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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강남] 노크 노크(Knock Knock) 05 | 인스티즈

 

 

Special Episode. 승윤과 승훈



01 







〃 야아 ― 승윤아! 공 좀 이리로 던져줘! 〃



 


아, 존나 귀찮게.



 


승윤이 운동장 벤치에 뉘였던 몸을 일으켜 멈출줄 모르고 이상한 곳으로 자꾸만 굴러가는 공을 쫒아 뛰기시작했다. 운동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낮2시, 해가 노골적으로 살을 익혀가는 이 시간을 승윤은 끔직히도 싫어했다.


 


조그만 공이 얼마나 강한힘으로 던졌는지 끝도없이 굴러갔다. 승윤은 귀찮고 짜증나는 마음을 꾸역꾸역 삼키고 잽싸게 굴러가는 공을 쫒아 더 빨리 뛰었다. 이곳이 제 집 마당이였다면 공을 찾을생각은커녕 공을 새로 살텐데, 그 놈의 이미지관리가 승윤에겐 발목에 끊을수 없는 쇠사슬마냥 얽매였다.


 

대한민국의 10대기업에 손꼽히는 재벌가의 자재였지만 거만하지않았으며 깔끔한 외모에 훤칠한 키, 4차원적이였지만 서글서글하면서도 재미있는 성격에 우수한 성적까지 모두가 바라는 엄친아의 표본인 승윤은 언제나 이 표본을 깨지않기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래도 오늘같이 쪄죽을거같은 날씨에 웃으면서 공을 쫒는건 십원짜리 욕이 절로나올거같았다.






 


 타닥,




공을 쫒던 승윤이 뜀질을 멈추었다. 자신또래로보이는 사복차림의 남자의 손에 승윤이 쫒던 공이 들려있었다. 승윤이 습관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




〃 뭐 이정도 가지고. 〃



 

 사람좋게 웃어보인 남자가 공을 들고있던 손을 승윤에게 뻗었다. 그 공을 받기위해 똑같이 승윤이 손을뻗자, 남자가 승윤에게 뻗던 손을 좀 더 위로 올리더니 승윤이 서있던 방향 반대편으로 세게 던져버린다. 당황한 승윤이 아무행동도 취하지못한채 멍하니 서있자 남자가 혓바닥을 낼름 내밀고선 공보다 더 재빠르게 학교 정문밖으로 뛰쳐나간다.



 


저, 저 …!


 


〃  개새끼야! 너 잡히면 뒤질줄알아! 〃





그 날을 승윤이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한 날이 되었다.


 




 


02



 


여름감기가 더 독하다고하던데, 틀린말이 아니였다.





학교는 하루정도 쉬어도 괜찮다며 자신의 팔을 잡아끌던 엄마생각에 승윤이 엄마 말 들을껄, 하고 후회했다. 평생남을 생활기록부의 출석기록에 '병가'를 남기기 싫어서 기여코 나왔지만 점점 심해지는 감기기운에 승윤은 결국, 아무도 없는 보건실의 불편한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되었다.




무거워진몸에 선잠을 자고있던 승윤이 갑자기 볼에 느껴지는 서스런 감촉에 놀라 감고있던 두 눈을 번쩍뜨고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승윤이 한 손으로 자신의 볼을 쓸어내렸다. 손에 닿는 축축한 느낌에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뭐지?





큭크,





승윤이 누워있던 간이침대밑에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고있는 남학생에 승윤이 도끼눈을 하고선 쳐다보았다. 단정한 승윤의 교복과는 달리 몸에 알맞게 줄여져있는 교복이 제법 불량해보여 승윤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쥐었다.



 


〃 너 뭐야? 〃




겨우 웃음을 멈춘듯 어깨는 들썩거리지않았지만 여전히 씰룩거리는 입꼬리나 잔뜩 휘어져있는 눈매를 보니 승윤은 절로 날이선 말투로 남학생을 경계했다. 그러고보니 그때 운동장에서 나 엿먹인 놈이랑 비슷하게 생긴거같기도하고 …




 

〃 이승훈. 〃

〃 지금 너 이름 궁금해서 묻는게 아니야. 〃

〃 뭐냐고 물었잖아. 〃

〃 너 왜 여기있는거야? 〃

〃 내 마음. 〃


 


씨이발,

말이 이렇게 안통하는 상대는 처음인데다가 감기걸린 무거운 몸뚱아리에 승윤의 짜증이 무한배로 치솟았다.



 

〃 됬고. 〃

〃 응? 〃

〃 너 방금 나한테 뭔짓했어? 〃


 


승윤의 질문에 쭈그렸던 몸을 일으킨 승훈이 코가닿일정도의 거리로 승윤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깜짝놀란 승윤이 잠시 숨을 멈추고 아무행동도 못한채 굳어있자, 승훈이 능글맞에 웃어보였다. 보기좋게 올라간 입술이 번들거리는게 더 기분나빴다.






〃 글쎄.〃





그러고선 뒤를 돌아 보건실을 빠져나가는 승훈의 뒷모습을 보며 승윤이 뒤쫒아나가서 정강이라도 걷어찰까 하다가 다시 간이침대에 드러누웠다. 기분더러운 꿈을 꿨다고 생각해야지. 안그래도 아픈몸에 머리아프기까진 싫었다.







03







〃 야, 강승윤 … 〃

〃 대박이다. 나 반할것같아. 〃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을 쫒아오는 시선들에 승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잘못이 있다면 몸의 곡선이 다른 남학생들에 비해 고운 자신의 잘못이였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다신 없을 여장을 한 승윤이 전신거울 속 제법 예쁘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허리께까지오는 테이블에 서서 몸을기댄채로 메시지를 하던 승윤이 어쩐지 자신을 찍는듯 한 필름넘어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곧 다가올 축제의 꽃인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리는 공간, 승윤은 자신이 잘못들었는가 싶어서 다시 뒤를 돌아 키패드가 닳을때로 닳아버린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바빴다.



 


〃 ! 〃




 

하지만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니라는듯, 찰칵하며 연속으로 들려오는 셔터소리에 승윤이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뒤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승훈을 발견한 승윤이 기겁하며 승훈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씨익 웃는 낯에 화가났다. 승윤은 이상하게도 승훈앞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못했다. 자제력을 잃은 사람마냥, 불같이 화를내기도했다.



 

〃 이승훈! 〃

〃 옷이 너무 야하다. 〃



 

노골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훑는 승훈의 시선에 승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강승윤, 당황하지 말자.





〃 이 변태새끼가 …! 〃

〃 강승윤. 〃

〃 뭐, 뭐! 〃


 


갑자기 톤을 낮추고선 자신을 부르는 승훈에 승윤이 제법 긴장한 표정을 하고선 대꾸했다.



 

〃 넌 눈치가 없는것도 아닌게. 〃

〃 어? 〃



 

승훈이 박스더미에 아무렇게나 걸쳐져있던 무릎담요를 승윤의 허리께에 둘러주었다.



 

〃 갈게. 〃



 

고개를 내저으면서 공간을 벗어나는 승훈에 승윤은 괜히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였다.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 사진찍었냐고 물어보려했는데. 〃



찍었어도 ' 글쎄' 라고 대답하고 갔을 놈이지만.







04





 


날씨 좋다.






교내테라스에 기분좋게 드나드는 햇볕에 승윤이 몸을 젖히고선 두눈을 감았다가 볼에 닿아오는 차가운 감촉에 다시 눈을 떴다.


 


 

나 바나나우유 별로라니깐.

먹을거면서 그냥 조용히 먹지?




새학기를 맞이하며 같은 반이되고, 어쩌다보니 친해지게된 승훈이 자연스럽게 승윤의 옆에 앉았다. 승훈은 승윤이 유일하게 이미지관리를 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친구이기도 했다. 



 

입구가 조그만 빨대를 꽂아서 바나나우유를 마시던 승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승훈의 시선에 승윤이 미간을 찌푸리고선 승훈의 종아리를 발끝으로 밀어냈다.  뭘봐, 기분나빠.





〃 나. 〃



 

아직 우유의 반도 못먹은 승윤과는 달리, 승훈은 벌써 다 마신듯 이온음료캔을 발로 밟아댔다. 




〃 강승윤 진짜 좋아하나봐. 〃


 


우유를 한모금 크게 들이킨 승윤이 승훈의 말에 결좋은 테라스바닥에 우유를 내뿜었다. 이 미친새끼가!


 


〃 너 제대로 돌았구나. 〃

〃 글쎄. 〃

〃 그 '글쎄' 라는 말 안하면 안돼? 〃

〃 음, 글쎄. 〃

〃 개자식. 〃



 

난 강승윤이 이렇게 입이 험하다는걸 나밖에 모르는게 너무 아쉽다,

씨익 웃는 낯짝에 침을 뱉어줄까 고민하던 승윤이 승훈을 향하던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은 좋은데, 기분은 더럽네.


 


〃 강승윤. 〃

〃 뭐. 〃

〃 나 너 좋다니깐. 〃

〃 어쩌라고. 〃

〃 넌 어때? 〃

〃 싫어. 〃

〃 그럼 나 피할꺼야? 〃

〃 내가 왜? 〃

〃 싫다며. 〃





마침내 우유를 다먹은듯 빨대에서 입을 떼어낸 승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듯 자신을 바라보는 승훈의 이마에 꿀밤을 작게 쥐어주었다.




 

〃 너 피할정도로 너한테 신경써주기 귀찮거든.  〃



 

난 귀찮은거 딱 질색이야. 수업시작하겠다, 가자.



 


〃 골때리네, 강승윤. 〃






같은거 달린 친구놈이 자신을 좋아한다는데, 더러워하기는 커녕 귀찮으니까 그냥 이렇게 지내잔다. 진짜 골때리네.

밤톨같이 동글동글한 승윤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승훈이 작게웃었다. 대놓고 차였는데 마냥 싫지않은것도 강승윤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승훈이였다.













* * *









〃 오늘 강승윤한테 줄 수 있는 아메리카노는 다 떨어졌는데요, 손님. 〃

〃 뒤에 있는 원두박스들은 폼이냐? 〃

〃 흐흐, 너 쓴거 싫어하잖아. 〃

〃 남이사. 〃

〃 야, 우리가 어떻게 남이냐? 〃





우드테이블에 몸을 엎드린채 주문을 하는 승윤을 받아주던 승훈이 눈물흘리는 연기까지하며 승윤을 들들 볶았다.

내가 언제까지 애입맛이냐? 승훈의 말은 싸그리 무시한채 얼른 달라며 재촉한 승윤이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 터치스크린을 두드렸다.

메신저 속 태현의 프로필사진이 김대리와 출장을 갔을때 찍은사진인건지, 태현과 김대리가 같이 즐거운 표정을하고 있는 사진이였다. 다음엔 내가 태현과 출장을 가리라, 승윤은 다짐아닌 다짐을 했다.






〃 바나나라떼 나왔습니다. 〃

〃 아메리카노는? 〃

〃 그냥 오랜만에 옛생각나서. 너 바나나우유 잘먹었잖아. 〃



 

그건 니가 억지로 먹인거고.



 


궁시렁거리면서도 승훈이 건내준 바나나라떼를 열심히 먹는 승윤을 보며 승훈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걸렸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강승윤은 남태현과 다른 느낌으로 여전히 끌리는게 있는거같다.





〃 강승윤, 솔직히 말해봐. 〃

〃 뭐가. 〃

〃 너도 나 조금 좋아했었지? 〃




그래서 그냥 나랑 같이 다녔던거지?


 


승윤이 바나나라떼가 들어있던 찻잔을 쾅, 하고 내려놓고선 도끼눈을 하고 승훈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훈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보였다. 아, 역시 강승윤은 바로 반응을 보여서 재미있다.



 

〃 같은거 달린 놈이 뭐가좋다고. 그리고 너처럼 못생긴 얘는 더더욱 싫어. 〃



 

윽,

상처받은 제스처를 한 승훈을 대충 흘겨본 승윤이 다시 찻잔을 들어 바나나라떼를 마셨다. 달달한게, 나쁘진않네.


 


〃 그럼. 〃

〃 …  〃

〃 남태현씨는. 〃

〃 뭐? 〃

〃 남태현씨는 어때? 〃




 

승윤이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다 마셨어?






승훈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 승윤이 서둘러 카페를 벗어났다. 승윤이 앉아있던 자리를 정리하던 승훈이 쇼윈도우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승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05



 






쫀득한 치아바타의 식감을 무시하고 무작정 입에 쑤셔넣던 승윤의 표정은 누가봐도 ' 나 지금 기분 완전 안좋아요. ' 였다. 상큼하게 웃으며 같이 식사해도 괜찮냐고 물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도끼눈을 하고 태현과 민호를 번갈아쳐다보며 오동통한 입에 빵을 쑤셔넣는 모습에 태현의 속은 타들어갔다. 그 와중에 민호는 승윤따위 신경도 안쓰이는지 태현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보인다. ' 태현씨, 여기 빵 맛있네요. '





〃 두 분, 언제부터 그렇게 친한사이셨습니까?

같이나온 레몬티를 들이킨 승윤이 민호와 태현에게 물었다. 딱히, 친한사이라기엔 좀 그런데 … .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태현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민호의 남자다운 손이 태현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 요즘 부―쩍 친해지고 있는중입니다. 하하.



 

불편한 자세로 민호에게 당겨진 태현이 슬금 승윤의 눈치를 보며 어깨를 끌어당긴 민호의 손을 떼어냈다. 승윤이 어째서 자신과 민호가 같이있는걸 대놓고 떨떠름해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강팀장님은 왠일로 혼자 식사하시려 오셨어요?

​ 왠일로 오고싶었습니다.

​ 오늘 사내식에 풀반찬만 가득해서 오신건 아니구요?

​ 비꼬시는겁니까?

​ 설마 제가 그러겠어요.



 

어째 둘의대화가 기업의 우수한인재들이 나누기엔 유치하기 짝이없는 내용이였다. 태현이 자신의 앞접시에있던 비스킷을 한 입베어 물었다. 맛은있는데 어째 목이 뻑뻑한게 제대로 넘어가질 않았다.


 


어느새 승윤과 민호의 말도안되는 대화도 끝이나고, 자신을 점심시간마저 괴롭힐거라 예상했던 승윤은 이상하리마치 말이없었다. 가끔 민호가 태현에게 살짝 닿기라도하면 도끼눈을하고 쳐다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상사인 승윤을 방치할수만은 없던 태현이 조금씩 승윤에게 말을 붙일때면, 승윤은 레몬티를 홀짝이며 단답으로 일관했다.




 

​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저, 팀장님!

자리에서 같이 일어서려는 태현을 붙잡은건 곁에 앉아있던 민호도 아닌 승훈이였다. 승훈씨?


 


​ 비스킷 더 구워왔는데 드시고 가세요. 물론, 그쪽은 강승윤처럼 먼저 가셔도 괜찮습니다.



 

승훈의 말에 민호는 불쾌해하기는 커녕 웃어보이며 ' 못먹게하시는건 아니죠? ' 하며 능청맞게 태현을 끌어당겨 자리에 앉혔다.










 












 


사무실로 먼저 복귀한 승윤이 자리에 앉아서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맛있게도 먹고있는 진환을 바라보았다. 생긴건 여리게 생겼으면서 은근히 돌직구가 심한 진환이였다.


 


​ 김대리.

​ 예?

​ 내가 …

​ 네.

​ 좀, 예쁘게 생겼나?


 


네에? 팀장님이요오?

자그맣게 휘어져있던 눈이 크게뜨이면서 기겁을한다. 물론 긍정의 대답을 바란것도 아니였지만, 저토록 기겁을하니 승윤도 기분이 딱히 좋지 않았다.


 


​ 그럼 송대리는 어때?

​ 송민호요?



 

민호와 입사동기인 진환이 친근하게 민호의 이름을 부르며 생각했다. 송민호, 송민호는 재수없을만큼.


 


​ 잘생겼죠. 남자답게 생겼으면서, 웃을땐 또 귀엽기도하고.


요즘 여자들이 엄청 좋아죽으려하는 남자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생각해보면 진짜 재수없다니깐요, 흐흐.

내려놓았던 프라푸치노를 다시 열심히 먹던 진환이 쾅! 하며 책상을 내리치는 승윤에 화들짝 놀라며 프라푸치노를 내려놓았다.


 


​ 김대리. 나 녹차알레르기있으니깐 그거 나가서 먹고와.



 

예? 강팀장님 녹차초콜렛 쌓아놓고 드시는거 우리회사 사람들이 다아는사실인데 …


승윤의 되도않는 트집에 하는수없이 의자에 걸쳐놓았던 가디건을 집어든 진환이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태현이 얼른 사무실로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진환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 * *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을 보며 진환이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 먹기전에 건배해요!



 

​ 신소재개발1팀을 위하여!


 


짠하며 부딫히는 소주잔3개가 순식간에 비어졌다. 승윤은 말없이 치킨먹기에 바빴고, 잔뜩 기분이 업된 진환은 태현을 붙잡고 최근에 헤어진 연인에대한 하소연을 하기시작했다. 태현씨, 그 괘씸한 여자가 말이야 …  


 

나름 진지하게 진환의 말에 대답도해주고, 승윤에게 술몇잔을 따라주다보니 테이블 위로 초록색병이 여러개가 쌓여있었다. 싱글벙글 웃어보이며 이야기를 시작하던 진환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되어 테이블에 고꾸라져있었고, 평소 술이 강한편도 아닌 태현의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하얀손이 휘청거리며 술병을 들려는걸 승윤이 말렸다.



 

​ 그만마셔요.

​ 예에? 그만마셔요?

​ 네, 그만드세요.


 


승윤이 자신의 잔을 들어 입에털어넣었다. 그 모양새를 바라보던 태현의 눈썹이 잔뜩 늘어졌다.


 


​ 팀장님은 드시면서어!

​ 남태현씨.

​ 예에, 강팀장님.



 


술마시면 원래 이렇게 귀엽습니까?

승윤이 다시 병을 들어 술을따르려는 태현의 손을 꽉붙잡았다.



 

​ 팀장니임, 저 드릴말씀있습니다아.



 

평소 단정한 태현의 말투가아닌, 잔뜩 말꼬리를 늘이며 말하는 태현에 승윤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 요즘들어선 잘 안드는 생각이지만, 전 팀장님이 저를 아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 제가 남태현씨를요?

​ 예에, 남태현을요.



 

승윤의 손에 꽉붙잡힌 태현의 손이 꼼지락거리며 승윤의 손을 간지럽혔다.

 


 

​ 업무시간에 메신저로 오늘따라 더 예쁘다며 절 여자대하는듯한 행동을 하시고, 서류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사적인 요청은 없냐느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오해할만한 말만 골라하시니깐. 저를 일찍 퇴사하게 만드려고 그러는건가 싶기도하구요.



 


그건 그냥 … 뒷말을 차마 이을수 없던 승윤이 입을 달싹거리고만 있자, 초점없이 우왕좌왕하던 태현의 눈이 정확히 승윤과 마주쳤다.



 

​ 마치, 어린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짖궃게 괴롭히는것처럼 …

​ …

​ 강팀장님이 날 좋아해서 이러는건가 싶을정도로 말이에요.


 

승윤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낸 태현이 승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 그럴일은 절대 없겠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저 너무 괴롭히지마세요. 팀장니임. 더 열심히 일할게요 -흐으.

흐느적거리며 진환의 등에 고개를 묻은 태현이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쌓여있는 초록생병을 치우러온 알바생이 대리운전 명함을 승윤의 손에 쥐어주고 사라졌다. 까끌한 종이감촉에 멍해져있던 정신이 조금은 돌아온 승윤이 진환과 태현을 바라보았다.


 

문득, 얼마전 자신을 놀리던 승훈이 남태현은 어떻냐고 묻던게 생각이났다. 어떻냐는 의미가 태현을 평가하는게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있다는걸 알고있었다. 자신은 그때 왜 대답도 않고 집으로 돌아갔던걸까. 머리아픈게 싫어서 생각하지않던 그날을 떠올리며 마지막 잔까지 입에 털어넣은 승윤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태현을 신경쓰고있고, 되도않는 장난을 치고있다는걸 자신도 알고있었다. 정말 태현의 말대로 짖궃은 남자아이가 된 것마냥.

그건 그냥 좀 더 관심이가는 사원에게 친근하게 한 행동이라고 얼버무렸다. 민호와 같이 있는 태현을 보면 질투가나는것도 자신의 부하직원이 자신보다 민호와 더 어울리고있는것에 짜증이난거라 생각했다.




짧지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람한명 제대로사귀어보지못한 승윤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기엔 너무나 둔했고, 그 감정을 인정하기엔 너무나 어려웠다.


 


​ 그리고 남태현은.



남자니깐.





자신을 좋아한다며 고백해오던 승훈이 역하다고 느낀적은없지만, 그렇다고 기분좋았던것도 아니였다. 만약 태현도 그때의 나와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던거라면.




​ 미안해요.



정말 제가 이 감정을 인정해버리기전에 공과사를 확실히 해야겠다고 승윤은 다짐했다.


 
 
@@
호모나 이gay들 뭐야!  승윤이랑 승훈이의 생각치도못한 관계 ( 작가사심)
오타나 흐름이어색한부분은 차차고쳐나갈게요~~ 부족한 글 ㅇ읽어주셔서 사랑합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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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호모나 이게이들!!!!!!! 작가님 오랜만이에요ㅜㅠㅜㅠ반가워요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윈태현
우왕 반가워요 ㅠㅠㅠ읽어주셔서 감사해용
9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저 통감자요!! 진짜 오랜만이예요 ㅜㅜ 지친 일상에 작가님 글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오아시스임다 ..ㅜㅜ 내일 월요일인데 자까님 글이 마지막 주말의 행복이네여.. 크흡 사실 읽다가 지난번 내용이 기억안나서 다시 돌려봐야하나.. 했는데 과거회상에서 돌아온부분에서 딱 기억났어요!! 승훈이랑 승윤이 생각지도 못한 관계네요 ㅋㅋㅋ 마성의 태현이 다 좋지만 앞으로 승윤이와의 로맨스 기대할게요 77ㅑ❤️
9년 전
윈태현
텀이 워낙긴 연재여서 전내용이 기억안나실수도 (민망) 항상 힘나는 댓글 통감자님은 사랑입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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