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그대 안의 봄: 봄꽃 |
그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주변에서 아릿아릿한 풀냄새가 난다. 어딜 갔다온거야, 궁금했으나 묻지는 않았다. 암묵적으로도 우린 비밀이 많았다.
"경수야, 풀 냄새 나.."
멀찍이 서서 눈을 마주쳐 온다. 그는 내 말의 '풀'이나 '냄새'에 초점을 두었는지 고개를 이내 끄덕한다. 나는 물론 그 의미를 파악 할 수 없다. 아무런 말 없이 꽃을 내민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진달래. 그리고 약간의 풀들.
"뭐야?"
"달다."
"뭐가?"
"꽃."
그의 언어는 굵직하면서도 당최 명확한 표현이 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영리하지 못한 사고회로에 줄이 엉켜 이해하는 것을 먼저 그만두는 식이었다.
"‥"
"많이 따 왔어."
어색하고 적막한 공기가 흘러 넘칠듯 했다.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입 안이 텁텁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달아."
"‥응."
조용한 공간에서도 그는 여전히 과묵했다. 우린 말이 없었다. 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런 사이는 싫었다. 그가 내 손을 펼쳐 여러 꽃을 쥐어 주었다. 눈에 들어온건 오직 진달래.
"봄꽃 좋아해?"
꽃?
얼떨결에 받은 진달래를 그러쥐었다. 진달래와 함께 풀이 여러차례 무릎 위로 떨어졌다. 나 웬 잡초도 함께 쥐고 있었구나. 손에서 풀냄새가 진동 할 것 같다. 봄내음..
"진달래.. 꿀은 좋아해."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많이 먹었던.
"자주 따 줄게."
"너는, 봄꽃 좋아해?"
그가 대답 없이 내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의 손목에서도 옅게 풀 냄새가 났다. 그런 행동보다도 나는 그의 음성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따 온거야?"
부러 강조하며 대답을 강요했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듯 음.. 하며 깊은 생각을 하는듯 했다. 혀로 입술을 축였다.
"누가 오다가 줬어."
거짓말, 이걸 누가 줘. 하면서도 그에게 속마음을 내비치는 대신에 작게 웃어 보였다.
"그래."
그의 앞에서 작은 비밀 하나를 만들어 가는건 정말 재미있었다. 일종의 내 삶의 작은 낙 같은 거였다.
모든 것들이 꼬일만큼 꼬여서 풀릴 수 없게 자물쇠를 채우고 싶었다. 열쇠는 내가 집어 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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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쓰고 포인트 회수하세염 ㅠㅠ |
작년에 써 놓은 것 같은데.. 주룩
여러분 이 글에는 비밀이 있는데.. 글의 전개,위기,절정,결말= 진달래 사실상 진달래가 주인공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