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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승윤태현] M V P -9- | 인스티즈 



왜 이렇게 짧냐고 물으시면

그냥 능력의 부족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다음 화는 길거에요ㅎㅎㅎ

이번에 자르기가 애매해서 그냥 확 짧게 잘라버렸어요

그래두... 이쁘게 봐주실꺼죠? (퍽)ㅋㅋㅋ

[위너/승윤태현] M V P -9- | 인스티즈





기억은 무슨 기억ㄱ...








"승윤 씨, 제가 제 생일날에 승윤 씨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다면서요?"

"기억나요?"

"아니요. 저 술 제대로 취하면 기억 하나도 안 나요. 근데 어제 승윤 씨 한 거는 기억나요?"

"아니요. 하나도 안 나요. 뭐 주정이라도 부렸어요?"








혹시나 실수라도 한 건가 싶었다. 그 누구보다도 내 술주정을 아주 잘 알았기에 더욱 불안해졌다. 전에 송민호가 소주 한 병 마시고 난 뒤의 내 모습을 찍어둔 비디오를 본 날 얼굴이 화끈해져서는 이불을 뻥뻥 차고 난리부르스를 췄다. 혹시 그런 추태를 남태현 앞에서 보인 건지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졌다. 승윤 씨, 저 좋아한다고 고백했어요. 








남태현의 말은 나를 충분히 경악시켰다. 그날 본 비디오보다도 더 충격적이였다. 돌아오지 않는 기억이 야속할 뿐이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남태현의 반응이 어땠을까, 남태현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떠오르지 않는 머리가 원망스러웠다. 정말 멘붕, 그 자체였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얼빵하게 짓고 있는 지금 나의 표정을 본다면 너무 웃길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남태현은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나는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그렇게 웃긴가. 송민호도 그렇고 내 심각한 표정만 보면 웃음 참기 바쁘단 말이야. 








"제가... 태현 씨한테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네. 아주 혀 꼬부라져서는 저한테 고백했어요. 저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아... 할 말이 없었다. 점점 드문드문하게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억나지 않았다.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으아아. 머리를 끌어잡고 가슴으로 엉엉 울었다. 남태현은 내 앞에서 싱글벙글이었다. 나를 좋아하는 건가, 뭔가 아침에 서로 씻지도 않고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영화처럼 로맨틱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뭐, 브로맨스 (bromance) 라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특별한 거지. 








"그래서 태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

"태현 씨도 옛날에 술 취해서는 나 좋아한다고, 나 멋있다고 고백한 적 있었는데. 그거 기억나요?"

"어제 승윤 씨가 술주정하면서 같이 말해줬어요. 제가 제 생일날 술 취해가지고는 막 주정부리면서 고백했다구."

"그래서, 저 어때요? 솔직히 남자남자 사귀는 거 아직도 이해 안 가고 그러는데 태현 씨라면 저 괜찮을 거 같아요. 아직 태현 씨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지만 그거는 차차 알아가면 되는 거고. 이렇게 아침에 둘 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숙취로 고생하다가 라면 한  사발 들이키고 하기에는 너무 영화 같지 못하고 로맨틱하지 못하지만 제가 금한 걸 어떡해요. 어쩌면 태현 씨가 그날 나한테 고백한 뒤로 내 마음이 흔들린 거니까 태현 씨가 책임져야 겠어요. 저 책임 져줄래요?"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이상했던 것 같다. 니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되었으니 니는 무조건 나랑 사귀어야한다-, 뭐 이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애 같게 고백을 했나. 좀 더 박력 있게 고백을 했어야 하는 생각이 말을 다 뱉고서야 물밀듯이 밀고 들어왔다. 남태현은 한동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하는 말에 나를 쳐다보고 있더니 고개를 숙이며 큭큭 웃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됐는데- 하며 자괴감이 들었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강승윤! 남태현은 나한테 매너를 지키려고 했는지 한참을 고개를 내리고 웃다가 겨우 멈추었는지 고개를 들었다. 








남태현이 웃음을 참을 때 특유의 표정이 나왔다. 내 고백이 그렇게 웃겼나, 따지고 보면 그렇게 웃긴 고백도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남태현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어떤 생각을 했다. 저 마성의 남자, 남태현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와 나를 놀래킬지 궁금해졌다. 나를 놀리려는 지 어서 말을 뱉지 않고 꾹 다문 채 도무지 열 생각을 하지 않는 저 입이 야속했다. 








"승윤 씨가 생각해도 이번 고백은 이상했죠?"

"ㅇ, 예?"








남태현은 절대로 나를 실망시켜주지 않았다. 예쓰 올 노우. 둘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해서 순간 당황해 말을 더듬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멋있어야 할 순간에 고백도 그따구로 하고 말 까지 더듬을 게 뭐냐. 정말 앞에 남태현만 없었다면 쭈그려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내 앞에 서서 나를 놀리려는 듯 웃고 있는 남자가 내 속마음을 다 알아버려 쥐구멍이 있다면 정말 그 안으로 몸을 낑겨넣어 숨어버리고 싶었다. 남태현이라는 고양이에게 꼭 쫓기는 강승윤 쥐마냥 그렇게 남태현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잖아요. 그게 뭐야, 군대까지 갔다 온 26살 청년이 그런 땡깡 부리면서 책임을 지라니."

"사랑은 원래 유치한 거랬어요."








내가 생각해도 정말 뻔뻔해지는 것 같았다. 고깟 자존심이 뭐라고 말도 안 되는 말 나이 스물여섯에 붙여가면서 빡빡 우겨대고 있었다. 지금 얼마나 남태현 눈에 웃겨보일까 하는 생각에 가뜩이나 절망스러웠던 마음, 더 절망스러워졌다. 왜 살지, 나. 








"그러면 우리 썸 타요, 썸."

"예?"

"천천히 차차 알아가자구요. 서로 좋아하는데 승윤 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나도 승윤 씨 아는 거 초록창에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뿐이거든요."








남태현의 제안에 정말 입이 뻥져버렸다. 어떤 사람이 썸 타는 걸 이렇게 시작할까. 나는 남태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굉장히 다사다난하고 이상한 로맨스를 그려낼 퀴어 영화가 탄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말을 모두 끝내고 나니 너무 어색해졌다. 아까 그렇게 패기 있게 고백했던 나, 그리고 썸 타자며 당돌하게 들어왔던 남태현은 어디가고 우리 둘 사이를 '어색함' 이라는 바람이 감쌌다. 큼큼, 괜히 이상해진 기류에 동시에 헛기침을 했다. 이런, 더 어색해지고 말았다. 그냥 실 없는 웃음이나 지었다. 








"저는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몇몇 친구들한테 말해주었더니 걔네들이 저를 배신하고 나쁜 짓을 한 거 있죠? 다행히도 걔네들이 의리는 있는 애들이라 지난 간의 의 때문에 이렇게 데뷔를 해도 아무런 말이 없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한마디로 말하면 저 이런 거 지금 되게 설레요. 엄청. 누군가랑 썸을 탄다거나 서로 좋아한다거나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나쁜 짓... 이 뭐에요? 때렸어요?"

"때렸다면 때렸다고도 볼 수 있어요. 어릴 때 한창 성욕 폭발할 시기였으니까 그 쪽으로 폭력을 했죠. 뭐, 그런 눈으로 볼 건 없어요. 나중에 알고 저 더럽다고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선수치는 거에요. 괜찮죠?"

"아, 예... 뭐..."








갑자기 말문을 터서 나에게 뭐라뭐라 말하는 남태현과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충분히 충격적이였다. 안 좋은 과거를 얘기하면서도 싱글싱글 웃는 남태현이 조금 이상했다. 충분히 괴로워하고 숨겨도 될 과거일텐데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순수한 사람이겠다- 싶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아무래도 강승윤 눈에 남태현 이쁘니 콩깍지가 단단히 꼈나 보다. 








괜찮아요,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말했다. 정말 괜찮았으니까. 이 사람의 과거가 어떻든 나에게는 함께할 미래만이 있었다. 나도 아직 제대로 누군가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런 게 굉장히 이상했다. 썸도 썸을 타자고 고백을 해야하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다. 서툰 사랑은 항상 끝마침이 좋지 않다라는 말이 있는데 딱히 그럴 게 없어보였다. 헤어져도 내가 청승떨고 소주를 입 속으로 털어넣고 그 다음날 토하고 숙취 때문에 고생을 해도 남태현은 아아아주 멀쩡할 것만 같았다. 남태현이라면 충분히 그럴 사람이었으니까. 








"저는 태현 씨 때문에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는데."

"네?"

"태현 씨가 제가 처음으로 좋아한 남자라구요. 그렇다고 그 전에 여자를 많이 좋아했다는 말은 또 아니에요. 태현 씨가 매력적이라서 나 게이 된 거에요. 그거 잘 알아둬요."








솔직하게 말해준 남태현 때문에 나도 남태현 앞에서 솔직해 지기로 했다. 딱히 내 마음 안 숨기고 다 표현해주자 마음 먹었다. 남태현도 그렇거니와 나도 처음 느껴보는 이런 설렘이기에 서툴지만 그만큼 더 솔직하게 다가가기로 했다. 남태현은 내 말 때문인지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귀여워, 정말. 남태현은 고개를 숙이고 살짝살짝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열심히 고백하는 나를 놀렸겠다, 나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남태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휴- 남태현은 내 얼굴을 밀어냈다. 크하하, 썸이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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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앜ㅋㅋㅋㅋㅋ우리 썸타요라니ㅋㅋㅋㅋㅋㅋㅋ자! 우리 오늘부터 썸타자!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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