌아가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이 질문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안다. 또 그만큼 얼마나 무례한 질문인지도 안다. 그럼에도 물어보는 이유는 그다지 큰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뭐라 말로 표현 할 수는 없는 이유이며 감정이다. 충분히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그는 미간을 찌푸리지도 않았다. 화내지도 않았다. 그저 슬픔을 얼굴에 띄고 한참을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희 어머니요. 그쪽은?"
그는 나를 바라보던 눈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나도 그를 따라 하늘을 보며 답을 했다.
"저희 아버지요."
그는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바람도 모질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느리게 깜박이는 것은 계속되었고 몇번의 깜박임 후에 그는 완전히 눈을 감았다. 감은 눈에 그의 속눈썹이 드러났고, 속눈썹은 검고 길었으며 눈물에 젖어 빛이 나 마치 별이 박힌 듯 반짝였다.
"저희는 아버지가 몇개월 전에 집을 나가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와 아직 많이 어린 제 남동생을 먹여 살리셨고요. 정말 강하신 분이셨어요. 하지만-"
그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이게 했고,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차에 치여 돌아가셨어요. 교통사고."
가만히 들은 그의 이야기는 뭔가 나의 이야기와 다른 듯 닮아있어 이유모를 친화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나도 별 말을 하지 않아 어색한 침묵이 그와 나 사이에 멤돌았다. 이젠 나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나는 한번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낮에 입관을 했어요."

일시적으로 넘쳐나려던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가 어릴 때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어요. 그 후 연락 한번 하지 않으시고 오늘 마저도 장례식에 오지 않으셨죠. 아버지는 그 이후로 부터 저를 먹여살리시기 위해 별 일을 다 찾으셨어요. 아버지가 직장에서 짤렸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집을 나가신 거였거든요."

나는 눈을 꼭 감았고, 미처 추스리지 못했던 감정의 방울이 결국은 눈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토록 참으려 애썼던 눈물이었다.

"아버지는 힘들게 일자리를 얻어오셨는데 그게 공사판의 노가다 였어요. 이미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오시다 병에 걸리셨고,"

생각해보니 눈물을 굳이 참을 필요는 없었다. 울때는 울어야 한다. 아버지에겐 죄송스러우나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끝을 보이지 않았고 나에겐 이미 눈물을 닦을 기력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냥 흐르는 대로 두었다.

"어제 아침에, 돌아가셨어요."

다시 찾아온 침묵. 그 침묵에는 두 사람의 죽음과 두 사람의 눈물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 무거움에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는 고개를 숙여 땅만 쳐다볼 뿐 우린 서로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있었다. 우린 그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작았다. 혹은, 그것들이 매우 컸다. 그렇게 한없이 눈물을 흘려보내며 울고 있었는데 별안간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빨간 종이로 접은 장미를 내게로 내밀며 오랜 침묵의 흐름을 깼다.

"조화(弔花) 입니다. 제 동생녀석이 접은건데, 빨간 것이라 죄송해요."

나는 그가 내민 장미를 두손으로 받아내었다. 서툰 솜씨가 드러나는 종이 장미에선 어린 아이의 풋내마저도 나는 듯 했고 무슨 색깔이던 상관이 없던 나는 그 장미를 손에 꼭 쥐고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지금보니 나는 아직 그의 이름을 몰랐고, 나도 그의 이름을 몰랐다. 서로를 털어내다 보니 이름을 물어 볼 겨를도 없던 것이었다. 헌데 뭐라 말을 꺼내야 할까. 먼저 내 이름을 알려야 겠지.

"저.. 꽃은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정진영 이라고 하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공찬식 입니다. 공찬식."

공찬식.

이름 석자가 내 귀로 들어박혀왔다. 공찬식. 그의 이름 공찬식.


-


빨간 종이 장미를 곁에 두고 잠을 잔지 몇시간이 되었을까, 문득 잠에서 깨어난 나는 시계를 보았고, 시침은 3에, 분침은 12를 가리킥도 있었다. 새벽 3시. 아직까지 주무시지 않은 분들은 하시던 화투놀이를 계속 하고 계셨고, 나는 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서 잠을 자던 동생에게 이불을 덮어주다 생소한 꽃 하나를 발견했다.

하얀 종이 장미.

익숙한 솜씨의 하얀 장미는 영정사진 앞에 놓여 있었고, 그 장미를 누가 놓았는지를 아는 나는 살풋 웃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첫 웃음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장례식에서, 꽃 두개가 탐스럽게 피어났다.

활짝.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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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무거운 분위긴데 같은 아픔을 느끼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여누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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