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양국(陽國)의 새벽.
누가 보아도 왕이란 것을 짐작케하는 사내가 왕좌에 앉아 그의 앞에 서 있는 그의 호위무사에게
거만한 웃음을 입가에 걸친 채 묻는다.
"훈아, 내가 말한 여인은 어찌 되었느냐"
" 정오쯤 양국으로 올거야.내가 베를 찢었으니 가온이 화를 내겠지.
가온은 성의 없는 것을 제일 싫어하니 분명히 다른 나라로 그 여인을 보낼꺼야.
아마 월국 아니면 우리나라로 보낼 것 같은데
월국의 도경수가 받을 것 같진 않으니 중앙국에서 연락오면 내가 바로 가기로 했다."
"그래.헌데 훈아. 네 어깨에 양국의 자랑스런 상징인 금 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구나.
모든 것이 완벽한 네가 어디 떨어트리는 그런 실수를 했을리는 없을테고 .
다음부터는 잊지않고 꼭 달기를 바란다 훈아"
호탕하게 웃어재끼며 말하는 왕과는 달리 자신의 빈 어깨를 만지는 호위무사의 손 끝이 떨려온다.
왕좌에 앉아 호위무사에게 말하던 왕이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자리에서 내려와 호위무사에게로 걸어간다.
호위무사의 앞에 선 왕은 한마디를 내뱉고는 격려하듯 그의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치고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만약, 물론 훈이 네가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나의 여인이 너의 실수로 나를 미워하는 일이 생긴다면 당장 네 목을 칠 것이야.
명심하거라.실수는 없어야 한다"
양국(陽國)의 왕 박찬열
해와 달 1화
밤을 새서 피곤하지만 과제는 내야하기에
가온은 지각과 과제 미제출시 가차없이 중앙궁에서 내쫓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어제 피곤함을 이기고 베 30필을 다 짜 놓았으니 그나마 걱정은 덜......
"어??????"
비몽사몽해서 제대로 떠지지도 않던 눈이 번쩍 뜨였다.
내 눈 앞에 보인 건 처참히 찢어져 서로 얽혀
바닥에 나뒹구는 베 서른 필.
이번 과제를 제출하지 못하면 분명 중앙국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다.
과제가 어디있냐는 가온의 물음에 사실대로 베가 찢어졌다 답하였으나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나는
변명을 준비할 새도 없이 나는 월국으로 떠나야했다.
그나마 월국인 것에 감사해야 하는걸지도 모른다.
가온의 제 1 왕자 도경수. 그의 왕국 월국.
가온의 미움을 받아 조용히 밤에만 움직이는 월국의 왕이 되었다한다.
그의 나라로 가는 것은 가온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의 증거이기 때문인지
모든 견습생과 라온은 월국으로 가는 것을 꺼린다.
그리고 나는 그런 월국으로 쫓겨났다.
정말 베가 찢어져 못 낸 것은 내 잘못이 아닌데 .
분명히 찢어진 베들 사이 놓여진 금 조각은
양국의 것.
양국 시발.....똥같은 것들..... 언젠간 양국을 멸망시킬테다...
속으로 양국과 관련도 없는 날 중앙국에서 쫓겨나게한 양국을 원망하는 사이
내가 일할 나라. 내가 살 나라가 될 월국으로 향하는
마차가 출발했다.
"가는 동안 눈이라도 붙여요. 아가씨 . 오래걸릴텐데"
허허 웃어재끼며 속편한 말을 해대는 아저씨에게
잘 기분아니니까 아저씨는 조용히 운전이나 하라는 패륜아같은 말을 할 순 없어서
조신하게 네 ㅎㅎ... 라고
대답한 후 눈을 감았다.
양국 시발.....내가 중앙국에 정식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월국으로 쫓겨나 잡일이나 맞아야 한다니...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잠이 오겠어....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이 들었다.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 월국이야 !!"
아저씨의 걸쭉한 목소리에 잠이 깨 주변을 살펴보니 벌써 월국에 도착한 모양이다.
근데 설마 나 지금 추방당해서 오는길에 잠이 든거?ㅋㅋㅋㅋㅋㅋㅋ
내자신이 너무 한심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자 아저씨는 마치 날 미친년 다루듯
"아이구 ~~ 어서 내려야지 아가씨~~ " 라 말하며 나를 마차에서 내동댕이 치듯
버려놓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진 알려주고 가지... 월국이라곤 이름만 들어본게 다인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막막해
주위를 둘러보니 검은 하늘에 뜬 커다란 달. 소박하고 작은 집들이 모여 이룬 마을들
그리고 그 사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다른 집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큰 문.
여기로 들어가면 되나 싶어 문을 살짝 밀었다.
끼이익
미친 기름칠 좀 하지
생각보다 큰 소리에 들어가기가 민망했으나 어차피 나는 여기서 견습생도 뭣도 아닌 하녀처럼 잡일이나 할텐데 격식 차릴 일도 없겠네
그리고 쫓겨난 것보다 더 쪽팔린 게 어딧나 싶어 존나 당당하게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문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하진 않으나 소박한 정자와 적당한 크기의 호수가 보였다.
왜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나 싶어 정자쪽으로 걸어나갔는데 저 멀리 정자에 앉아 달빛을 보는 사람의 형태가 어렴풋이
보여 반가움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턱-
설마 돌맹이에 발걸린건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리가....ㅋㅋ..
하지만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면서 내 몸뚱아리가 점점 천천히
호수쪽으로 기울면서 내 멍청함을 증명해주었다.
그냥 천천히갈껄...후회막심했으나 이미 치마와 저고리는 물에 푹 젖어 찝찝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 빡쳐 온세상을 부시고 싶은 마음으로 한숨을 쉬고 일어서려는 찰나
하얗고 귀엽게 생긴 손 하나가 내눈앞에 보였다.
월국엔 손만 떠다니는 귀신이 있다더니 참말이구나 싶었으나
일단은 이 호수에서 빠져나가는게 급선무니 내 눈 앞의 내밀어진 손을 잡고 나와 땅을 밟았다.
땅을 밟자 그제서야 손을 내민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귀신은 아니였구나.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동글동글한 눈에
도톰한 입술까지 사내답지않게 참 귀엽기 그지 없다
뚫어져라 자신을 보는 내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사내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그런 사내가 참 귀여워 웃음이 베어나왔다.
웃는 나를 보고 사내는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었다 생각했는지
표정을 굳히고는 내게 왜 웃느냐 묻는다.
귀여워 웃었다 하면 사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그냥 말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
사내는 딱히 더이상 궁금하지는 않은 지 캐묻지 않은채 내게 다시 묻는다.
"당신이 중앙국에서 오신 그분이십니까?"
나를 아는 듯 한 말투에 어찌 아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그는 내표정을 읽은듯 답한다.
" 반갑습니다. 제가 월국(月國)의 왕 도경수 입니다"